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떠오르는 CEO (70) 철조설치 예술기업 티에거먼(鐵哥們) 창업자 주커펑(朱克峰) 이사장

폐철을 예술품으로 재탄생시키다

저장성 자싱 난후의 기업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는 지역을 지나다 보면 눈에 띄는 전시관이 있다. 전시관 입구부터 철로 만든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 삼장법사와 거대한 로봇, 동물음악대가 있어 꼭 한번 들어가보고 싶게 한다. 전시관 내부도 마찬가지다. 기계인간, 우주여행, 기차역 등 전시관의 테마공간을 구성하는 작품 모두 철로 만들어졌다.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설치작품들은 폐기된 차와 가스통, 스탠드 등 소임을 다한 물건들로 만들어졌다. 용도 폐기된 철제물이 장인의 손을 거치면서 생명을 얻고 작품이 되기 때문에 이곳의 작품들은 저탄소 예술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 전시관이 자싱에 터를 잡은 지 벌써 7년째다. ‘티에거먼(鐵哥們)’이라는 이름의 폐철 개조설치 예술기업을 운영하는 주커펑(朱克峰) 이사장을 만났다.

“폐철로 설치작품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예술을 좋아한다는 이유 하나 때문이었어요. 예술을 전공하지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서화 같은 예술품에 취미가 있었죠. 티에거먼 창업 전에는 무역업을 했어요. 지금도 무역업을 병행하고 있고요. 티에거먼의 규모가 커지면서 무역업 규모를 자연스럽게 줄여가고 있습니다. 전혀 다른 두 가지를 동시에 한다는 건 쉽지 않으니까요.”

수려한 말솜씨와 나이보다 젊어 보이는 외모가 인상적인 그를 현지 언론에서는 60년대에 태어나고 외모는 70점, 예술에 대한 정열은 80점이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그가 창업한 ‘티에거먼’의 고향 자싱은 그의 부모의 고향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곳에는 아픈 추억도 서려 있다. 여섯 살 무렵 그는 자싱에서 아버지를 잃었다. 당시 중국 지방정부에서 근무하던 그의 아버지는 문화대혁명 시기 반동 우파분자로 몰려 내몽고로 옮겨가 재교육 배치를 받았다. 그의 가족도 내몽고를 거쳐 장시성으로 이주했다. 그의 아버지는 장시성으로 옮겨온 지 얼마 안 돼 반동분자로 낙인 찍혀 결국 죽임을 당했다. 그때부터 그의 삶은 고난이 시작됐다. 반동분자의 자식이라는 이유로 집 근처에 있는 학교를 다니지 못하고 산 넘어 외딴 곳에 있는 학교를 다녔다. 점심을 굶기가 일쑤였다. 방과 후에는 물고기 양식을 하는 홀어머니를 도와 나무를 해왔다.

우여곡절 끝에 대학을 졸업하고 영어교사가 된 그는 개혁개방을 맞아 급변하는 여러 도시의 소식을 접하면서 새로운 기회를 찾고 싶었다. 당시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신흥부자가 속출하던 하이난으로 가고 싶었지만 홀로 사는 어머니는 그를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 설득을 거듭한 끝에 하이난에 도착한 그는 광고 유치 일을 해 한 달에 1만 위안을 벌었다. 당시 1만 위안은 교사의 10년치 급여에 해당하는 큰돈이었다. 하지만 이도 잠시, 그의 영업 실적을 시기하는 회사동료들 때문에 그는 회사를 떠나야만 했고, 상하이의 외국인 회사로 자리를 옮겼다. 외국인 회사에서 밤낮없이 일하는 그에게 1999년 독일회사에서는 중국 법인장 자리를 제안했다. 연봉 40만 위안의 욕심나는 자리였지만 그는 미련 없이 그 자리를 떠났다. 예술과 관련된 일을 하면서 살고 싶다는 열망 때문이었다.

예술이 아무리 좋아도 호구지책은 마련해놓자는 생각에서 2001년 무역업을 시작했다. 무역업을 시작한 지 4년째부터 수익이 났고, 한 해 수십만 달러의 수익을 낸 적도 있다.

“티에거먼을 창업한 지 벌써 10년이 지났네요. 티에거먼 전시관 자리는 원래 양초공장이었어요. 여기에 1만㎡ 규모의 친환경 철조예술 테마파크를 만들 예정이에요. 테마파크는 12지신, 경극의 변검, 달 여행 등 10여 개 주제로 구성할 거예요. 모두 600개 작품이 전시될 예정이고, 올해 안에 개장할 예정이지요.”


2005년 작업실을 상하이에서 자싱으로 옮겨오면서 자싱에 폐철 수집소와 폐철공예 작업실을 함께 열었다. 이곳에서 5000위안에 구입한 BMW793이 기술자의 손을 거쳐 50만 위안의 가치를 지닌 로봇으로 재탄생하기도 했다. 티에거먼 전시장에는 옛날 기차를 본뜬 폐철로 만든 기차가 한쪽에 자리하고 있다. 하나하나 들여다볼수록 ‘어떻게 이렇게 만들 생각을 했을까?’ 연신 감탄하게 된다. 부품과 차량 부속기관을 경우에 따라서는 자연스럽게 노출시키고 적절히 연결한 발상이 무척 기발하다. 티에거먼은 몇 십만 위안을 호가하는 대형 작품뿐만 아니라 기차역, 가옥 등 소형 구조물도 별도로 만들어 판매한다. 티에거먼의 작품은 거리에 설치되거나 때로는 전시장 등에 잠시 임대되기도 한다. 전체 매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지만 외식업체의 인테리어도 맡아서 한다.

“‘티에거먼’은 동북지방 말로 ‘친한 친구’라는 뜻이에요. 심오함보다는 친한 친구처럼 친숙하게 다가가는 대중성 있는 예술을 보여주고 싶어요. 나타낸 것은 간단하지만 그것을 만들어내는 과정, 형상화한 형체가 간단하지 않은 게 티에거먼 작품의 매력이죠. 폐철로 만든 설치 예술물에 종사하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예술가들이 몇몇 있지만 다 개인 차원이고 티에거먼처럼 기업화된 곳은 없어요.”


티에거먼은 2009년부터 자싱국제철조예술제를 개최하고 있다. 예술제 기간 동안 작품 전시도 하고 일반인을 대상으로 철조작품을 만드는 교육과정도 운영 한다. 보름여에 걸친 교육이 끝나면 누구나 간단히 폐철을 활용해 철조작품을 만들 수 있다. 이러한 활동을 인정받아 그는 저장성을 대표하는 문화산업 기업인으로 정평이 나 있다. 주 이사장은 자싱시창의산업센터를 설립해 비서장을 겸하면서 자싱시 창의산업을 소개하는 <창의자싱>이라는 잡지도 발간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문화산업 육성을 천명하면서 문화산업에 종사하는 기업들이 호기를 맞고 있다. 법인세 감면 혜택을 비롯해 여러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티에거먼도 정부지원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티에거먼은 작품 판매 매출이 연간 1억 위안에 달해 저장성의 대표 문화예술기업으로 자리 잡았지만 올해 개장을 앞둔 테마파크에 조형물을 대거 설치하느라 작품이 묶여 최근에는 매출이 전 같지 않다. 이 때문에 주 이사장은 지방정부의 각별한 지원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고마움을 느낀다.

“예술 전공자가 아닌 사람이 어떻게 이런 작품을 만들 수 있느냐고들 하지만 가끔은 문외한이 새로운 길을 갈 수 있는 법입니다.(웃음) 예술작품도 기획이 중요하니까요. 새로운 가치관과 신선한 아이디어를 불어넣는 작업이 중요하죠. 전 업종을 불문하고 창업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책임감이라고 생각합니다. 티에거먼의 친환경 활동과 예술성을 통해 사회에 공헌하고 싶어요. 이 때문에 일반인이 쉽게 이해하는 작품을 선보이고 싶었죠.”

티에거먼은 중국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특히 대만에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한국 철조예술계와의 교류도 희망하고 있다. “더 많은 기업과 예술가가 철조설치예술작업에 참여하기를 희망합니다. 단순한 개인 활동 차원이 아니라 예술도 기업화, 산업화해 더 많은 기업이 참여하면 그만큼 파이가 커지니까요.”
글쓴이 김명신님은 KOTRA 상하이 무역관 차장 겸 중국통상전략연구센터 연구위원으로, KOTRA 중국직무전문가를 역임했습니다. 이화여대, 한국외대 중국학(중국경제) 석사를 거쳐 중국 런민(人民)대학에서 기업관리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저서로는 《중국 CEO, 세계를 경영하다》(공저)가 있습니다.
  • 2012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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