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떠오르는 CEO (59) 하오리팡상무연쇄공사ㆍ난따(저쟝)환경보호기술그룹 천젠화(陳健華) 이사장

농민을 위해 컨테이너로 슈퍼마켓 만들었죠

자본주의의 새로운 시각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그 중심에 서 있는 게 ‘피라미드 저변(Bottom of the Pyramid: BOP)’ 이론이다. 피라미드 저변 이론을 처음 주창한 사람 중 한 명인 스튜어트 하트 미국 코넬대 교수는 기업이 그간 외면했던 저소득층이야말로 비즈니스 수익을 창출하는 원천이라고 단언한다. 치열한 경쟁으로 레드오션화하는 중고급 시장보다는 저가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경쟁도 수월하고 저소득층이 의외로 구매력이 적지 않아 기대 이상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전 세계 40억 명의 저소득층이 연간 5조 달러를 소비하는 이 거대한 시장을 기업인들이 눈여겨보기 시작한 건 불과 얼마 되지 않았다. 그간 기업들은 이 시장을 무시해왔다. 중국기업들도 마찬가지였다.

2009년 중국 최대 식품포장기업인 난따(저쟝)환경보호기술그룹의 천젠화(陣健華) 이사장이 돌연 농촌유통시장 진출을 선언했을 때에도 그랬다. 그의 주변 사람들은 “농민이 무슨 돈이 있느냐, 농민을 대상으로 하는 비즈니스가 승산이 있느냐”며 그를 만류했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달랐다.

“저도 원저우 농촌 출신이에요. 농촌을 잘 압니다. 농민은 돈을 쓰지 않는 사람이 아닙니다. 중국 인구의 60%가 농촌에 살고 있어요. 농촌 소비시장 규모가 연간 3억 위안입니다. 식품이나 일용품은 수준의 차이가 다소 있을 뿐 수요품목 종류는 도시나 농촌이나 일정하죠. 하지만 중국의 농촌에는 제대로 된 유통매장이 없어 물품을 제대로 공급받기 어렵거니와 조악하고 품질이 나쁜 제품이 많아요. 제가 농촌시장에 뛰어든 건 농촌 유통시장의 가능성을 본 것이기도 하지만 농촌 유통시장을 바꾸고 농촌에서도 양질의 제품을 쉽게 접하도록 하자는 사명감도 있었습니다.”

‘하늘 아래 시장이 아닌 곳이 없다. 시장이 없으면 원저우 상인들이 만든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원저우인은 상술이나 비즈니스에 밝은 것으로 유명하다. 천 이사장은 스무 살도 되기 전에 사회에 뛰어들어 자동차 관련업으로 잔뼈가 굵었다. 여객운송, 화물운송부터 시작해 주유소, 고속도로 휴게소, 자동차 정비소 등 차량 관련해서 안 해본 일이 없다. 원저우에 철도나 공항이 없고 단지 고속도로에만 운송을 의지하던 시절, 상하이에서 원저우를 연결하는 고속도로 휴게소는 모두 그가 운영할 만큼 수단이 좋았고 재력도 있었다.

“중국 고속도로에서 자주 보는 침대버스는 제가 처음 만들었어요. 1986년 버스를 개조해서 의자 대신 침대를 넣었죠. 하루 이상 걸리는 장거리 승객을 위해서였는데 지금은 침대버스가 중국의 고속버스 문화 중 하나가 됐어요.”

자동차 관련업을 하며 번 돈으로 천 이사장은 1995년 식품포장업에 뛰어들었다. 1996년 중국정부가 포장용기에 대한 환경오염 문제를 주시하면서 친환경식품포장 분야가 큰 비즈니스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친환경 포장용기를 만들기 위해 처음에는 원료를 미국 등지에서 수입하다 보니 생산 원가가 높았다. 판로를 찾기가 어려웠다. 초기 타깃고객을 정부기관으로 잡은 후, 기업으로 판로를 넓히기 위해 그가 생각한 것이 종이컵에 회사홍보 내용을 인쇄해 넣는 것이었다. 그는 침대버스 개발에 이어 종이컵 홍보로도 중국 최초라는 기록을 갖고 있다. 원가를 낮추기 위해 포장원료를 직접 개발하면서 이제는 포장용기뿐만 아니라 원료를 해외로 수출하고 있다. 라면 포장용기 분야에서 난따(저쟝) 환경보호기술그룹 제품은 전체 시장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시장점유율에서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한다. 중국 최대의 식품포장 기업으로서 안정적인 성장가도를 달리던 그의 회사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수출에 타격을 입었고, 천 이사장은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했다. 바로 농촌시장이었다.


농민 등 저소득층 구매력 늘 것 예상해 농촌 유통시장에 주목

앞으로 중국은 가계소득이 전체 국민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2009년 기준 39%에서 2015년에는 50%까지 올릴 계획이다. ‘국가의 부강’에서 ‘국민의 부유’로 정책기조를 튼 중국정부가 올초부터 강조한 것도 바로 가계소득 인상과 소득 재분배 시스템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기조로 인건비는 더욱 가파르게 오를 것이고, 중산층이 두터워지며 농민 등 저소득층의 구매력은 늘어날 것이다. 중국은 늘어난 구매력을 해소할 공간으로 서비스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유통업이 지금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커질 것이라는 예상에 따라 천 이사장은 유통업에 뛰어들기로 결심했다. 난따는 중국 포장업계 1위 기업이지만 소매유통분야는 생소했다. 신생기업이 백화쟁명(百花爭鳴)의 중국 유통시장에서 승산을 갖기란 힘들었다. 다국적 유통기업에 밀려 고전하는 중국 로컬유통기업의 현실만 봐도 자명한 일이었다. 그래서 그는 농촌 유통시장을 선택했다.

“농촌에 세븐일레븐을 만들자는 생각이었어요. 농촌에 큰 비용을 들여 건물을 짓고 유통매장을 여는 비용이 만만치 않죠. 원가를 줄이면서도 효율적인 매장 오픈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다가 찾은 것이 바로 컨테이너 슈퍼마켓이에요.”

2008년 천 이사장은 휴대전화까지 끄고 중국 남부 푸젠성 산속으로 잠적했다. 컨테이너 슈퍼마켓 사업모델을 구체화하기 위해서였다. 산속에서 보름간 보내면서 그는 컨테이너를 슈퍼마켓으로 컨테이너를 개조하는 방법, 컨테이너 슈퍼마켓 내부 디자인, 브랜드명과 제품공급방법 등을 완성했다. 농촌사람들에게 품질 좋은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기 위해 그는 1만여 취급제품의 50%를 생산공장에서 직접 납품받고 있다. 식품용기를 공급하는 식품회사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공장직거래가 어려운 경우 1급 대리상이 직접 농촌시장에 납품하도록 발로 뛰며 거래업체를 발굴했다. 컨테이너 슈퍼마켓 이름은 ‘하오리팡(好立方)’이라고 지었다. 중국어로 ‘잘 서 있는 사각면체’라는 의미로, 컨테이너 슈퍼마켓의 외형을 본떠 만들었다. 하오리팡은 제품 유통뿐만 아니라 농촌지역 일자리나 지역정보가 공유되는 장이기도 하다. 하오리팡 매장에는 우체통, 복사기, 팩시밀리가 설치되어 있고, LCD 화면에는 구인정보가 끊임없이 흘러나오게 했다. 물건을 사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새로운 소식을 접하기 위해, 외부와 소통하기 위해 농촌사람들이 하오리팡으로 몰려들고 있다.

하오리팡 슈퍼마켓은 농촌의 비어 있는 토지에 세워진다. 공토에 조립식 건축물이 들어서는 것에 대해 중국 지방정부는 농민을 위하는 비즈니스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하오리팡의 비즈니스 모델을 합법화했다.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하오리팡 슈퍼마켓 분점 허가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해 하오리팡만을 위한 간소화 절차를 마련해두었을 정도로 중국정부는 이 사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하오리팡이 농촌에 들어간 지 2년여. 지금까지는 중국의 부유한 농촌 위주로 들어갔지만 앞으로는 3~5년 내에 중국 전역에 포진시킬 계획이다. 천 이사장은 하오리팡이 농촌에 대규모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하오리팡을 통해 농촌사람들이 우량의 제품을 적시에 공급받아 생활수준을 높일 수 있기를 희망한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 기업의 의무라고 생각해요. 하오리팡이 농민에게 도움이 되는 기업으로 거듭나고 중국을 대표하는 농촌유통기업으로 우뚝 서기를 바랍니다. 비즈니스를 통해 사회문제를 푸는 데 일조하는 것, 이것이 기업의 비즈니스 지향점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업의 부는 사회로부터 오니까요. 받은 만큼 보답해야죠.”
글쓴이 김명신 님은 현재 KOTRA 상하이 코리아 비즈니스 센터 차장으로 재직 중이다. 이화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중국학을 전공했으며, 중국 런민(人民)대학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 2011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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