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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최고의 장인 (55) 후지이 류타(藤井隆太) 류카쿠산(龍角散)의 사장

‘소리가 나지 않는’ 용각산 만든 240년 역사의 일본 제약회사

“이 소리가 아닙니다. 이 소리도 아닙니다. 용각산은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은빛 통을 흔들어대면서 이렇게 말하던 광고는 사람들에게 진해거담제 ‘용각산’ 을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용각산은 일본 토호쿠(東北)지방의 의사였던 후지이(藤井) 가문이 개발한 의약품으로, 24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일본에서는 ‘류카쿠산(龍角散)’이라 부르는데, 우리나라에서는 한자 독음(讀音) 그대로 이름 붙인 것. 8대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는 ‘류카쿠산(龍角散)’의 후지이 류타(藤井隆太・52) 사장을 최근 만났다. 그의 어릴 적 꿈은 음악가였다 한다.

“세 살 때부터 바이올린을 배웠어요. 부모님이 음악 애호가였는데 제가 음악을 하고 싶어 하는 표정을 지었다고 해요(웃음).”

일본의 명문학교인 토호(桐朋)학교에서 바이올린을 공부하다 플루트로 전향한 그는 중학교와 고등학교, 대학에서 모두 플루트를 전공했다. 파리 유학 시절에는 국제 콩쿠르에 나가 우승하기도 했다.

“토호학교에서는 어떻게 연주하는 것이 좋은 음악인지에 대해서는 가르치지만 누구에게, 어떻게 들려주면 좋을지에 대해서는 가르치지 않죠. 제가 의문을 가졌던 것은 ‘누구에게 어떻게 어떤 음악을 들려주면 좋을까’ 하는 것이었어요.”

음악의 비즈니스 측면을 고민하는 그를 지켜보던 아버지는 그에게 비즈니스를 본격적으로 배워보라고 권했다. 그는 고바야시(小林)제약에 입사했다. 부모님의 회사가 아니라 고바야시제약을 택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비즈니스를 배울 것이라면 처음부터 엄격한 곳에서 단련하고 싶었어요.”

그는 그런 결심으로 고바야시제약에서 2년, 미쓰비시(三菱)화학에서 8년간 일하면서 평생 재산이 될 경험을 쌓았다. 그리고 1994년, 불치병에 걸린 아버지를 돕기 위해 류카쿠산으로 돌아가 1년 동안 공장・영업현장 등을 두루 경험한 후 사장에 취임했다.

“제가 취임할 때는 회사가 막대한 빚을 떠안고 있었어요. 신제품 개발도 미흡했고 판매도 좋지 않은 데다 사원들의 의지도 부족했지요.”

이런 상황에서 만든 신제품 연하(嚥下, 삼켜서 넘긴다는 뜻)보조 젤리는 회사의 발전에 결정적인 계기가 되어주었다. 양로원을 방문했을 때 연하 장애 때문에 약을 삼키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고령의 환자들을 보고 개발한 제품이다.

“약을 못 삼키는 분들은 고민이 많습니다. 억지로 약을 삼킨다 해도 잘못 넘어가 사레들거나 폐에 들어가 폐렴을 일으킬 위험이 있기 때문이죠.”

이 약은 의약품 첨가물로 인정된 한천을 주성분으로 하는 젤리로, 알약이나 가루약을 싸서 삼키면 약효에 지장을 주지 않고, 위까지 안전하게 전달해준다. 약을 삼키기 어려운 어린이들도 이 연하 보조젤리를 이용하면서 이 약은 판매 개시 4년 만에 1000만 개가 팔리는 인기 제품이 됐다. 그 외에도 ‘용각산 목사랑 캔디’ 등 신제품 개발이 잇따라 성공하면서 사원들의 의식 또한 바뀌어갔다.

“그동안의 빚도 다 갚았어요. 실패하더라도 도전하는 정신이 중요합니다. 그냥 있으면 바뀌는 게 하나도 없어요. 제품이든 서비스든 세상 변화에 따라가야 합니다. 역사와 전통을 이어나가려면 끊임없는 혁신이 필수 불가결입니다.”

연하 보조젤리는 타이완・홍콩・미국・캐나다 등지에는 완제품을 수출하고 우리나라만 보령제약이 원료를 수입해 제조한다. 이는 ‘용각산’ 이후 류카쿠산과 보령제약이 쌓아온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류카쿠산이 240년을 이어올 수 있었던 힘은 ‘사치를 위해 돈을 모으려 하기보다 세상에 공헌하기 위해 일하라’는 가훈 때문이라 한다. 류카쿠산은 특히 음악을 통한 사회 공헌을 많이 해왔다.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인 ‘류카쿠산 야토론 실내관현악단’을 만들어 꾸준히 콘서트를 개최해왔고, 회사의 빌딩 라운지에서도 콘서트를 연다. 그때 후지이 사장은 플루트 실력을 발휘하기도 한다.


음악가 출신 사장의 음악을 통한 사회 공헌

그의 선친인 류카쿠산의 7대 회장 후지이 야스오(藤井康男) 씨 역시 음악 마니아였다. 피아노는 아마추어 수준을 뛰어넘을 정도인 야스오 회장은 아나운서・탤런트・음악가들이 애용하는 목 보호 제품에 ‘클라라’(현재 ‘용각산 다이렉트’로 판매 중)’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슈만은 야스오 회장이 가장 좋아하는 음악가. 슈만의 아내 클라라처럼 음악가를 헌신적으로 뒷바라지하는 의약품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긴 이름이다. 음악가 출신인 후지이 사장은 현재 신제품 개발, 경영, 해외 업무 등으로 바쁘지만, 매주 주말이면 중고등학교에서 오케스트라를 지도하고, 복지시설에서 무료 연주를 한다.

“복지시설에서 연주를 하기도 하는데 노인분들이 눈물 흘리며 감동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행복해요. 그때 느끼는 연주가로서의 행복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지요. 학생들도 이런 감동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오케스트라의 하모니는 사람이 만들어내는 거예요. 젊은 학생들을 지도해 하모니를 만들어낸다는 것도 재미있고 행복해요. 젊은 세대들의 생각을 배울 수 있으니 오히려 제가 더 배우는 게 많지요.”

류카쿠산의 역사와 음악은 통하는 점이 많다고 그는 말한다.

“바흐나 모차르트의 음악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연주됩니다. 요즘은 빠른 생활 리듬에 맞춰 템포는 빨라지고, 음정 또한 높아져서 좀더 적극적으로 감정을 표현합니다. 악곡의 기본적인 사상은 그대로 계승하면서 시대에 맞는 스타일을 만들어가는 것처럼 류카쿠산 역시 전통을 지키면서 항상 새로운 비즈니스에 도전해왔습니다. 급변하는 환경에서도 240년의 역사를 가진 류카쿠산의 기본 철학은 변함없이 이어질 것입니다. 앞으로도 사람의 일상생활에 도움을 주는 기업으로 미래를 향해 뻗어 나가고 싶습니다.”

사진 : 신생화
  • 2011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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