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떠오르는 CEO (53) 동루(董路) 란뮤(LA MIU 蘭繆) CEO

온라인으로 속옷 팔아 대박 내다!

온라인 시장은 판매자와 소비자가 직접 대면하지 않으면서도 중간단계를 간소화해 거래 비용과 시간을 줄이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중국에서는 소비자들이 의심이 많아 물건을 직접 보고, 만져보고 구입하려는 성향이 강해 온라인 시장 확대에 장애요인이 될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었다. 하지만 최근 중국 온라인 시장의 급성장세는 이 같은 인식을 무색하게 한다. 올 6월 말 기준으로 중국의 인터넷 사용자 수는 4억20000만 명으로 보급률이 30%를 넘어섰다. 이 가운데 1억40000만 명이 온라인 시장에서 거래를 하고 있다.

중국 온라인 쇼핑몰 가운데 가장 유명한 곳은 세계적으로도 널리 알려진 타오바오(taobao 淘寶)다. 올 상반기 실적 기준으로 시장점유율이 70%를 상회한다. 360buy(京東商城), dangdang(當當), paipai(拍拍) 등이 2~4업체를 모두 합해도 타오바오 점유율의 10% 남짓한 수준이다. 1위 업체가 워낙 막강하다 보니 10위권 이내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하다. 장밋빛 전망 못지않게 험난한 가시밭길인 중국 온라인 시장에서 자신만의 공간을 확보하며 급성장 중인 업체가 있다. 여성속옷전문 B2C업체인 ‘란뮤(蘭繆)’. 란뮤는 일본 브랜드인 라뮤(LA MIU)를 2006년 중국에 론칭한 회사다. 4년 남짓한 짧은 기간에 하루 수천 벌을 판매하는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이 회사를 이끄는 CEO 동루(董路・40). 그는 젊은 나이에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며 성공을 일궈내 업계와 언론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다. 1991년 여름 고등학교를 졸업한 동루는 인문계 대학 진학을 원하는 부모의 뜻과는 달리 실업계를 선택했다. 어려서부터 밀라노와 파리의 의상 디자인을 동경해왔기에 방직 전공을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꿈과 현실은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좋은 학교가 아니었어요. 졸업 후 진로가 옷 공장에 취직하는 평범한 것이라고 생각하니 학교 다니는 재미가 사라졌습니다. 결국 1년 만에 자퇴했습니다. 그때는 부모님께서 계속 다니라며 반대하셨어요. 돈을 벌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것도 아주 많이.”

동루는 그 길로 당시 한창 중국의 IT 메카로 성장하기 시작한 베이징 중관촌(中關村)의 상점에 컴퓨터 판매원으로 취직했다. 컴퓨터 판매는 졸업장도 필요 없고 어떤 자격, 경력도 따지지 않는 손쉬운 일이었다. 대신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전문서적을 뒤적이며 컴퓨터 지식을 쌓았다.

“중국의 컴퓨터 보급률이 보잘것없던 시기여서 집에 컴퓨터가 있으면 지금으로 치면 BMW가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어요. 컴퓨터 파는 가게나 직원이나 모두 수입이 아주 좋았어요. 제가 부모님보다 많이 벌었으니까요.”

하지만 주위의 반응은 싸늘했다. 대학을 마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가족과 그 누구도 그를 격려해주지 않았다. 그래서 결심한 것이 일본행이었다. 일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10개월 동안 집중적으로 일본어를 배웠는데 생활난에 쪼들려 상상하기 어려운 고생을 했다고 한다.

“머리도 제때 못 깎고 목욕도 제대로 못해 사람들이 저를 피하더군요. 화장실에서 남들이 먹다 남긴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기도 했습니다. 제 키가 180cm인데 몸무게가 55kg까지 빠졌습니다.”



일본에서 갖은 고생 끝에 대학 들어가 마케팅 전공

고진감래라고 했던가. 동루는 10개월 후 일본의 명문 사이타마(崎玉)대학에 합격했다. 마케팅을 전공하며 4년 동안 단 한 번도 1등을 놓치지 않았다. 노력하면 안 되는 일이 없다는 것을 그는 그때 절감했다고 한다. 대학 졸업 후 동루는 4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골드만삭스(일본)에 취직해 애널리스트로 일했다. 유명 투자은행이나 컨설팅회사에서 일하는 인재들은 일정 기간 일을 한 후에는 세계 정상급 대학에서 MBA 과정을 밟는 것이 상식으로 통한다. 동루도 이 길을 선택해 스탠퍼드대학 MBA 과정에 유학한다.

“이때 저는 이미 남들이 부러워하는 정도까지는 갔었습니다. 하지만 그 상태로 멈출 수 없었습니다. 아직 긴 인생이 기다리고 있고, 저 스스로 행복감을 느끼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꿈꾸던 의상디자인 일을 시작해야겠다고 결심했죠.”

34세이던 2004년 동루는 중국으로 돌아와 셔츠 가게를 낸다. 당시 중국산 셔츠의 디자인은 단순하고 볼품이 없으면서도 가격은 상대적으로 비싸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은 외국 브랜드를 선호하던 시기였다.

“제가 직접 디자인해서 팔기도 했지만 외국 브랜드를 도입하면 큰 장사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결심한 것이 일본의 패션 내의인 라뮤(LA MIU)를 중국으로 들여오는 것이었습니다. 일본 골드만삭스에서 근무했던 경험으로 브랜드 도입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됐고 일본 투자자들로부터 자금 지원도 받았죠.”

2008년부터 중국의 온라인 시장은 폭발적인 성장가도에 접어들었다. B2C 영업을 하면서 한 벌에 300위안 이상의 고가품과 100위안 미만의 저가품 사이 중가제품 시장을 집중 공략했다. 속옷은 제조원가가 판매가격의 10%에도 안 미치는 고수익 아이템이다. 하지만 물류유통비용의 부담이 큰데다 무수히 많은 치수의 옷을 미리 만들어서 판매해야 하기 때문에 실제 마진율은 높지 않은 경우가 다반사다. B2C는 바로 이 같은 단점을 보완하는 마케팅 채널이다. 인터넷으로 소비자의 기호와 반응을 실시간 파악하며 제품을 만들 수 있어 재고부담을 줄이는 것이 가장 큰 효과였다. 게다가 일본의 최신 유행 디자인을 도입해 중국에서 생산하니 비용 부담도 최소화할 수 있었다.

“물론 전자상거래도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특히 온라인으로 속옷을 판매하는 것은 셔츠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셔츠는 대개 사이즈가 네 가지에 불과한데 여성 속옷은 10가지 이상 만들어야 합니다. 게다가 고객이 제품을 구입한 후 사이즈가 맞지 않는다며 반품을 요구해오면 자칫 엄청난 재고를 안게 되지요.”

동루는 반품 요구율을 최대한 낮추는 아이디어를 냈다. 속옷 디자인 단계부터 액세서리를 추가한 것이다. 브래지어의 경우 어깨끈 흘러내림 방지밴드와 컵사이즈 조절패드 등을 끼워 판매했다. 한편으로는 베이징 시내 고급 백화점에 오프라인 상점도 냈다. 고객에게 체험소비현장을 제공하기 위해서였다. 앞으로는 전국 각지로 오프라인 매장을 확대해 베이징에서 배송받은 속옷을 상하이에서 교환 또는 반품할 수 있는 단계로까지 확대하는 것이 그의 목표다.

기업과 고객이 직접 거래하는 B2C 시장은 2009년 중국 시장규모가 2670억 위안에서 올해는 5000억 위안으로 두 배 가까이 커지고 3~4년 후엔 다시 두 배로 확대될 전망이다. B2C에 종사하는 기업체 수도 올해 1만 50000개에서 2년 후에는 2만 5000개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시장 확대 속도 못지않게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란 얘기다. 이 같은 상황에서 성공을 일구어가는 청년 사업가 동루는 우리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던져준다. 꿈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의 경력을 디자인해왔고 아이디어 경영으로 화룡점정을 한 것이다.
글쓴이 박한진 님은 한국외국어대 중국어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중국정치경제학을 전공한 후 중국 푸단(復旦)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마쳤습니다. 저서로는 《10년 후 중국》 《박한진의 차이나 포커스》 등이 있고, 중국 및 한국 동시 베스트셀러인 《화폐전쟁(貨幣戰爭)》 1, 2편 한국어판을 감수했다. 한중 사회과학학회 이사이며 KBS 라디오 〈박경철의 경제포커스〉 〈성기영의 경제투데이〉 등에서 중국 경제를 해설하고 있다.
  • 2010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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