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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규의 젠더 사이언스

조선판 스캔들, 아내가 장가를 들다

디지털 세상의 특징 중 하나는 참과 거짓의 경계가 분명하다는 점이다. 전통적인 컴퓨터는 오직 참(1)이나 거짓(0)으로 이루어진 것만 인식한다. 거기엔 참도 되고 거짓도 되는 것이 존재할 수 없다. 마치 남자 아니면 여자라는 두 가지의 성(性)만이 존재하듯이….

그런데 남녀가 일곱 살만 되어도 한자리에 같이 앉지 못할 만큼 남녀를 엄격하게 구별했던 조선시대에 해괴한 사건이 벌어졌다. 1548년(명종 3년) 11월 18일 함경 감사는 혼자 결정하기엔 너무 곤란한 일을 당해 명종에게 장계를 올렸다.

그에 따르면 “길주 사람 임성구지는 음양이 모두 갖추어져 지아비에게 시집도 가고 아내에게 장가도 들었으니 매우 해괴합니다”라고 되어 있다. 이 장계의 전후 사정을 간추리면 대략 다음과 같다.

함경도 길주에 사는 임성구지는 어릴 때부터 생식기 구조가 좀 특이했지만 여자로 자랐다. 그러다 혼기가 되어 남자에게 시집을 갔다. 하지만 첫날밤 그녀의 몸을 본 남편은 혼비백산하고 말았다. 새색시의 은밀한 부위에 생각지도 못한 남성의 성기가 달려 있었던 것.

그길로 당장 시집에서 내쳐진 임성구지는 갈 곳이 없어 떠돌다가 남장을 한 후 남자 행세를 하게 된다. 그러다 마음이 맞는 여자를 만나 장가를 들었다. 하지만 그의 이중 행각은 얼마 가지 않아 들통이 났고, 관청에 끌려온 임성구지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라 고민에 빠진 함경 감사가 조정에 장계를 올린 것이다.

말하자면 임성구지는 남성과 여성의 특징을 모두 가진 반(半)음양 인간이었다. 이 같은 양성인간을 의학에서는 ‘허마프로다이트(Hermaphrodite)’라고 한다. 이 용어는 그리스로마신화 속의 ‘헤르마프로디토스’에서 유래했다.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헤르메스와 바람을 피워 낳은 헤르마프로디토스는 원래 남자였으나 호수의 요정 살마키스의 유혹을 받는다. 그는 유혹을 뿌리쳤으나 뒤따라온 살마키스에 이끌려 호수로 들어가게 된다. 헤르마프로디토스를 움직이지 못하게 꼭 껴안은 살마키스는 그와 영원히 떨어지지 않게 해달라고 신에게 기도를 올린다. 그러자 잠시 후 둘의 육체가 정말로 하나가 돼 남성의 몸과 여성의 몸을 모두 갖추게 되었다.

자웅동체형의 반음양 인간은 크게 진성반음양과 가성반음양으로 분류된다. 임성구지처럼 난소와 정소를 모두 가지고 있어 남자와 여자의 기능이 모두 가능한 경우가 진성반음양이다.

진성반음양인 중에는 난소와 정소의 조직이 하나로 합쳐진 난정소를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다. 또한 난정소가 신체의 한쪽에 자리 잡고, 난소 혹은 정소가 신체의 다른 한쪽에 자리 잡은 특별한 경우도 있다.

난소와 정소를 모두 지닌 진성반음양인이 배란과 월경을 하게 되면 그 월경 액체가 페니스를 통해 방출되기도 한다. 하지만 정소를 갖춘 진성반음양인이라 해도 대개는 정자를 생산하지 못하므로 아버지가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러나 난소가 난자를 생산하는 것은 가능해 어머니가 될 수는 있다. 따라서 임성구지가 처음에 여성으로 길러져 지아비에게 시집을 먼저 간 것은 어떻게 보면 반음양인으로서 최선의 선택이었던 셈이다.

이에 비해 가성반음양은 한쪽 성의 성선(性腺)만을 가진 경우를 일컫는다. 즉, 난소를 가지고 있지만 외부 생식기가 남성에 가까우면 여성가성반음양이며, 정소를 가지고 있지만 외부 생식기가 여성에 가까우면 남성가성반음양이다. 여기에 거짓이라는 뜻을 지닌 ‘가성’이 붙은 것은 생식기의 한쪽은 기능을 못하는 가짜이기 때문이다.


헤르마프로디토스의 신화 덕분인지 몰라도 고대 그리스에서는 여성과 남성의 특징을 모두 가진 반음양인을 ‘완벽한 인간’으로 칭송하며 많은 사회적 혜택을 부여했다. 인디언들 역시 반음양인을 두 가지 영혼을 지닌 사람으로 보며 특별하게 대우했다. 150여 개 이상의 인디언 부족에 존재했던 ‘베르다셰’가 바로 그런 사례다.

생물학적으로 남성인 베르다셰들은 화장을 하고 남성과 여성의 의상이 혼합된 옷을 입은 채 남자를 배우자로 취했다. 인디언들은 여성적 역할을 하는 이 남성들을 경외의 대상으로 삼아 존중했으며, 이들은 마을 가운데 움막을 짓고 살았다.

하지만 임성구지에 대한 명종의 생각은 이와 정반대였다. 법문의 어느 조목에도 나와 있지 않은 사례 때문에 판결을 내리기 쉽지 않았던 명종은 고민 끝에 임성구지를 귀양 보내기로 했다.

즉, 그윽하고 외진 곳에 따로 두고 왕래를 금지하여 사람들 사이에 섞여 살지 못하게 한 것이다.

임성구지의 사례에 대해 현대인들은 얼핏 트랜스젠더를 떠올릴지 모른다. 하지만 트랜스젠더는 반음양인과 다르다. 트랜스젠더는 남성이나 여성의 신체를 지니고 태어났지만 자신을 반대 성의 사람이라 여기고 원래의 성별을 바꾸거나 정신적으로 다른 성을 추구하는 이들을 일컫는다.

트랜스젠더의 경우 유명인들의 커밍아웃 등으로 인해 요즘은 차별이 많이 없어지는 추세다. 태국에서는 남성 트랜스젠더들도 군대에 갈 수 있다. 성기까지 전면 수술을 받은 경우는 안 되지만 가슴 확대 수술을 한 남성의 경우는 징집 대상에 포함된다.

호주에서는 여권 성별난에 트랜스젠더를 뜻하는 ‘X’라는 또 하나의 성별 표시난이 추가됐다. 자신의 진짜 성과 다른 외모로 출입국 때 겪어왔던 트랜스젠더들의 불편을 없애자는 인권적인 조치다.

하지만 트랜스젠더에 비해 반음양인에 대한 사회적 배려는 아직 성숙하지 않은 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가성반음양증으로 치료를 받는 이가 매년 200명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발표된 연구 논문에 따르면 2000~1만 명당 1명씩 반음양인이 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다행히 독일에서는 출생증명서에 남성도 여성도 아닌 ‘제3의 성’을 기록할 수 있게끔 법을 바꾸었다고 한다. 남자 아니면 여자라는 성의 흑백 논리를 깨부순 것이다.

사실 임성구지가 조선왕조실록에 이름이 기록된 것은 삶에 대한 그의 열정 덕분이었다. 그 당시 사회 분위기상 자신의 신체에 이상이 있음을 알면서도 남성과의 결혼을 감행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그는 시집에서 쫓겨난 후에도 절망하지 않고 나머지 한쪽 성의 장점을 살려 여자와 결혼해 가정을 꾸렸다.

그럼에도 임성구지는 요물 취급을 받아 외진 곳에서 사람들과의 왕래가 금지된 채 여생을 외롭게 보내야 했다. 하지만 긍정적이고 치열했던 삶의 성향을 고려할 때 그는 그곳에서도 분명 마지막까지 충실한 삶을 영위했을 것이다. 이제는 제3의 성도 떳떳이 출생부에 기록할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임성구지는 과연 어떤 표정을 지을까.
  • 2017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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