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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의 세계

‘건강하게 잘 먹기’는 어린 시절 교육에 달려 있다

푸듀케이터 시대를 연 푸드포체인지 노민영 대표

‘푸듀케이터’란 푸드(Food, 음식)와 에듀케이터(Educator, 교육자)를 합친 말이다.
고른 영양 섭취 외에도 음식과 관련된 다양한 분야를 교육한다. 미취학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기존 주부 대상의 ‘식생활 개선 교육’과 다르고, 단순히 음식의 영양성분이나 칼로리만을 다루지 않는다는 점에서 영양사와도 차별된다. 이 새로운 길을 개척한 사람은 푸드포체인지의 노민영 대표. 그는 푸듀케이터라는 이름을 직접 만들고, 직업으로 안착시켰다.

사진제공 : 푸드포체인지
‘건강하게, 잘 먹기’는 전 인류의 관심사다. 특히 바른 식습관 형성을 위해서는 어린 시절 교육이 중요하다는 인식에 따라 현재 나라마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학교 식당 개선 운동’ ‘신선 과일·채소 먹기 운동’ 등을 통해 학기 중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무상으로 제공한다.

유럽연합 국가들도 ‘학교 과일 계획’ 프로그램을 운영해 학생들에게 다양한 과일과 채소를 간식으로 제공하는가 하면 학교 텃밭 교육과 지역 특산물에 대한 교육도 병행한다. 농장 체험 및 학부모 교육 등을 제공하기도 한다.

캐나다에서는 ‘그로잉 셰프(Growing Chef)’라는 이름으로 이러한 교육에 관심 있는 요리사들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한다. 요리사들이 실제 학교를 방문해 아이들과 함께 음식을 만들고, 교구재를 활용한 게임 등을 통해 식재료에 대한 이해와 로컬푸드의 중요성 등을 강조한다.


정규 교육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이러한 조기 식생활 교육은 일찍부터 건강한 식문화에 관심을 갖게 할 뿐만 아니라 지역 농산물 소비, 환경 보존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노민영 대표가 푸듀케이터를 만든 배경이기도 하다.

“대학에서는 통계학을 전공했지만 음식에 관심이 많아서 외식사업체에서 일했어요. 그러다 이탈리아 미식과학대학으로 유학을 떠났죠. 미식과학대학은 국제슬로푸드연맹이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음식문화를 전파할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만든 학교입니다. 그 곳에서 공부하며 음식을 사회학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게 되었어요. 그중 인상 깊었던 것이 바로 식문화 운동이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이런 교육을 받아야 건강한 소비자로 성장하게 된다는 믿음으로 어린이들의 식생활 교육에 많은 지원을 하고 있더라고요. 우리에게도 꼭 필요한 교육이라고 생각했어요.”

공부를 마치고 돌아와 슬로푸드 관련 일을 하던 그는 2012년 비영리 사단법인 ‘푸드포체인지(Food for Change)’를 만들었다. 몇몇 사회적기업 지원 프로그램에 응모해 입상한 덕분에 창업은 어렵지 않았다. 마침 ‘바른 먹거리 캠페인’을 계획하고 있던 식품업체 풀무원이 함께할 사회적기업을 찾고 있던 터라 일감을 얻는 데도 큰 어려움이 없었다. 그렇게 푸듀케이터로서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지금까지 연평균 1000회 정도의 교육을 진행했다. 지금은 푸드포체인지 소속으로 활동하는 푸듀케이터만도 30여 명에 이르고, 직원 수도 5명으로 늘었다. 각급 학교에서의 교육은 무료로 진행된다. 푸듀케이터의 급여는 이러한 교육의 필요성과 취지에 공감한 기업들의 후원금으로 지급된다.


음식에 관심 있고, 아이들과의 활동 좋아하는 사람에게 적합


푸듀케이터가 되려면 5주간 진행되는 총 55시간의 양성 과정을 수료해야 한다. 이 과정을 마치면 푸듀케이터 자격검정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푸듀케이터가 되기 위해 반드시 식품 관련 학과를 졸업할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음식 문제에 대해서는 관심이 많아야 해요. 아이들과 함께하는 일이라 교육자로서의 기본 자질과 교수법에 대한 이해도 필요합니다.”

푸듀케이터는 여러 가지 놀이활동을 통해 피망·브로콜리·당근 등 아이들이 싫어하는 채소를 먹게 하기도 하고, 영양 성분이나 우리 지역에서 나는 농산물, 공정무역 음식 등 음식을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할 다양한 내용을 알려준다.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보드게임 등의 교구재가 동원되고, 동화나 노래·율동도 곁들인다. ‘토마토가 어디서 왔느냐’고 물으면 ‘시장 혹은 마트’라고 답하는 아이들을 위해 텃밭 교육도 한다. 일부 초등학교 옥상에 텃밭을 만들어 재배 과정을 관찰하게 하는가 하면, 수확한 채소로 함께 음식을 만들기도 한다.

그는 “자연스럽게 놀이를 통해 접근하기 때문에 기대 이상의 효과를 얻을 때가 많다”며 “게임을 하면서 그동안 쳐다보지도 않던 채소들을 먹을 때, 그리고 이를 지켜보던 부모가 기뻐하는 모습을 볼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어릴 때 형성된 습관이나 입맛은 평생 갑니다. 성인들은 교육을 한다 해도 오래 걸리거나 바뀌기 어렵지만 어린이들은 변화의 여지가 많아요. 교육 효과도 그만큼 높습니다. 개인과 사회에 도움이 되는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은 앞으로 더 높아질 것이고, 푸듀케이터의 수요도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내 첫 푸듀케이터로서 그가 꿈꾸는 것은 ‘음식을 통한 점진적이고 거대한 변화’다.

그는 영국을 예로 들며, “2004년에 유명한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가 질 낮은 학교급식 문제를 제기했고, 사회 전체가 이에 공감해 함께 개선 노력을 기울인 덕분에 지금은 학교 식당에 감자튀김, 피자 대신 샐러드 바가 생겼다”며, “처음에는 아이들이 ‘맛없다’고 거부했지만 꾸준한 교육과 캠페인을 통해 ‘올바른 음식’을 중시하는 인식이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창업 5년째, 그는 조금씩 그 꿈에 다가가고 있다. 푸듀케이터에 대해 부쩍 높아진 관심과 푸드포체인지의 가파른 성장세가 그 증거다. 교육을 통해 바른 식문화를 전파하는 일, 그는 지금 스스로 만든 그 길 위에서 묵묵히 자신의 임무를 수행 중이다. ‘교육사업은 당장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미래를 위해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는 사명감을 안고.
  • 2017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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