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만 회원 다이어리 카페 만든 서영민 씨

올해는 다이어리로 기록하는 습관 가져 보세요

해마다 이맘때면 하나씩 마련하는 다이어리. 직장인에게는 보통 업무일지나 회의 기록장으로 쓰이지만 10~20대 젊은 여성에게는 그 활용도가 더 넓다. 그들은 소소한 일상의 기록이라는 다이어리 본래의 기능에, 개인적인 취향과 감각을 덧입혀 다이어리를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자기만의 책’으로 변신시킨다.

아기자기한 일러스트에 스티커, 스탬프, 색연필, 마커 펜을 비롯한 여러 종류의 펜까지 다양한 재료가 동원된다. 온라인 동호회까지 만들어져 잘 꾸민 작품은 그 노하우가 급속히 전파되고 새로운 유행을 만들기도 한다. 이처럼 다이어리 꾸미기가 열풍처럼 번지면서 인터넷에는 이들을 일컫는, ‘다·꾸족’(다이어리 꾸미기의 준말)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그 진원지는 네이버에 개설된 ‘오미니의 다이어리 꾸미기’ 카페. 지난 2004년 12월, 당시 대학생이던 서영민(27) 씨가 만든 이 카페는 개설 4년 만에 회원 수 30만 명의 대규모 동호회로 성장했다. 회원 수가 급상승한 카페로는 단연 1위다. 대학을 졸업하고 지금은 은행 직원이 된 운영자 서씨는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이렇게 커질 줄은 몰랐다”며 웃었다.

“제가 중학교 때부터 다이어리를 썼는데 그때는 주로 속지를 갈아 끼우는 링 바인더 형태가 대부분이었어요. 그런데 한 해가 지나서 속지를 바꾸고 나니 1년 동안 썼던 기록들이 제대로 관리가 안 되고, 낱장으로 떨어져 있으니까 다시 들추어 보기도 불편하더라고요. 책처럼 만들어 계속 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그때 했어요. 이왕이면 예쁘게 만들고 싶어서 인터넷을 뒤지며 자료들을 찾았죠. 아무리 봐도 눈에 띄는 게 별로 없어서 제가 카페를 만들었어요. 관심 있는 사람들 몇 명이 모여서 아이디어를 나누어 보자는 뜻으로요.”

카페 이름은 자신의 닉네임에서 땄다. ‘영민’이라는 이름 대신 숫자 ‘0’과 이름 끝자의 ‘mini’를 붙여 만든 것이 ‘0mini’. 하지만 회원들은 한결같이 이것을 ‘오미니’로 발음했고, 결국 ‘영민이’가 아닌 ‘오미니의 다이어리 꾸미기 카페’로 굳어졌다.


회원 수 30만 명 카페 운영하며 책까지 출간

초ㆍ중ㆍ고생부터 대학생, 직장인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지만 정보를 올리는 쪽은 주로 디자인 관련 학과에 재학 중인 대학생이나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현직 디자이너들. 실력으로 무장한 운영진 덕분에 카페는 더욱 유명해졌고, 출판사로부터 책을 내자는 제안도 받았다. 1, 2, 3권으로 구성된 《오미니와 다꾸 고수들의 다이어리 꾸미기》라는 책은 그렇게 세상에 나왔다. 그중 1권은 이미 5쇄까지 찍었다.

“한동안 ‘싸이월드’ 같은 온라인 미니홈피가 인기였던 적이 있잖아요. 그 열기가 좀 시들해질 무렵 다이어리 꾸미기가 뜨기 시작했어요. 저는 방식만 다를 뿐 두 가지가 같다고 생각해요. 싸이월드도 자신의 일상을 기록하면서 음악, 사진, 배경화면 등으로 다양하게 장식할 수 있잖아요. 그게 디지털 다이어리라면 이건 아날로그 방식인 것이죠. 다이어리는 휴대하기 편해 어디서든 쓸 수 있고, 형식에 제한이 없으니 상상력이나 아이디어를 무한대로 펼칠 수 있어 좋아요. 손으로 직접 쓴 거라 정감도 있고요. 저는 해마다 같은 디자인의 다이어리를 구입하는데, 크기가 작아 책꽂이에 꽂아두면 꼭 문고판 전집같이 보여요. 어느 걸 펼쳐도 옛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라 한동안 재미있게 읽곤 하지요.”

그는 “직장생활을 시작한 뒤로는 다이어리 꾸미기를 예전만큼 열심히 하지 못해 아쉽다”며, “그럼에도 카페가 여전히 활발하게 운영되는 것은 마니아 수준의 회원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정말 이 분들의 실력은 대단해요. 직접 그린 일러스트며 개성이 묻어나는 독특한 손글씨, 사진에 포토샵까지 동원된 다이어리들을 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와요. 어떤 회원은 출판사 쪽에서 먼저 제안해 ‘손글씨’ 기법 책을 따로 내기도 했어요. 이렇게 멋지게 꾸민 다이어리들은 같은 기록이라도 읽는 재미, 보는 재미가 훨씬 더하죠.”

“우리에게 다이어리 꾸미기는 운동, 음악 같은 취미”라는 그는 “한번 빠져들면 중독되기 쉽고, 재료 구입비 등 다이어리 꾸미기에 들어가는 돈도 만만치 않다는 점에서 다른 취미생활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웃었다.

10년 이상 다이어리를 써 온 그는 꾸미는 일까지는 하지 않더라도 일상생활에서 다이어리 쓰기를 습관화할 것을 권했다. 그러고는 “기록은 기억보다 확실히 오래 남는다”며 “다이어리를 쓰면 확실히 삶을 계획적으로 살게 되는 장점이 있다”고 덧붙인다.

“기록하는 습관과 관련해 재미있는 글을 본 적이 있어요. 미국에서 예일대 졸업생을 대상으로 목표의식과 성취도에 대한 연구조사를 했대요. 20년 뒤 이들을 추적 조사해 보니 조사 당시 목표가 단순했던 절반 이상의 졸업생은 아주 평범하게 살고 있었고, 별다른 목표 없이 산다고 답한 일부 졸업생들은 빈곤층으로 추락했답니다. 반면, 구체적이고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있던 10%의 사람들은 전문직에서 일하고 있었고, 그 목표를 글로 적어 두었던 3%의 사람들은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매우 높은 지위에 올랐다는 거예요. 저는 정말 공감해요. 다이어리를 쓰면 연간ㆍ월간ㆍ주간ㆍ일간 단위로 기록하기 때문에 해가 바뀔 때마다 자신의 목표와 방향을 점검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거든요.”

자타가 공인하는 다이어리 전문가로서 다이어리를 고를 때 유의할 점도 일러 주었다. 업무 일정은 회사 다이어리에, 용돈관리는 가계부에, 일일 계획은 탁상 달력 등에 나눠 쓰는 식으로 나누지 말고 마음에 드는 다이어리 한 권을 사서 그 안에 모든 내용을 다 담으라는 것. 항상 지니고 다녀야 하기 때문에 크기나 무게도 고려하라는 것이 그의 조언이다.

속지 구성도 꼼꼼히 따져 봐야 할 부분. 가령, 월간ㆍ주간 계획 일정 외에 별다른 메모를 하지 않는다면 메모 공간이 많지 않은 대신 주간계획 칸이 넓은 것을 고르고, 다이어리를 일기처럼 활용한다면 메모할 수 있는 지면이 넉넉한 것을 선택하는 식이다. 또, 영수증이나 영화 티켓 등 뭔가 붙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다이어리 사이가 많이 벌어지지 않도록 다이어리를 고정하는 밴드가 같이 들어 있는 구성이 좋다.

그는 “다이어리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요즘은 디자인도 형태도 아주 다양해져 선택의 폭이 넓다”며, “본인의 활용도를 생각해 가장 잘 맞는 것을 고르는 것이 다이어리와 친해지는 비결”이라고 전했다. 얼마 전 신년 다이어리를 구입했다는 그는 커버가 예쁜,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작은 다이어리를 보여 주며 이렇게 말했다.

“매일 한 줄이라도 기록하는 습관을 가져 보세요. 1년 후, 자신의 일상이 고스란히 담긴 보물 한 권을 손에 넣게 될 겁니다.”

사진 : 이창주
  • 2009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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