“여자들의 생리, 남자가 챙겨야죠”

우유 면 생리대 만드는 남자, 한나패드 장영민 대표

남자 친구가 내민 예쁘게 포장된 선물을 풀어 보는 여성. 파란 꽃무늬의 면 생리대가 들어 있다. 생리통이 심한 자신의 고통을 덜어 주기 위해 고심하던 남자 친구가 사 준 생리대를 받아들고,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여성.

생리대 만드는 회사 ‘한나패드’의 장영민 대표(26세)가 요즘 구상하고 있는 광고다. 그는 1년여 연구 끝에 우유 단백질을 이용한 면 생리대를 개발, 지난해 5월 회사를 창업한 남자 대학생이다. 남자가 여성 생리대에 관심을 기울이다 사업으로까지 발전시켰다는 게 색다르다. 그는 그러나 “생리는 부끄러워하거나 감춰야 할 대상이 아닙니다. 여성의 생리에까지 관심을 갖는 남자야말로 사랑받을 만한 남자라는 컨셉트로 광고를 만들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그가 이 일을 시작하게 된 것도 생리통으로 고생하는 여자 친구 때문이었다. 여자 친구는 생리 때면 통증이 심해 일상생활을 하기 힘들 정도였다. 대신 아파 줄 수도 없고 안타까워하던 그는 여성의 생리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생리통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식이요법, 한방요법 등 갖가지 방법을 뒤지던 그는 일회용 생리대가 여자 몸에 좋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러다 찾아낸 게 캐나다에서 수입한 면 생리대였다. 비싼 가격에도 잘 팔리는 것을 보고 그는‘내가 직접 만들어 보면 어떨까?’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며 행정고시를 준비하던 그는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이라는 데 매력을 느꼈다. 시장조사를 해 봤더니 우리나라 일회용 생리대 시장의 연간 매출액이 3,000억원에 달했다. 면 생리대는 최근의 환경보호, 웰빙 문화와도 맞아떨어져 ‘블루 오션’으로 시장을 개척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러나 생리대 회사를 시작한다는 게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니었다. 여학생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하거나 친구들과 함께 사업을 하자고 제안했다가 “변태 아니냐”는 소리를 수없이 들었다.

그는 그러나 물러서지 않았다. 도서관에서 섬유 관련 책을 탐독하고, 면 생리대에 적절한 원단을 찾기 위해 동대문 시장을 수없이 돌아 다녔다. 산부인과 교수를 찾아가 자문을 구했더니 “우리나라 여성들이 일회용 생리대를 쓰면서 생리통이나 자궁근종 등 각종 산부인과 질환이 늘었다”고 했다. 미국 환경학회 자료에 의하면 한 여성이 일생 사용하는 일회용 생리대가 평균 1만 1,300개. 일회용 생리대가 썩는 데는 100년 이상이 걸려 환경 문제도 심각했다. 그는 여성친화적일 뿐 아니라 환경친화적인 면 생리대를 만드는 일에 더욱 확신을 가지고 연구에 박차를 가했다.

그러다 찾아낸 것이 우유 단백질에서 뽑아낸 원사와 초극세사를 이용한 ‘우유 면 생리대’였다. 인체의 피부 단백질과 유사해 자극이 거의 없고, 흡수력과 항균성이 모두 월등했다. 뽀송뽀송하고 쾌적한 느낌이 계속된다는 게 장점. 이 생리대로 실용신안을 획득한 그는 창업을 결심했다.

문제는 아들이 고시공부하는 줄로만 알고 있던 부모님을 설득하는 일. 옷장에 몰래 원단을 숨겨 놓고 생리대 샘플을 만들던 그는 어느 날 아버지한테 두툼한 사업계획서를 내밀었다. 아버지는 의외로 선선히 찬성하면서 사업자금으로 200만 원을 내놓았다.

장영민 대표는 직접 도안하고 재봉질해 샘플을 만든다.
지난해 5월 창업한 후 ‘한나패드’는 직접 사용해 본 소비자들의 입소문을 타고 마니아층을 형성해 가고 있다. 사용 후 빨아서 다시 사용할 수 있으니 일회용보다 오히려 경제적이라고 한다. 싸이월드에 ‘한나패드 사랑’동호회까지 생겼는데, “한나패드를 사용한 후 생리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 불쾌했던 생리 기간이 즐거워졌다”는 이야기들이 많이 올라온다.

장영민 씨는 창업 후 가장 어려웠던 게 자신이 남자라는 사실이었다고 한다.

“직접 사용할 수 없으니 답답했죠. 착용감을 알아보기 위해 하루는 일회용 생리대, 다음날은 우리 제품을 번갈아 해 본 적도 있어요.”

장영민 씨의 일을 도와주다 아예 입사를 한 한나패드 생산개발부 조영은 씨(38세)는 자신보다 10여 년 어린 학생 사장의 열정 때문에 회사를 옮기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재봉틀로 생리대 샘플을 만들 때였어요. 바늘에 찔렸는지 장 사장 손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는 거예요. 그런데 닦을 생각도 않고 쳐다보고 있더라고요. 얼른 닦아 주려고 했더니 ‘생리대의 흡수력을 점검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하더군요.”

장영민 씨는 중학교에 다닐 때까지 아버지가 세탁소를 운영해 재봉질에 익숙해 있었다. 재봉틀을 이용해 생리대 샘플을 만드는 데 어려움이 없었던 것. 요리에도 일가견이 있어 대학 1학년 때는 포장마차에서 닭 꼬치를 만들어 파는 아르바이트로 학비를 벌기도 했다. ‘면 생리대’에서 자신이 꼭 해야 할 일을 찾았다는 그는 누굴 만나든 “여성들의 건강을 위해서나 환경 문제를 생각해서 면 생리대 사용이 확산되어야 한다”고 설득한다. 올봄 대학을 졸업하는 그는 숭실대 벤처대학원 경영학과에 진학해 사업가에게 필요한 내공을 쌓을 계획이다. ■
  • 2006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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