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고의 장인 (53) 우메하라 가츠히코(梅原勝彦) ‘에이원정밀’ 상담역

중졸 장인이 만든 ‘꿈의 직장’

창업 이래 39년간 평균경상이익률 40%라는 경이로운 경영성과를 지속하고 있는 경영자가 있다. 매출액 30억 엔의 중견 정밀부품 가공업체 에이원정밀의 창업자 우메하라 가츠히코(梅原勝彦)가 바로 그다. 이렇다 할 최신 경영수법이나 특별한 재무전략이 있는 것도 아니다. 온리원 기술이 있는 것도, 고학력의 엘리트 사원이 많은 것도, 초첨단 정밀기기로 하이테크 기술을 구사하는 기업도 아니다. 사원은 110명. 모두 정규직이며 종신고용에 급료는 연공서열이다. 직원의 90%가 자기 집을 보유하고 있다. 이직률은 제로에 가깝다. 급료도 후하다. 평균 연봉은 533만 엔(100인 이상 제조업 평균 419만 엔)으로 동종 타사에 비해 100만 엔 이상이나 높다. 이익의 20%는 사원에게 환원하며 보너스 지급액은 일본 전국에서 8위다.

창업 후 두 차례의 오일쇼크, 1990년대 거품경제 붕괴, 수차례의 엔 강세, 장기화된 디플레이션, 산업 공동화를 거쳤다. 경영에 커다란 흔들림은 없었지만 아무리 어려워도 직원을 해고한 적이 없다. 사원 구성도 독특하다. 남편은 기술자, 부인은 사무직인 부부사원, 부자(父子) 사원, 삼형제 사원 등 가족 사원이 30%를 넘는다.

타사에 비해 제품가격이 20~30% 비싸지만 시장점유율은 70%나 된다. 경이로운 경영성과에 경쟁업체들이 앞다투어 간부를 파견해 경영 노하우를 탐색했다. 경쟁업체들은 수익률 1~2%의 업계에서 평균경상이익률 40%라는 수치에도 놀라지만, 사원들의 낭비 없는 움직임과 밝은 표정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 그들이 내린 분석 결과는 “우리의 툴로는 분석이 불가능하다”였다.

사원에게는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최고의 직장, 고객에게는 최고의 신뢰를 얻어낸 꿈의 일터를 일궈낸 중졸 출신 장인 우메하라 가츠히코 상담역. 그는 2007년 제9회 기업가상을 수상했다. 사회공헌 요소가 높은 경영시스템을 구축하고 온리원의 독창적 기술개발과 창조력 넘치는 21세기형 벤처기업가에게 수여되는 상이다. 니혼덴산의 나가모리, 소프트뱅크의 손 마사요시, 유니클로 야나이 회장 등이 수상한 바 있다.

도쿄도 후추시에 자리한 3층짜리 아담한 에이원정밀 본사에서 그를 만났다. 작은 키에 장난기 어린 표정이 가득한 귀여운 할아버지다. 그는 허리가 불편해 몸을 소파 깊숙이 기대고 앉아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뭘 들으러 온 게야!”라며 말을 이어갔다. 표정은 온화하지만 순간순간 강렬한 눈빛은 감추지 못했다.

그는 1주일에 두 차례 정도 강연을 한다. 일본이 그를 주목하는 이유는 바로 그만의 ‘장인주의 경영’ 때문이다. 최신 경영수법으로 인식되어온 당근을 내건 ‘성과주의’와도, 협력업체와 직원의 노동력을 기름 짜듯 쥐어짜는 ‘합리주의’와도 전혀 다른 경영수법으로 빛을 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장인주의 경영은 바로 ‘사원 중시 경영’이다.

“기업은 인간으로 구성돼 있고, 그 인간을 위해 기업이 존재한다는 것을 잊어버리는 경영자가 많은 것 같아요. 경영자 자신의 힘으로 이익을 낸 것처럼 착각하는데, 저 같은 장인이 도구를 소중히 다루듯, 사원을 자식처럼 아끼고 연인처럼 사랑할 때 고품질・고수익이 실현된다는 것이지요.”

경상이익률 40%를 실현한 장인주의 경영을 실천하는 도구는 세 가지. 고품질, 초단기 납품, 적정가격이다. 거래처는 약 1만4000개 사, 이 가운데 하루 500개사로부터 주문이 들어온다. 타사의 경우 납품까지 1~2주일 걸리지만 원에이정밀은 주문한 당일 70% 발송한다. 100% 당일 납품도 가능하지만 다음날 오전 작업을 위해 30%는 남겨둔다. 어떻게 이런 단기 납품이 가능한 것일까? 도쿄 본사에서 주문을 받은 후 100km 떨어진 야마나시 공장에서 작업에 착수하기까지 5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전달 실수가 전혀 없다. 부품 결함으로 인한 반품은 0.01%도 되지 않는다.

“5분 이내 가공 착수의 비결은 종신고용과 직원들의 엄격한 시간 개념에 있습니다. 종신고용이다 보니 숙련된 사원이 많고, 정시 퇴근이다 보니 시간 내 종결이라는 의식이 확고하기 때문이지요.”


관리직 없애고 작업 효율 높여

그는 시간을 기업의 생명이라고 표현한다. 사무실의 컴퓨터 마우스 놓는 위치까지도 철저히 했다. 가까운 거리에 있는 직원은 부르지 않고, 앉은 채로 묻고 지시한다. 직원들도 일부러 오지 않고 그 자리에서 보고한다. 작업의 리듬이 깨지는 것을 방지하고 오고가는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서란다. 회의 시간도 거의 없다. 임원 회의도 연간 30분 이하다. 이러한 시간 개념은 사내 관리시스템에서도 나타난다. 사장・상무・공장장 이외에는 관리직이 없다. 관리직이 많으면 보고 계통이 많고 복잡해져 작업 효율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사원들의 사적인 시간도 소중하게 여긴다. 그는 퇴근시간을 철저히 지키도록 한다. 오전 8시 30분에 출근해 오후 5시 30분이면 직원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난다. 사원들도 그날 할 일은 다음날로 미루지 않는다.

“사람은 당근만으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바로 내 회사라는 마음을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지요. 가족, 즉 운명공동체라는 의식이지요.”

그는 사원과의 신뢰를 위해 2003년 자스닥 시장에 상장한 후에도 한 푼도 상장수익을 가져가지 않았다. 수익률의 20%를 보너스 형태로 사원들에게 환원한다. 업무에서도 사원에 대한 믿음은 철저하다. 그러다 보니 여느 회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도 여기서는 없는 게 많다. 공정관리, 타임카드, 잔업이 없다. 다들 알아서 한다. 무엇보다 ‘해고’라는 단어가 없다.

“아무리 무능한 직원이라도 가르쳐가며 일꾼을 만들었어요. 지금까지 아무리 화가 나도 ‘그만두라’는 말은 해본 적이 없거든요. 왜냐고요? 한번 사원이 되면 우리 가족이니까요.”


사원들이 자기 집을 보유하기 쉽도록 도쿄에서 100km나 떨어져 있지만 땅값이 싼 야마나시현으로 주력 공장을 이전하기도 했다. 그의 이런 사원사랑의 배경에는 애달픈 인생 역정이 있다. 그는 경영을 공부한 적이 없다. 학력은 중졸이 전부, 그것도 공장일 하면서 다닌 야간중학교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아버지가 경영하던 중소기업이 도산하면서 일가는 뿔뿔이 흩어졌다. 그는 친척집을 전전하며 여섯 번이나 전학을 했다. 초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가와사키의 나사공장에 취직했다.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일했다. 학교 다니는 동년배 아이들을 보면서 이를 악물고 기술을 연마했다. 대대로 장인의 피를 이어 받은데다 워낙 손재주가 좋았던 그는 10여 개의 공장을 전전하며 기술과 경험을 쌓았다. 22세의 나이에 30명을 거느리며 대졸 임금의 두 배를 받을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는 장인이 되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업계에서 그는 ‘전설’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에게는 경영학을 전공한 장남이 있고, 엔지니어인 차남이 있지만 2007년 그는 사장직에서 물러나고 전문경영인을 영입했다. 혈족에 연연하면 미래가 없다는 생각에서다.

“세습은 금물입니다. 혈족이 세습하면 경영능력이 부족해도 교체하기 어렵고,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회사는 지속적으로 성장해야 합니다. 우리 사원들의 미래이자 삶의 장이니까요.”
글쓴이 염동호 님은 경희대를 졸업하고 일본 호세이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호세이대 겸임연구원으로 《아시아의 금융위기와 시스템 개혁》 (일본서적・편저), 《괴짜 경제학》을 썼다.
  • 2010년 11월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보내기
  • 목록
  • 프린트
나도 한마디
이름      비밀번호  
스팸방지 [필수입력] 그림의 영문, 숫자를 입력하세요.
201912

201912

구독신청
낱권구매
전체기사

event2019.12

event
event 신청하기

더 볼만한 기사

10개더보기
상호 : ㈜조선뉴스프레스 / 등록번호 : 서울, 자00349 / 등록일자 : 2011년 7월 25일 / 제호 : 톱클래스 뉴스서비스 / 발행인 : ㈜조선뉴스프레스 이동한
편집인 : 이동한 / 발행소 : 서울시 마포구 상암산로 34, 13층(상암동, 디지털큐브빌딩) Tel : 02)724-6830 / 발행일자 : 2017년 3월 29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민희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5-서울마포-0073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4-81-59006
Copyright ⓒ topclas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조선뉴스프레스 | 광고안내 | 기사제보 | 독자센터 | 개인정보 취급방침 | 인터넷신문윤리강령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위원회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