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고의 장인 (61) 사이토 이리소정밀공업 사장

세계에서 가장 작은 주사위 만든 천재적인 절삭가공사

‘직원 14명의 중소기업 사장이 국가를 움직였다.’

미국에 실리콘밸리가 있다면 일본에 ‘제조혁명’의 기점인 ‘마이크로 힐’을 만들겠다며 일본을 뒤흔들고 있는 중소기업 사장이 있다. 도쿄에서 약 한 시간 거리의 사이타마현에 자리한 초정밀 절삭가공업체 이리소정밀의 사이토 사장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마이크로 힐’ 구상이란 인간이 육안으로 느낄 수 있는 1mm와 나노테크 영역인 0.0001 사이의 영역을 새롭게 설정하고, 이 영역에서 디지털 기술과 장인의 아날로그 기술을 융합시켜 새로운 혁신을 창출해낸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직원 14명의 중소기업이 내놓은 구상에 쉽게 자금을 지원할 정부는 없다. 그는 “5년간 손이 발이 되도록 설명하고 부탁했지만 반응은 늘 ‘무슨 잠꼬대냐’는 식이었다”고 말했다. 그의 구상은 정부나 지자체보다 대학교수들과 대기업이 먼저 관심을 보였다. 나중에는 정부도 대기업을 관리기업으로 내세워 6000만 엔이라는 예산을 승인했다. 달걀로 바위를 깰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격이었다. 그의 무모하리만치 거대한 이 구상이 전문가들을 설득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그의 기술이 있었다. 일본 포털사이트에 ‘세계 최소 주사위’를 검색하면 이리소정밀의 사이토 사장이 만든 금속 주사위가 뜬다. 2004년, 그의 절삭가공기술이 0.3mm, 무게 0.00017g짜리의 세계에서 가장 작은 주사위 만들어낸 것이다. 0.3mm라는 주사위만으로도 놀라운데 그는 그것을 3단으로 올려 쌓는 장치까지 개발해 선보였다.

사이타마현 이리마시에 위치한 무사시노 공업단지. 그 한귀퉁이에 사무실과 공장이 기역자로 늘어선 단아한 단층 건물의 이리소정밀이 있다. 어디에나 있을 법한 직원 14명의 중소기업이 일본 정부를 움직이고 대기업을 움직이고, 일본 최고학부인 도쿄대학을 움직이며 일본을 떠들썩하게 흔들고 있는 것이다.

“이것 한번 보세요.”

그는 쌀 한 톨이 들어 있는 샬레를 보여주면서 세계에서 가장 작은 주사위가 있다며 찾아보란다. 주사위가 보일 리 만무했다. 한참을 들여다보니 먼지 같은 점 하나가 보인다. 직경 0.06mm의 절삭기구로 6면에 주사위의 눈을 새긴 제대로 된 주사위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주사위를 만들기 전에도 주사위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적이 있다. 2002년, 그는 주사위 각각의 눈이 나올 확률이 균등하지 않다며 균등한 확률의 주사위를 만들어 ‘세계에서 가장 공정한 주사위’라고 명명했다. 주사위의 각각의 눈이 나올 확률은 6분의 1이라는 것은 누구나 믿어 의심치 않는 ‘상식’이다. 그런데 이리소정밀의 사이토 사장은 “세계적인 카지노의 도시 라스베이거스에서 사용하는 주사위도 확률이 정확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주사위는 대부분 중심이 정중앙에 있지 않고, 면과 면이 접하고 있는 귀퉁이의 두께도 미크론 단위로 측정하면 확실하게 차이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만약 그의 말이 맞는다면 주사위의 중심이 정중앙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불량품이 아닌 이상 그런 주사위가 있을까. 처음에는 고졸 출신 중소기업 사장의 주장에 모두 콧방귀를 뀌었다. 그런데 흥미를 느낀 한 출판사가 전문가를 통해 과학적인 검증을 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그의 주장은 사실로 입증됐고 특히 2와 5의 눈에서 확률이 균등하지 않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그는 자신이 만든 ‘공정한 주사위’야말로 중심이 중앙에 있으며 이론상 오차는 0.0000000%라는 것을 보였다. 이 ‘세계에서 가장 공정한 주사위’는 이리소정밀의 이름을 세상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그는 수학을 잘하지도 못했고 뛰어난 기술을 지닌 영재도 아니었다. 28년 전, 그는 거리의 부랑아와 다를 바 없는 청년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할 일을 찾지 못해 5년간 방황했다. 아버지가 공장을 경영했지만 2차, 3차 하청 가공업체라 경영 형편이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었다. 가정의 경제사정도 넉넉하지 못했다. 아버지가 경영하는 이리소정밀은 만성적인 경영 위기를 겪고 있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그는 스스로 입사를 결심했다. 아버지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다. 1983년, 그의 나이 25세 때였다.

“입사해서 보니 사원들은 눈을 뜨고 있는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힘이 없었고, 언제 도산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표정이 어두웠어요.”

직원들의 어두운 표정을 웃음으로 바꿔놓아야겠다고 마음먹은 그는 먼저 공구 다루는 법부터 배웠다. 이것저것 만들면서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그는 경영재건의 축을 기술력 향상에서 찾았다. 한 가지 기술에 목숨을 걸어 일본 제일을 추구하기로 했다. 그는 세계 제일이 될 수 있는 기술로 절삭기술을 선택했다. 그의 28년간에 걸친 수행이 시작됐다. 대부분 독학이었다. 2~3일 철야는 다반사였다. 방랑하면서 허비한 5년간의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기라도 하듯 일에 미쳐있었다. 물 만난 물고기처럼 그는 기술연마에 경주했다. 정신이 들어보니 10년이라는 세월이 지나 있었다. 하지만 경영환경은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2, 3차 가공하청업체로서 닥치는 대로 수주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는 기존의 장인의 기술만으로는 고부가가치 창출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부터 디지털과 융합의 길을 모색했다. 3차원 CAD, CAM 시스템을 도입해 초미세가공 전문업자로 거듭났다. 그동안의 수행은 그를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세계를 넘나들 수 있는 단계로까지 이끌었고, 그의 오감으로 터득한 감성을 디지털 기계에 불어넣었다.


중소기업이 살아남으려면 하청업체에서 벗어나야

이리소정밀은 레이싱용 자동차와 인공위성용 정밀부품 가공을 수주받을 정도로 성장했다. 그러나 여전히 만족감을 느낄 수 없었다. 느껴보지 못한 세계, 자신이 체험해보지 못한 극한의 세계를 체험해보고 싶었다. 2002년 그는 자신이 디자인한 장미를 절삭가공으로 만들어보기로 했다. 형상을 정하는 모델링에서 데이터의 프로그래밍, 이어 MC가공까지 일련의 프로세스를 거쳐 드디어 장미꽃이 탄생했다. 3.5kg의 알루미늄 덩어리를 60시간 동안 가공해서 만들어냈다. 20장에 달하는 꽃잎, 꽃봉오리 속의 작은 꽃잎과 잎사귀, 가지에 튀어 나온 가시 등 ‘정밀’의 경지를 실감하게 하는 형상과 질감을 연출했다. 이 알루미늄 장미꽃은 ‘금속가공을 초월하는 예술의 경지에 달한 작품’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이리소정밀은 이제 하청업체가 물어다주는 먹이만을 기다리는 기업이 아니었다. 사이토 사장은 타인에 의해 자신과 종업원, 그리고 이리소정밀의 운명이 좌지우지되는 상황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결심했다. 그는 회사를 초정밀 분야로 특화하면서 기업형태를 연구개발형 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그로부터 2년 후인 2006년, 하청은 자연스럽게 줄었고 초정밀 분야의 일이 늘면서 직접 들어오는 주문도 늘었다. 연매출 약 2억5000만 엔. 하청을 받지 않고도 자사 브랜드로 직원들을 먹여 살릴 정도로 성장했다.

종신고용제인 이리소정밀은 경영이 아무리 어려워도 직원을 해고하지 않는다. 그는 사재를 털고 적금을 해약하는 한이 있어도 고용을 유지했다. 사이토 사장은 사원들에게 “기술을 익혀라. 원하면 무엇이든지 가르쳐줄 테니”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한다.

그에게 장인의 길을 물었더니 물리학 용어인 ‘양자도약’으로 풀었다. 기술자의 도약은 기존 레일 위의 생각으로는 일어나지 않으므로 발상을 자유롭게 그리고 대담하게 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했다.
글쓴이 염동호 님은 경희대를 졸업하고 일본 호세이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호세이대 겸임연구원으로 《아시아의 금융위기와 시스템 개혁》(일본서적・편저), 《괴짜 경제학》을 썼다.
  • 2011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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