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고의 장인 (47) ‘아사노 불연목재’ 아사노 나리아키 대표

불에 타지 않는 목재 개발한 건축사

불에 타지 않으면서 철근이나 콘크리트에 버금가는 강도를 가진 목재가 있을까? 1200도의 불에도 검게 그을릴 뿐 타지 않고, 철의 약 4.5배에 달하는 강도와 콘크리트의 약 9배에 달하는 압축강도를 실현한 불연목재를 만들어낸 장인이 있다. 장인의 끈기와 과학의 힘을 융합시킨 아사노 나리아키(淺野成彬・61) ‘아사노 불연목재’ 사장. 그는 유명 건축사이기도 하다.

이 회사의 목재는 일본 목재 최초로 국토교통상의 불연재 인정을 받았다. 최근 중국과 1억 달러 기술이전 계약을 맺은 데 이어 국내외에서 상담 요청이 빗발치고 있다. 일찍부터 그의 불연목재의 가능성을 내다본 일본 정부도 ‘차세대 리딩 산업’으로 선정, 국내외 홍보에 소매를 걷어붙였다. 일본 경제산업성, 외무성, 국토교통성 문화청이 선정하는 ‘신일본양식’에도 뽑혔다. 외무성은 홍보 비디오까지 만들어 해외 주요국을 상대로 홍보 중이다.

‘식물자원의 불연화(不燃化)’로 자연의 법칙을 뒤엎은 주인공을 찾아 밤 11시 50분, 편도로 8시간이 걸리는 심야버스에 몸을 실었다. 일본에서 주거 면적이 가장 넓고 국수가 맛있다는 후쿠이현. 아침 8시 후쿠이역에 도착해 재래선으로 갈아타고 10여 분을 달렸다. 마중 나온 차를 타고 또다시 30분 정도 달렸을까. 소도시 주택가에 자리한 ‘아사노 불연목재’에 도착하니 오전 10시가 훌쩍 넘어 있었다. 아담한 2층짜리 전통 가옥을 개조한 듯한 본사는 주변 주택들과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자연의 가치를 첫 번째로 삼는다는 1급 건축사가 설계한 건축물답게 삼나무로 가득한 숲 속처럼 자연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기둥이며 벽이 모두 불연목재로 된 사무실 곳곳에 불연목재 샘플이 전시돼 있다.

신어(新語)사전에 오른 ‘후넨모쿠자이(불연목재)’의 효시가 아사노 나리아키로 돼 있다며 운을 떼자, 그는 “그래서 책임감이 더 커요. ‘불연문화’를 만들어야 하는데 아직도 갈 길이 멀어요”라고 말한다. 그가 목재에 불을 붙였다. 순식간에 섭씨 1200도로 가열되는 버너로 불을 붙이자 일반 목재는 30분 만에 모두 타 숯덩이가 되었지만, 불연재는 불이 닿고 있는 부분만 조금 탔다. 일본 건축기준법 등 세계적으로 불연재의 기준은 ①섭씨 750도에서 연소시켜 20분간 8MJ(메가줄, 10의 6승에 달하는 에너지의 단위)의 발열량 이내에서 마우스 실험에 합격할 것. ②방화상 유해한 변형, 용융, 균열 등 손상이 발생하지 않을 것. ③대피 시 유해한 연기나 가스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각국의 건축 관련 법안에는 불연재로 철, 알루미늄, 콘크리트 등이 올라 있는데, 목재가 오른 적은 없다고 한다.

이어서 그는 불연 처리한 천과 스티로폼, 폴리에틸렌 소재와 일반재를 번갈아가며 불을 붙여 시험해 보인다. 일반재는 검은 연기와 냄새를 내며 활활 타들어 갔지만, 불연 처리된 소재는 불을 붙이는 동안에는 검게 그을리며 조금씩 탔지만, 불을 멀리하면 금방 불씨가 꺼졌다. 반신반의하던 의구심이 불식되는 순간이었다. 그는 지난해부터 천 등 각종 소재에 불연 처리 기술을 응용하기 시작해 불연 목재뿐만 아니라 발포 우레탄, 인공 목재, 벽지, 창호지, 합판, 구조재, 박스, 종이, 천연 섬유, 방화 도어, 커튼 등을 만들어냈다. 건물 실내를 모두 불연재로 처리할 수 있을 정도가 된 것이다.


개발자금 바닥나자 지인들이 주머니 털어서 도와

그가 불연 목재에 관심을 가진 것은 10여 년 전부터다. 일본에서만 연간 1000명 이상이 화재로 숨지는 현실을 보면서, ‘화재로 인한 희생을 줄일 방법은 없을까?’ ‘불에 타지 않는 목재를 만들면 보기에도 좋고, 유해가스도 발생하지 않아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떨치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책에서 발견한 붕산의 불연 효과에 눈이 번쩍 뜨였다. 원리는 그다지 복잡하지 않았다. 나무의 연소는 공기 중의 산소가 나무의 주성분인 탄화수소와 결합하면서 일어난다. 목재에 붕산염을 침투시켜놓으면 뜨거운 불에 닿을 때 붕산염 성분이 녹아들어 목재의 표면에 붕산염 막이 형성되고, 그 막으로 인해 산소가 차단돼 더 이상 연소가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문제는 붕산을 어떻게 나무에 침투시키는가 하는 것이었다. 우연히 방문한 섬유공장에서 그는 천년 산삼을 캔 듯 환성을 질렀다.

“후쿠이현은 섬유산업이 융성했던 곳이라 천에 방부제를 침투시키는 특수기술이 발달해 있었어요. 여러 개의 세포층으로 구성된 나무의 층 사이, 수분을 운반하는 지름 30미크론 정도의 세포관이 있는데 목재로 가공하면 여기에 공기가 들어갑니다. 기계로 압력을 주면서 공기를 빼내고 약재를 강제적으로 침투시키는 것이지요.”

그는 전 재산을 털어 거대한 압력솥과 같은 압력기 개발에 착수했다. 3년여의 연구 결과, 자연스럽게 침투시키는 것보다 10배 많은 양을 침투시키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압력을 가하는 것만으로는 약재가 구석구석까지 충분히 침투되지 않았다. 고심 끝에 직경 30미크론의 좁은 세포관을 통과할 수 있게끔 붕산염의 입자를 극소화하기로 했다. 이 극소 입자 개발이 성공의 두 번째 열쇠였다.

실험을 거듭하는 사이 자금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만류하는 사람도 늘어났다. 그는 예나 지금이나 목조 건축물 분야에서 잘나가는 1급 건축사다. 목재이용 기술개발상, 임야청장관상, 닛케이BP상 등의 수상경력도 있다. 특히 1987년 설계한 ‘다케다 보육원’은 그에게 명성을 가져다주었다. 꽤 많은 돈을 벌었다. 그렇게 모은 돈을 연구에 모두 쏟아 부었던 것. 개발 자금이 바닥난 그는 은행 문을 두드렸지만 은행에서는 대출해주지 않았고, 결국 지인들을 찾아다니며 자금을 모아야 했다.

“모든 사람이 살고 싶어하는 집, 그런 건축물, 그런 마을을 만들자고 설득했지요.”

실내 곳곳에 사용되고 있는 불연재.
그의 인덕과 실력을 믿었던 60여 명의 지인들이 주머니를 털기 시작했다. 퇴직금을 내놓기도 하고, 적금을 해약한 친구도 있다. 변리사 친구는 무료로 특허를 담당해주었고, 변호사 친구는 무료로 법리 해석을 맡았다. 그는 이들을 ‘맹우’(盟友)라고 불렀다. 그렇게 모인 돈이 3억 5000만 엔(약 45억 원)에 달했다. 그는 이 자금을 토대로 압력기 개량과 붕산염 극소화 작업에 들어갔다. 3년여의 시간을 들여 기계(배관 등) 설치와 건조, 약재 침투에 성공했다. 그러나 난연재(難燃材) 수준의 불량품이 나왔다. 세 번째 난관이었다. 불연목재란 어느 부위를 잘라서 불을 붙여도 타지 않아야 하는데, 부위별로 약간 타들어가는 제품이 발견된 것.

불량품을 걸러내기 위해 그는 바코드 시스템을 응용했다. 목재에 바코드를 붙여서 약재를 투과시키기 전과 후 무게를 달아 늘어난 무게를 측정했다. 그가 독자적으로 정한 ‘절대 타지 않는’ 기준으로 약재가 침투되었는지 확인하는 시스템이다. 완벽하게 불량품을 걸러낼 수 있게 된 그는 2009년 9월 첫 시판에 들어갔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개발 앞에서 그는 겸손했다.

“이게 다 목재를 가공하는 장인의 아들로 태어난 덕이에요. 나무와 함께 자라면서 나무의 속성을 잘 알게 되었지요.”

불연목재의 가격은 일반재의 10배에 달해 보급이 더디지만, 그의 꿈은 전 세계에 불연문화를 확산시키는 것이다. 사람들이 화재의 불안에서 해방돼 자연 속에서 숨 쉬는 것, 이것이 그의 간절한 소망이다.
글쓴이 염동호 님은 경희대를 졸업하고 일본 호세이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호이세대 겸임 연구원으로 《아시아의 금융위기와 시스템 개혁》 (일본서적・편저), 《괴짜 경제학》을 썼다.
  • 2010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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