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고의 장인 (66) 애완동물용 마이크로칩 개발한 니타하라 도쿠오(仁田原得男) 일본 마이크로칩기술개발주식회사

안락한 노후 대신 창업으로 인생 2막 시작한 60대 CEO

“내 인생에 ‘정년’이란 없다!”

창업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한 니타하라 도쿠오(仁田原得男) 일본 마이크로칩기술개발주식회사 대표의 좌우명이다. 그의 나이 올해 62세. 애완동물용 마이크로칩으로 글로벌 기업을 꿈꾸고 있는 벤처기업 사장이다. 샐러리맨의 메카라 불리는 도쿄 니혼바시(日本橋). 그 일각에 자리한 오피스 빌딩에서 그를 만났다. 인사가 끝나자마자 잡담 시간조차 아깝다는 듯 컴퓨터를 켜고 제품을 설명하기 시작한다. 그다지 세련되지 않은 말솜씨, 약간 투박하고 묵직한 베이비붐 세대 특유의 분위기가 풍긴다.

2011년 8월, 타이완 타이페이 시에서 열린 제37회 타이페이 국제전자산업과학전(TAITRONICS)의 한 설명회장에 타이완 수의사들이 몰려들었다. 니타하라 대표가 개발한 마이크로칩과 이 칩의 정보를 읽고 정보를 추가할 수 있는 양방향 스캐너를 보기 위해서였다. 타이완에서는 모든 애완용 동물에게 주민등록 등초본같이 이력을 담은 칩을 부착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기존 애완동물용 칩은 출생기록 등만 입력할 수 있을 정도로 정보량이 부족한 데다 귀나 목 부근의 체내로 일단 투입하면 더 이상 정보를 추가할 수 없다. 출생 후 질병에 걸리거나 예방접종 등의 기록과 주인이 바뀌었을 경우 등의 이력을 추가할 수 없다. 하지만 신형 칩은 기존 마이크로칩과 달리 정보량을 늘릴 수 있는 데다 양방향 스캐너로 추가 정보를 기록 관리할 수 있다. 구조는 간단하다. 시스템 관리 소프트웨어가 설치된 컴퓨터에 추가 정보를 입력한 후 이 정보를 양방향 스캐너로 보내 스캐너의 ‘쓰기’ 기능을 통해 이미 부착된 칩에 이 기록을 추가하는 시스템이다.

단순해 보이지만 그가 이 양방향 스캐너를 개발하기까지는 5년이라는 시간과 인생을 건 치열한 노력이 있었다. 지금 그의 창업일지는 창업을 꿈꾸는 정년퇴직자들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그가 애완동물 칩 전용 양방향 스캐너를 구상하기 시작한 것은 2006년. 애완동물용 소액 단기보험 관련 업무를 취급하면서였다. 당시 그는 퇴직 전이었기 때문에 주주로서 자본을 투자하는 형태로 개발에 참여했다. 아이디어와 사업성을 보고 많은 업체가 몰려들었다. 2년 후인 2008년 일본 마이크로칩기술개발주식회사가 설립되었고, 각 사별로 역할 분담도 정해졌다. 의료기기 유통체인망을 보유한 업체가 유통을 담당하기로 했고, 최대 난관이라는 약사법 등 행정절차를 담당할 파트너도 정해졌다. 개발도 나름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그는 모든 것을 접고 2009년 대표에 취임했다. 그가 대표가 되면서 개발은 탄력을 받았고 2010년 초 시제품 단계에 들어섰다. 그때였다. 파트너 기업으로 참가했던 핵심 업체가 경영파탄으로 도산에 직면했다. 상황은 급변했다. 핵심업체의 파산신청은 안정적인 경영과 제품 공급에 불안을 느끼게 했다. 유통을 담당하기로 한 업체가 이탈을 선언하면서 모든 것은 엉망이 되었다. 자금도 바닥을 드러냈다. 사무실 임대료를 내기도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그의 뇌리에는 ‘포기’, ‘파산’이라는 두 단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할 수 없었다. 하나는 ‘사업성’ 측면에서 자신이 있었고, 또 하나는 무의미한 노후를 보내고 싶지 않았다.

“일본에는 애완용 개와 고양이가 약 2650만 마리 있습니다. 동물병원을 경영하는 수의사는 8000명이고요. 연간 10만 마리가 기초 기록이 탑재된 칩을 장착하고 있지만, 현재 51만 마리밖에 부착이 안 된 상태입니다.”

핵심 파트너를 잃은 그는 2010년 3월 중대 결단을 내렸다. 노후대비를 위해 묶어두었던 아파트를 팔아 회사 자금을 조달하기로 한 것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결혼을 하지 않아서 책임져야 할 가족이 없어요. 그래서 덜 부담스러운 부분도 있지요.”

매일 오전 8시 출근해 오후 11시에 퇴근하지만 3년간 수입은 한 푼도 없었다. 월급은 물론 휴일도 없었다는 그에게 취미가 뭐냐고 물었다.

“취미요? 요즘 취미는 법 공부입니다. 정부 허가를 받아야 할 것이 많아 제출해야 할 서류가 산더미입니다. 각종 법률 확인에서부터 공문서 작성 등 모든 것을 혼자서 해야 하기 때문에 취미 같은 것은 생각할 겨를도 없습니다.”


현재 타이완과는 구체적인 비즈니스 상담이 오가는 단계까지 왔다. 일본에서도 수의사회를 비롯해 관련업체가 관심을 보이는 가운데, 2012년 봄 완제품 출시를 앞두고 완성도를 높이는 개량작업을 하고 있다. 59세라는 적지 않는 나이에 창업을 하며 모든 재산을 투입하고 원룸 같은 아파트에서 독신생활을 하며 제2의 인생을 설계하는 그지만, 그 자신도 믿기 어렵다는 화려한 젊은 시절이 있었다.

일본을 대표하는 명문 사학 와세다대학 공학부를 졸업한 그는 졸업과 함께 산업용 기기 제조업체에 입사했다. 물류와 생산관리를 담당하며 제조업 전반에 관한 업무를 익혔다. 사회생활에 장애가 되는 상사도, 안 풀리는 일도 거의 없었다. 거칠 게 없는 사회생활이었다. 강력한 리더십이나 카리스마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뛰어난 업무처리 능력에는 정평이 나 있었다. 장래가 유망한 그였지만 호기심이 많아 여러 번 전직했다. 모두 다른 업종이었다. 외자계 생명보험회사에서는 10여 년간 법인과 대리점을 상대로 한 매스마케팅과 직원교육을 담당했다. 다른 외자계 보험사의 초창기 일본법인 설립에 참여하기도 했다. 거품경제가 절정기를 맞이하면서 부동산 개발회사로 자리를 옮겨 디벨로퍼로서 개발 사업을 담당했다. 그는 수입 면에서나 업무에서나 말 그대로 잘나가는 샐러리맨이었다. 30대에는 주식에 거금을 투자해 돈도 꽤 벌었다. 그 돈으로 도쿄 중심부 역세권에 노후대비용으로 아파트도 두 채 사고 남부럽지 않을 만큼 저축도 했다. 하지만 그의 승승장구는 거기까지였다.

거품붕괴와 함께 주가는 폭락장세로 돌아섰고 4000만 엔이 넘는 손실을 봤다. 첫 번째 좌절이었다. 마흔을 갓 넘은 나이였다. 하지만 두려움은 없었다. 아직 젊었고 의욕도 있었다. 그 후에도 회사를 옮기고 변화가 있었지만 59세의 나이로 창업하는 순간까지 그는 노후에 불안감을 느낀 적이 없었다. 임대 수입만 한 달에 30만 엔에 달했고, 퇴직연금까지 합하면 한 달 노후자금으로 40여 만엔. 부족함 없는 노후준비를 한 그였다. 하지만 안정적인 임대 수입을 포기한 그는 지금 도쿄 인근 지바 현의 월세 3만3000엔의 조그만 공영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무엇이 그를 그처럼 불타게 한 것일까.

“꿈이라면 너무 유치한가요? 불안감이 왜 없었겠어요. 하지만 사업성에 대한 확신이 있었고,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마음도 있었지요.”

지금 일본에서는 고령자 세대의 창업이 늘고 있다. ‘이익은 없어도 사람과 사회에 도움이 되고 싶다’거나 ‘회사를 다니던 현역 시절부터 품었던 꿈을 실현하고 싶다’는 게 창업의 이유다. 이처럼 창업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고, 그 형태도 각양각색이다. 창업에 올인한 그에게 시니어 창업의 자세를 물었다.

“첫 번째는 3년 정도 버틸 수 있는 자금과 사업계획서가 필요합니다. 두 번째는 지금까지 자신이 해온 업무와 관련해 인맥과 지식을 살릴 수 있는 분야에서 아이템을 찾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폼을 잡지 말아야 합니다. 번듯한 사무실이나 비싼 사무용품은 의미가 없습니다.”
글쓴이 염동호 님은 경희대를 졸업하고 일본 호세이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호세이대 겸임연구원으로 《아시아의 금융위기와 시스템 개혁》 (일본서적・편저), 《괴짜 경제학》을 썼다.
  • 2011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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