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떠오르는 CEO (69) 푸야오(福耀)유리그룹 차오더왕(曹德旺) 이사장

중국 최대 세계 2위 자동차 유리회사

그의 아버지는 상하이 유통을 주름잡던 유명 백화점인 융안백화점의 주주였다. 그 덕에 그는 부유하고 안락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하지만 어수선한 시국을 피해 낙향하기로 한 아버지의 결정이 가족의 운명을 뒤바꿔놓았다. 상하이를 출발해 고향인 푸젠성 푸칭으로 향하는 화물선에 가족이 가진 모든 것을 싣고, 그의 가족은 유조선에 몸을 실었다. 그러나 고향에 도착해서는 짐을 찾을 수 없었다. 화물선이 풍랑을 만나 흔적도 없이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그의 가족은 대부호에서 그야말로 무일푼으로 전락했다. 하루 두 끼만 먹어야 할 정도로 가세가 급속히 기울었다.

그의 부모는 ‘먹고 입는 것을 줄이더라도 아이들 공부는 시켜야 한다’는 생각으로 아홉 살인 그를 학당에 보냈다. 그는 학당에서 돌아오면 늘 소몰이를 했다. 그러나 가세가 기울대로 기울면서 결국 열다섯 살 이후로 학교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는 형이 쓰던 오래된 교과서에 의지해 독학으로 학업을 이어갔다. 이도 잠시, 스무 살부터 그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 아버지가 담배장사를 접자 그는 40도가 넘는 폭염 속에 새벽부터 저녁까지 300근에 달하는 과일을 소매상에게 넘기는 유통업을 시작했다. 잔인할 만큼 힘든 시간이었다. 이것이 중국 최대이자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자동차 유리 생산기업인 푸야오(福耀)유리그룹을 일궈낸 차오더왕(曹德旺) 이사장의 어린 시절이다.

차오 이사장은 “한 치 앞이 안 보이던 그때 나를 움직인 것은 미래에 대한 희망이었다”고 말한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던 차오 이사장에게도 점차 돈이 모이면서 전기가 찾아왔다. 1983년 푸칭시의 수도계량기 제조공장 도급을 맡은 것이다. 설립된 지 7년 된 이 공장은 내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었다. 그가 도급을 맡은 첫 해 그 유리공장은 20만 위안의 수입을 올렸다. 출장을 다니면서 그는 중국산 자동차에 쓰이는 유리가 수입품이다 보니 턱없이 비싸다는 것을 알았다. 이때부터 수도계량기 유리 제조에서 자동차 유리 생산으로 품목을 바꿔나갔다.

“당시 중국에서는 보이차와 유리가 무척 비쌌어요. 모두 수입품이었으니까요. 자동차 유리를 국산화할 필요가 있었어요. 1987년 11명의 투자자와 함께 627억 위안을 투자해서 푸야오유리유한공사를 세웠어요. 설립 당시만 해도 자동차 유리 만드는 기술이 전혀 없어서 외국에서 설비부터 들여오고, 기술을 받아들여서 생산 품목을 늘려갔습니다. 국내에서는 기술로 인정받고, 해외에서는 가격경쟁력을 내세워 수출을 늘려갔어요. 처음에는 10여 개 제품을 생산했는데 지금은 생산품종이 1만여 개가 넘죠.”

차오더왕 이사장은 그동안 수입해오던 중국의 자동차 유리를 국산화한 주인공이다. 현재 중국산 자동차에 장착하는 자동차 유리는 모두 중국산이다. 중국산 차량 10대 중 7대는 푸야오가 만든 유리를 장착한다. 벤츠・아우디・BMW에도 푸야오가 생산한 유리가 쓰인다. 중국뿐 아니라 푸야오 유리의 미국시장 점유율이 20~30%에 달할 만큼 푸야오 제품은 해외시장에서도 제품력을 인정받고 있다.

1991년 푸야오유리그룹은 중국 민영기업으로는 최초로 중국 증시에 상장했다. 중국 기업을 통틀어 유리기업으로 상장한 첫 케이스이기도 하다. 푸야오그룹은 1996년 프랑스 유리회사인 생고뱅(Saint-Gobain)과 합작으로 자동차 유리 생산기업을 세웠다. 이것은 푸야오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소중한 경험이 되었다. 푸야오와 생고뱅은 총 3000만 달러를 들여 합자회사를 설립했는데 경영원칙에 대한 양측의 이견차로 협력은 3년 만에 막을 내렸다. 그러나 푸야오는 기술, 생산과정, 설계, 운영 등 세계적인 유리 공급업체로 커나가는 데 필요한 노하우를 배울 수 있었다.

차오더왕 이사장은 자선활동에 누구보다 적극적이다. 수도계량기 도급을 맡던 해인 1983년부터 현재까지 차오 이사장이 기부한 액수는 50억 위안에 이른다. 많이 벌면 기부액도 그만큼 늘린다. 2010년부터 2011년 4월까지 차오 이사장은 위수 지진지역에 1억 위안, 서남부 가뭄지역에 2억 위안, 푸저우 도서관 건립에 4억 위안, 고향인 푸칭시 공익사업에 3억 위안, 샤먼대학에 2억 위안 등 총 12억 위안을 기부했다. 2011년 차오 이사장은 후룬(胡潤)중국이 선정한 올해 중국 최고의 자선기업인으로 선정됐다. 그의 기부가 더 돋보이는 것은 자선활동을 기업 이미지 제고에 굳이 연결시키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불교신자인 그는 자선을 조건 없이 널리 베푸는 보시로 본다. 그는 2010년에 푸야오의 주식 10억 위안을 기탁해 중국 최대의 자선기금을 조성했다. 중국에서는 처음으로 기업가가 공익을 위해 주식을 기부한 사례로 크게 주목받았다. 중국 산업계에 대한 공헌, 적극적인 공익활동을 인정받아 그는 언스트앤영(E&Y)이 선정한 2009년 글로벌 최우수 기업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외에도 그에게는 흥미로운 기록이 있다. 정부와 분쟁이 생겨도 절대 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1983년 차오 이사장이 수도계량기 도급을 맡아 적자를 면치 못하던 기업이 큰 수익을 올리자 이를 시기한 지방정부가 그에게 세금 포탈, 부패 연루 혐의를 씌워 고발했다. 1986년 2월 회사 장부를 모조리 압수해 탈세 조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탈세 증거가 전혀 나오지 않았고, 오히려 차오 이사장이 세금을 더 낸 것이 드러나 5만 위안의 세금을 환급받았다. 이후에도 지방정부 관계자가 차오 이사장을 지속적으로 고발하면서 이 건이 중국 중앙정부에까지 올라갔다. 오랜 조사 끝에 중앙정부는 차오 이사장에게 어떤 혐의점도 없다고 최종 결론을 내리고 무고죄로 그를 고발한 정부기관 관계자를 인사 조치했다. 이런 일도 있었다. 중국산 자동차 유리의 해외 수출이 크게 늘면서 푸야오를 상대로 미국, 유럽 기업으로부터 반덤핑 제소가 이어졌다.

“중국이 WTO에 가입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캐나다국제무역법원이 푸야오를 비롯해 몇몇 중국 자동차 유리기업을 상대로 반덤핑 조사를 개시했어요. 그 즉시 회사에 반덤핑 대책사무실을 개설하고 특별팀을 캐나다로 파견했죠. 8개월에 걸친 싸움 끝에 결국 캐나다국제무역법원이 중국산 자동차 유리가 캐나다 산업에 피해를 주지 않았다고 판결했습니다.”

이것은 중국의 WTO 가입 이후 발생한 최초의 반덤핑 제소 사례로 그의 제품이 해외시장을 얼마나 휩쓸었는지를 잘 설명한다. 푸야오는 2001년부터 2005년까지 미국으로부터도 반덩핑 제소를 당했다. 차오 이사장은 소송비용으로만 1억여 위안을 들였는데 미국 측 반덤핑 제소도 결국 푸야오의 승리로 끝났다. 미국 상무부를 상대로 승소한 최초의 중국 기업이 바로 푸야오다. 이때부터 사람들은 그를 정부분쟁 불패신화의 주인공으로 인식했다. 미국으로서도 꽤 이례적이었는지 2006년 미국 상무부장관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차오 이사장과의 면담을 특별 요청하기도 했다.

차오 이사장은 지난 30년간 자동차 유리 생산이라는 한우물만 판 것으로도 유명하다. 부동산, 광산, 주식투자는 그와 거리가 멀다. ‘수급월불류(水急月不流)’, 물속에 비친 달이 흐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달은 그대로 있고 물이 흐른다는 뜻이다. 주변이 어지러워도 흔들리지 않고 근본에 충실한 달, 그는 달을 닮았다.
글쓴이 김명신님은 KOTRA 상하이 무역관 차장 겸 중국통상전략연구센터 연구위원으로, KOTRA 중국직무전문가를 역임했습니다. 이화여대, 한국외대 중국학(중국경제) 석사를 거쳐 중국 런민(人民)대학에서 기업관리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저서로는 《중국 CEO, 세계를 경영하다》(공저)가 있습니다.
  • 2012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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