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떠오르는 CEO (61) ‘와하하(娃哈哈)’ 중칭허우(宗慶后) 이사장

중국 최대의 부호가 된 ‘음료대왕’

석회수 지역이 대부분인 중국은 그 덕에 시멘트 공업이 발달했지만 수돗물을 안심하고 그냥 마시는 건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석회수뿐만 아니라 노후 수도관에서 나오는 녹물 때문에 집집마다 식수를 배달해 마시거나 수도직결형 정수기를 쓰지만 그간의 습관 때문에 아직까지는 수도직결형 정수기보다는 큰 통에 담긴 가정용 식수배달서비스를 이용하는 가정이 많다. 큰 통의 가정용 식수에 어김없이 붙어 있는 것이 바로 ‘와하하(娃哈哈)’ 마크다. ‘와하하’라는 이름은 어린아이의 웃음소리를 형상화한 것이다.

전국을 제패한 브랜드가 많지 않은 중국시장에서 전국적인 음료 브랜드로 우뚝 서고 중국 민영기업 중 최대 이윤을 기록한 와하하는 중국 민영기업의 요람인 항저우에 본사를 두고 있다. 중국 음료시장의 7%를 차지하는 중국 최대의 음료기업 와하하의 항저우 본사 건물은 의외로 소박했다. 이 기업 창업자인 중칭허우(宗慶后) 이사장이 본인을 위해 투자하는 것은 다비도프 담배와 보이차라고 알려져 있는데, 그 소문만큼 실용적인 분위기였다. 이른 아침부터 면담과 인터뷰 스케줄이 빽빽이 잡힌 그를 3층 집무실에서 만났다. 부드럽고 겸손해 보이면서도 의지가 굳어 보이는 입매가 인상적이었다.

중칭허우, 그는 1945년 장쑤성에서 태어났다. 그의 조부는 중화민국 정부시절 만주지역 군벌이던 장쩌린(張作霖) 수하에서 재정부장을 지낸 유력인사였다. 그의 부친은 국민당 정부에서 일했다. 평탄할 것 같던 그의 가정은 1949년 중국에 사회주의가 들어선 후 급변했다. 부친은 일자리를 잃었고 초등학교 교사였던 어머니에 의지해 먹고 살았다.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중 이사장은 중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저우샨에 있는 농장으로 들어가 노동자로 일했다. 염전 일을 하거나 찻잎을 따면서 그곳에서 그는 장장 15년을 보냈다.

서른세 살이던 1978년, 그는 항저우로 옮겨와 종이상자공장 판매원으로 일했다. 전기측정기기공장 판매관리 등을 전전하다가 와하하를 설립한 건 마흔네살이던 1989년. 당시 그는 홍콩 최대의 부호 리카싱(李嘉誠)을 추앙했다. 창업 당시 그의 목표는 항저우의 리카싱이 되는 것이었다. 현재 그는 자신감이 생겼다. 리카싱이 창업 후 20년간 이룬 업적이 그가 창업 15년간 이룬 업적보다 크지 않기 때문이다.

2010년 말 기준 자산규모 800억 위안으로 중국의 최대 부호가 된 ‘음료대왕’ 중칭허우 이사장. 그가 일궈낸 와하하는 중국 29개 성・시에 59개 생산기지를 두고 있고 전국적으로 150개의 분공사를 갖고 있다. 종업원은 3만 명이 넘는다. 와하하의 시작은 초라했다. 1987년 여기저기에서 빌려 마련한 14만 위안으로 두 명의 퇴직교사와 함께 창업한 것이 와하하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창업 이후 매년 20% 이상 매출이 성장하는 등 20여 년간 그야말로 쾌속질주를 해왔다. 와하하는 상표권 사용을 두고 프랑스 생수기업 다농과의 지리한 분쟁에서 결국 승리하면서 외국자본의 적대적 인수합병으로부터 자국 상표를 지켜낸 민족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키기도 했다. 중국의 식료품 상점이라면 와하하 제품이 없는 곳이 없을 만큼 성공을 거둔 중 이사장은 얼마 전 네덜란드와 스위스에서 OEM 생산한 분유 ‘에디슨’을 출시했다. 어느 정도 먹고 살 만한 중국 부모의 3분의 2는 자녀에게 중국산 분유를 먹이지 않겠다고 할 만큼 자국산 분유에 대한 불신이 크다는 것에 착안했다. 몇 년 전 와하하는 ‘영양쾌선(營養快線)’이라는 유제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과일주스와 우유를 혼합한 이 제품은 영양음료로 알려지면서 아침식사 대용으로 인기를 끌었다. 웰빙 열풍을 타고 중국인들도 식품안전문제에 관심이 많다. 중 이사장은 식품안전문제는 원재료에서 시작한다고 본다.

“생산과정에서의 식품위생과 오염문제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식재료의 안전이 가장 중요합니다. 식재료를 생산하는 농민을 철저히 교육해야 해요. 제대로 된 식품안전 지식이 없으면 무엇이 몸에 좋고 나쁜지를 잘 모릅니다. 식품안전은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에요. 전 세계적인 문제죠. 공업화로 야기된 오염이 농작물을 오염시키는 문제도 심각해요. 식품안전을 생각한다면 우선 환경오염부터 줄여야 합니다.”

와하하가 만드는 음료에는 분유가 많이 들어간다. 에디슨 분유뿐만 아니라 우유성분이 들어가는 영양쾌선의 주원재료도 분유다. 중 이사장은 안전한 원재료를 확보하기 위해 아예 목장을 경영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와하하는 소매유통업과 하이테크 분야로 사업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그가 소매유통업 진출을 생각하게 된 것은 유통업 이윤이 제조업보다 높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중국 소매유통매장의 제품입점비가 과도하게 높고 공급제품 매출액의 10%가량을 유통매장에 돌려주도록 판디엔(返點)을 요구하는 매장이 많아지면서 공급업체들이 몸살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높은 입점비용 때문에 유통매장과의 거래를 포기하는 기업도 나오고 있다.


중 이사장은 하이테크 산업 진출도 고려 중이다. 하이테크 산업분야는 어느정도 성숙한 시장을 선택해 들어갈 계획이다. 신에너지 자동차와 태양광처럼 유망하기는 하나 아직까지 시장이나 기술이 궤도에 오르지 않은 산업에 진출할 경우, 후발진출기업으로서 시장에서 자리 잡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의 눈동자가 유독 눈에 들어왔다. 적지 않은 고생을 한 질곡이 느껴지는 눈이었다. 그가 1년간 자신을 위해 쓰는 돈은 한화 1000만원이 넘지 않는다. 어려운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중국 최대 부호가 되고 나서도 자신을 위해 소비하는 방법을 잘 알지 못한다고 한다. 중국 음료시장의 절대 강자인 그는 중국 음료시장에서 보다 다양한 경쟁이 유도되어야 한다고 본다.

“와하하의 음료시장 점유율이 어찌 보면 너무 높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되면 다른 기업들이 생존하기 어렵지요. 와하하가 음료시장만 바라보기보다는 영역을 넓혀 기업성장을 도모할 필요가 있습니다. 시장 내 다른 기업이 진입할 수 있는 여지를 열어주려면 와하하가 음료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다른 분야 진출을 모색하는 것이 시장 전체를 위해서도 바람직해요.”

와하하가 창업 24년 만에 최대 음료기업으로 성장한 발판에는 중 이사장의 사람을 근본으로 하는 인본주의 경영 철학이 있었다.

“중국인 근로자들은 일본이나 한국 근로자처럼 조직 내 위계에 대한 인식이 강하지 않습니다. 서구에서는 근로계약 관계에 따라 행동하는데, 중국 근로자들은 이것이 명확하지 않을 때가 많죠. 위계에 따라 상사의 말을 존중하는 인식이나 계약에 따라 본인의 역할을 이해하고 이에 맞게 행동하는 자세가 부족하기 때문에 중국 근로자를 관리할 때에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마음으로 다가가 움직이도록 해야 해요.”

그는 중국경제가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를 분배문제로 본다. 계층별・지역별 소득격차와 분배시스템 개선이 바로 그것이다. 중 이사장은 자선에 대해서도 좀더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고자 한다. 진정으로 소외계층을 위하는 것은 기부행위로 일시적인 경제적 어려움을 경감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일자리를 마련하고 기업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본다. 이 때문에 그는 와하하같이 중국경제를 이끌고 있는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자선보다는 자립을, 그리고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외치는 그는 공동성장과 번영에 대해 깊이 고민해온 기업인이었다.
글쓴이 김명신 님은 KOTRA 상하이 KBC 차장 겸 중국통상전략연구센터 연구위원으로, KOTRA 중국직무전문가를 역임했습니다. 이화여대, 한국외대 중국학(중국경제) 석사를 거쳐 중국 런민(人民)대학에서 기업관리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저서로는 《중국 CEO, 세계를 경영하다》(공저)가 있습니다.
  • 2011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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