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의 세계

남자 간호사

간호사 국가시험 합격률은 96.4%

글·사진 : 서경리 기자

자료제공 : 대한간호사협회
이동근 씨(왼쪽)와 이동환 씨.
대한민국에서 남자 간호사가 탄생한 지 55년 만에 그 수가 1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해에는 간호사 국가시험에서 전체의 10%를 넘었다. 2004년 처음으로 남자 합격자 비율이 1%를 넘어선 이후 13년 만에 처음으로 두 자릿수 합격률을 기록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남자 간호사는 1936년 서울위생병원(지금의 삼육서울병원) 간호원양성소에서 처음 배출된 이후 1961년까지 22명이 양성됐다. 당시에는 여성만이 면허를 받을 수 있어 간호사로 인정받지 못했다. 1962년 조상문(81) 씨가 우리나라에서 남자로는 처음으로 간호사 면허를 받았다.

남자 간호사는 응급실이나 수술실 등 전문 간호 영역에서 역할이 두드러진다. 일은 고되지만, 간호사로서의 직업의식이나 연봉 수준이 높은 편이라 최근 취업난을 겪는 청년들에게 주목받는 직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간호사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먼저 대학 또는 전문대학의 간호대학, 간호학부, 간호학과, 간호과를 졸업해야 한다. 현재 서울 15개 대학을 포함한 전국 교육기관 204곳에 간호 관련 학과가 있다. 정규 과정을 이수한 다음에는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에서 시행하는 간호사 국가고시에 응시해 면허증을 취득해야 간호사로 활동할 수 있다. 지난해 간호사국가시험에는 2만여 명이 응시했으며, 이 중 96.4%가 합격했다.


대부분 간호사는 병원이나 의원 등에서 환자의 치료와 진료를 돕는데, 간호사 면허증만 있으면 병원 이외의 다양한 분야로도 진출할 수 있다. 간호사 면허를 가지고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면 전국 보건소와 보건지소, 농어촌 지역의 보건진료소,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간호직 또는 보건직 공무원으로 근무할 수 있다. 또 간호대학에서 교직과목을 이수하고 교원 임용고시에 합격하면 학교에서 보건교사로 활동할 수 있다.

국군병원의 간호장교가 되거나 기업의 건강관리실에서 근로자의 건강관리와 보건교육을 담당하는 일을 맡을 수도 있다. 이 외에도 산후조리원, 요양원, 복지관 등에서 활동하거나, 보험회사나 의료기기업체, 의료정보회사 등으로도 폭넓게 진출할 수 있다. 간호사의 해외 취업도 활발한 추세다. 외국어 실력을 갖추고 해당 국가의 면허증을 취득하면 미국이나 호주, 캐나다 등지에서 간호사로 활동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인구 1000명당 활동 간호 인력 수가 5.2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9.1명에 비해 부족한 수준이다. 간호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앞으로 간호사의 수요는 지속해서 늘어날 전망이다.



인터뷰 | 형제 간호사 이동근·동환

“생명을 다루는 전문인으로서 사명과 책임감 느껴”

어려서부터 형제는 교직에 몸담은 아버지를 따라 초등학교 선생님을 꿈꿨다. 맞벌이로 늘 집을 비우는 부모님을 대신해 형제를 키운 건 시장에서 나물을 팔던 할머니였다. 할머니가 시장에 나갈 때마다 형제는 물건을 나르거나 정리하는 일을 도우면서도 불평 한 번 한 적이 없었다. 그런 할머니가 노환으로 쓰러지자 형제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간호를 도맡아 했다. 대학 진학을 앞두고 형은 고민 끝에 교대 진학을 포기하고 할머니를 위해 간호사가 되기로 한다. 그런 형을 뒤따라 동생도 같은 길을 택했다. 형제 간호사 이동근(32)·동환(26) 씨 이야기다.

“할머니는 오랫동안 시장에서 일하다 보니 몸이 많이 쇠약해졌고, 나중에는 알츠하이머까지 앓았습니다. 혼자서는 거동이 불편해 화장실을 가기 힘들 정도였죠. 학교에서 돌아오면 동생과 제가 할머니의 대소변을 치우거나 목욕시키는 일을 도왔습니다. 비록 할머니는 병환을 못 이기고 작년에 돌아가셨지만, 우리 형제를 아끼는 마음으로 지금까지 길을 이끌어주셨다고 생각합니다.”

이동근 씨는 올해로 7년 차 간호사다. 울산대학교 간호학과를 졸업하고, 학교와 연계된 서울의 대형 종합병원에 취직해 수술실 마취전담 간호사로 근무하고 있다. 간호사는 일반적으로 병동 간호사와 특수부서 간호사로 나뉜다. 특수부서 안에는 중환자실과 응급실, 외래진료, 수술실, 회복실 등이 있는데, 체력이 좋은 남자 간호사들이 주로 이쪽 일을 맡는다.

“요즘 전체적인 간호의 방향이 통합간호로 바뀌고 있어요. 간병인이나 보호자가 하던 일을 간호사가 맡아서 좀 더 전문적으로 돌볼 수 있도록 하는 거죠. 상대적으로 힘이 센 남자 간호사는 통합간호 체제에서 환자를 돌보는 데 필요한 부분이 많습니다. 욕창을 관리하려 해도 환자의 몸을 뒤집을 때 남자 간호사가 유리하죠. 물론 여자 간호사는 섬세하다는 면에서 장점이 있습니다. 간호사로서 남녀 모두가 필요한 거죠.”

간호학과 재학 시절부터 간호사로 일하는 지금까지 그의 주변에서 남자는 보기 드문 존재였다.

“학교 다닐 때 남자는 저 혼자였어요. 우리 학년이 총 40명이었는데 그중 제가 유일한 남자였습니다. 200명이 넘는 전체 학과생 중에서 남자 학우가 10명이 안 될 정도였으니 외로웠죠. 의학용어도 어렵고 실습이 힘든 데다 여자 학우들이 워낙 공부를 잘해 경쟁하기가 힘들었어요.”

간호사는 여자의 직업이라는 편견도 그를 힘들게 했다.

“왜 간호사가 되려고 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아요. 그럴 때마다 저는 여성스러우면서도 섬세한 제 성격과 잘 맞는다고 말합니다.”

간호사라는 직업을 향한 그의 자긍심은 동생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형이 할머니를 정성으로 보살피는 모습을 보면서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할머니가 항상 누워 계시다 보니 욕창이 심했는데, 형이 전문적인 손길로 돌봐주니 할머니가 편안해하셨어요. 그 모습을 보고 저도 형을 따라 간호사의 길을 가야겠다는 확신이 섰습니다.”

동생 동환 씨는 경상대 간호학과를 졸업하고 올해 2월부터 형이 다니는 병원에 간호사로 첫발을 디딘다. 형제가 남자 간호사로, 한 병원에서 근무하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

“동생이 저를 따라 간호사가 된다고 했을 때 제 직업을 인정해준다는 생각에 뿌듯했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이 됐어요. 이 길이 쉽지 않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동환 씨는 학교에서 실습 기간 중 남자 간호사가 겪는 어려움을 처음 느꼈다고 한다.

“실습 기간이었는데, 남자 학생이라서 산부인과 병동에서 출입을 거부당한 적이 있어요. 같은 간호사라도 남자는 싫다는 거죠. 마음이 상한 채로 다른 병동으로 옮겼는데, 그곳에서 한 어르신이 거동을 못해 쩔쩔 매며 남자 간호사를 찾는 거예요. 제가 나서서 도와드렸더니 퇴원하는 순간까지도 내 손을 붙잡고 고맙다고 인사하셨어요.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생각에 뿌듯했습니다.”

항상 앞서 걷는 형의 입장에서 동생을 바라보는 그의 어깨는 책임감으로 무겁다.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감정에 휘둘릴 때가 있어요. 동생에게 항상 긍정적으로 바라보자고 말하고 싶어요. 어딜 가나 힘든 건 매한가지죠. 우리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보람된 일을 하고 있다는 자긍심을 가지고, 항상 건강한 기운으로 환자를 대하도록, 간호사로 처음 선서할 때의 초심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동근 씨는 지난 2014년 같은 부서 동갑내기 간호사 안지원 씨와 결혼했다. 부부가 함께 같은 일을 하기에 서로 말은 안 해도 많은 부분에서 의지하며 서로 원동력이 된다.

“병원에 있다 보면 힘든 일이 많아요. 환자 중에는 간혹 무조건 ‘희생’만을 바라는 이들도 있죠. 우리는 자원봉사자가 아닌 전문 의료인입니다. 물론 간호라는 일 자체가 온전히 베풀어주는 행위예요. 남에게 이득을 취하기 위함이 아니라 베풂으로써 얻는 게 더 많은 일이죠. 또 병원을 찾는 이들을 단순한 환자로 보지 않고 아픈 이웃을 돕는다는 마음으로, 제 할머니를 돌본다는 마음으로 간호하고 있습니다. 생명을 다루는 전문인으로서 사명과 책임감을 느끼며 일에 임하고 있습니다.”
  • 2018년 03월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보내기
  • 목록
  • 프린트
나도 한마디는 로그인 후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2건의 글이 있습니다. 작성일순 | 찬성순 | 반대순
  ㄱㅅㄷㄱ   ( 2018-07-01 ) 찬성 : 3 반대 : 3
합격률 높은 직업 더 없나요?
  ㄴㄷㄴ   ( 2018-05-21 ) 찬성 : 14 반대 : 12
ㅗㅗㅗㅗㅗ 남간 눈치 재기해서 같이 일하고싶지가 않음ㅜ

더 볼만한 기사

10개더보기
상호 :㈜조선뉴스프레스 / 등록번호 : 서울, 자00349 / 등록일자 : 2011년 7월 25일 / 제호 : 톱클래스 뉴스서비스 / 발행인 : ㈜조선뉴스프레스 이동한
편집인 : 이동한 / 발행소 : 서울시 마포구 상암산로 34, 13층(상암동, 디지털큐브빌딩) Tel : 02)724-6875 / 발행일자 : 2017년 3월 29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민희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5-서울마포-0073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4-81-59006
Copyright ⓒ topclas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조선뉴스프레스 | 광고안내 | 기사제보 | 독자센터 | 개인정보 취급방침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