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떠오르는 CEO (75) 링디엔연구컨설팅그룹 ‘산이징지’ 리우지엔룽(劉建榮) 총경리

중국 최고의 공작기계 기업을 키워낸 업계의 전설

“저는 두 가지 꿈이 있었어요. 하나는 치중수쿵(齊重數控)을 중국 최고의 공작기계 생산기업으로 키우는 것이었죠. 그 꿈은 벌써 이뤘습니다. 두 번째 꿈은 세계 최고의 공작기계 기업을 키워내는 것입니다.”

두 번째 꿈을 이루기 위해 달려가는 그는 바로 중국 공작기계 업계의 전설로 불리는 리우지엔룽(劉建榮) 산이(三一)그룹 부총재다. 그는 중국 최고이자 세계적으로도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건설기계 기업인 산이그룹 산하의 공작기계 기업 산이징지(三一精機)의 총경리직을 맡고 있다. 그를 산이징지로 불러들인 사람이 산이그룹의 량원건 회장이다. 량 회장은 여러 산업에 다양하게 쓰이는 공작기계를 국산화하는 것이야말로 산업경쟁력을 키우는 기초라고 보고 세계적 수준의 공작기계 기업을 키워 자국산업 발전에 족적을 남기겠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갖고 있었다. 이 꿈을 이루기 위해 량 이사장이 리우지엔룽 총경리를 눈여겨봐온 것이다. 내몽고 치치하얼의 공작기계 공장을 중국 최고의 기업으로 키워낸 리우 총경리의 능력은 오래전부터 업계에 정평이 나 있었다.

“2009년 산이징지에 합류했습니다. 량 이사장의 기업에 대한 생각과 목표를 듣고 제가 이루고 싶은 두 번째 꿈, 즉 세계 최고의 공작기계 기업을 키우는 꿈을 함께 실현시킬 수 있는 분이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산이그룹이 창립 이래 종교처럼 품고 있는 신념이 있습니다. 품질이 세상을 바꾼다는 거죠. 품질이야말로 타협할 수 없는 유일한 가치입니다. 산이그룹이 세계 최고의 건설기계 기업으로 성장하는 바탕이기도 합니다.”

산이징지는 3년 전 설립한 신생기업이다. 2009년 설립해 2010년 생산을 시작했다. 그와 산이징지의 인연은 설립 초기 시작됐다. 리우 총경리는 ‘규모보다는 기술이 최고인 기업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 꿈이 실현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 같다. 우선 산이징지에는 선양공작기계 선임 엔지니어인 장웨이, 다롄공작기계 선임 엔지니어 리샤오칭 등 중국에서 내로라하는 공작기계 분야 정예 기술자가 대거 포진해 있다. 리우 총경리는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자신이 하는 일의 대부분이 인재를 끌어오는 것이라며 웃는다.

“업계에서는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 제가 기술자 임금을 올려놓았다고 생각하죠. 기술이 뛰어난 인재에게는 그만큼 대우를 해주어야 합니다. 회사의 현재와 미래가 실력 있는 인재를 얼마나 갖추고 있느냐에 달려 있으니까요.”

산이징지에는 연구 인력만 600명이 넘는다. 이 중에서 85% 이상이 석박사급이다. 산이징지는 매년 매출액의 7~10%를 연구 개발에 투자한다. 또 중국 공작기계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독일과 일본에 연구센터를 설립했다.

그가 공작기계 업종에 뛰어든 이유는 간단하다. 중국정부가 직장을 지정해주던 시절, 공작기계 공장으로 배치되었기 때문이었다. “전공은 자동화 관리였어요. 28년간 치치하얼 공장에서 일했죠.” 그를 포함한 공작기계 기술인력의 피나는 노력 덕분에 중국의 공작기계 공장들이 빠르게 현대화되고 있다. 리우 총경리는 중국산 공작기계가 효율이나 자동화 측면에서는 외국 제품과 격차가 있지만 기능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고 말한다. 다만, 조정성과 신뢰도가 다소 떨어져 기능이 비슷한데도 외국산에 비해 낮은 가격에 팔리는 것을 무척 안타깝게 생각했다. 최근 들어 중국정부가 고급형 공작기계 제조를 적극적으로 장려하면서 앞으로 중국 공작기계 산업이 지금과는 차원이 다르게 발전할 것으로 확신한다. 중국산의 빠른 추격을 견제하기 위해 유럽에서는 중국으로 고급 공작기계를 수출하지 않은 지 이미 오래다. 일본 공작기계 기업도 중국에 공장을 세웠지만 대부분 낮은 수준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첨단 핵심기술을 일본 밖으로 내놓지 않는 전략이 일본이 자국 내 산업경쟁력을 오랜 기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 되었다.

“중국의 공작기계 통용설비 수입의존도가 50%에 달합니다. 10년 전만 해도 70%였는데 차츰 낮아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절반가량이 수입품이에요. 고급품의 경우 80%가 수입품이죠. 치치하얼 공장에 있을 때에도 세계 최고 수준의 설비를 여럿 만들어냈어요. 산이징지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춘 제품을 여러 개 만들어냈습니다.”

그가 대표단 일원으로 일본 경쟁기업을 방문했을 때였다. 일본 경쟁기업에게 가장 견제할 만한 경쟁사가 어디인지를 묻자 리우 총경리가 당시 몸담던 치치하얼 공장이라는 답이 나왔다.

“그때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너무나도 기뻤습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업계에서 인정받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는 업계에서 인정을 받았지만 오히려 국내 인식의 장벽을 넘기가 무척 어렵다고 토로했다. 중국제품은 외국제품과 비교해 기능적으로 손색이 없는데도 외국제품에 대한 맹목적인 신뢰 때문에 외국산의 절반 가격에 팔리기 때문이다. 또한 그는 개혁개방 중반에 중국정부가 기계공업부를 없애고 공업정보화부를 만들면서 기계공업 발전전략에 대한 집중이 다소 떨어졌다고 보고 있다. 고급 첨단제품을 완전히 시장경제화해서 문제를 풀려고 하는 것은 오산이라며 세계적인 기술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정부 주도의 전략과 지원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상당수의 공작기계 공장이 북부지역에 있지만 산이징지는 상하이에 있다. 상하이의 입지여건이 공작기계 공장이 들어서기에 완벽한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상하이항을 곁에 두고 있어 수출입이 편리하고 상하이 인근지역으로부터 부품조달이 유리하다. 우시·쿤산 등지로부터 부품과 원자재를 공급받는 체계가 완벽하게 구축된 것이 상하이가 갖춘 경쟁력 중 하나다. 중국 남부는 공작기계를 생산할 만한 산업 환경을 갖추고 있지 않고, 이는 산이그룹의 본사가 있는 창샤도 마찬가지였다. 산이징지 입지를 두고 텐진 빈하이신구와 상하이를 고민했으나 결국 최종적으로 상하이가 낙점되었다.

그에게 어떻게 업계에서 전설적인 인물이 될 수 있었는지 묻자 선뜻 대답을 하지 않는다. “묵묵히 맡은 일에 최선을 다했을 뿐”이라며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 속내를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일이 무척 어색해 보였다. 일 외에는 다른 것을 별로 하지 않고 살아온 그의 족적이 그대로 느껴졌다.

그는 1986년부터 3년간 독일로 연수를 다녀왔다. 독일에서 자리를 잡으라는 말을 뒤로하고 고국으로 돌아온 건 자신의 기술과 능력으로 고국의 산업발전에 공헌하고 싶다는 애국심과 책임감 때문이었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실감이 나지 않을 겁니다. 우리가 길지 않은 30년 동안 이렇게까지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었던 건 피나는 노력과 근면함 때문이에요. 현재의 번영은 기성세대의 희생에 바탕을 둔 것입니다.”
글쓴이 김명신님은 KOTRA 상하이무역관 차장이며, 중국통상전략연구센터 연구위원으로 KOTRA 중국직무전문가를 역임했다. 이화여자대학교, 한국외대 중국학(중국경제) 석사를 거쳐 중국 런민(人民)대학에서 경영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중국 거시경제, 지역경제, 기업관리, 마케팅에 조예가 깊으며, 저서로는 《중국 CEO, 세계를 경영하다》(서돌), 《중국 비즈니스 로드맵》(KOTRA), 《중국 성시별 비즈니스 기회와 진출 전략》(KOTRA) 등 8종이 있다.
  • 2012년 09월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보내기
  • 목록
  • 프린트
나도 한마디
이름      비밀번호  
스팸방지 [필수입력] 그림의 영문, 숫자를 입력하세요.
201912

201912

구독신청
낱권구매
전체기사

event2019.12

event
event 신청하기

더 볼만한 기사

10개더보기
상호 : ㈜조선뉴스프레스 / 등록번호 : 서울, 자00349 / 등록일자 : 2011년 7월 25일 / 제호 : 톱클래스 뉴스서비스 / 발행인 : ㈜조선뉴스프레스 이동한
편집인 : 이동한 / 발행소 : 서울시 마포구 상암산로 34, 13층(상암동, 디지털큐브빌딩) Tel : 02)724-6830 / 발행일자 : 2017년 3월 29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민희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5-서울마포-0073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4-81-59006
Copyright ⓒ topclas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조선뉴스프레스 | 광고안내 | 기사제보 | 독자센터 | 개인정보 취급방침 | 인터넷신문윤리강령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위원회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