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떠오르는 CEO (71) 우샤오보(吳曉波) 란스즈 CEO

중국 최고의 경제부문 베스트셀러 작가, 출판사 CEO

중국 최고의 경제분야 작가이자 2009년 한 해에만 13억원이 넘는 인세 수입으로 중국작가 자산순위 5위를 차지한 우샤오보(吳曉波). 그의 전문분야는 기업 연구다. 작가라는 타이틀 외에도 그는 경제전문 출판사 CEO이자 잡지 <매니저 투데이>의 편집인을 겸하고 있다. 베스트셀러 작가를 넘어 전문 경영인으로도 성공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그를 항저우에서 만났다. 일전에 그의 집을 찾았던 중국기자가 문에서 나오는 그를 보고 “아버지를 취재하러 왔다. 안에 계시냐”고 물었다는 얘기를 이미 들은 터였다. 그는 사진보다 훨씬 젊어 보였다.

그가 기업 연구에 발을 담근 것은 신화사에서 기자생활을 하면서였다. 푸단대학교 신방과를 졸업하고 13년간 신화사 산업부 기자로 일하면서 그는 무수히 많은 기업인을 만났다. 당시 경험은 《격동 30년(중국기업 1978~2008년)》《대패국》《생동 100년(중국기업 1870~1978년)》과 같은 주옥같은 저서에 녹아 있다. 이 중 《대패국》은 중국 비즈니스 업계에 영향을 준 20권 중 하나로 선정되었고 《격동 30년(중국기업 1978~2008년)》은 ‘띠이차이징(第一財政)’ 채널 프로그램으로 제작됐다.

“신화사 기자 시절이던 1996년부터 책을 쓰기 시작했어요. 책을 여러 권 내고 책을 쓰는 데 시간을 투자하다 보니 기자생활을 병행하기 어려웠죠. 신화사 기자로 있으면서 기업들을 지근거리에서 관찰할 수 있었어요. 당시 경험은 좋은 추억이자 경제작가로 활동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죠.”

2002년 그는 독일계 출판기업 베델스만으로부터 새로운 제안을 받았다. 그의 저작물을 베델스만을 통해 출판하기로 하고 이를 위해 별도의 팀을 꾸린 것이다. 그가 현재 운영하는 ‘푸른 사자’라는 뜻의 란스즈(藍獅子)출판사는 이렇게 탄생했다. 그러나 그와 베델스만의 협력은 2005년 베델스만이 중국에서 출판사업을 접으면서 끝났다. 란스즈도 새로운 선택을 해야 했다.

비즈니스맨보다 작가적 성향이 강한 그였지만 그의 명성과 밀착관계에 있던 란스즈를 포기하기는 어려웠다. 그는 란스즈를 독립법인으로 전환했다. 다섯 명 남짓한 직원으로 시작한 란스즈는 이제 120명의 직원을 둔 중국의 대표적인 경제전문 출판사로 성장했다. “란스즈는 서적 출판뿐만 아니라 독서회도 활발히 운영하고 있어요. 상하이·광둥·장시 등 지역별로 란스즈 독서회 지역분회를 운영 중이죠. 독서회는 2009년 시작했는데 유료 회원제로 운영해요. 전국적으로 회원이 1만 명가량 되고요. 회원에게 매월 세 권의 책과 다양한 도서활동 정보를 제공하죠.”


독서회 회원의 90%는 기업이나 기관고객이다. 다른 출판기업도 도서 유료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이들 기업은 기업고객을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책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기업체 도서관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 기업이 돈을 선납하고 기업요청에 따라 책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란스즈는 가입주체가 기업이라 하더라도 기업이 서비스를 지원하고자 하는 개인의 취향과 수요에 맞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이 다르다.

란스즈가 발간한 책은 90%가 자체 기획이다. 작가가 공들여 쓴 원고를 들고 출판사 문을 두드리는 형태와는 다르다. 우샤오보를 위시한 기획팀이 주제를 선정하고 해당 분야에 식견이 높거나 잘 쓸 것으로 판단되는 인물을 발굴해 한 챕터 정도 시험적으로 원고를 작성하게 한 후 집필 여부를 결정한다. 이렇다 보니 이미 다 된 원고를 대폭 수정하는 일도, 원치 않는 방향으로 책이 나오는 일도, 작가와 마찰이 일어나는 일도 거의 없다.

우샤오보 자신이 중국 최고의 기업전문 작가이다 보니 란스즈도 자연스럽게 기업서적 집필을 많이 맡는다. 2009년부터 란스즈는 창안자동차, 알리바바, TCL, 7텐(天), 텅쉰 등 중국 굴지의 기업책자 발간을 맡았다. 창립 몇 십 주년 즈음이면 회사마다 란스즈를 찾아 기업서적 출판을 의뢰한다. 이 또한 우샤오보에게는 자료로만 접해야 하는 기업사정을 가까이에서 가감 없이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작년에만 100여 차례의 크고 작은 출판기념회를 했어요. 올 3월에는 잡지 <란스즈 매니저 투데이>를 창간했고요. 과거에는 중국기업들이 ‘규모는 크게, 원가는 낮춰서’라는 단순 개념에 기반해 회사를 운영했지만 몇 년 전부터는 보다 체계적인 경영 스킬이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어요. 이 점에서 <란스즈 매니저 투데이>와 같이 길잡이 역할을 하는 잡지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란스즈도 회사가 커지면서 전문경영 인력이 필요했어요. 작가라는 본업이 있다 보니 저 혼자 행정을 감당하기가 어려웠죠. 행정 쪽은 아내가 맡고 있어요. 저는 출판물 주제 선정과 집필을 주로 하죠.”


란스즈는 얼마 전 디지털 출판도 시작했다. 아직 디지털 출판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빠르게 확장 중이다. 최근에는 중국이동통신으로 경제채널 정보를 실시간 제공하는 서비스도 논의하고 있다. 비즈니스맨으로 동분서주할 것 같지만 그의 실제 생활은 꽤나 단순하다.

“1년에 3분의 1은 집에 있어요. 주로 책을 쓰죠. 자오통대학 EMBA 교수를 맡고 있지만 그 외 강연은 1년에 50회 이하로 제한해요. 안 그러면 1년 내내 여기저기 강연하러 돌아다녀야 하니까요.”

중국의 경제서적 작가들은 주로 27~28세로 젊은 편이다. 누가 썼느냐보다는 어떤 내용을 어떻게 썼느냐가 중국 독자에게는 더 중요하다. 실제로 란스즈와 작업한 작가 중에는 유명 작가가 아닌 경우도 많다. 해당 분야에 정통하고 란스즈가 원하는 기획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이 작가로 선정된다. 그에게 중국기업이 당면한 문제를 물었다.

“중국기업 중에서 국유기업은 상황이 나은 편이에요. 문제는 민영기업이죠. 인건비 등 원가상승 때문에 힘겨워할 뿐만 아니라 수요부족을 겪고 있어요. 정부가 부동산 억제책을 강화하면서 가전, 건자재 등 부동산 연관 산업이 전반적으로 타격을 받고 있죠.”

중국 내수 소비시장에 대한 기대감과 우려가 교차되는 상황에 대해 그는 이렇게 잘라 말했다.

“중국사람은 매우 소비적인 사람들이에요. 과시욕도 크죠. 종교가 없다 보니 현실을 향유해야겠다는 욕구가 큽니다. 식문화가 발달한 것만 봐도 현실을 즐기는 민족이라는 것을 알 수 있어요. 하지만 의료·교육·사회보장 시스템의 미비가 소비의욕을 꺾고 있죠.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큰 폭의 소비확대를 기대하기 어려워요. 이것은 매우 근원적인 문제입니다. 하루아침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에요.”

광대한 영토, 많은 인구가 중국의 지속성장 기반이기도 하지만 문제해결의 결과가 더디게 나타나는 요인이기도 하다. 한국 드라마를 즐겨본다며 필자도 모르는 각종 국내 드라마 제목을 줄줄이 이야기하는 그는 한국기업의 중국 진출에 대해서도 전반적으로 좋게 평가한다.

“매출실적을 논외로 한다면, 여타 글로벌 기업보다 한국기업이 중국에서 축적한 이미지는 양호하다고 봅니다. LG·삼성 등 대기업이 현지 소비자에게 잘 알려져 있고 화장품 등 몇몇 일반 소비재도 중국인에게 인기가 높죠. 다만 한국기업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은 공통적인 취약점이 있습니다. 바로 대도시에만 유통망이 집중되어 있다는 거예요. 중소도시, 심지어 농촌까지도 소비력이 급증하면서 주력 소비축이 서서히 이동하고 있는데 외국계 기업들은 로컬기업보다 대도시 이하 도시에 대한 침투력이 매우 취약해요.”

중국 내수시장 후발주자로서 우리 기업의 고충을 알고 있기에 그의 조언이 무척 의미 있게 다가왔다.
글쓴이 김명신님은 KOTRA 상하이 무역관 차장 겸 중국통상전략연구센터 연구위원으로, KOTRA 중국직무전문가를 역임했습니다. 이화여대, 한국외대 중국학(중국경제) 석사를 거쳐 중국 런민(人民)대학에서 기업관리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저서로는 《중국 CEO, 세계를 경영하다》(공저)가 있습니다.
  • 2012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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