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ay's pick

magazine 인기기사

topp 인기기사

daily 인기기사

일본 최고의 장인 (78) 곤도 노부유키(近藤宣之) (주)일본레이저 대표

‘일본에서 가장 소중한 기업 1위’ 만든 비결은?

“회사는 누구의 것인가. 사원의 것이자 고객의 것입니다. 저는 사장으로서 사원이 만족하는 회사를 만들기 위해 경영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결과적으로 고객의 만족으로 이어진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제1회 ‘일본에서 가장 소중히 여겨야 할 기업’ 대상 중소기업 부문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한 일본레이저의 홈페이지에 소개된 곤도 노부유키(近藤宣之) 사장의 경영철학이다. 무엇이 일본레이저를 ‘일본에서 가장 소중한 기업’으로 만들었을까.

일본레이저는 일본에 레이저를 처음으로 소개한 레이저 산업의 선구적인 기업이다. 직원 60명의 중소기업이지만, 매출액 40억 엔으로 1인당 매출액이 6700만 엔 초우량 기업이다.

3년 연속 적자로 1억8000만 엔의 채무초과 상태에 빠진 1990년대 초반, 거품경제 붕괴와 세계경제 악화로 사면초가에 빠져 ‘도산’ 선고만을 기다리던 기업에 흑기사로 나타난 이가 바로 낙하산 사장 곤도 노부유키였다. 1994년 모회사인 일본전자(주)에서 경영재건을 명받고, 말 그대로 낙하산을 타고 내려온 것이다. 100% 모기업 출자였던 일본레이저는 부장급 이상 인사에서부터 사원 여행에 이르기까지 모기업의 승인을 받아야 했다.

그는 취임 후 2년째에 적자를 흑자로 전환했다. 취임 2년 만인 1996년에는 누적 채무를 모두 해소했다. 성장도 눈부셨다. 1998년에 20억 엔을 달성한 데 이어, 2005년 30억 엔, 2010년 40억 엔으로 초고속 성장을 이룩했다. 이후 19년 연속 흑자 결산을 지속하는 초우량 기업으로 성장했다. 20여 년간 하향곡선을 그었던 일본 경제를 비웃기라도 하듯 고속성장을 이룩해낸 비결을 그에게 물었다.

“합리와 비합리를 융합한, 진화한 일본적 경영입니다. 합리는 디지털이고 비합리는 아날로그입니다. 경영의 요소는 사람·상품·돈·정보라고 하지요. 그런데 일본기업은 이 4요소를 평면 4각형에 두고 같은 선상에서 봤습니다. 그런데 저는 피라미드 같은 입체 삼각형의 위 꼭짓점에 인간을 두고 밑 3각의 꼭짓점에 상품, 돈, 정보를 두고 있습니다.”

일본기업이 경영을 재건한답시고 정리해고를 하는 실태를 간접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저는 사장 취임 후 사원들에게 무슨 일이 있어도 ‘해고’는 없을 것이라고 천명했고, 그 약속을 지켜 재건에 성공했습니다.”

다른 기업과는 정반대의 선택을 한 것이다. 취임 초기 사원들의 의욕은 바닥이었고, 설상가상으로 기존 임원들은 거래처를 들고 독립해 나갔다. 게다가 사원들 사이에서는 ‘그가 회사가 망해도 돌아갈 곳이 있는 낙하산 사장이니 적당히 하다가 본사로 돌아가겠지’라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곤도 사장은 자신과 임원들의 월급과 보너스를 삭감하면서 사원들의 고용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사원을 지켜주는 사장이라는 믿음이 싹트면서 사원들은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흑자로 반전되자 이번에는 새로운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그가 경영재건에 성공했으니 개선장군이 되어 본사로 돌아가 경영진에 합류할 것이라는 소문이었다. 그는 불신감을 해소하기 위해 중대한 결단을 내렸다. 6년간 재임했던 본사의 이사직을 사임하고, 마지막까지 일본레이저와 함께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퇴로를 차단한 것이지요. 사원들에게 보이기 위해서만은 아니었어요. 저에 대한 다짐이기도 했지요.”

사원들의 마음이 돌아오자 이번에는 조직개혁을 단행했다. 그동안 수주액이나 매출액의 성과제도를 버리고 이익중심의 경상이익으로 평가지표를 전환했다. 그 결과 수주액을 늘리기 위해 관행처럼 이루어지던 할인판매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제품을 제값에 팔아야 모두가 행복해진다는 것을 인식시키고 경영기반을 다지기 위해서였습니다.”

이어 인사제도, 승급제도, 승진제도, 보너스, 기초능력수당, 퇴직금 등의 제도개혁을 단행했다. 매년 제도를 개선하고 있는데, 독창성과 독특함에 베테랑 노무사도 혀를 내두를 정도다. 그의 ‘진화한 일본식 경영’ 은 아날로그적인 평가항목을 수치화하고, 디지털적인 수치에는 아날로그적인 항목을 가미해 끈끈한 온정이 넘치는 성과주의를 실현하는 것이다. “모든 제도는 일하는 사람이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는 ‘진화한 일본식 경영’의 핵심동력은 ‘능력주의’ ‘업적주의’ ‘이념주의’를 축으로 한 인사제도다.


능력주의를 예로 보면, ‘실무능력’과 ‘기초능력’의 2가지 측면에서 능력을 평가하는데, 기초능력은 ‘영어력’과 ‘IT기능’, 그리고 ‘성격’이라는 항목이 들어 있다. ‘성격’은 ‘대인대응능력’을 말한다. 이 ‘대인대응능력’을 5단계로 평가해 디지털화했다. 영업직에서부터 관리직에 이르기까지 전 사원에게 적용된다. 아침에 출근해 상사가 먼저 인사를 하는 것도 대인대응능력의 평가 대상이 된다. 또 하나 특징적인 것은 ‘지지자가 많은지의 여부’다. 신뢰감이 있고 진실하며 먼저 상대방을 돕고 실천하는 사원은 사내외에 지지자가 많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아날로그적인 요소를 5단계로 나누어 인사고과 항목으로 정해 디지털화했다.

반면 수치로 확실히 나타나는 성과에 대해서는 아날로그적인 기준을 가미해 평가한다. 수주액 가운데 경상이익의 3%를 해당자에게 성과급으로 지급하는데, 이 3%를 개인과 부서의 공헌도에 따라 공정하게 배분한다. 평가 대상은 매달 500~600건에 달하는데 대부분 당사자 간의 협의로 결정하며 사장이 직접 심사하는 것은 5~6건이다. 슈퍼엘리트 중심의 개인이 아니라 팀 중심의 성과주의를 표방하는 상징적인 성과평가다.

또 ‘사원의 성장이 곧 기업의 성장’이라는 슬로건 하에 사원과 같이 성장하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제도를 마련했다. 먼저 사원을 채용할 때는 학력, 성별, 국적, 연령, 근속연수를 묻지 않는다. 여성의 비율이 3분의 1에 달하고, 여성 관리직도 6명으로 일본기업 평균의 3배나 된다. 토익 성취도에 따라 수당을 지급하기도 한다. 500점에는 5000엔, 600점 이상에는 1만 엔, 700점 이상에는 1만5000엔, 800점 이상에는 2만 엔, 900점 이상에는 2만5000엔을 지불한다. 500점 이상자와 900점 이상자의 수당이 연간 30만 엔이나 차이가 난다. 현재 900점 이상자가 10%, 800점 이상자가 25%나 된다.

진화한 일본식 경영의 결정적인 요소는 ‘생애고용’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동안 일본적 경영하면 ‘종신고용’이 대명사로서 회자되었다. 하지만 이 종신고용 시스템은 이미 과거의 유물이 되었다. 그런데 일본레이저는 정년은 60세이지만, 정년 후 희망하면 70세까지 재고용해 평생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앞으로 정년을 80세로 늘려갈 생각이란다.

“사원들과 함께 성장하기 위해서는 강한 기업을 만들어야 합니다. 불황에도 이길 수 있는 기업, 어떤 경영환경에서도 흑자결산을 지속할 수 있는 기업이어야 합니다. 그렇지 못하면 사원이 주인이 되는 기업, 사원에게 따뜻한 기업이 될 수 없습니다.”

그는 이른바 잘나가는 샐러리맨이었다. 게이오대학 공학부를 졸업하고 모회사인 일본전자(주)에 입사했다. 당시 일본전자는 제2의 소니, 혼다라고 불렸다. 노동운동이 한창이던 1972년 28세에 노조 집행위원장에 취임해, 1983년까지 11년간 일했다. 그 후 종합기획실 차장, 미국법인 총지배인, 이사 등을 거쳐 장래 일본전자의 사장으로 점쳐졌던 인물이었다. 그는 노조시절 조합원 한 사람 한 사람을 직접 면접해 정리해고를 하는 쓰라린 경험을 했고, 미국법인 시절에는 두 번이나 정리해고 등을 통해 기업을 재생시켰다. 그때마다 그는 ‘경영이 어려워진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를 생각했다.

“경영자들은 불황의 원인을 외부 요인으로 돌리는데 진짜 이유는 내부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지요. 사원을 희생시키면서 경영을 재건해야 한다면 경영진은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일본레이저에는 노조가 없다. 만들자는 사람도 없고, 만들 필요성을 느끼는 사람도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사장이자 노조위원장입니다. 노조가 없기 때문에 사장인 내가 스스로 사원들의 고용유지와 복지향상을 실현해야 합니다. 기업의 주인이 사원이 되기 위해서는 사장이 노조위원장이어야 합니다.”
글쓴이 염동호님은 경희대를 졸업하고 일본 호세이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호세이대 겸임연구원으로 《아시아의 금융위기와 시스템 개혁》(일본서적・편저), 《괴짜 경제학》을 썼다.
  • 2012년 12월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보내기
  • 목록
  • 프린트
나도 한마디
이름      비밀번호  
스팸방지 [필수입력] 그림의 영문, 숫자를 입력하세요.

더 볼만한 기사

10개더보기
상호 : ㈜조선뉴스프레스 / 등록번호 : 서울, 자00349 / 등록일자 : 2011년 7월 25일 / 제호 : 톱클래스 뉴스서비스 / 발행인 : ㈜조선뉴스프레스 이동한
편집인 : 이동한 / 발행소 : 서울시 마포구 상암산로 34, 13층(상암동, 디지털큐브빌딩) Tel : 02)724-6875(독자팀) / 발행일자 : 2017년 3월 29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민희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5-서울마포-0073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4-81-59006
Copyright ⓒ topclas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조선뉴스프레스 | 광고안내 | 기사제보 | 독자센터 | 개인정보 취급방침 | 인터넷신문윤리강령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위원회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