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고의 장인 (63) 재택근무 시스템 1위 기업 ‘사이보즈’ 아오노 요시히사(野慶久) 사장

직원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선택 근무제로 벤처업계의 신화가 되다

창업 13년 된 신생기업이지만 100년 장수기업을 준비하는 기업이 있다. 성장보다 지속가능 경영을 표방하는 IT기업 ‘사이보즈’. 동일본대지진 이후 ‘재택근무’가 재계의 화두로 등장하면서 연일 상종가를 치고 있는 회사다. 사이보즈의 주력상품은 ‘그룹웨어’로, 사원간 커뮤니케이션은 물론 기업의 모든 업무를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이다. 사명인 ‘사이보즈’는 ‘전뇌(電腦)’를 의미하는 ‘cyber’의 ‘사이’와 친숙한 마음으로 어린아이를 부를 때 쓰는 일본어 ‘坊主(보즈)’를 조합한 조어다. ‘IT사회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아갈 사람들’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1977년 대기업을 퇴직한 동료 3명이 방 2개짜리 조그만 아파트에서 시작한 사이보즈는 2011년 현재, 종업원 수 368명, 연매출액 53억1200만 엔의 우량기업으로 성장했다. 창업 2개월 후 ‘간단・편리・저렴’을 표방한 그룹웨어 ‘사이보그 Office’를 출시해 폭발적인 반향을 일으키며 질풍노도처럼 달려왔다. 2009년에는 기라성 같은 선발 대기업을 제치고 시장점유율 1위에 올랐다. IT기업이면서도 여사원의 비율이 30%를 넘고, 신입사원의 50% 이상이 여성인 이색적인 기업이기도 하다.

초고속 성장의 비결도 매력적이지만 신세대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기업의 비결이 궁금했다. 도쿄 중심부에 자리한 사이보즈 본사를 찾았다. 사이보즈의 심벌인 ‘보즈맨’이 버티고 있는 현관 입구에서부터 디지털 분위기로 가득했다. 하지만 조금 안쪽으로 들어가니 다다미방으로 꾸며진 응접실이 나타나는 등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절충이 느껴진다.

“초고속 성장이라고 하면 애플 등 다국적 기업이 많습니다. 이에 비하면 사이보즈의 성장은 비교도 되지 않을뿐더러, 무엇보다 저희는 고속성장을 추구하지도, 원하지도 않습니다. 기업은 인간이 행복해지기 위해 모인 조직입니다. 기업의 원초적인 가치를 추구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의 성장비결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이보즈도 한때 급성장을 추구했다. 2006년 2대 사장에 취임한 그는 관련기업을 잇달아 매수하며 규모를 키워나갔다. 사원들에게 스톡옵션을 배분하고 성장을 독려했다. 사원 수도 1000명을 육박했다. 기업은 성장했지만 이직이 늘었고 사원들의 얼굴에서는 웃음이 사라졌다. 10% 전후던 이직률은 그가 사장에 취임한 후 28%로 증가했다. 그는 충격에 빠졌다. ‘내가 사장 그릇이 못 되는 것은 아닌가’ 하며 자문하는 날이 지속됐다. 불황으로 취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나온 이직사태라 그의 충격은 더욱 컸다.

그는 사원들에게 해답이 있다고 생각했다.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무조건 사원들에게 물었다. “왜 이직을 하는가?” “어떻게 하면 되겠는가?” 솔직하고 허심탄회하게 물었다. 그의 진솔하고 겸허한 자세에 사원들은 감춰둔 속내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잔업이 많다” “21세기형 라이프스타일에 맞지 않는다” 등 고여 있던 사원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사원들의 마음을 안 그는 기업의 목표를 다시 정했다. ‘다 같이 오래 일할 수 있는 기업, 모든 사람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업’으로 정하고, 매수한 기업들을 처분하기 시작했다. 내부적으로도 인사제도 등 대대적인 사내개혁에 착수했다. 스톡옵션 제도를 폐지하고 모든 사원이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업무 시간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월 30~40시간 잔업을 하는 업무 중시의 ‘PS’, 잔업을 전혀 하지 않는 라이프스타일 중시의 ‘DS’, 여기에 잔업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PS2’를 추가해 모든 사원이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업무 스타일을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사원은 백인백색입니다. 미친 듯이 일에 몰두하고 싶은 사람, 하루 6시간만 일하고 싶은 사람 등 다양합니다. 다양한 니즈에 부응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본 거죠.”

스톡옵션 제도는 사원지주회 제도로 바꾸었다. 상장하면 큰돈을 만질 수 있는 스톡옵션은 시간이 지날수록 심신을 지치게 했고, 이직자를 늘게 했다. 사원들은 스톡옵션으로 배당된 주식을 팔아 이익을 챙기고 회사를 떠났다. ‘사원지주회’는 사원들이 투자하는 금액의 50%를 회사가 부담하는 제도다. 사원들은 500엔을 투자하면 1000엔분의 주식을 살 수 있는 것이다. 결과는 놀라웠다. 이직률이 28%에서 4%로 줄었고 사내 분위기가 밝아지기 시작했다.

이러한 제도개혁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선택형 업무 스타일을 도입했을 때 경영진의 의도를 왜곡하는 사원도 적지 않았다. “우리의 월급을 줄이고 싶은 거냐”는 불신과 반발이었다. 사원들을 위한 제도였음에도 불구하고 90%의 사원이 반발했다. 하지만 사원들의 얼굴에서 웃음을 되찾는 일이 매출액 신장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 그는 끈기 있게 사원들과 대화를 나눴고 3년여가 지나자 그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는 일본 상장기업 CEO 가운데 처음으로 ‘육아휴직’을 낸 경영자이기도 하다. 직책상 2주일에 불과했지만, 육아를 체험하면서 육아의 중요성을 절감했다고 한다.

“회사는 내가 없어도, 일주일 정도 손을 떼어도 돌아가지만 아이는 내가 돌보지 않으면 병에 걸리거나 죽겠지요. 미래의 시장을 위해서라도 육아가 가능한 사업장을 만드는 것은 중요한 과제입니다.”

일본의 법정 육아휴가는 1년이다. 하지만 사이보즈는 육아휴가를 6년으로 늘렸다. 여사원의 퇴직과 이직을 줄이기 위해서였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IT업계에서 6년을 쉬면 감을 잃지 않을까, 우려하는 이가 많았지만 그의 생각은 달랐다.

“1년이나, 6년이나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아이가 초등학생이 될 때까지 육아를 해도 돌아갈 회사가 있다는 든든한 안도감을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지요. 이로 인해 생기는 애사심은 회사의 엄청난 무형자산이 됩니다.”

그는 창업 10년 즈음 100년 기업 구상에 들어갔다. 장수기업의 요소를 분석하고 급성장보다 지속가능한 경영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기존 장수기업과 이 회사의 큰 차이점은 ‘유연성’이다. 그는 21세기형 장수기업은 ‘경직되지 않는 사고’와 ‘유연한 제도 설계’가 중요하며, 제도 설계는 철저히 하되 운용은 유연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그는 항상 ‘기업 이념을 석비에 새기지 말라”고 말한다. 창업자나 경영자의 ‘이념’이나 ‘철학’에 얽매여 변해야 할 때 주저하면서 나아가지 못해 시대에 뒤떨어져는 안 된다는 생각에서다.

회사가 정한 룰(규범)이 타당하지 않다면 ‘규범을 바꾸자’는 게 그의 철학이다. 다 같이 논의해서 바꿔갈 수 있는 기업문화를 만들어가자는 것이다. 기업의 목적마저도 사원들이 원한다면 바꿀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기업은 행복을 위해 모인 사람들의 조직이니까 그 사원들이 자신들의 행복을 위해서는 목적을 바꾼다 해도 이상할 게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이보즈의 ‘축’인 ‘다 함께 논의하는 것’만은 바꾸지 않을 겁니다. 지금은 ‘그룹웨어 세계 넘버원’을 표방하고 있지만, 경영자가 바뀌고 더 새로운 사업을 하고 싶다면 목표를 바꿔도 좋습니다. 사명도 바뀔 수 있습니다.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다면 못 바꿀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에게 마지막으로 샐러리맨의 벤처창업 성공 비결을 물었다. 그는 창업 성공의 3요소를 ‘신락동(信樂仁)’으로 풀었다. 첫째, 창업 파트너는 돈(자금)이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인간성과 역할분담으로 모여야 한다. 둘째는 가난을 즐길 줄 알아야 하며, 셋째 죽을 힘을 다해 움직이라는 것이다. 단, 돈을 위해서가 아니라 일을 위해서라고 했다.
글쓴이 염동호 님은 경희대를 졸업하고 일본 호세이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호세이대 겸임연구원으로 《아시아의 금융위기와 시스템 개혁》 (일본서적・편저), 《괴짜 경제학》을 썼다.
  • 2011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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