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떠오르는 CEO (74) 링디엔연구컨설팅그룹 웬웨(袁岳) 이사장

중국 청년들의 멘토, 중국 최대 조사연구기관 창업자

“이 보고서는 어디서 나온 거지?”

링디엔연구컨설팅그룹의 보고서를 볼 때마다 들었던 생각이다. 국내외 기업이 중국시장을 조사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곳이 바로 링디엔연구컨설팅그룹이다. 연매출 2억여 위안, 중국 최대의 토종 연구기관인 링디엔연구컨설팅그룹을 창설한 웬웨(袁岳) 이사장을 만났다. 웬웨 이사장은 링디엔의 이사장이라는 직함 이외에도 대학을 돌며 ‘청춘콘서트’를 여는 강연가로도 유명하다. 1990년대 중반부터 TV 프로그램 패널로 대중에게 얼굴을 비추면서 사람들은 그를 사회활동가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여론조사를 주업으로 하다 보니 사회문제에 정통한 데다 남다른 분석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TV 프로그램 진행자이자 시인이라는 타이틀까지 갖고 있다. 2005년 말부터 매일 한 편씩 시를 쓴다는 그는 이미 1000여 편이 넘는 시를 썼다. 한마디로 형용하기 어려운 다양한 스펙트럼을 지닌 그는 요즘 중국 청년문제에 관심이 많다.

“검은 사과(black apple)에 관심이 많습니다. 자신의 개성과 이상, 취미와 주장이 확실한 젊은 층 중 자신의 열망을 억누른 채 사는 사람이 많아요. 이들은 사회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자신의 식견을 넓혀나가길 원하죠. 사회에 발을 디디면서 현실과 이상의 괴리 속에서 혼돈을 느끼는 젊은이들에게 소속감과 용기, 자신에 대한 가치를 일깨워주고 싶었어요. 일반적인 성인을 사과라고 본다면 대학생은 푸릇푸릇한 사과에 비견할 수 있을 거예요. 사회 초년병은 ‘검은 사과’라고 봤어요.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이 있지만 부모의 기대를 저버리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경우 등 젊은 층이 안고 있는 부담이 무척 크죠. 화이트칼라도 마찬가지예요. 회사를 다니지만 소속감이 없는 경우도 많고 화이트칼라가 몸담고 참여할 만한 사회활동이 많지 않아요. 화이트칼라 중에는 회사에 가는 것을 제외하고는 딱히 할 만한 일을 찾지 못하는 사람이 많죠.”

웬웨 이사장은 중국 각지의 대학을 돌며 강연도 하고 ‘검은 사과’의 활동을 이끌고 있다. 이 때문에 그를 따르는 대학생이나 사회 초년병이 무척 많다. 웬 이사장은 ‘검은 사과’들이 더 많은 교류를 할 수 있도록 인터넷을 통해 플래시 미팅(flash meeting)을 주기적으로 주선하기도 한다. 그는 자신의 젊은 시절의 방황과 성공, 자아실현 과정을 솔직히 풀어낸 책 《검은 사과》를 출간하기도 했다.

웬 이사장은 젊은 층의 창업을 지원하는 엔젤투자가이기도 하다. 성공 가능성이 있는 아이템과 사업 모델에 대해 그는 매년 일정 금액을 투자한다. 꿈을 향해 도전하는 중국 젊은이들이 그에게 열광하는 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소통을 즐기는 그는 젊은 층과 늘 함께 호흡한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하루에도 여러 차례 글을 쓰는데, 그는 웨이보를 ‘생활의 흔적’이라고 설명하면서 웨이보에 글을 쓰는 것과 차를 마시는 것은 별반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휴대전화로 끊임없이 글을 쓰기 때문인지 얼마 전 링디엔에서 열린 ‘휴대전화 문자 빨리 보내기’, 일명 ‘검지족’을 뽑는 시합에서 1등을 차지하기도 했다.

청년들의 멘토로 유명한 그를 인터뷰하던 날, 그는 일일비서를 대동했다. 일일비서는 사회경험이 없는 대학생이 하루 동안 그와 공식 일정을 함께하면서 그가 하는 일을 옆에서 지켜보고 사회생활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가식이 없는 데다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미래사회의 주역, 그가 젊은 층을 좋아하고 그들에게 공을 들이는 이유다.

웬웨 이사장이 링디엔조사연구컨설팅그룹을 설립한 것은 1992년이었다. 중국의 명문대 중 하나인 난징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사법부에서 일하던 웬 이사장은 변호사가 되는 대신 불모지나 다름없는 컨설팅 시장에 뛰어들었다.

“변호사는 고객과의 관계에 있어서 주도권을 쥐기 어려운 직업이라고 생각했어요. 능동과 피동이라는 말로 표현한다면 피동적인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하지만, 연구 조사는 다르다고 생각해요. 의뢰를 받은 쪽에서도 어느 정도는 고객과의 관계를 조정할 수 있었고 불필요한 타협도 필요 없죠.”

어떻게 보면 그는 운이 무척 좋았다. 창업 후 흔히 겪는 난관도 별로 없었다. 회사를 설립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자금에 목마르던 시절, 웬웨의 조사철학에 공감한 샤먼의 한 기업인이 그에게 30만여 위안의 자금을 선뜻 투자했다. 그 이듬해에는 중국의 세탁기 생산기업이 링디엔조사연구컨설팅그룹이 베이징·도쿄·홍콩에서 중국 대륙의 투자환경보고서를 발간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중국 정부기관들도 여론조사를 중시하기 시작했다. 중국의 초기 조사연구기관이자 소비자 조사로 유명하던 링디엔은 공공기관이 실시한 여론조사의 상당 부분을 수행했다. 당시 링디엔은 중국 안에서 이미 여론조사의 대명사가 되어 있었다. 한동안 정부가 의뢰하는 여론조사를 주로 하던 링디엔은 이후 공공부문의 여론조사보다는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전략컨설팅 연구에 집중하기로 했다. 링디엔의 중장기적 성장과 발전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현재 링디엔연구컨설팅그룹에 조사를 위탁하는 고객의 10%는 정부, 나머지 대부분은 기업체다.

“링디엔이 맡고 있는 정부 관련 조사 중에는 사회 보장이나 도시계획 같은 쟁점 현안이 많아요. 베이징과 상하이의 민정 부문은 우리에게 사회보험료 인하에 대한 연구 조사를 위탁했어요. 높은 사회보험료가 기업의 투자 확대와 임금 인상의 발목을 잡는다는 비판이 지금도 여전하죠.”


중국에 진출하는 다국적 기업이 늘면서 중국의 사회정책이나 차별화 경쟁에 필요한 중국문화연구 조사에 대한 의뢰도 많아졌다. 웬웨 이사장은 조사연구보고서가 정책 결정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기간이 한 달을 넘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때로는 정책결정자의 ‘맹목’과 ‘착오’ 때문에 무척 가슴이 쓰리다면서 “통심(痛心)”이라는 말로 아쉬움을 표현했다.

“연구조사자는 상황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단지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이죠. 정책결정자도 자신들의 논리가 있기 때문에 우리가 관찰하고 연구한 내용을 받아들일 수도 있고,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어요. 어떤 사람들은 조사연구 결과에 귀를 기울이죠. 하지만 조사연구 결과가 실제 상황에 영향을 준 사례를 매우 적습니다.”

그는 다국적기업의 중국시장 조사가 국가별로 차이가 크다고 지적했다. 중국에 투자한 일본·한국·프랑스 기업 중에는 제조기업이 많기 때문에 서비스시장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라며 급성장하는 중국 서비스시장의 잠재력을 봐서라도 중국 서비스시장에 대한 관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링디엔은 주로 미국·영국·독일 기업이 위탁한 조사를 수행한다.

“한국기업과 일본기업은 경쟁관계에 무척 관심이 많아요. 경쟁기업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조사를 원하는 기업이 많지만 유럽기업은 경쟁관계에는 크게 관심을 갖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소비자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무엇을 원하는지와 같이 소비자 자체에 관심이 많죠. 미국기업은 중국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편이고, 다른 외국계 기업에 비해 전략과 마케팅 현지화 정도가 높죠. 또, 현지인 관리자의 정책결정권이 매우 크고요. 한국·일본·프랑스 회사의 경우 회사 내에서 현지인의 정책결정권이 거의 없어요.”

중국에 투자한 한국기업에서 일하는 현지인이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것이 바로 현지인이 회사에서 올라갈 수 있는 지위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라며 그들에게 미래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 최대 토종 조사연구기관으로서 자리를 굳건히 했지만 그에게는 또 다른 목표가 있다. 바로 링디엔을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조사기관으로 키우는 것이다. 현재 13개국의 연구소와 협력하고 있는 링디엔은 앞으로 해외 연구기관과의 협력을 넓혀나갈 계획이다. 전 세계 기업이 ‘컨설팅’이라고 하면 바로 떠올릴 만한 연구기관으로 도약하는 것, 창업 21년째를 맞은 링디엔의 새로운 목표다.
글쓴이 김명신님은 KOTRA 상하이무역관 차장이며, 중국통상전략연구센터 연구위원으로 KOTRA 중국직무전문가를 역임했다. 이화여자대학교, 한국외대 중국학(중국경제) 석사를 거쳐 중국 런민(人民)대학에서 경영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중국 거시경제, 지역경제, 기업관리, 마케팅에 조예가 깊으며, 저서로는 《중국 CEO, 세계를 경영하다》(서돌), 《중국 비즈니스 로드맵》(KOTRA), 《중국 성시별 비즈니스 기회와 진출 전략》(KOTRA) 등 8종이 있다.
  • 2012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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