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전주점 ‘짱구야 학교 가자’ (주)후인 이휘열 대표

7전8기 인생, 두려울 게 없다

이 대표가 늘 아들에게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네가 태어난 이유가 있다. 그냥 대충 먹고 살다 가려고 태어난 건 아닐 게야. 네가 태어난 이유, 그걸 찾아야 해. 의미 있는 삶을 쫓아가야 한다는 거지.” 분신인 아들에게 전하는 이 말은 사실 자기 자신에게 거는 주문이기도 하다.
흔히 외식업체 사장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투실한 풍채에 넉살좋은 웃음 같은 것들이라고나 할까. 퓨전주점 브랜드 ‘짱구야 학교 가자’의 성공으로 주목받고 있는 (주)후인 이휘열 대표(46) 역시 그렇겠거니 했다. 그런데 웬걸, 약속시간 사무실에 들어선 그는 흡사 기름기 쪽 빠진 파이터 혹은 잘 단련된 마라토너의 모습이었다.

‘짱구야 학교 가자(www.jjang9.co.kr)’는 1970~80년대를 테마로 한 인테리어와 메뉴가 돋보이는 주점이다. 그 시대에 얽힌 추억과 향수를 간직하고 있는 중장년층은 물론 이색적인 재미와 저렴한 가격을 추구하는 20대에게도 인기다. 이휘열 대표는 “맛과 개성을 겸비한 학교풍 대표 술집”이라고 자랑한다. 이곳의 주 고객은 20~30대. 현재 전국에 130여 개의 가맹점이 성업 중이다.

“고객들이 젊어서 그런지 점주도 다들 젊어요. 40~50대 점주들은 주로 20대 초·중반의 자녀분들이 맡아서 운영을 하지요. 그러다 보니 점주 나이가 평균 26세예요. 우리 점주들은 저를 교장 선생님이라 부릅니다. 주간보다 야간학교를 선호하는 ‘골 때리는’ 짱구 교장이죠. 하하하.”

가맹점 벽마다 걸려 있는 ‘짱구네 학칙’ 역시 교장 선생인 이 대표의 머리에서 나왔다. ‘애들은 짱구네 오지 말고 다른 집 가자’, ‘자기가 토한 것은 자기가 치우자’, ‘술은 취하라고 먹는 거다 빼지 말자’, ‘손님 많을 때 물은 셀프다’ 등 다소 엉뚱하지만 재치 있는 내용으로 눈길을 끈다.

회사 홈페이지에서는 지난 1~2월 독특한 창업 이벤트도 진행했다. 20대 초보 창업자들을 대상으로 교육비 면제와 함께 무이자 창업자금 대출, 프로젝트와 PDP TV 등을 지원하는 내용의 ‘일기일회(一期一會)’ 이벤트. 역시 그의 아이디어다.

“성공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창업입니다. 성공하고 싶어 하는 인생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 주고 싶었죠. 일기일회는 생에 단 한 번뿐인 인연 또는 기회를 말하는 것입니다.”

이 대표는 “꿈을 이루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연륜도 돈도 아닌 열정”이라며 “열정만 있으면 맨손으로도 시작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한다. 지금의 성공 역시 아홉 번 망하고 열 번째 이룬 값진 대가.

“사람들은 보통 망하고 다시 일어서려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저는 달라요. 예를 들어 지금 망했다 치고 내 앞에 에어컨 한대 달랑 남았다 그러면 당장 그것부터 팝니다. 그리고 그걸 종자돈 삼아 물건을 사서 팔러 다니는 거죠. 그렇게 돈을 불려서 사무실을 내요. 의자, 칸막이, 책상 전부 주워 놓고 경리, 과장, 사장 1인 3역을 하는 거죠. 이게 바로 제가 살아온 방식입니다.”

9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그는 홀어머니 슬하에서 가난하게 자랐다. 군 입대 후 한 달 월급 2800원을 모았다 휴가 때마다 어머니에게 갖다 드렸을 정도다. 그는 휴가를 나와서도 공사현장에 가서 막노동을 했다.

“제대하고 보니 형이 결혼해서 지낼 방도 없더군요. 할 수 없이 서울 중곡동 근처 산에서 6개월 동안 생활했어요. 산에서 출퇴근을 하면서 ‘이 고달픈 생활에서 빨리 벗어나야겠다’고 다짐했죠. 상황이 절실하다 보니 머리가 돌아가기 시작하더라고요.”


이 대표는 1987년 돈을 빌려서 의류무역을 시작했다. 워낙 밑바닥부터 구르며 다져진 그였기에 사업 수완도 좋았다. 돈이 좀 모이자 더 크게 사업을 해보고 싶었던 그는 1993년 절친한 사업가의 소개로 미국으로 날아갔다. 영어 한마디 모르는 사람이 ‘깡’ 하나로 LA에서 ARS사업을 시작했지만 재미교포에게 사기를 당해 1년 만에 빈털터리로 귀국하고 말았다. 우연히 지인의 소개로 커피를 알게 되어 원두커피 딜러가 된 그는 자금이 모이자 커피제조에까지 손을 뻗었다가 다시 망했고. 막노동에서 철공소 용접, 신발창과 지퍼 만드는 제조업에서부터 오퍼상, 통신에도 손을 댔다.

지난날을 속사포같이 쏟아낸 그는 “故 정주영, 이병철 회장도 10대 때부터 이 사업 저 사업하다 40대에 이르러서야 기업가의 반열에 올랐다”며 “내가 그 사람들보다 못 할 게 없다. 배짱도 경험도 심지어 얼굴 두께로 봐도 내가 훨씬 두꺼울 것”이라며 시원스레 웃는다.

“2002년에 커피전문점 체인사업을 시작해서 90개까지 늘렸는데 2004년에 테이크아웃 커피 유행이 지나면서 매각했죠. 그게 여덟 번째였어요. 그러곤 1년을 방황하다가 동네에서 치킨집을 시작했죠.”


열정만 있다면 맨손으로도 꿈을 이룰 수 있다

아내는 주방을 맡고 그는 배달을 했다. 동네 사람들은 그에게 “외제차 타고 목에 힘주고 다니더니 오늘은 자전거 타고 닭 배달하냐”며 “창피하지 않느냐”고 묻기 일쑤였다. 그럴 때마다 그는 “사람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라며 “그때그때 환경에 맞게 살아야 해. 지금 내가 할 일은 이거야”라고 태연하게 대답했다.

“2005년 10월이었나, 손님 중 한 분이 대뜸 ‘요즘 선술집이 뜬다는데 그거 한 번 해보는 게 어떠냐’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돈이 얼마나 드느냐’고 물었더니 5억 원이라는 거예요. 5억이 어디 있어요, 그런데 부정적으로 보지 말고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자 싶었죠. 뭐, 생각하는 데 돈 드는 건 아니니까요.”

그는 살림집을 담보로 2억 원을 대출 받았다. 주류와 인테리어는 외상으로 받고 가입했던 보험도 모두 해약했다. 그러고는 3개월 만인 2006년 1월 송파구 신천동에 ‘짱구야 학교 가자’ 본점을 오픈했다.

“아들 녀석 별명이 짱구예요. 제 어릴 적 별명도 짱구였고. 어디로 튈지 모른다고 해서 붙여진 거죠. 창업할 때 아내와 아들이 걱정을 많이 했어요. 아들녀석이 ‘아빠 이거 성공 확률이 어떻게 돼?’ 하고 묻기에 50%라고 답했죠.”

“또 망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재차 묻는 아들의 머리통을 쥐어박으며 그는 “어떡하긴 뭘 어떻게 해, 아빠는 막노동 나가고 너는 신문 돌리고 우유 배달하는 거지”라고 말했었다. 그는 “아들은 학교에서 친구가 ‘우리 아빠 망했다’고 하는 소리를 들으면 ‘우리 아빠는 아홉 번 망했어, 우리 아빠는 불사신이야’라고 말한다”며 웃음을 터트린다.

제 아무리 숙련된 오뚜기 인생이라지만 지천명의 나이를 바라보는 지금 ‘또 무너지면 어떻게 될까, 예전처럼 다시 벌떡 일어날 수 있을까’ 불안하지 않은지 자못 궁금했다.

“물론입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체력이지요. 나이가 들어 무너지는 건 자신감이 아니라 건강 때문이거든요. 얼마 전부터 술, 담배도 끊었어요. 그랬더니 정신도 맑아지고 의욕도 더 생기던 걸요.”

이 대표가 늘 아들에게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네가 태어난 이유가 있다. 그냥 대충 먹고 살다 가려고 태어난 건 아닐 게야. 네가 태어난 이유, 그걸 찾아야 해. 의미 있는 삶을 쫓아가야 한다는 거지.”

분신인 아들에게 전하는 이 말은 사실 자기 자신에게 거는 주문이기도 하다.

사진 : 이창주
  • 2009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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