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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이여 저항하라, 도전하라 그리고 철학하라”

섬진강인문학교 교장 최진석

글·사진 : 서경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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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은 피 끓는 존재입니다. 기존 세상과는 불화를 빚을 수밖에 없지요. 자기들이 만든 세상이 아니므로 편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요, 청년이란 기존의 가치를 불편하게 바라봐야 합니다.”
청바지에 흰색 티셔츠와 스포츠머리. 예순을 바라보는 철학자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교수의 스타일이다. 철학박사라는 딱딱함보다는 왠지 멋스럽고 편안하다. 청바지가 저항과 관련이 있듯 그의 말에는 문화 코드를 짚는 맥락이 분명해 보인다. 기존 시스템에 대한 저항이랄까, 사회에 대한 또 다른 모색이랄까.

“요즘의 청년들은 기존의 것들과 불화를 빚는 동물적인 투쟁심이 사라지지 않았나 싶군요. 오히려 순종하지 않나, 기존의 시스템 안으로 들어가지 못해 안달하지 않느냐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항상 청년들을 보면 도전하라고 말합니다.”

최진석 교수는 “인간이 신으로부터 이탈한 최초의 사건이 ‘철학’”이라고 말한다. “과거에는 신이 인간 삶의 의미와 존재의 근거를 제사장을 통해 정해줬지만, 인간 존재 이유를 스스로 만든 것이 바로 철학이며, 이것은 최초로 인간이 신으로부터 독립한 사건”이라고 했다.


오랫동안 대학 강단에서 존재의 물음을 던져온 그가 최근 더 많은 이들과 철학을 나누기 위해 섬진강인문학교 교장으로 초청됐다. 그는 흔쾌히 섬진강으로 왔다. 모든 게 재능기부다. 생각을 함께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어찌 돈을 받겠느냐는 것이다. 그는 순수하게 학교를 찾는 이들과 삶의 방식을 공유할 것을 선택했다. 더불어 사는 것이야말로 더 나은 삶으로 가는 것이라 느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섬진강인문학교는 중앙과 지역이라는 교육 및 인문의 불균형 격차를 줄이는 시작이다.

“우리는 자신이 별이라는 것을 알고 살아야 합니다. 자기 안에 있는 별의 이름을 지어주는 것이 인문학이죠. 내가 별이 되는 것입니다. 사람이 길을 잃으면 별을 보고 길을 찾습니다. 인문학은 자신이 별이 되어 인생의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별은 다른 말로 표현하면 꿈입니다. 꿈은 별, 즉 인생의 지표인 것이죠. 인문학을 배운 사람은 별이 됩니다. 바깥에 있는 별을 우러러보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별이 되어 사람들을 이끌어 가는 선지자가 돼야 합니다. 여러분 모두가 별이 되어 만납시다.”

섬진강인문학교 교장을 맡은 최교수가 이 지역 초등학생에서 남긴 말이다. 이 진지함은 곧 교육과 지식이라는 근본적인 물음을 갖게 한다. 그는 지식인은 비판하는 사람이 아니라 걱정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자기에게 필요한 것을 찾는 사람이 아니라, 시대가 앓는 병을 자기 병인 양 알아주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식은 문제를 해결한 결과다. 아이들에게 지식을 전달한다는 것은 잘못될 수도 있는 미래를 치료하고 해결하겠다는 의미라고 할 수 있다.

“지식은 윤리적입니다. 기본적으로 지식은 치유와 관련되어 있어요. 문제와 병은 내가 발견했지만, 다른 사람들 모두에게 해당한다는 데서 공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식인은 공적이고 윤리적인 사람이어야 하지요. 진정한 지식인은 단순한 처방이 아니라 문제점을 발견해 헌신하고 해결하는 사람입니다.”


탯줄로 돌아가서 새로운 질문을 해야 할 때


그는 단순한 주입식 독서에 대해서도 일침을 놓는다. “평생 책을 읽기만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데, 이는 다른 사람이 써놓은 생각을 읽는 것”이라고 했다. 단순히 수용하는 데서 그쳐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자신을 위해 지식을 흡수하고 언젠가는 표현해야 한다는 것. 읽기, 듣기, 배우기가 단순한 수용의 단계가 아니라, 내 안에서 정면으로 표현되어야 한다고 했다.

“수용하는 행동이 습관화되면 계속 읽기만 합니다. 남 뒤꽁무니만 따라다니는 게 습관이 되지요. 읽는다는 사건 안에는 ‘읽기’와 ‘쓰기’가 중첩되어 있어요. 읽으면서 쓰는 행위가 그 안에 들어 있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듣는 게 습관이 되면 평생 말 못 하고 듣기만 합니다. 배우는 행위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최진석 교수는 “과학, 수학, 미술, 화학, 물리, 역사 등 다양한 학문의 탯줄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는 새로운 지식에 대한 국면들이 계속 생겨나는데 이것을 수학자는 수학으로만 설명하고 과학자는 과학으로 설명한다”고 했다. 수용하는 사람들도 이들의 설명 그대로 받아들일 게 아니라 가진 재능에 따라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설명하면 된다는 거다.

“모든 학문의 탯줄이 있는 고향으로 돌아가서 생명력, 즉 ‘탯줄의 비린내’를 맡아야 합니다. 모든 학문의 태어난 목적에 대해 질문하는 시간을 가져야 하고요. 그래야만 철학이 무엇인지, 과학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비린내’가 사라진 학문은 정형화되고 형식화된 학문이 되고 맙니다. 더 이상 새롭지 않지요. 그 안에 우리를 구겨 넣는 것은 새롭지 않다는 말입니다. 학문 안에서 자기 삶의 승리를 도모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이들의 승리를 수용하는 것으로 끝난다는 것입니다. 자신만의 생각, 그게 바로 ‘최초의 시도’입니다.”


그렇다면 청년들 사이에서 빠른 정보가 오가면서 쌍방향 소통을 이루고 있는 SNS에 대한 생각은 어떠할까. 최근 SNS는 표현의 창구로서 다양한 관심사를 보여주고 정치적 소신도 뚜렷하게 발산되고 있다. 혹시 지금이 바로 ‘철학해야 할 때’가 아닐까. 최진석 교수는 “근본적으로 SNS에서 떠드는 내용은 철학적인 사고 없이 내뱉는 경박하거나 과거의 잔재, 찌꺼기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스스로 생산한 게 아니라 과거의 이념 안에서 도는 현상이라는 것. 새로운 어젠다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안타까움이 서려 있다.

“우리는 탯줄로 돌아가서 새로운 질문을 해야 합니다. 근원으로 돌아가서 질문할 때, 그때 진정한 내가 표현될 수 있어요.”

편안한 차림이 스티브 잡스 같다는 말에 그가 껄껄 웃었다.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삶 자체가 중요한 것이지 외향은 중요하지 않다는 뜻일까. 최진석 교수가 던진 마지막 말이 내내 이명처럼 귀에 남는다.

“남 따라서 사는 것은 이제 그만하세요. 남 따라서 여기까지 왔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자고요. 지금 배가 불렀다고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단계에 와 있다고 착각하지 맙시다. 해보는 겁니다. 그 첫 시작이 철학입니다.”
  • 2017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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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건의 글이 있습니다. 작성일순 | 찬성순 | 반대순
   김기환   ( 2017-09-01 ) 찬성 : 4 반대 : 3
최진석교수님을 존경하는 팬 입니다.
 교수님의 인문학 강의를 처음 EBS 교육 방송에서 보고는 최진석교수님의 촌철살인의 강의에 매혹되어 인터넷에서 늘 찾아 다닙니다.사랑합니다.교수님.
   이문호   ( 2017-08-27 ) 찬성 : 2 반대 : 1
와우, 부라보 교수님~**
 영차,
 섬진강인문학교 사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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