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고의 장인 (69) 야마모토 도시유키(山本敏行) ‘EC스튜디오’ 대표

사원 만족도 최고의 회사 만든 30대 사장

‘격투기 오타쿠’와 ‘IT 오타쿠’가 만나 일본에서 사원 만족도가 가장 높은 기업을 만들었다. 사원 모티베이션 전문 컨설팅사의 조직 진단에서 2년 연속 ‘사원 만족도가 가장 높은 기업’으로 선정된 EC스튜디오. 기업의 IT화를 지원해 경영 효율화를 돕는 직원 30명의 중소기업이다.

이 회사는 전화도 없고, 영업사원도 없다. 고객을 직접 만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고객사가 35만에 이른다. 연매출액 10억 엔에 경상수익 5억7000여만 엔. 창업 이래 매년 140~200%라는 경이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사원 1인당 3000만 엔에 달하는 수익을 올린다는 계산이다. 그럼에도 결산하고 나면 순이익은 늘 1000~2000만 엔만 남는다. 이익금의 대부분을 성과급으로 사원들에게 분배하기 때문이다. 드러나지 않는 회사를 표방하지만 일본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지명도가 높다. 1주일에 국내외를 비롯해 평균 12개사에서 견학을 온다. 사원의 모티베이션을 높이는 기업으로서 경제채널과 경제지의 단골로 등장한다.

평일 오후 4시, 도쿄 IT기업의 메카 시부야에서 한 정거장 거리에 있는 EC스튜디오 도쿄 오피스를 찾았다. 외국 미디어로서는 CNN에 이어 두 번째 인터뷰란다. 마침 6개 기업에서 견학온 팀을 안내하던 야마모토 대표가 반갑게 맞이한다. 명함을 받아보니 전화번호와 E-메일 주소가 없다.

“불편한 외부 메일을 쓰지 마시고 저희 회사의 Chart Work를 이용하시면 실시간 채팅으로 연락이 가능합니다. 중소기업의 IT경영을 지원하는 것이 저희 비즈니스 모델인데, 일본 전국의 중소기업을 돌면서 영업을 하면 사원도 지치고 고품질의 서비스를 저렴한 비용으로 제공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전화를 없앴지요.”

종이도 사용하지 않는다. 10여 명이 근무하는 도쿄지사에 가정용 프린터가 한 대 있을 뿐이다. 고객용 서류도 80% 이상이 PDF 등 전자문서로 이루어진다. 1일 고객 상담 건수는 50~150건에 달한다. 모든 대응은 메일을 통한다. 한 건을 처리하는 데 2분이면 족하다. 업무용 책상에는 서랍도 없다. 가로 100cm, 세로 70cm의 서랍 없는 책상 위에 3대의 모니터와 마우스만 놓여 있을 뿐이다. 이 3대의 모니터는 그래픽용, 인터넷용, 업무용이다. 물론 컴퓨터는 속도가 빠른 최신형이다.

“사원 만족도와 경영효율을 동시에 잡을 생각이라면 최적의 작업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합니다. 부팅하는 데 기다리는 시간, 처리하는 데 기다리는 시간, 그리고 기다리면서 느끼는 사원들의 스트레스는 모두 비용이자 만족도를 떨어뜨리는 원인입니다.”

그는 사원 만족도와 경영 효율성은 비례한다고 말한다. 사원의 만족도가 높으면 고객의 만족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사원을 만족시키는 게 바로 경영자의 업무라는 것이다. 경영자는 사원이 행복할 수 있는 갖가지 제도와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원의 평균연령은 30세. 평균연봉은 500만 엔을 넘는다. 신입사원 초봉도 25만 엔에서 시작한다. 일반 대기업도 평균 18만~20만 엔 수준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파격적이다. 연간 140일 이상이 휴일이다. 일본 중소기업 가운데 가장 많다. 10일 연휴도 연 4회나 된다.

그는 경영자로서 사원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해서는 안 되는 14가지를 정했다. 인터넷을 활용하지 않는 일은 하지 않는다, 주식을 공개하지 않는다, 경영이념에 맞지 않는 비즈니스는 하지 않는다, 사원을 해고하지 않는다, 매출 목표를 고집하지 않는다, 규모를 추구하지 않는다 등이다.

그의 ‘비상식’ 경영의 시작은 2000년 미국 유학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학연수차 간 미국에서 일본 기업을 상대로 메일만을 사용해 IT컨설팅을 시작했다. 후발기업이 메일만으로 컨설팅을 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6개월 만에 가장 인기 있는 웹 컨설턴트가 되었다. 한 달에 50만~100만 엔의 매출을 올리는 인터넷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했다.

격투기에 푹 빠져 살던 ‘운동 오타쿠’가 비즈니스에 눈을 뜬 것은 고등학교 3학년 때, ‘컴퓨터 오타쿠’ 동생 때문이었다. 두 살 아래인 동생은 매일 컴퓨터 키보드만 두드렸는데, 그는 그런 동생이 못마땅했다. 활달하고 밝은 그는 동생의 뒤통수를 때리면서 “밖에 나가 놀라”고 소리쳤다. 그의 아버지는 “네가 타박하는 동생이 일본을 바꿀 것”이라며 오히려 그를 나무랐다. 그러던 어느 날, 동생이 인도・미국에 있는 친구와 게임하는 것을 보았다. 네트워크로 전 세계와 연결되는 컴퓨터의 위력을 본 그는 충격을 받았다. ‘격투기 오타구’가 IT 세계에 눈을 뜨는 순간이었다. 그때부터 그는 동생을 인정했고, 인터넷의 세계를 배웠다. 그 동생은 지금 EC스튜디오의 전무로서 기술 부문을 총괄하고 있다. 동생에게 배운 것을 토대로 집 안에 있는 것들을 인터넷을 통해 팔기 시작했다. 매달 10만~17만 엔의 매출을 올렸다. 그의 비즈니스 감각은 그렇게 시작됐다.

일본에 돌아온 그는 2004년 EC스튜디오를 창업했다. 급속도로 성장해 고객사가 1000개로 늘었고 직원들을 늘려갔다. 그는 매출을 늘려서 직원들에게 월급을 많이 주면 된다고 생각했다. ‘강한 자가 이긴다’는 스포츠의 세계처럼 밀어붙였다. 고객은 늘었고 매출은 신장했다. 그런데 사원이 하나 둘 회사를 떠났다. 창업 사원까지 사표를 냈다. 패닉상태에 빠졌다. 업무는 늘어나는데 사원을 턱없이 부족했다. 그는 처음으로 사원들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부탁했다. “무엇이 문제이고 좋은 기업이 무엇인지 길을 찾겠으니 무조건 1년만 시간을 달라”고. 그의 나이 24세, 소문난 경영자들을 찾아 길을 물었다.

“어림잡아 1000명의 경영자를 만났을까요. 말은 달랐지만 길은 같았어요. 하나같이 사원을 소중히 여기라는 것이었죠.”

그는 사원이 회사 그 자체라는 ‘사원 제일주의’를 회사의 이념으로 삼았다. 방황 끝에 정한 좋은 기업은 간단하고 명료했다.

“나 자신이 입사하고 싶은 기업,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가족을 소중히 할 수 있는 기업, 그리고 충분한 보수를 받을 수 있는 기업, 정리해고를 하지 않는 기업입니다. 사원이 그만두겠다고 하지 않는 이상 정리해고는 경영자가 해서는 안 됩니다. 능력이 부족하고 적성이 맞지 않으면 새로운 부서를 만들면 되는 것입니다.”

그는 신입사원을 뽑을 때 학력이나 경력을 보지 않는다. 단 하나,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한 가지’를 지니고 있는가를 본다. 특기도 좋고 기술도 좋다. 그 특출한 끼와 기술을 아낌없이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이면 환영한다. 방향을 모르고 날뛰어도 좋다. 사방으로 튀는 끼와 재주를 융합하는 것이 경영자의 역할이라고 말한다. 사원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사원들은 어떤 자세가 필요할까.

“즐기는 자세입니다. 1주일의 5일이라는 황금 같은 시간을 회사에서 보내는데, 억지로 일하는 건 바보 같은 짓이지요.”

그래서 그는 현재 업무에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고, 자신이 설계한 인생의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데 EG스튜디오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당장 그만두라고 말한다. 그는 일본 중소기업의 견본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국내에만 움츠리고 앉아 대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다시 중소기업으로 흘러 내려오는 물만 받아먹는 중소기업이 아니라, 세상으로 뛰쳐나가는 기업이 되고 싶단다.

그는 오는 6월, 생후 3개월 된 아이와 함께 전 가족이 미국으로 이주한다. 자체 개발한 커뮤니케이션 시스템 Chart Work를 전파하기 위해서다. 직원을 파견할 수도 있지만 배수의 진을 치고 실패할 경우 책임을 지겠다는 각오로 도전하기 위해서다. 33세의 그는 “12년 전 도전정신을 가르쳐준 미국에서 세계를 향해 다시 한번 포효하고 싶다”고 한다.
글쓴이 염동호님은 경희대를 졸업하고 일본 호세이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호세이대 겸임연구원으로 《아시아의 금융위기와 시스템 개혁》 (일본서적・편저), 《괴짜 경제학》을 썼다.
  • 2012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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