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떠오르는 CEO (65) 상하이커룬(科倫) 치업(置業) 상하이유한공사 장위(張宇) 이사장

잘나가던 부동산 사업가, 경극 배우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다

상하이의 오래된 경극 전용극장 객석을 가득 메운 사람들을 앞에 두고 경극 배우가 특유의 가는 음색으로 연기를 하고 있다. 중요한 대목마다 객석 청중은 “하오(좋다)”를 외치거나 배우를 따라 대사를 흥얼거린다. 중국에서 가장 국제화된 도시라고 자부하는 상하이에도 중국의 고전 경극 관람을 즐기는 젊은층이 제법 있다. 경극의 매력에 빠져 비즈니스맨에서 아예 전문 경극인으로 나선 사람도 있다. 바로 중국의 유명 경극 배우인 장위(張宇)다.

올해 중국 공산당 창당 90돌 기념 프로그램을 찍기 위해 CCTV에 출연해 경극을 선보이기도 했던 그는 어릴 적 부친을 따라 경극 극장을 자주 찾았다. 경극 배우의 독특한 음색과 화려한 복장에 사로잡힌 그는 틈나는 대로 경극 가사를 흥얼거렸다. 중국 문화대혁명이 한창이던 1968년, 상하이사범대학 영문과를 졸업한 직후 군부대가 운영하는 산둥성 소재 농장에 배치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경극 특기자로 뽑혀 산둥성 지난(濟南)의 문예단에서 경극 배우로 3년을 보냈다. 이후에는 산둥성 리우청 지역 양구현에서 영어교사로 일하는 등 대학을 졸업하고 장장 7년을 산둥성 이곳저곳을 떠돌며 보냈다. 암흑과도 같던 문화대혁명 시기, ‘이곳에 더 이상 희망은 없다’고 결론을 내린 그는 1974년 홍콩행을 신청했다. 그로부터 2년 뒤 마침내 홍콩거주 허가가 떨어지면서 홍콩에서의 새 삶이 시작되었다.

“당시 홍콩은 기회의 땅이었어요. 처음 홍콩에 도착해서는 친척이 운영하는 양복 도매점에서 잡일을 했죠. 광둥어도 배웠고요. 그러던 중에 친척이 양복점을 물려줄 테니 운영해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는데 한마디로 거절했어요. 다른 사람의 성과물을 대가 없이 받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려웠죠.”

양복점을 떠난 그는 가전제품 판매사원으로 홍콩에서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열악한 조건을 견디며 일에 매달리면서 영업력을 인정받았다. 기대하지 않은 일도 있었다. 그가 1977년 홍콩에서 개최된 국어말하기대회에서 은상을 수상하며 3000홍콩달러의 상금을 받은 것이었다. 그는 친구를 대신해 팔았던 주택판매 수수료 1500홍콩달러를 합쳐 홍콩에 ‘원화부동산’이라는 이름의 부동산회사를 차렸다. 부동산중개업을 하면서 ‘안러쥐(安樂居)’라는 가정 서비스회사도 열었다. ‘안러쥐’는 실내 인테리어 공사, 청소, 살충, 가정용품 수리, 보모 공급 등 가정과 관련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했는데, 가격이 합리적이고 서비스가 우수해 고객이 몰려들었다. 고단하게 시작한 그의 홍콩생활에도 점차 여명이 찾아들었다. 홍콩에 발을 들인 지 10년째인 1986년, 당초 세운 부동산 중개회사를 ‘원화항부동산컨설팅’으로 바꾸고 부동산 중개에서 부동산 기획투자 형태로 사업범위를 넓혔다. 홍콩에서 성공한 기업인으로 업계에서 점차 알려지면서 그는 홍콩 일대에서 화제 인물로 떠오르기도 했다.

홍콩에서의 생활이 자리 잡히자 조국에 대한 그리움이 밀려왔다. 때마침 일본 국적의 화교가 운영하는 쑨쓰그룹이 당시로서는 상하이 최대 규모였던 토지 매입건인 홍차오 26호 토지 입찰대행을 그에게 의뢰했다. 그때가 1988년이었다. 2800만 달러에 낙찰된 당시 토지는 상하이 최초로 외국인 투자자가 매입한 토지이기도 하다. 장위가 세운 최초 기록은 이것만이 아니다. 그는 이외에도 상하이 최초라는 기록을 몇 개 더 갖고 있다.

“그 일을 계기로 상하이 최초로 외국 자본이 투자한 부동산회사를 설립했어요. 당시 중국에는 아파트 관리라는 개념이 없었는데 아파트 관리를 대행하는 물업관리회사도 상하이 최초로 세웠죠. 홍콩 커룬그룹과 부동산 투자자문회사를 함께 세웠는데 개혁개방 이후 중국시장에 관심을 갖는 홍콩기업과 화교가 늘면서 제가 그 가교 역할을 맡았어요. 홍콩・상하이뿐만 아니라 마카오・오스트레일리아・말레이시아 등지에도 회사를 세워 중국에 부동산을 개발했습니다.”

중국에 부동산 붐이 불면서 너도나도 부동산에 뛰어들었지만 그는 부동산 시장이 안고 있는 위험요소를 무시하기 어려웠다. 경제발전에 비해 소프트웨어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점이 그에게는 큰 한계로 다가왔다. 법규 미비와 인력 부족을 절감하면서 그의 관심은 부동산보다 문화계 쪽으로 기울었다.

“인생이란 잠시 거쳐 가는 것이지요. 이 거쳐 가는 길을 참 고단하게 산 것 같습니다. 어떤 때는 돼지우리 옆에서, 기차역에서 잠을 청하면서 갖은 고생을 다했죠. 쓴맛・단맛을 다 본 환갑을 넘긴 나이에 문화라는 새로운 분야에 제 정열을 쏟고 있어요.”


그의 문화에 대한 관심은 갑작스러운 것이 아니다. 비즈니스맨으로 주가를 올릴 때에도 그의 경극에 대한 애정은 변하지 않았다. 어린이 경극대회를 정부기관에 제안해 추진하기도 하고 1000만 위안에 가까운 자금을 투자해 경극 배우를 키워내기도 했다. 쿤밍과 홍콩에서 개최된 소수민족 풍화전과 중국 회화대전을 후원하는 등 문화예술계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경극 분야에서 영향력이 커지면서 그는 중국 경극예술기금회 이사를 맡고 중국 문화부가 수여하는 금국장을 수상하기도 했다.

문화대혁명이 끝나고 개혁개방을 시작한 직후인 1980년대부터 중국에 서화, 경극과 같은 문화활동이 다시 태동하기 시작했는데 문화에 관심이 많던 그는 이 새로운 바람을 놓치지 않았다. 그가 본격적으로 문화 관련 비즈니스를 시작한 것은 2000년대 들어서였다. 2000년대 초 그는 상하이에 원화리경극회관과 쑤저우에 둥팡경극살롱을 세웠다. 상하이 원화리경극회관에서는 경극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면 누구나 경극을 이해하는 기회를 갖고 경극 배우 분장을 해보기도 하고 경극 배우를 흉내 내 사진 촬영을 하는 등 하루쯤 경극 배우로서의 삶을 살아볼 수 있다. 이외에도 그는 상하이 칭푸에 베이징에 현존하는 황족 저택 중 하나인 공황부를 본뜬 ‘종합대관원’을 열었다. 으리으리한 규모를 자랑하는 이곳에서는 각종 행사와 예술 공연이 펼쳐진다.

“종합대관원 입구에 들어서면 300m2(90평) 규모의 노천 바비큐 광장이 한눈에 들어오죠. 해질 무렵 이곳에서 공연을 보며 각종 별미를 맛보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어요. 중국에도 테마파크가 많지만 단순히 보는 즐거움에 그치는 곳이 많지요.”

그는 호황일 때는 잘 모르지만 부동산만큼 리스크가 큰 산업도 없다고 강조한다. 이에 비해 문화산업은 잠재력이 높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원화리경극회관 인근에 있는 그가 운영하는 회의소에는 문화계 인사가 연일 드나들며 공연 연습을 하고, 문화계 소식을 전한다. 2000년부터 줄곧 중국 스튜어디스 치파오대회 복장을 협찬해온 그는 홍콩식 양복 맞춤숍을 운영할 정도로 의상에도 조예가 깊다.

“단순히 문화 관련 비즈니스를 하는 것이 목적은 아니에요. 금전적인 차원보다는 더 높은 가치실현을 위해 문화를 택했어요. 중국은 유구한 역사에 비해 문화산업이 뒤처져 있죠. 문화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문화에 대한 시민소양을 높이고 일상생활에서 문화를 즐기는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해요. 제가 아직 할 일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환갑을 넘긴 나이, 문화와 더불어 제2의 인생을 의욕적으로 살고 있는 그에게서 힘이 느껴진다.
글쓴이 김명신 님은 KOTRA 상하이 KBC 차장 겸 중국통상전략연구센터 연구위원으로, KOTRA 중국직무전문가를 역임했습니다. 이화여대, 한국외대 중국학(중국경제) 석사를 거쳐 중국 런민(人民)대학에서 기업관리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저서로는 《중국 CEO, 세계를 경영하다》(공저)가 있습니다.
  • 2011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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