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기업 ‘모어댄’ 최이현 대표

“폐차에서 수거한 가죽으로 만든 가방, 멋지지 않나요?”

글 : 이선주 객원기자  / 사진 : 김선아 

방탄소년단 랩몬스터(김남준)가 유럽 여행을 하면서 메고 있는 모습이 SNS에 공개되면서 화제가 된 가방이 있다. 폐차에서 나온 가죽을 업사이클링해서 만든 가방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역시 개념 아이돌’이라는 칭찬을 받았다.

이 가방을 만든 ‘모어댄’의 최이현 대표를 업사이클링 문화공간인 서울 성동구 자동차시장길 새활용플라자에서 만났다. ‘모어댄’이 ‘컨티뉴(continew)’란 브랜드로 만든 가방과 지갑을 보니 폐차 가죽으로 만들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단순하지만 세련된 디자인이 돋보이는 질 좋은 제품으로만 보였다.

“자동차 시트에 씌우는 가죽은 명품 브랜드에서 사용하는 가죽보다 단가가 훨씬 높습니다. 여름의 고온과 습기, 겨울의 냉기, 수많은 마찰을 모두 견디면서 40년은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하니까요. 하지만 오래 되지 않아 폐차되는 차들도 많잖아요? 폐차에서 나온 가죽은 환경호르몬 때문에 태울 수도 없고 전부 매립해야 합니다. 뒷좌석이나 등 부분은 새 가죽처럼 멀쩡한데도 그냥 버려지죠. 자동차 매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기자동차, 수소자동차가 개발되었지만 이 문제는 이제까지 주목받지 못했죠.”

그는 영국 리즈대학 대학원에서 ‘한국 자동차회사의 지속가능한 사회적 책임’을 주제로 석사학위를 쓸 때 이 문제를 지적하면서 대안을 제시했다. 그는 ‘개인적인 경험 때문에도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2006년 한 해 동안 영국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어학연수를 했어요. 동네를 지나가다 중고물품이 쌓여 있는 곳이 눈에 들어왔는데, 알고 보니 비영리단체인 ‘옥스팜’이 운영하는 가게였어요. 쓰지 않는 물건을 기부받아 손본 후 판매해 구호기금을 마련한다는 아이디어가 참 좋아보였습니다. 그때 ‘영국에서 공부해보고 싶다’고 마음먹었고, 2008년 영국으로 유학 가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전공했습니다. 2009년 5월 5일에는 BMW의 소형차 ‘미니’를 중고로 헐값에 마련했어요. 학업과 일을 병행하며 쉼 없이 달려온 자신에게 주는 어린이날 선물이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주차해놓았던 미니가 뺑소니 사고로 파손되어 폐차해야만 했어요. 너무 아쉬워 자동차 시트의 가죽커버를 벗겨 집으로 가져왔습니다. 친구들이 그것을 보고 ‘가죽이 너무 좋다’, ‘가방으로 만들어도 좋겠다’고 하는 거예요. 그때부터 자동차 시트커버의 재활용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유명 브랜드보다 2배 매출 올리는 매장도


그는 석사논문에서 “매립되고 있는 폐차의 가죽을 자동차 회사가 가방이나 지갑으로 만들어 재활용하면 사회적 책임을 지면서 소비자와 소통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그는 대학원 졸업 후 박사과정에 진학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경험도 없이 이론만 제시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회의가 들었고, ‘이 아이디어를 내가 직접 실현해봐야겠다’고 결심했다.

폐차에서 나온 가죽은 가방의 몸통으로, 안전벨트는 끈으로 사용하면 좋을 것 같았다. 2013년 봄 한국에 돌아온 그는 곧바로 동대문시장의 가방 제조업체를 찾아가 가방 샘플을 만들어달라고 했다. 그리고 수백 군데 폐차장을 돌면서 가죽을 모으기 시작했다.

샘플을 만들어 보니 담배와 방향제 냄새 등 가죽시트에 밴 냄새가 문제였다. 물 세척으로 냄새를 제거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해보고, 건조 과정에서 가죽이 뻣뻣해지는 문제도 해결해야 했다. 결국 방법을 찾아냈다. 그는 2015년 6월 5일 환경의 날에 맞춰 회사를 설립하고, 부지런히 창업경진대회에 나갔다.

정부 지원을 받는 청년창업사관학교에 들어가고, SK이노베이션 사회적기업 육성팀에 선정되고, 아시아소셜벤처대회에서 대상, KPU 창업경진대회에서 대상, 창업오디션 프로그램 ‘도전! K-스타트업 2016’에서 우수상을 받고, 세계소셜벤처대회에서 결승까지 진출했다. 그는 “청년창업사관학교에서 회계, 법률, 특허에 대한 교육을 받고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했던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2016년 2월에는 카카오 메이커스를 통해 처음으로 제품을 선보였다. 가방은 사흘, 지갑은 두 시간 만에 다 팔렸다.

“시장성을 확인했으니 대량생산 체제를 갖춰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야 질 좋은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할 수 있으니까요. 그때그때 가죽을 구해서 제작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서 가죽을 색깔, 크기, 패턴별로 보관해두고 안정적으로 재료를 공급하는 체계도 만들었습니다. 저희 회사가 유명해지면서 요즘은 자동차 시트를 만드는 과정에서 버려지는 자투리 가죽도 공급받고 있습니다. 자투리이긴 하지만 새 가죽과 다름없죠. 우리도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가죽 조각이 생기더라고요. 그대로 버릴 수는 없어 분쇄한 후 라텍스를 섞어 재생 가죽을 만듭니다.”

자투리 가죽을 잇대어 만들어야 하는 재료의 한계 때문에 오히려 독특한 디자인의 가방이 탄생했다. 그는 “폐기되던 가죽을 재활용하지만 디자인과 품질은 명품 못지않게 만들고 싶었습니다. 얼마 쓰지 않고 버리는 패스트 패션 브랜드가 아니라 오래오래 애용하는 브랜드가 되고 싶으니까요”라고 말한다. 그래서 명품 브랜드에서 20년 가까이 일했던 분들에게 상품 기획과 디자인을 맡기고, 수십 년간 명품 브랜드 제품을 만들어온 장인들에게 제작을 맡긴다.

제품 가격은 2만~3만 원대의 카드지갑이나 쇼퍼백부터 10만~30만 원대의 백팩이나 토트백까지 다양하다. 2016년 9월 정식 출시한 후 웹사이트뿐 아니라 교보문고 핫트랙스와 백화점 등 11군데에서 숍인숍 형태로 판매하고 있고, 2017년 9월에는 고양 스타필드에 입점했다.

가까이에 자리 잡은 유명 가방 브랜드의 매장보다 두 배의 매출을 올린다고 한다. 외국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다. 미국의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인 킥스타터를 통해 15개국의 사람들이 구매했고, 바이어들을 통해 프랑스, 독일, 룩셈부르크, 그리스, 스페인, 영국 등에서 판매되고 있다. 미국의 전기자동차 업체 태슬라와 폭스바겐 저팬과 함께 미국과 일본에서 전시회를 열었고, 자동차 업체들이 판촉용으로 대량 주문하기도 한다.


과정에서도 사회적 가치 추구


“우리나라에서는 ‘재활용 제품이 왜 이렇게 비싸냐?’고 하는 분들도 있지만, 외국의 반응은 다릅니다. 정말 노력을 많이 했다면서 더 비싼 가격에 팔아야 한다고 하죠.”

컨티뉴가 이제까지 출시한 제품은 60여 종이다. 지난해 여름에는 에어백으로 만든 가방도 선보였다. 가볍고 시원한 느낌의 에어백이 여름 가방의 소재로 어울린다고 판단해서다. 에어백은 폭발가스의 충격을 견뎌낼 정도로 질기고 방수도 되는 특수 소재인 데다 하늘색, 연분홍, 회색 등 색감도 다양하다. 새로운 제품을 내놓으면 1주일 만에 품절될 때가 많아 이들 상품을 재생산하기 바쁘다고 한다.

“경력단절 여성이나 북한이탈 주민 등 다른 곳에서 일하기 어려운 분들에게 먼저 일자리를 주려고 합니다. 육아 때문에 일을 포기했던 분들이 아이를 키우면서 일할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하죠. 상품 기획이나 디자인 담당은 재택근무를 할 수 있게 하고, 매장 직원은 일하고 싶은 시간을 선택하게 했습니다. 그분들의 경륜과 열정 덕분에 빠르게 자리 잡은 것 같습니다.”

‘모어댄’이 사업 목적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도 사회적 가치를 추구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윤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우선하면서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까? ‘모어댄’이 그 길을 향해 가고 있다.
  • 2018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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