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떠오르는 CEO (78) 후씽민(胡興民) 메트로중국 총경리

세계 3대 하이퍼마켓 메트로

상하이 시내 베이전루(北眞路)를 한참 달리다 보면 노란색과 파란색이 어우러진 메트로(METRO) 간판을 마주하게 된다. 멀리에서도 한눈에 들어오는 간판을 머리에 얹은 메트로 매장을 볼 때마다 저 안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 꼭 한번 가봐야겠다고 벼르곤 했었다. 메트로는 매장을 코스트코(Costco)처럼 회원제로 운영하기 때문에 회원카드가 없으면 구경조차 하기 어렵다. 메트로의 주요 고객은 개인이 아니라 호텔, 기업, 학교 등 단체다. 그렇다 보니 객당 판매수량이나 구매액이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매장과는 비교가 안 될 만큼 크다. 메트로는 매장 안에 손님이 북적거리는 것을 반기지 않는다. 단체고객은 북적거리는 것보다 한산한 분위기에서 쇼핑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메트로는 입장 고객과 나가는 고객을 조절했다. 그런데 이제는 메트로가 들고 나는 고객수를 체크하지 않아도 되는 방법을 찾았다. 바로 온라인 마켓이다.

전 세계 3대 하이퍼마켓인 메트로가 중국에서 온라인 영업을 시작하자 각계의 이목이 쏠렸다. 업계에서는 과거 온라인 판매를 병행했던 소매할인유통매장의 예를 들어가며 전통적인 오프라인 유통이 온라인 유통을 병행하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한편에서는 메트로의 오프라인 매장이 커버하지 못하는 지역을 온라인 마켓이 채워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보였다. 메트로가 온라인 영업을 시작한 지 5개월여가 흘렀다. 무한 확장되는 중국 유통시장에서 도약이냐, 좌절이냐의 갈림길에 선 메트로 온라인 영업을 위해 전격 영입된 인물이 바로 후씽민(胡興民) 총경리다. 후 총경리는 메트로 온라인 영업 총괄사장이다.

메트로 중국본부는 베이전루 메트로 매장 바로 옆에 있었다. 족히 70~80m는 될 것 같은 긴 복도를 지나자 온라인사업본부가 보였다. 환한 웃음을 보이며 필자를 맞는 후씽민 총경리의 첫인상에서 IT 전문가다운 민첩함과 영민함이 느껴졌다. 후 총경리는 대만사람이다. 대만 자오퉁대학에서 컴퓨터를 전공하고 같은 대학에서 MBA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중국에서 가장 학문적이라고 소문난 난징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학구파이기도 하다. 후 총경리는 그간 인텔, 이베이, 피앤지, Newegg 등을 두루 거쳤다.

“중국에는 1997년에 왔어요. 베이징·상하이에 살면서 중국 소비자 소비행태와 구매체험을 이해할 수 있었어요. 이것을 토대로 전자상거래 모델을 구상했죠. 메트로에 오기 전에는 진광(金光)APP그룹이 운영하는 따워잔(大貨棧) 전자상거래 사이트의 총경리로 있었어요. 그전에는 Newegg의 중국 부총재로 있었고요.”

불경기여서 기업들이 대부분 고전하고 있지만, 끄떡없이 성장을 이어가는 것이 바로 전자상거래다. 불경기일수록 비용을 줄이기 위해 사람들은 온라인시장에 모여든다. 전자상거래는 지리적으로도 중국에 딱 들어맞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영토가 넓은 중국시장을 오프라인 매장이 전부 소화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것을 해결하는 플랫폼 역할을 온라인 마켓이 하는 것이다.

중국의 전자상거래시장은 2000년을 기점으로 태동했다. 2000년대 들어 전통적인 기업들이 전자상거래시장에 진입했고, 중국에서 9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자랑하는 타오바오와 같은 오픈마켓도 나타났다. 전자상거래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것은 2006년, 2007년부터다. 하지만 여전히 중국의 전자상거래가 자국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다른 나라에 비해 낮다. 대만의 경우 전체 GDP의 10%를 전자상거래가 차지하고, 미국은 20%에 달한다. 중국은 이제 겨우 4.5% 수준이다.

“2015년 중국의 전자상거래 규모가 미국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있습니다. 중국에는 네티즌이 5억 명이나 있어요. 중국 네티즌의 약 3분의 1이 전자상거래를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중국 전체 전자상거래의 3분의 1은 베이징·상하이·광저우 등 대도시가 차지하지만 물류가 무척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어 다른 지역의 전자상거래 여건도 급속도로 개선되고 있습니다.”

그가 Newegg 중국 부총재로 있을 당시 Newegg의 매출액이 1년 만에 1억5000만 위안에서 10억 위안으로 늘어나는 것을 보면서 후 총경리 역시 중국 전자상거래시장이 얼마나 폭발적으로 성장하는지 실감했다. 알리바바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이렇다 할 B2B 온라인 마켓이 없는 상황에서 외국계 하이퍼마켓인 메트로가 중국기업을 대상으로 B2B 전자상거래 영업을 시작한 것에 대해 후 총경리는 매우 유망한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가 지난달에 콜라를 몇 박스나 판매했는지 아세요? 7000박스예요. 메트로의 객당 판매는 일반적인 유통 소매기업의 판매 규모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큽니다. 메트로 오프라인 유통매장이 없는 지역에서는 온라인 매장이 불편함을 채워주고 있어요. 기업고객은 큰 물량을 배송까지 받으며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죠. 호텔, 기업, 학교가 주요 고객군인데, 우리가 판매하는 제품은 직원복지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춘제, 라오둥제, 궈칭제 등 연휴 전후로는 선물용품의 수요가 매우 높아요.”

중국 선물산업연구원의 발표에 따르면, 중국의 선물용품 수요는 7684억 위안(한화 130조원 상당)에 달한다. 이 중에서 개인선물 수요가 5055억 위안, 단체선물 수요가 2629억 위안으로 어마어마하다. 5년 전만 해도 부동산과 연관이 있는 소형 가전제품, 주방용품이 인기 선물용품이었는데 최근에는 전자책 리더기, 태블릿 PC 등이 인기가 많다. 중국에서 유명한 전자책 브랜드인 한왕제품을 찾는 사람의 60%는 선물하기 위해서라는 얘기도 있다.

메트로는 현재 중국 39개 성시에 54개 점포를 갖고 있다. 메트로 자체 조사에 따르면, 목표고객의 60% 이상이 온라인 구매경험이 있고, 이 중에서 기업과 기관고객이 86%에 달한다. 수요가 매우 높지만 그간 B2B 소비재 전용 온라인 마켓이 없었기 때문에 단체고객은 주로 오프라인 매장을 이용하거나 B2C 매장을 이용했다. 이 틈새시장을 메트로가 치고 들어간 것이다.

메트로 중국매장은 수입품의 판매비중이 높다. 전체 매출에서 중국산이 60%, 외국산이 30%를 차지한다. 메트로 자체 상품의 판매비중도 10%가량 된다. 전체 수입품 중에서 절반이 독일산이고, 한국산은 유자차와 과자 몇 종류에 불과하다. 중국기업들에게 과연 수입품 수요가 얼마나 있을지 궁금했다.

“중국의 대학생 3, 4학년이나 대학을 막 졸업한 연령대는 수입품을 무척 선호합니다. 수입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매우 높아요. 막 사회에 진출한 1990년대생들이 경제력을 갖추고 사회의 주력 소비층이 되면 소비시장에서 수입품이 차지하는 비중도 현재와는 판이하게 달라질 거예요. 특히 이 세대들은 수입 화장품에 관심이 많답니다.”

후 총경리도 한국 브랜드 화장품, 그중에서도 약국용 화장품에 관심이 많다. 어떤 한국제품에 관심이 있느냐고 묻자, “어떤 것이든지 좋다”며 웃는다. 한국제품에 대한 전반적인 신뢰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메트로 온라인 마켓이 막 문을 열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신규 제품이 들어갈 수 있는 여건이 양호한 편이다. 인터뷰 내내 온라인을 활용한 다양한 사업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며 후 총경리가 참 아이디어가 풍부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기업을 위해서도 앞으로 함께 모색해볼 만한 분야가 많을 것 같다.
글쓴이 김명신님은 KOTRA 상하이무역관 차장이며, 중국통상전략연구센터 연구위원으로 KOTRA 중국직무전문가를 역임했다. 이화여자대학교, 한국외대 중국학(중국경제) 석사를 거쳐 중국 런민(人民)대학에서 경영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중국 거시경제, 지역경제, 기업관리, 마케팅에 조예가 깊으며, 저서로는 《중국 CEO, 세계를 경영하다》(서돌), 《중국 비즈니스 로드맵》(KOTRA), 《중국 성시별 비즈니스 기회와 진출 전략》(KOTRA) 등 8권이 있다.
  • 2012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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