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떠오르는 CEO (68) 퉈리농장의 장통구이(張同貴) 대표

비싸도 믿을 수 있는 먹거리 찾는 중국인의 수요에 맞춰 유기농 채소 공급하다

최근 몇 년 사이 중국 농산물시장에서 고가 제품이 빠르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무농약 농산물이 일반 농산물보다 몇 배 비싸지만 친환경 농산물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중국인들은 외식이 일상인데 요즘 집에서 식사를 준비하는 일이 많아졌다. 모두 식품안전 문제가 불거진 이후 생긴 변화다. 중국인은 균형 있는 식사가 건강유지에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 먹을 것을 무척 중시한다. 음식을 주문할 때도 차가운 음식과 뜨거운 음식의 비중을 맞추고, 고기와 생선을 균형 있게 주문하는 것이 음양의 조화를 맞추는 것이자 상대방을 배려하는 요리 구성이라고 생각한다. 음식의 원재료에도 관심이 많다. 이렇게 먹는 것을 중시하는 중국인의 전통적인 가치관에 경제성장이 맞물리면서 중국의 친환경 농산물시장이 급속히 커지고 있다.

중국에서 소득이 높기로 유명한 상하이. 이 지역 안심 먹거리시장의 선두주자로 주목받는 기업이 바로 퉈리농장(多利農庄)이다. 본인을 ‘퉈리 농장주’라고 소개하는 장통구이(張同貴) 대표는 쓰촨농업대학을 졸업한 엘리트 농사꾼이다. 졸업 후 쓰촨지역에서 농업관리와 무역을 담당하며 지방정부의 공직자로 생활했다. 중국 경제가 개혁개방을 맞아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시절, 그는 안정적인 직장을 과감히 버리고 광산개발에 뛰어들었다. 이후 상하이로 거처를 옮겨 정통 쓰촨식당을 열었다.

“당시 상하이의 쓰촨요리는 정통 쓰촨요리가 아니었어요. 제가 운영하던 쓰촨식당은 말 그대로 쓰촨의 맛을 그대로 옮겨 왔어요. 영업이 잘되어 한때 상하이 지역에만 점포가 30여 개에 달할 정도로 번창했죠. 문제는 그때부터 생겼어요. 점포가 많아졌지만 쓰촨요리는 체인점을 운영하는 데 필수적인 표준화가 무척 어려워요. 표준화하면 맛이 없어지고, 표준화하지 않으면 맛이 오락가락하죠. 쓰촨요리가 인기를 끌면서 시장경쟁이 치열해지는 것도 경영압박으로 다가왔어요. 그간 식당을 점진적으로 매각해 현재 2개 점포를 운영 중인데, 내년까지 전부 매각할 계획입니다.”

요식업을 접으면서 그는 친환경 농업에 뛰어들었다. 그가 상하이 근교 난후이구에 일군 17만3500m2(약 5만 평) 규모의 농장은 상하이 최대 유기농장이다. 이 농장을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데 걸린 시간이 자그마치 6년, 2억5000만 위안을 쏟아부었다. 유기농에 적합하도록 토질변경을 집중적으로 실시한 첫 3년간은 수입이 제로였다. 유기농 토질로 바꾸기 위해 독일회사에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 퉈리농장의 에너지관리, 수질관리를 위해 독일의 3개 기업이 참여했다. 4년째부터 유기채소를 수확하는 결실을 거뒀지만 판로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각고의 노력 끝에 거둬들인 채소가 일반 저가 채소와 동일한 취급을 받아야 했다. 유통상에게 채소를 넘기는 가격이 한 근에 10원도 안 되자 그는 채소를 퇴비로 쓰는 것이 낫겠다 싶어 밭을 갈아엎었다.

농장운영 5년째부터는 회원제 직접 판매방식을 도입했다. 회원모집을 위해 고소득층이 왕래하는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판촉활동을 했다. 외국인 주요 거주지역, 럭셔리카 출시기념회, 사립학교 행사 등이 주요 판촉 무대였다. 고객이 늘면서 얼마 전에는 7000만 위안에 달하는 투자도 끌어왔다. 퉈리농장은 2010년 상하이 엑스포 유기농 채소 특별 공급기지와 상하이 엑스포 유기농 채소 참관농장으로 선정되는 등 상하이 정부가 공식 인정하는 유기농장이다. 매출 1억 위안, 순이익 3000만 위안을 목전에 두고 있는 퉈리농장은 상하이의 충밍다오와 베이징의 핑구에도 유기농장을 조성할 채비를 하고 있다.

현재 퉈리농장의 회원은 5만 명, 장기회원이 1만 명이다. 주로 상하이 위주로 제품을 판매하지만 베이징으로도 판로를 넓힐 계획이다. 퉈리농장 제품은 구성에 따라 가격대가 천차만별이지만 일반적으로 52주를 기준으로 3~5인용에 해당하는 주당 12근의 채소 메뉴의 경우 연간 회원가격이 1만 위안에 육박한다. 퉈리농장의 유기농 채소가격이 비싸다고 생각하지 않느냐고 묻자 장 대표는 “하루 30위안이면 충분히 먹을 수 있는 가격”이라며 “하루에 30위안이라는 돈은 부유층에게만 허락되는 금액이 아니에요. 커피 한 잔, 담배 한 갑이 얼마인지 생각해보면 말이죠. 유기농 채소를 먹고 먹지 않고의 문제는 소득이 아닌 소비자의 가치관 문제라고 봅니다”라고 답한다.

식품안전 문제에 관심은 많지만 시간이 부족한 사람들이 주로 퉈리농장을 찾는다. 퉈리농장의 주요 고객인 상하이의 고소득층은 본인이 직접 채소를 사기보다는 가사 도우미를 통해 조달한다. 퉈리농장 제품은 상하이 지역 할인매장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직접 판매방식이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중국 할인매장의 채소 브랜드가 난립해 있기 때문에 섣불리 입점할 생각이 없다고 말한다. 할인매장 측이 찾아와 입점비를 받지 않고 입점시켜주겠다고 제안했지만 거절했다. 채소 브랜드가 난립해 있는 할인매장에 들어갔다가 브랜드 이미지가 실추되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직영매장 운영 역시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본다. 매장을 운영할 정도로 채소 품종이 다양하지 않은 데다 매장 운영비 등을 고려할 타산이 안 맞기 때문이다. 다만 온라인 판매는 긍정적으로 고려 중이다.

“품종의 다양성 확보가 풀어야 할 숙제예요. 현재 상하이 최대 규모인 퉈리농장도 한 계절에 30종 정도의 채소를 키우기에 적정한 수준이죠. 품종확대를 위해서 윈난성 등 다른 지역으로 생산기지를 넓힐 계획입니다. 올해부터는 채소 이외에 달걀과 육류도 취급할 계획이에요. 현재 저장성에 양계장을 운영 중인데 일반 닭은 촉진제를 맞아 4개월 만에 성계가 된 것이 많지만 퉈리농장은 촉진제 등 인공적인 요소 주입 없이 1년 동안 닭을 키우고 있어요.”

퉈리농장의 고객 중에는 은행, 대기업, 항공사 등 단체 고객도 많다. 중국의 대표적인 여행사인 진쟝그룹, 지샹항공, 둥팡항공, 쓰촨항공에도 퉈리농장 제품이 들어간다. 현재 상하이 인구의 5%가 유기농산물을 먹고 있다. 성장세인 이 시장에 진입하는 후발업체의 행보도 부산하다.

“유기농시장은 무척 큽니다. 한 회사가 전체 시장을 장악하기는 어려워요. 이 점에서 다른 기업과 경쟁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되면 소비자 의식이 제고되고 시장이 건전하게 발전하니까요. 베이징과 상하이의 유기농산물 시장규모는 100억 위안에 달합니다. 지난해 퉈리농장의 매출이 1억 위안 정도니 잠재시장에 비하면 극히 일부에 불과하죠.”

기업화된 농장운영이 농민의 자리를 잠식하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에 대해 그는 고개를 내저었다. 농민 대상 시장은 사실상 중저가 시장이기 때문에 퉈리농장의 제품과는 시장충돌이 없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퉈리농장은 계절별로 소득이 불안정한 농민에게 월 2000위안의 급여, 사회보험과 영농교육 혜택을 제공하고 있어 농민과 상생하는 면이 많다고 강조했다. 유기농 채소는 다른 채소에 비해 인력 사용량이 1.5배나 높아 농촌인력 고용효과가 높다고 설명했다.

“판로를 찾지 못해 밭을 갈아엎을 때만 해도 퉈리농장이 이렇게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은 드물었어요. 소비자 의식이 그만큼 빠르게 달라졌다는 뜻이죠. 영리도 중요하지만 퉈리농장이 안심 먹거리 제공자라는 그 자체에 자부심이 강합니다. 투자를 받을 때 수익을 내는 데에만 관심이 있는 사람은 사양합니다. 책임감과 인내심이 있어야만 오랜 시간을 견뎌야 결실이 나는 유기농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죠.”
글쓴이 김명신님은 KOTRA 상하이 무역관 차장 겸 중국통상전략연구센터 연구위원으로, KOTRA 중국직무전문가를 역임했습니다. 이화여대, 한국외대 중국학(중국경제) 석사를 거쳐 중국 런민(人民)대학에서 기업관리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저서로는 《중국 CEO, 세계를 경영하다》(공저)가 있습니다.
  • 2012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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