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떠오르는 CEO (79) 지용챵(籍勇强) 상하이텐지기계유한공사

자동차 그릴로 중국 온라인시장 장악하다

중국에서는 ‘빼빼로데이’를 ‘꽝꾼지에’라고 부른다. 중국의 빼빼로데이에는 특이한 점이 있다. 짝이 없는 싱글들은 외로움을 달래며 꽝꾼지에 기념 세일을 하는 온라인 쇼핑몰에 접속한다. 11월 11일 0시 1분, 무려 1000만 명의 네티즌이 ‘타오바오’라는 중국의 유명 C2C 온라인 쇼핑몰에 접속했다. 그날 새벽시간에는 타오바오에 접속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필자의 회사 동료도 꽝꾼지에 세일 제품을 사느라 잠을 설쳤다고 했다. 꽝꾼지에 당일 타오바오의 매출액은 191억 위안, 우리 돈으로 3조438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타오바오의 꽝꾼지에 매출은 2011년보다 세 배 넘게 늘었다. 꽝꾼지에는 솔로를 위한 날이라기보다 온라인 쇼핑몰들이 대박 나는 그들의 잔칫날이 됐다.

전 세계 유통의 메카이자 온라인 쇼핑의 천국인 미국도 아직 온라인 쇼핑이 오프라인 쇼핑을 보완하는 수준이지만, 중국에서는 온라인 쇼핑이 주류로 부상하는 건 시간문제로 보인다. 아직까지는 중국의 온라인 쇼핑 매출액이 전체 소비재 매출의 4%에 불과하지만 2015년이면 9%까지 늘 것으로 예상된다. 불경기일수록 실속 있는 온라인시장으로 몰리기 때문이다.

자동차 장식용품으로 타오바오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기업이 상하이텐지기계유한공사(上海天籍機械有限公司)다. 자동차 앞면에 부착하는 창살모양 그릴(Grille)을 생산하는 상하이텐지기계유한공사는 ‘Viogi’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하다. 그릴은 공기량 조절을 위해 출구부에 설치하는 것으로, 차를 그럴듯하게 보이는 데 큰 역할을 하는 장식용품이기도 하다. ‘Viogi’를 창업한 지용챵(籍勇强) 사장은 2005년 대학원을 졸업하자마자 온라인사이트에 자동차 장식용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점포를 열었다. 창업 이듬해인 2006년에는 외국으로부터 수출 오더를 받으면서 수출을 시작했다.

“2008년 전까지는 OEM 오더가 워낙 많았기 때문에 자체 브랜드를 개발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어요. 그런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상황이 많이 바뀌었죠. OEM 공장의 자체 브랜드 개발을 원치 않던 바이어들도 본인들이 예전과 같은 오더를 보장해주지 못하니까 자체 브랜드 개발을 권하더라고요. 알아서 살길을 찾으라는 입장으로 바뀐 거예 요. 처음에는 혼란스러웠지만 지금은 오히려 잘되었다고 생각합니다. OEM에 묶여 있으면 언제든 한계를 맞게 되죠. 외부 환경변화에 좌지우지되고요.”

현재 ‘Viogi’ 제품의 절반은 해외에서, 나머지 절반은 중국에서 판매된다. 올해는 중국 자동차 경기가 불황이다 보니 국내 매출이 예년에 비해 저조하다. 일반적으로 새 차를 사서 인테리어를 멋들어지게 하려는 사람들이 그릴을 많이 찾는데, 올해는 중국내 신차 출시가 적어 그릴 매출도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Viogi’ 제품은 차 공장으로 공급되기보다는 대부분 소비자를 대상으로 자동차 A/S마켓에서 직접 판매된다. 그렇다 보니 전체 매출의 90%는 온라인시장에서 발생하고, 오프라인 매장의 매출비중은 전체의 10%에 불과하다.


‘Viogi’는 외국의 유명 자동차 브랜드의 웬만한 그릴은 거의 다 만든다. 상하이GM, 베이징현대 등의 그릴도 구비하고 있다. 아직까지 중국 토종 자동차 브랜드 관련 그릴은 적은 편이다. 중국 토종 자동차는 생산대수가 적어서 그릴 수요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막 사업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자동차 A/S시장에서 그릴을 찾는 소비자가 많을 것이라는 확신이 없었어요. 가장 전통적이고 저부가가치 제품으로 보이는 차량용 그릴을 고부가가치화하는 것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죠. 그러기 위해서는 개성 있는 디자인이 무엇보다 중요했죠. 일반 소비자가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통해 개별구매를 많이 해요. 소비자도 손쉽게 장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야 했어요.”

‘Viogi’의 제품은 손재주가 없는 사람도 손쉽게 탈착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래도 장착을 어려워하거나 장착방법을 이해하지 못하는 소비자를 위해 설명서를 만화로 만들어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Viogi’가 판매하는 그릴은 국내외 모델을 합쳐 1500종가량 된다. 대부분 온라인을 통해 판매하기 때문에 ‘Viogi’ 제품에 대한 홍보도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을 위주로 한다. 지 사장은 앞으로 독일이나 호주와 같이 차량 A/S 수요가 많으면서도 온라인이 발달한 지역을 적극적으로 개척할 계획이다.

“‘Viogi’ 제품이 승산 있는 국가의 조건은 단순해요. 인건비가 낮고 물류가 잘 갖춰져 있고 온라인이 발달한 지역이에요. 원가를 고려한다면 멕시코로 공장을 이전해도 좋을 것 같지만 멕시코는 온라인 인프라가 낙후되어 있기 때문에 진출하기에는 이르죠.”


자동차 A/S마켓에서 그릴이 인기를 끌기 시작한 지는 몇 년 되지 않았다. 신생업종이지만 불경기일수록 빛을 발한다. 주머니 사정이 안 좋다 보니 차를 바꾸지 않는 대신 차량 장식에 투자하는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국에는 아직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있는 자동차 그릴 기업이 없다.

“자동차 A/S시장이 무르익으려면 중국의 차량 보급률이 더 늘어야 해요. 맥킨지 컨설팅은 2020년 중국의 자동차 보급률이 15%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아직은 보급률이 매우 낮죠. 전체 인구의 12% 정도만 운전면허를 갖고 있으니까요. 미국만 해도 자동차 면허 보유자가 전체 인구의 69%인데 비해 중국은 턱없이 낮은 수준이에요. 하지만 그만큼 발전 가능성이 무한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중국인들이 자동차 장식에 투자하는 비용은 미국인에 비해 턱없이 적다. 미국의 경우, 자동차 개조시장 규모는 100억 달러에 달하고 개조에 필요한 부품과 액세서리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다. A/S센터에 가서 개조할 때도 있지만 부품이나 액세서리를 사서 스스로 개조하는 경우가 많다. 요즘에는 중국의 젊은 층도 차량을 많이 개조하는 편이다. 비싼 차를 살 능력이 안 되다 보니까 다소 저렴한 차를 구입해 약간 바꾸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전자상거래 시장에서의 수출입은 오프라인보다 간단하고 편리해요. 물류만 제대로 갖춰져 있으면 중간 유통업체를 거치지 않고 생산기업과 소비자가 만날 수 있기도 하고요. 국경을 초월해서 온라인에 접속하는 모든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무척 매력적인 일이에요. 자동차 기업을 대상으로 그릴 납품을 협의 중인데 자동차 기업으로 그릴을 납품한다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는 않아요. 거래방식이 무척 폐쇄적이거든요. 개성 있는 디자인과 탈착을 편리하게 해 옷을 갈아입히듯 그릴을 바꿀 수 있다는 경쟁력을 내세워 공략할 예정입니다.”

지 사장의 목표는 중국을 넘어 다른 지역 온라인시장에서도 최고의 판매 기업이 되는 것이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오히려 자체 브랜드 개발의 필요성을 절감한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다는 그가 앞으로 무한히 커질 자동차 A/S시장에서 종횡무진할 날이 기대된다.
글쓴이 김명신님은 KOTRA 상하이무역관 차장이며, 중국통상전략연구센터 연구위원으로 KOTRA 중국직무전문가를 역임했다. 이화여자대학교, 한국외대 중국학(중국경제) 석사를 거쳐 중국 런민(人民)대학에서 경영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중국 거시경제, 지역경제, 기업관리, 마케팅에 조예가 깊으며, 저서로는 《중국 CEO, 세계를 경영하다》(서돌), 《중국 비즈니스 로드맵》(KOTRA), 《중국 성시별 비즈니스 기회와 진출 전략》(KOTRA) 등 8권이 있다.
  • 2013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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