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고의 장인 (64) 고마쓰 마사미(小松真実) ‘뮤직 시큐리티즈’ 사장

음악가, 지진 피해 중소기업 지원하는 펀드 아세요?

얼마 전 일본 경제의 심장부 도쿄 마루노우치의 한 마천루에서 투자설명회가 열렸다. 도시에 어울리지 않는 비가공 농수산물과 구수한 사투리가 오고 갔다. 바로 동일본 대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 대표들의 재건계획 설명회였다. 이 투자설명회를 주최한 펀드운용사는 ‘나눔을 통한 공생사회 실현’이라는 비즈니스 모델을 표방한 주식회사 ‘뮤직 시큐리티즈(music securities)’였다. 펀드 운용규모 20억 엔대의 중소규모 펀드운용사다.

이 작은 펀드회사의 상품을 놓고 일본 경제계가 술렁이고 있다. 화제의 상품은 동일본 대지진 피해지의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취지에서 만든 ‘복구지원펀드’다. 이 펀드의 특징은 기부금과 투자금이 조합된 상품이라는 것. ‘기부’와 ‘투자’를 융합한 투자펀드 상품을 마이크로 파이낸싱의 형태로 시장에 내놓은 것이다. 펀드는 한 계좌당 1만500엔. 이 가운데 5000엔은 기부금, 5000엔은 출자금, 나머지 500엔이 이 운영사가 가져가는 출자 취급수수료다. 투자금의 50%를 기부함으로써 피해지역 기업들의 재건에 힘을 보태려는 것이다. 물론 사업이 정상궤도에 오르면 배당을 받을 수 있고 투자자로서 각종 혜택을 누릴 수도 있다.

놀라운 것은 투자금의 50%를 기부해서 반밖에 상환되지 않는 상품인 데도 공모한 펀드 대부분이 팔렸다는 것이다. 현재 응모한 기업 가운데 펀드 모집심사를 통과한 기업은 11개사, 모집규모는 5억 엔인데, 펀드 대부분이 모집을 시작한 지 한 달이 되지 않아 목표금액을 달성했고, 3개월이 지난 현재 출자자는 7500명을 넘었다.

이 펀드의 특징은 ‘공생’과 ‘공존’이다. 즉 투자자와 사업자 그리고 운용사가 모두 리스크를 분담하고 공유해 공생을 도모하는 복지성과 사회성이 짙은 펀드다. 운용사인 뮤직 시큐리티즈도 펀드 취급수수료 5% 이외의 모든 성공 보수와 10년간 관리비(투자설명회, 정보발신비)를 받지 않는다. 모든 추가수익을 기부하기로 한 것이다. 기존 자산운용사나 투신사의 펀드가 대부분 금융자산에 편중되어 있는 반면, 뮤직 시큐리티즈 펀드상품은 특정 사업자를 대상으로 한다. 운용사는 사업자 현황과 상품 정보를 투자자가 직접 확인하도록 사이트를 통해 공개하고, 사업자는 정기적으로 투자자 환원 이벤트를 개최함으로써 단순히 수익만 추구하는 펀드가 아닌 사업자와 투자자의 영속적인 상생관계를 만들고자 한다.

대기업 본사와 은행 본점이 늘어선 마루노우치 오피스 거리 신마루노우치 빌딩에 위치한 뮤직 시큐리티즈를 찾았다. 이 회사의 고마쓰 마사미 사장은 기업의 역할을 강조한다.

“모두 공생・공영할 수 있는 방법이 중요합니다. 기업의 역할이 이익 추구에서 함께 살 수 있는 모델을 제시하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뮤직 시큐리티즈에는 현재 20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대부분 증권회사나 은행, 정부금융기관에서 이직한 20~30대 금융 엘리트들이다. 이들이 수백만 엔의 수입이 보장된 직장을 버리고 연봉을 낮추면서까지 무명의 중소기업으로 전직해온 이유는 무엇일까. 고마쓰 마사미 사장은 회사의 방향성과 경영 이념을 공감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뮤직 시큐리티즈의 경영 이념은 ‘인간과 인간을 연결해 미래를 만드는 새로운 자본주의’다. 30대 후반의 젊은 경영자가 어떻게 이 같은 기업론을 갖게 됐을까.

그는 어릴 때부터 장르를 가리지 않고 음악을 좋아했다. 초등학교 때는 바이올린을 켰고 중학교 2학년 때는 밴드에서 드럼을 쳤다. 자나 깨나 음악 생각뿐이었다. 그는 음악을 하되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상업성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이 추구하는 음악을 자유롭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제를 알아야겠다고 생각해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그러나 그는 유독 오디션 운이 없었다. 보는 족족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그러다 큰 전환점이 생겼다. 대학교 4학년 때 골드만삭스 에셋매니지먼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금융과 펀드상품에 매력을 느꼈고 그때 투자신탁과 음악펀드의 융합을 고안한 것이다.

2000년 3월 대학을 졸업한 그는 같은 해 12월 아르바이트로 모은 50만 엔을 자본금으로 뮤직 시큐리티즈를 창업했다. 50만 엔을 밑천으로 86만 엔짜리 제1호 음악펀드 ‘BOLERO-1’을 모집했고, 첫 번째 펀드였음에도 13.31%라는 고수익률을 기록했다. 실질 은행금리가 0%인 당시, 10% 이상의 수익률은 파격적이었다. 그런데 왜 100만 엔이 아니고 86만 엔 펀드였을까.

“CD 발매에 필요한 제작비와 프로모션 비용 등을 산출한 최소비용이 86만엔이었어요. 그 사업을 추진하는 데 실질적으로 필요한 금액만 공모한 것이지요.”

50만 엔으로 창업한 뮤직 시큐리티즈의 현재 자본금은 3억3000만 엔, 11년 만에 600배 이상 성장을 기록했다. 현재 운용 중인 펀드 규모는 작게는 100만 엔에서 8000만 엔까지 다양하지만, 여전히 펀드 규모의 기준은 사업을 하는 데 필요한 최소비용으로 설정한다. 펀드 설정여부는 빠르면 1주일에서 2주일 이내에 결정한다. 이토록 결정이 빠른 이유도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창업 이래 10년간 음악펀드를 중심으로 18개 분야, 51개 사업자를 대상으로 120개의 펀드를 조성했다. 그간 펀딩을 통해 오리콘 차트 TOP 10의 단골손님인 AK69을 비롯한 30여 명의 아티스트를 배출했다. 이전엔 라이브에서 섭외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프로가수가 이적을 타진해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펀드 기간과 수익률도 다양하다. 기간은 분야에 따라 1~10년, 수익률도 마이너스에서 55.03%까지 다양하다. 지금까지 약 60개 펀드가 종료됐는데 그중 마이너스를 기록한 펀드는 4개. 부정적 결과도 감추지 않고 펀드별 상환 시 수익률을 빠짐없이 공개한다. 모든 것이 신뢰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기업이 영속하기 위해서는 이념이 필요한데, 그 이념을 구성원 모두가 공유하기 위해서는 사원들의 신뢰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그렇기에 사원들과의 약속도 주주들과의 약속 못지않게 반드시 지킵니다.”

그의 눈은 지금 아시아로 향하고 있다. 이미 캄보디아 펀드를 운용 중에 있으며, 베트남 펀드도 준비하고 있다. 그는 한국 음악가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유명세를 따지지 않고 음악을 사랑하고 열정적인 아티스트가 있다면 음악활동을 지원하고 싶단다.

그에게 성공요인을 물었다. 그는 “먼저 왜 이 일을 하는가를 철저히 묻고 납득할 것. 두 번째는 납득했다면 인생을 걸고 추진할 것. 창업은 선택이 아니기 때문에 어렵더라도 오로지 앞만 보고 달릴 것. 세 번째는 반드시 성공한다는 확신을 가질 것”이라고 답했다.

은행에 의존하지 않는 상호부조의 자금조달 방법으로 공생・공존을 추구하는 새로운 자본주의를 열어가고 있는 그의 행보가 주목된다.
글쓴이 염동호 님은 경희대를 졸업하고 일본 호세이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호세이대 겸임연구원으로 《아시아의 금융위기와 시스템 개혁》 (일본서적・편저), 《괴짜 경제학》을 썼다.
  • 2011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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