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떠오르는 CEO (49) ‘지우지우야 야징왕’ 구칭 회장

중국에 1000개 체인점 둔 오리 목 요리 전문점

한국 사람과 중국 사람이 나란히 로또 1등에 당첨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서로 다르다고 한다. 한국 사람은 우선 아래위 한 벌 쫙 빼입는다. 반면 중국 사람은 평소 못 먹던 음식부터 찾는다. 한국이 ‘衣食住’의 순서라면 중국은 ‘食住衣’ 쯤 될 것이다. 그 때문일까. ‘요리의 천국’ 중국에는 음식점이 지천이다. 다른 곳에선 구경할 수 없는 온갖 요리가 다 있다. 이곳에서 오리 목 요리라는 별난 아이템으로 마흔 남짓 나이에 성공을 거머쥔 인물이 있다.

오리 목 요리 체인점 ‘지우지우야 야징왕(久久鸭颈王)’의 구칭(顧靑·42) 회장. 그는 중국 요식업계를 발칵 뒤집어놓은 인물이다. 오리 목 요리라니 께름칙할 것 같지만 중국에선 ‘베이징 덕(北京烤鴨)’에 버금갈 정도로 누구나 즐긴다. ‘지우지우야 야징왕’이란 브랜드 명도 한국 사람에겐 다소 어렵게 들리지만 중국에선 친근감을 주는 이름으로 통한다. ‘지우지우(久久)’는 ‘(오리 목이) 길다’는 뜻과 ‘(장사가) 오래도록 잘된다’는 뜻을 함께 갖고 있다. ‘야징왕(鸭颈王)’은 ‘오리 목요리의 왕’이란 말인데 우리나라의 왕갈비, 왕곱창과 같은 조어법이다. 가운데 ‘야(丫)’자는 어감을 살리기 위해 덧붙인 것이다.

구칭은 1968년 중국 동부연해 지역인 장쑤(江蘇)성 장인(江陰)에서 태어났다. 1992년 상하이 퉁지대학(同濟大學) 기업관리학과(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유명 식음료업체인 러바이스(樂白氏 ROBUST)에 입사했다. 러바이스는 당시 이미 앞서가는 경영을 하고 있었다. 사무직, 생산직을 불문하고 신입사원은 모두 공장으로 내려 보냈다. 인재육성을 위해 직원들에게 현장경험을 쌓도록 한 것이다. 사무직으로 입사한 구칭도 입사하자마자 생산라인에 배치됐다. 많은 동료 직원들이 불만과 짜증을 쏟아냈지만 그는 묵묵히 근무했다. 그의 이 같은 태도는 얼마 지나지 않아 사장의 눈에 띄었고, 사장은 그를 사장실 비서로 전격 발탁했다.

몇 개월 후 또 한 번의 기회가 왔다. 평소 그의 탁월한 마케팅 능력을 지켜보던 사장이 그를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지사장에 보임한 것. 입사 1년 만에 전략시장 중 하나인 우한의 책임자가 된 것은 파격에 가까운 일이었다. 우한지사는 구칭이 부임할 당시 매출 실적이 거의 없었으나 2000년에 이르러서는 연간 1억 위안(약 160억 원)을 창출하는 모범 지사로 급성장했다.

우한지사장 때의 일이다. 우한은 시장통이며 길거리에 유난히 오리 목 요릿집이 많았다. 한번 먹어본 후 그 맛에 빠진 구칭은 본사 출장이 있을 때마다 오리목 요리를 잔뜩 사들고 와서 직원들과 나눠 먹곤 했다. 중국 사람은 보통 출생 지역에 따라 입맛이 제각각이기 마련인데 오리 목 요리는 남방 출신, 북방 출신 할 것 없이 모두 즐겨먹는 모습이 신기했다. 창업을 결심한 것이 그 즈음이었다.

“사업으로 키우면 얼마든지 커질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오리 목 요리점은 우한 외에 다른 지역에도 있었지만 대부분 영세한 단일 점포 수준이었죠. 체인점 사업을 하면 되겠다 싶었습니다.”


칭다오 맥주와 함께 월드컵 마케팅 전개하면서 발전

구칭은 2003년 창업을 결심하고 다니던 직장을 떠난다. 창업자금은 50만 위안. 가공공장 차리는 데 40만 위안을 쓰고 점포 임대, 인테리어에다 재료와 양념, 자재를 사고 나니 남는 돈이 없었다. 빠듯한 자금으로 얻은 점포의 입지가 좋을 리 없었다. 임대료가 싼 재래시장 한구석에 자리 잡았다. 그래도 부지런히 만들어 팔면 운영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그건 오판이었다. 창업자금을 빨리 뽑을 생각에서 한 근(斤)에 25위안에 팔았는데 손님들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하고 말았다. 시장을 찾는 주부들이 인근 고깃집에서 8.5위안이면 생오리 목을 살 수 있는데 몇 배나 비싼 구칭의 가게를 찾을 리 만무했다.

매출이 없으니 가공공장은 계속 휴업상태였고 극심한 경영난에 몰린 구칭은 결국 마지막 수단으로 러바이스의 허버취앤(何伯權) 사장을 찾아갔다. 허 사장은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구칭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돼주었다. 50만 위안을 선뜻 내준 것. 허 사장은, 똑똑하지만 경험이 부족했던 구칭을 위해 컨설팅도 해주었다.

“허 사장이 물(水)이라면 저는 스펀지입니다. 사장이 물을 부으면 저는 흡수합니다. 창업 초기부터 줄곧 도움을 주셨고 앞으로도 언제나 저의 후견인이세요.”

그는 허 사장에게 받은 50만 위안으로 재기에 나섰다. 새벽 6시 전에 점포에 나가 그날 하루를 계획하고 구매·배송·판매에 이르기까지 고군분투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은 평균 새벽 1시 이후. 바쁠 때는 하루 두세 시간밖에 못 잤다고 한다. 불면증에 탈모, 허리와 목의 통증에 시달려야 했다. 이런 강행군 속에서 영업은 점차 정상 궤도에 오르기 시작했다. 가격을 적당한 수준으로 내리고 다양한 판촉행사도 병행했다. 매출이 오르면서 체인점 개설 문의가 밀려들기 시작했다.

오리 목 요리는 매운맛이 특징이어서 매장을 찾아오는 손님이나 배달을 원하는 손님 할 것 없이 시원한 음료를 즐겨 찾는다. 마니아들이 오리 목 요리와 찰떡궁합으로 꼽는 것은 맥주. 직영점은 물론 체인점들도 슈퍼에서 대량으로 맥주를 사다 함께 팔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2006년 독일월드컵 개최를 앞두고 천재일우의 기회가 왔다. 중국의 대표적인 맥주인 칭다오(靑島)맥주가 4000만 위안을 들여 중앙TV(CCTV)의 월드컵 특집 프로그램을 협찬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칭다오 맥주와 협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슈퍼마켓에서 사다가 팔 것이 아니라 칭다오 맥주로부터 정식으로 직접 공급받아 오리 목 요리와 함께 파는 것이죠. 세계적인 브랜드인 칭다오 맥주와 우리 ‘지우지우야’를 동일선상에 올려놓는 전략입니다.”

이와 함께 전국의 체인점을 월드컵 마케팅 모드로 일제히 전환했다. ‘월드컵은 지우지우야와 함께’라는 플래카드를 매장 곳곳에 내걸고 인테리어도 월드컵 테마로 새롭게 꾸몄다. 배달용 포장에는 월드컵 경기 일정표를 새겼고, 24시간 영업으로 월드컵을 보는 축구팬들에게 엄청난 환영을 받았다. 이렇게 해서 월드컵이 열린 2006년에만 24시간 영업점포를 300개나 추가 개설하고 하루 평균 30t의 오리 목 요리를 팔았다.

100만 위안으로 시작한 사업은 이제 전국 20여 개 도시 1000개의 점포를 거느린 거대 프랜차이즈 기업으로 성장했다. 중국 요식업계에서는 가장 짧은 기간에 가장 큰 성공을 이룬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별난 아이디어와 기발한 마케팅, 그리고 자신의 몸을 내던지다시피 한 노력이 일궈낸 결과다.

해외진출 계획은 아직 없다고 한다. 오리 목을 횡으로 절단해 상에 올리는 요리여서 외국인들의 정서엔 아직 맞지 않는다는 것. 대신 구칭의 다음 목표는 ‘지우지우야’라는 브랜드 명에 걸맞게 중국에서 백년 기업으로 키우는 것이라고 한다.
글쓴이 박한진님은 한국외국어대 중국어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중국정치경제학을 전공한 후 중국 푸단(復旦)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마쳤습니다. 저서로는 《10년 후 중국》 《박한진의 차이나 포커스》 등이 있습니다. <톱클래스> ‘중국의 떠오르는 CEO’ 원년 필자로, 상해 근무를 마치고 한국으로 복귀했다가 지난해 다시 베이징으로 파견돼 중국 전문가로서의 역량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습니다.
  • 2010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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