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떠오르는 CEO (67) ‘샤오무즈’ 란지엔쥔 이사장

중국 최대의 자동차 유지보수 체인기업 일구다

중국의 자동차 판매가 침체를 면치 못하면서 자동차 관련업계가 울상인 요즘, 큰 타격 없이 사세를 꾸준히 늘려가는 곳이 바로 자동차 유지보수 기업들이다. 차량 구매의향이 낮을 때는 차량을 수리하려는 운전자가 많아 유지보수 업체들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유지보수 중에서도 차량 긁힘 자국 복원을 전문으로 해 중국 내 420여 개 체인점을 내고 성업 중인 기업이 바로 샤오무즈(小拇指)다. ‘샤오무즈’는 ‘새끼손가락을 걸어 약속한다’는 뜻으로, 샤오무즈가 내건 고객과의 약속은 ‘더 빠르게 그리고 더 저렴하게’다.

샤오무즈의 창업자인 란지엔쥔(蘭建軍) 이사장은 중국 국유 자동차 기업인 둥펑자동차에서 15년간 일했다. 이때의 경험이 샤오무즈의 긁힘 방지 복원기술 노하우의 바탕이 됐다.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둥펑자동차에서 트럭 엔지니어로 일했어요. 둥펑에서 첫 5년간 트럭을, 이후 4년간 세단을 만들었어요. 세단을 만들 때는 차량도색 작업장에서 근무했죠. 그 후에는 기획, 재무, 인사, 브랜드 관리 등 지원부서를 거쳤어요.”

차량과 관련된 업무를 대부분 해봤다는 그는 이렇게 우한둥펑자동차에서 잔뼈가 굵었다. 사원으로 시작해 서열 20위 내 간부까지 올랐지만 모험심이 많았던 그로서는 국유기업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기회를 찾고 싶었다. 당시 중국에는 민영기업이 봇물 터지듯 생겨나고 있었다. 회사를 그만둔 그는 40~50대 고급 여성복 기업으로 유명한 우한타이허 측으로부터 사장직 제안을 받았다. 여성복이 낯설었지만 그는 그곳에서 짧지만 굵은 경험을 했다.

“의류업은 자동차와는 또 다르더군요. 의류는 말 그대로 종합 업종이에요. 의류 디자인, 가맹점 관리 등 A부터 Z까지 손 갈 데가 많아요. 타이허에서 일하면서 브랜드 포지셔닝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깨달았어요.”

타이허로 옮긴 다음 해, 중국에는 사스가 불어닥쳤다. 재고가 쌓이고 매출이 급락하는 위기가 한동안 지속됐다. 생각하는 것들을 실현해보고자 민영기업으로 옮겼지만 월급 사장의 현실적 한계에 직면했다.

“당시 타이허에서는 제게 너무 창의적이라고 했어요. 제가 내는 아이디어가 좋다고 했지만 그것을 현실화하기 위한 사내 여력이 많지 않았어요.”

결국 타이허에서 나와 둥펑자동차 시절 알고 지내던 부품업체 사장이 알선한 회사에서 일하면서 자동차 유지보수시장의 잠재력을 실감했다. 당시 중국에는 자동차 유지보수라는 개념조차 낯선 상황이었다. 자동차 유지보수를 창업 분야로 정하자 주변에서는 자동차 보유량이 많은 광둥으로 가라고 조언했지만, 그는 광둥이 아닌 저장성을 선택했다. 저장성에는 부유층이 많고 지방정부가 제시하는 투자환경이 우수했기 때문이었다. 2004년 8월 저장성 항저우에 100m2의 공간을 빌려 점포를 냈다. 일반적인 유지보수시장은 4S(판매, 부품, 유지보수, 정보 피드백)점이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긁힘 자국 복원 분야로 특화했다. 당시에는 긁힌 자국 때문에 차를 맡겨 수리하려면 며칠이 걸리고 가격도 비쌌다. 4S점의 긁힌 자국 복원기술도 신통치 않았다. 4S점 관리자는 주로 기계・전기 전공자였는데 긁힘 회복은 화공 분야이기 때문이다.

당시 고기압으로 분사한 페인트가 튀면서 낭비되는 페인트 양이 적지 않았다. 그렇다고 기압을 낮추면 페인트가 물방울처럼 맺혀 보기에 흉했다. 기압을 낮춰 버리는 페인트 양을 최소화하는 대신, 페인트가 고르게 퍼지면서도 빨리 마르는 기술, 이것이 바로 그가 지닌 노하우였다. 그는 서비스 가격을 4S점의 3분의 2가량으로 낮추고 한번 수리해준 것에 대해서는 7~8년간 품질을 보장했다. 평균적으로 중국인들은 5년에 한 번씩 차를 바꾸는 것을 고려할 때 차가 수명을 다할 때까지 품질을 보장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서비스가 빠르고 가격이 저렴하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점포가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규모가 커지자 그는 혼자 감당하기 어려워졌다. 그때 초기 투자자였던 웨이홍이 거액의 투자를 약속했다. 단 소규모가 아닌 대형화해야 한다고 조건을 달았다. 란 이사장은 이 제안을 받아들여 점포 면적을 500m2로 늘리고 ‘샤오무즈’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등록했다.

“사람들이 ‘샤오무즈’라는 이름을 한번 들으면 잊어버리지 않아요. 이것 때문에 광고비를 크게 줄일 수 있었어요(웃음).”

점포를 대형화한 후 그는 어떻게 하면 보다 서비스를 빠르게 제공하고 품질을 제고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했다. 그리고 가맹점 모집을 염두에 두기 시작했다. 수리 받으려는 차들이 줄을 서면서 현지 매스컴도 샤오무즈를 주목했다. 그러나 사세가 성장할수록 그의 고민은 커져갔다. 우선 기술자 들과 늘 협상의 연속이었다. 2005년 첫 가맹점포를 열고 삽시간에 가맹점이 100여 개로 늘었는데 가맹점과 본사 간 충돌이 잦았다. “가맹점은 본사를 믿고 점포를 오픈했으니 모두 다 알아서 해달라는 식이었어요. 기술을 모르니 몇 달 동안 직원을 고정적으로 파견해달라, 직원을 구해달라는 등 과도한 요구가 많았죠. 2008년이 고비였는데 본사와 가맹점의 관계가 거의 무너지는 수준이었어요.”

이 과정을 겪으면서 그가 고안해낸 것이 바로 점수적립제다. 가맹비를 납부하고 점포를 오픈한 가맹점에 일정 점수를 주고 직원위탁 고용, 기술지원 등 본사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할 때마다 점수를 공제하는 방식이다. 본사 소속 기술자들은 가맹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받아오는 점수에 따라 급여를 받는다. 기술자들과 협상의 연속이던 시절도 점수적립제를 시행하면서 끝났다. 기술자들은 점수를 더 얻기 위해 가맹점이 부르면 단박에 달려가고 가맹점은 다 떨어지면 돈을 주고 사야 하는 점수를 아껴 쓰기 위해 본사에 서비스 지원을 요구하는 것에 무척 신중해졌다. 점수적립제를 도입해 가맹점과 직원 모두를 적절히 관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우수 가맹점에는 보너스 점수를 부여하고, 고객 불만이 접수된 가맹점은 점수를 공제했다. 누적점수가 많은 가맹주에게는 점수만큼 해외여행이나 교육 등의 서비스를 제공했다.

“중국에서는 가맹점 관리가 무척 어렵다고들 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관리방식만 잘 찾으면 중국만큼 가맹점 운영이 효과적이고 손쉬운 곳도 없죠. 프랜차이즈 가맹영업기업들이 주로 가맹점 관리를 표준화하는 데 주력하지만, 가맹점을 적절히 통제, 관리하는 방법을 고안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것만 제대로 된다면 가맹점 영업이 중국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지죠.”

140개 지역의 420여 개 샤오무즈 점포 중 직영점은 10개 미만이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지역별 환경 차이가 크고 진입 장벽이 높은 중국에서는 본사가 타 지역의 가맹점 문제를 직접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 이점에서도 직영보다는 가맹점이 자본, 인력, 리스크 관리 면에서 유리하다. 샤오무즈는 앞으로 3년 내 점포를 1000개까지 늘릴 계획인데 상하이・베이징・광저우 등 대도시보다는 2~3선 도시를 타깃으로 하고 있다. 대도시에는 4S점이 많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하지만 2~3선 도시는 4S점이 적어 경쟁이 상대적으로 덜하기 때문이다.

“샤오무즈를 창업한 지 올해로 7년째인데 지금까지 총 100만여 대를 수리했어요. 가격이나 속도를 샤오무즈의 경쟁력으로 내세웠지만 샤오무즈가 근간으로 여기는 것은 신의와 성실입니다. ‘할 수 있습니다’라고 고객과 약속한 부분은 반드시 지킵니다. 샤오무즈라는 이름처럼요.”
글쓴이 김명신님은 KOTRA 상하이 무역관 차장 겸 중국통상전략연구센터 연구위원으로, KOTRA 중국직무전문가를 역임했습니다. 이화여대, 한국외대 중국학(중국경제) 석사를 거쳐 중국 런민(人民)대학에서 기업관리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저서로는 《중국 CEO, 세계를 경영하다》(공저)가 있습니다.
  • 2012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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