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고의 장인 (33) 20년 매출 신장 이룬 아키모토 히사오(秋元久雄) 헤이세이건설 사장

최고의 목수가 최고의 집을 만들지요

‘고학력 목수를 양성하라’는 표어 하에 건설업계에 돌풍을 일으키는 이단아가 있다. 기존 건설업계의 상식을 타파하고 고풍스런 일본 건축물 재현에서 현대적인 아파트, 빌딩에 이르기까지 최고의 기술을 지닌 최강의 목수집단을 육성해 낸 아키모토 히사오(秋元久雄), 헤이세이(平成)건설 사장이 바로 그다. 그가 지은 임대아파트는 임대료가 10% 이상 비싸지만 고급스럽고 편리해 몇 달을 기다려야만 입주가 가능하다.

경기침체에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건설업. ‘잃어버린 10년’에 미국발 금융위기까지 겹치면서 일본 건설업계는 그야말로 암흑의 시대다. 건설업 종사자는 685만 명으로 전 취업자 수의 10.2%를 차지했던 1997년을 정점으로 감소하기 시작해 지난해 10월에는 540만 명으로 8.2%대까지 줄었다. 올해만 해도 도산과 폐업으로 12만 명이나 줄었지만, 이러한 불황을 비웃기라도 하듯 올해 신규채용을 늘린다는 아키모토 사장. 1989년 창업 이래 20년동안 단 한 번 적자 없이 45도 이상의 성장곡선을 그려 왔다.

후지산이 내려다보이는 누마즈 시 중심부에 자리한 헤이세이건설 본사. 종업원 400여 명에 연매출액 110억 엔. 건설회사답지 않게 현관부터 분위기가 온화하다. 사무실 책상이 모두 수십만 엔 한다는 고급 목재로, 사무실 자체가 모두 전시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사장 책상까지 상품으로 판매하는 것으로, “고객이 원하면 언제라도 비워 드린다”고 한다.

목수를 비롯해 160여 명의 장인이 모두 정사원이다. 건설회사가 직접 목수를 채용하고 게다가 정사원으로 두는 것은 일본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헤이세이건설의 가장 큰 영업 비밀은 내제화(內製化)다. 내제화란 영업, 설계, 디자인, 시공관리, 장인(기초공, 철근공, 목수 등), 사후관리까지 모두 외부하청을 주지 않고 일괄적으로 처리하는 것이다.

“내제화를 통해 공정이 일괄적으로 이루어지면서 업무처리가 순조로워지고, 건물의 하자가 사라졌어요. 하자 없는 건물을 짓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장인이지요. 아무리 좋은 설계도가 나와도 그것을 만들어 낼 장인의 기술이 없다면 의미가 없습니다.”

헤이세이건설이 만든 건축물의 내부. 기둥과 천장에서 장인의 손길이 느껴진다.
그는 목수를 비롯한 장인육성에 힘을 기울여 왔다. 일본에서는 1980년 98만 명이었던 목수의 수가 2005년 58만 명으로 줄었다고 한다. 10년 후에는 38만 명으로 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그런데 그는 “건축설계사만 늘어나면 누가 집을 짓습니까?”라며 ‘고학력 목수 양성’을 주장한다.

“날로 복잡하고 고도화되는 설계도를 반영하려면 몸만 쓰는 장인이 아니라 머리를 쓰는 장인이 필요하지요.”

실제로 헤이세이건설에는 고학력 목수가 많다. 도쿄대학 대학원, 교토대학 대학원, 와세다대학, 호세이대학 등 일본 유수의 대학을 졸업한 엘리트가 수두룩하다. 지난해 신입사원 26명도 모두 대졸이었다. 대표적인 3D 업종 가운데 하나로 인식되고 있는 건설업, 그것도 목수라는 직업에 왜 이토록 많은 젊은이들이 몰리는 것일까?

“옛 장인들과는 달리 대기업 수준의 대우와 복리후생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이뿐만이 아니다. 어깨너머로 배우던 전통 방식 대신 최고 수준의 장인들이 스승이 되어 일대일로 자상하게 지도한다. 희망자에게는 기숙사까지 100% 제공된다. 또 하나 특이한 것은 회사 내에 선술집이 있다는 것. 해질 무렵이면 선술집이 문을 열고, 2층에는 취해서 집에 가지 못하는 사원들을 위해 별도의 방까지 마련해 놓았다. 취직 희망기업 제네콘 부문 랭킹에서 10위를 차지할 정도로 젊은이들에게 인기 있는 비밀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건설현장에서 타사와 다른 또 다른 특징을 발견할 수 있었다. 건설현장에는 반드시 건축을 의뢰한 집주인의 사진이 걸려 있다. 장인들에게도 집주인의 사진을 배포해 공사가 끝날 때
까지 소지하도록 한다. 고객이 찾아왔을 때는 일손을 멈추고 인사하는 것이 철칙이다. 고객이 뭔가 요청하거나 물으면 곧바로 응답해야 하고, 모르는 것이 있으면 본사로 확인해 응대한다.


집주인 사진 지니고 다니며 집 지어

헤이세이건설의 여자 목수.
“현장의 장인들이 집주인을 위해 집을 짓고 있다는 것을 잊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지요. 또 집주인의 얼굴을 보며 일하면 손이 하나라도 더 가고요.”

헤이세이건설을 창업하기 전 그는 연간 10억 엔의 매출을 올리는 주택회사 ‘톱클래스’의 영업맨이었다. 건설현장에서 집주인의 질문을 무시하고 시끄럽다며 자리를 떠나는 장인을 목격한 것이 오늘날 헤이세이건설 창업을 결심한 계기가 되었다. 그의 고객중심 현장은 여기에 머물지 않는다. 현장근무 장인들은 아침 8시에 출근하자마자 현장 주변 청소부터 시작한다. 이웃사람들이 불평하지 않도록 해서 집주인이 입주한 후 불편한 관계가 되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깨끗한 현장을 보면 집주인도 기분이 좋고 장인들도 내 집을 짓는 것 같다고 해요.”

집을 짓는 것은 일생일대의 커다란 쇼핑이라고 생각하는 그는 설계단계에서부터 완성까지 수십 번에 걸쳐 토의하고 수정을 거듭하고 상담한다.

목수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목수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약간의 고소공포증이 있는데다 아버지가 하는 일을 하고 싶지 않다는 반항심, 게다가 아버지 회사가 고등학교 때 도산하면서 더 이상 목수의 길을 걷지 않게 되었지만, 그에겐 누구보다 장인정신이 몸에 배어 있다. 그의 세 아들 가운데 두 명이 목수가 되어 같이 일하고 있다. 그 모습을 보며 그는 “지금에야 저도 일찌감치 목수가 되었으면 좋았을 것을,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라고 말한다.

올해도 여성을 포함해 50여 명의 새로운 예비 목수 장인이 입사한다. 한 사람의 목수가 만들어지기까지 십 수 년이 걸린다는 장인의 길. 그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그는 회사에 24시간 연습공간을 마련하고, 매년 두 차례 사내 기능콘테스트를 개최해 기능향상에 주력하고 있다.

“돈을 위해서가 아니라 재미있는 것을 하십시오! 목수란 매일 노는 것과 같아요. 스트레스도 없고 다양한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에(웃음).”
글쓴이 염동호님은 경희대를 졸업하고 일본 호세이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호세대 겸임 연구원으로《아시아의 금융위기와 시스템 개혁》(일본서적·편저)을 썼다.
  • 2009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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