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고의 장인 (62) 와타나베 마사시(度雅司) 후나바시야 사장

206년 된 화과자 기업의 장수 비결은?

“비주얼・음악・포지션 어느 것 하나 놓치는 게 없어요. 절묘한 일체감으로 관객을 열광시키지요. 고객이 어디에 있고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고 있어요. 이들의 관객코드 마케팅은 경영자들에게도 많은 메시지를 줍니다.”

걸그룹 ‘소녀시대’ 예찬론을 늘어놓은 후나바시야의 와타나베 마사시 사장. 그는 1805년 창업한 일본 화과자 제조판매업체 후나바시야(船橋屋)의 8대 당주다. 206년의 역사를 지닌 장수기업 경영자가 한국의 걸그룹에서 신세대 경영을 배운다는 이야기가 신선하게 다가왔다. 그는 소녀시대의 열광적인 팬이다. 도쿄의 동쪽 끝자락에 자리한 가메이도 본사에서 만난 그는 만나자마자 “오늘 저녁에 소녀시대 콘서트가 있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48세인 데도 옷차림에서부터 말투에 이르기까지 20대 못지않은 에너지가 가득했다. 종업원 180명에 연매출액 15억 엔. 1952년 법인화 이후 60년 가까이 굴곡 깊었던 일본경제 속에서 단 한 번의 적자도 없이 흑자 행진을 해온 초우량 기업이다. 연평균 10%의 순이익을 지속해온 경영의 비밀은 장수기업의 경영 이념에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기업의 목적과 의의는 기업의 영속에 있습니다. 이익은 목적이 아니라 영속을 위한 수단이지요. 우리의 가훈이자 사시는 ‘파는 것보다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売るよりつくれ)’입니다. 이익을 좇지 말고 좋은 제품을 만드는 데 전념하라는 뜻이에요.”

후나바시야의 대표상품은 밀가루를 발효해서 만드는 화과자 ‘구즈모치’다. 450일간 발효해 만들지만 유통기한은 이틀에 불과하다. 그래서 후나바시야의 구즈모치는 며칠을 울기 위해 7년을 기다리는 매미나 1주일간 피우기 위해 1년을 고진감래하는 벚꽃에 비유되기도 한다. 게다가 만든 지 3시간 이내에 점포에 진열하는 신선함을 추구한다. 방부제는 물론 원재료 이외의 것은 전혀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재료에 대한 집착이 지나칠 정도로 고집스럽다. 후나바시야는 밀을 엄선해 가장 안쪽의 하얀 부분만을 사용하기 때문에 너무 연해서 부서지기 쉽다. 여기에 독자적인 기술로 탄력성을 강화하고 재료의 연약함을 보강해 연하고 탄력 있는 구즈모치를 만들어낸다. 후나바시야의 구즈모치 하루 평균 판매량은 약 1만 2000개. 한번 맛본 사람은 대를 이어 고객이 된다.

구즈모치에는 200여 년간 전승된 장인의 기술이 집약돼 있기 때문에 타 업체에서는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다. 장인의 손맛을 전승하기 위해 종신고용으로 도제제도를 이어가고 있다. 독자적인 기량 인증제도를 통해 장인들의 실력을 평가하고, 뛰어난 장인에게는 마이스터라는 칭호를 부여하며, 그에 상응하는 상여금을 지불한다. 손끝의 감각으로 완성된 구즈모치의 탄력과 식감을 판단할 수 있는 마이스터는 단 3명. 모두 20년 이상 경력을 지닌 장인들이다. 현재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수석 마이스터는 70대로 경력이 50년이나 된다. 이 회사는 신입사원 5명을 뽑는 데 5000명이 응시할 정도로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많다. 신입사원을 뽑는 기준은 경력이나 학력보다 ‘성실’과 ‘정직’이다.

“자신을 포장하려는 사람, 현실성 없는 스펙 중심의 삶을 살아온 사람은 언젠가 문제를 일으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에게 솔직할 수 있는 사람, 일과 인생관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을 원하지요.”

후나바시야의 지속적인 순풍은 현 와타나베 사장의 한 발 앞선 개혁 덕분이다. 1993년 가업을 승계하기 위해 7년간 일하던 은행을 그만두고 입사한 그는 5년 후 창업자의 사시를 제외하고 모든 것을 바꾸는 성역 없는 개혁을 단행했다.

“입사했을 때 후나바시야는 ‘장인 중심의 장인기업’이었어요. 근속년수가 수십 년씩 된 장인이 수두룩했는데, 이 장인들은 오후 4시만 되면 업무가 끝났다며 젊은 직원들을 데리고 술판을 벌였지요. 실력이 없거나 업무를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딱히 나무랄 수는 없었어요. 이대로 가면 젊은 직원들의 미래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장인으로서의 기술도 단순한 숙지에 그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지요.”

당장 개혁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지만, 그는 5년간 묵묵히 일하며 개혁할 내용을 정리했다. 아무리 오너의 아들이자 후계자라 해도 오랜 전통과 관습을 바꾸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5년간 거의 현장에서 살다시피 하며 지켜야 할 것과 버려야 할 것을 조목조목 정리해나갔다. 가장 먼저 손을 댄 것은 경비 삭감과 합리화였다. 수십 년간 거래해오던 거래처와의 관계를 모두 재고했다. 흑자가 지속됐기 때문에 재무상태가 좋지 않거나 경영이 위기에 직면한 상황은 아니었다. 하지만 머지않아 닥칠 장기침체와 그 후 전개될 기업의 경영환경이 과거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양상으로 전개될 것을 예감했기 때문이다. 그는 거침없이 개혁의 수술을 단행했다. 거센 반발이 뒤따랐다. 회사를 떠나거나 정면으로 대드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밀어붙였다.

다음으로 손을 댄 것은 일반 사원도 경영에 동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었다. 사원들이 회사를 만들어간다는 의식을 갖게 되면 경영이념을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였다. 그 첫 번째가 2001년 ISO 인증취득을 위해 발족한 프로젝트였다. 장인의 감성과 감각이 모든 것을 말하는 전통 화과자의 제법으로 ISO 인증을 취득한다는 것은 하나의 도전이었다. 수많은 장애가 있었지만 3년 후인 2003년 ISO9001 인증을 취득했다. 자신감을 얻은 그는 조직이라는 틀을 초월한 통합적인 팀을 구성해 전원참가형 품질관리 프로젝트와 고도위생관리시스템 프로젝트를 가동시켰다.

하지만 이렇다 할 성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사원들의 얼굴에도 활기와 웃음이 없었다. 프로젝트를 만들었지만 이 프로젝트를 움직이는 사원들에게 혼이 주입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는 새로이 ‘사원활성화 프로젝트’를 만들었다. 이 프로젝트는 와타나베 사장의 경영관을 바꿔놓는 귀중한 전기를 가져왔다.

“한 사원이 ‘사원만족도가 낮다’는 지적을 했어요. 아연실색했지요. 수년간 추진해온 개혁이 무엇을 위한 개혁이었으며, 과연 올바른 개혁이었는가라는 근본적인 문제에 봉착했어요. 모든 문제의 원인이 제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사원들에게 내가 지시하는 것을 들으라고만 강요했다는 것을 알았지요. 회사의 실적은 좋아졌지만 사원들의 행복도는 더 떨어졌으니 사원들이 진심으로 따라줄 리 만무했지요.”

그는 사원들과 소통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얻은 교훈이 바로 ‘사원의 만족 없이 고객의 만족 없고, 고객의 만족 없이 기업의 성장도 없다’는 것이었다. 사원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방법을 생각했다. 눈에 보이는 복리후생・제도보다 사원들을 회사 역사의 주인공으로 만들어 기업과 함께 성장해간다는 것을 느끼게끔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두가 주인인 기업, 누구에게라도 허심탄회하게 불만과 개선점을 말할 수 있는 사풍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원들의 표정이 밝아지고 200년 장수기업에서 묵은 때가 벗겨졌다. 사장인 그 자신도 변했다. 사원들을 철저히 믿게 된 그는 일상 업무에 전혀 간섭을 하지 않았다. 사장으로서 유일하게 권한을 행사하는 것은 상품의 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사태가 발생했을 때뿐이었다. 나머지 시간에 회사의 비전을 고민하니 사장 본연의 임무에 더 충실하게 됐다.

후나바시야가 추구하는 3가지 ‘원(one)’이 있다. 온리원・넘버원・뉴원이다. 여기에 적정가격과 지역밀착형 경영을 추가한 후나바시야의 비즈니스 모델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그가 사원들에게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티끌만큼이라도 이상한 점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말하세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부담없이 말할 수 있는 사풍, 그리고 그들이 제기한 문제점을 개선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그는 장수기업 경영자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글쓴이 염동호 님은 경희대를 졸업하고 일본 호세이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호세이대 겸임연구원으로 《아시아의 금융위기와 시스템 개혁》 (일본서적・편저), 《괴짜 경제학》을 썼다.
  • 2011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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