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떠오르는 CEO (76) 천런이(陳仁毅) 춘자이중궈 이사장

중국 전통가구를 현대적 감성으로 재해석하다

“중국의 우아함과 서양의 우아함에는 큰 차이가 있어요. 중국 전통가구를 잘 살펴보세요. 쉴 때 사용하는 의자만 봐도 중국의 전통의자는 전혀 편하게 생기지 않았어요. 90도에 가깝게 직각으로 앉아 있어야 하고 의자바닥도 무척 딱딱하죠. 황금빛이 감도는 푹신한 느낌의 서양가구와는 천양지차예요. 중국의 전통적인 우아함에는 절제미가 있었습니다. 중국인의 전통적인 생활은 예를 매우 중요시했어요. 하지만 지난 200년간 우리는 중국적 특색을 너무나도 많이 잃어버렸습니다.”

중국가구가 중국적 특색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하는 사람은 바로 ‘춘자이중궈(春在中國)’의 CEO 천런이(陳仁毅) 이사장이다. 천 이사장은 중국 전통가구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신개념 가구기업 ‘춘자이중궈(春在中國)’를 창업했다. 창업한 지 10여 년이 지난 현재, 춘자이중궈는 업계에서 알아주는 전통가구 기업으로 통한다.

천이사장은 대만에서 태어났다. 대만인인 그가 어떻게 중국에서 살게 되었는지, 중국가구가 중국적 특색을 찾아야 한다고 부르짖게 되었는지 궁금했다.

“중국이 대만에 개방을 시작할 즈음인 1987년 중국으로 여행을 왔어요. 대만의 문화적 뿌리는 대륙에 있기 때문에 대만인 중에는 중국문화를 동경하는 사람이 많아요. 여행하면서 산, 성벽, 고궁을 보며 느낀 문화적 감성에 대한 기억이 지금도 뚜렷하게 남아 있어요. 중국에 발을 딛는 순간, ‘아! 여기에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대만에 돌아가 몇 년간 사업을 하다가 다시 중국으로 와서 광둥성에 가구공장을 세웠어요. 1990년대 초 대부분의 기업이 그랬듯이 저도 외국가구를 OEM 생산했습니다. 10년이 지나니까 인건비와 원자재 비용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계속 박리다매로 경영할 것인지, 자체 브랜드를 개발해 새로운 도약을 모색할 것인지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오더군요. 자체 브랜드를 만들기로 결정하고 1990년대 말부터 차근차근 준비하다가 2003, 2004년쯤 자체 브랜드 가구, 가정용 인테리어 소품, 선물용품 등을 내놓기 시작했어요. 이때부터 거점을 광둥에서 상하이로 옮겼고요.”

자체 브랜드를 론칭하고 매출이 많이 늘었느냐는 질문에 그는 “산업은 돈을 버는 것이지만 문화는 돈을 쓰는 것”이라며 웃었다. 하지만 그가 자체 브랜드 제품을 내놓은 지 몇 년 만에 ‘춘자이중궈’는 업계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신중국식 디자인 품격을 갖춘 가구 브랜드 두 개사 중 하나가 ‘춘자이중궈’라고 보도한 것만 봐도 그렇다. 창의성을 찾지 못한 중국 전통가구 업계가 치열한 경쟁에 서로 벤치마킹을 거듭하면서 점차 동질화되는 반면, 그의 가구는 문화적인 시대감성을 잘 드러내고 있어 여느 전통가구와 차별화된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생애 대부분을 예술과 함께했다. 대학에서는 발레를 전공했다. 부유한 집안의 육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그는 문화적 소양이 높은 분위기에서 자랐는데, 그런 분위기가 그를 자연스럽게 무용계로 이끌었다. 대만 초창기 무용계의 대표적인 남성 무용가로 꼽히는 두 명 중 한 명이 바로 천 이사장이다. 천 이사장은 대학 졸업 후 발레단에 들어가 6, 7년간 세계 각지를 돌며 공연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무용가가 실력을 발휘할 만한 환경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고 나이 문제도 있어 결국 무용계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사업가로 변신한 이후에도 그는 줄곧 예술관련 일을 하고 싶어 했다. 어릴 적부터 유물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던 그는 골동품 수집이 취미다.

“대만에 7000년 된 유적지가 있어요. 제가 열 살 때 그곳에서 우연히 도자기 조각을 발견했었어요. 얼마나 가슴이 떨리고 벅찼는지, 그때 느꼈던 흥분을 지금도 잊을 수 없어요.”

1998년 그가 대만에서 처음 시작한 사업이 바로 중국 예술품을 취급하는 일이었다. 서화·도자기·칠기·가구·조각 등 골동품을 거래했는데 당시 상당히 큰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춘자이중궈’가 만드는 제품은 단순한 전통가구가 아닌 현대 중국의 품격을 갖춘 창의적인 가구다. 천 이사장은 “현재 중국에서 유통되는 전통가구는 고대 어느 특정 시기에 유행한 제품을 모방한 것이 대부분으로 현대인의 감성을 반영한 창의적인 제품은 찾아보기 드물다”며 안타까워했다.

‘춘자이중궈’가 중국 특색을 갖춘 창의적인 가구로 이름을 날리면서 2006년 대만 고궁 80주년 기념행사에서 현대 감성에 맞게 전통가구를 재해석한 창의적인 문화제품으로 ‘춘자이중궈’ 제품이 소개됐다. 당초 대만 고궁 측 관계자가 행사를 앞두고 1년 전부터 행사에 소개될 제품을 공급할 기업을 찾았으나 중국의 과거 감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으면서도 공예기술이 정교한 기업을 대만에서는 도저히 찾을 수 없었다. 대만의 전통가구 기업들이 대부분 해외로 공장을 이전했기 때문이었다. 대만 고궁 측이 결국 대만이 아닌 중국에서 수소문해 낙점된 기업이 ‘춘자이중궈’다.

춘자이중궈 제품은 호텔과 회의소, 관광명소에서 주로 팔린다. 춘자이중궈 가구는 베이징 이허웬(서태후가 만든 인공별장), 내몽고 힐튼호텔, 항정우 쟝난회의소, 상하이 지우지엔당 등에서 사용된다. 중국의 호텔, 회의소에서는 서양식 가구뿐만 아니라 중국 풍격의 가구를 많이 쓴다. 최근에는 천편일률적인 전통가구가 아닌 중국 당대의 품격을 담은 전통가구를 원하는 수요가 많다. ‘춘자이중궈’의 가구는 일반 전통가구에 비해 가격이 두세 배 비싸지만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기가 높다.

“해외에서 열리는 가구전시회에 많이 참가해요. 가구전 참가를 위해서도 1년에 두 번, 봄과 가을에 맞는 콘셉트로 제품을 개발하고 있어요. 스테디셀러는 몇 년에 걸쳐 디자인을 바꾸지 않지만 철마다 새로운 제품을 콘셉트에 맞춰서 새로 개발합니다.”

‘춘자이중궈’는 호텔 등 기업고객이 많기 때문에 도매가 전체 매출의 70%를 차지한다. 전시회에서 발굴한 기업고객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다보니 점포는 대만에 두 개, 상하이에 두 개로 많지 않지만 앞으로는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소매판매에도 주력할 계획이다. 중국 부유층 1세대들은 눈으로 보고 좋은 제품을 직접 판단할 능력이 부족해 소문을 중시하는 편이라 그간의 입소문을 근간으로 점포를 몇 년 내 80개 정도로 늘리고 도매와 소매 비중을 50대 50으로 조정할 생각이다.
중국 내에서 춘자이중궈 브랜드 입지가 보다 확고해지면 해외에도 점포를 열 계획이다.

“파리에서 가장 큰 가구전에 참가했을 때 전시회 첫날 출품한 가구가 매진됐었어요. 무척 고무됐지만 문제는 그때부터 생겼죠. ‘춘자이중궈’ 가구는 모두 천연목을 사용하기 때문에 습도가 맞지 않거나 오래되면 나무가 틀어지거나 갈라질 수 있어요. 이 경우 A/S를 하면 감쪽같아지지만 해외에 A/S센터가 없다보니 가구를 수선하는 데 애로가 컸어요.” 이로 인해 그는 새로운 모델의 가구를 개발할 때 천연목이 갖는 문제점을 최소화하는 데 무척 신경을 쓴다.


그는 한 해의 90%를 해외에서 보낸다. 상하이보다 다른 도시에 있을 때가 더 많다. 춘자이중궈의 디자인총감을 겸하고 있기 때문에 예술적 감성을 유지하고 자극하기 위해 틈 나는 대로 여행을 한다. 쉴 때는 예술, 문화 방면 책을 주로 읽는다. 그가 정예 디자인팀을 이끌고 디자인하는 가구는 몇 년 동안 600여 개에 달한다. 이 중에서 추리고 추려 70~80개가 남는다고 한다.

‘꽃이 졌지만 봄은 여전하다(花落春猶在)’는 말이 있다. 청말의 문인 위웨(兪木越)의 시구에 나오는 말로, 시간은 흘러도 아름다움에 대한 기억과 문화의 향기는 남는다는 뜻이다. ‘춘자이(‘봄이 있다’는 뜻)’는 이 시구에서 영감을 얻은 말로, ‘춘자이중궈’는 시간이 흘러도 중국 문화의 감성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춘자이중궈는 단순한 가구기업이 아니에요. 우리가 파는 것은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줄곧 전통문화와 현대사회가 자연스럽게 융합할 수 있는 합일점을 찾아왔어요.”

천 이사장은 현대인의 고전감각을 가구에 반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 시대를 사는 중국인이 추구할 만한 감각을 유도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뼛속까지 예술인이었다.
글쓴이 김명신님은 KOTRA 상하이무역관 차장이며, 중국통상전략연구센터 연구위원으로 KOTRA 중국직무전문가를 역임했다. 이화여자대학교, 한국외대 중국학(중국경제) 석사를 거쳐 중국 런민(人民)대학에서 경영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중국 거시경제, 지역경제, 기업관리, 마케팅에 조예가 깊으며, 저서로는 《중국 CEO, 세계를 경영하다》(서돌), 《중국 비즈니스 로드맵》(KOTRA), 《중국 성시별 비즈니스 기회와 진출 전략》(KOTRA) 등 8종이 있다.
  • 2012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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