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중 이스트소프트 대표

시장점유율 1위 압축, 백신 프로그램 만든 젊은 기업

김 대표는 “소프트웨어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어야 효용 있는 도구가 되는 것”이라며 “더 쉽고, 더 편한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는 멀지 않은 미래에 이스트소프트의 ‘알툴즈’가 MS의 윈도즈처럼 수억 명에 달하는 전 세계 컴퓨터 사용자들이 모두 애용하는 소프트웨어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믿음을 내비쳤다.
컴퓨터 운영체계 프로그램인 마이크로소프트사(社)의 윈도즈만큼이나 많이 쓰이는 토종 소프트웨어를 아시나요? 언뜻 떠오르지 않는다면 당신의 컴퓨터 모니터를 보라. 알 모양의 동그란 아이콘을 찾았다면 이제 눈치챘을 것이다. 알집겲鱇푳알약으로 유명한 알툴즈가 바로 그것이다.

회사 이름보다 알집겲鱇푳알약 등을 포함한 일명 ‘알’시리즈 제품 ‘알툴즈’로 더 유명한 이스트소프트(ESTsoft). 서울대입구역 근처에 자리 잡은 살구색 벽돌 건물. 230여 명 직원의 평균 연령이 28세인 젊은 기업 이스트소프트호(號)를 이끄는 서른여섯 젊은 CEO 김장중을 만났다.

김장중 대표가 대학생이던 1993년 출발한 이스트소프트는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이 훌쩍 넘는 2500만 명이 사용하는 압축, 백신 프로그램 등 응용소프트웨어 패키지 ‘알툴즈’와 40여 개국에서 약 2000만 명이 즐기는 인터넷 게임 ‘카발온라인’, 스토리지 소프트웨어의 강자 ‘인터넷디스크’ 등 30여 개가 넘는 자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며 최고의 소프트웨어 개발회사로 성장했다.

스무 살 때 이스트소프트를 설립한 김장중 대표는 컴퓨터와는 무관한, 수학을 전공하던 학생이었다. 컴퓨터동아리 선배들의 어깨너머로 컴퓨터를 배우며 실력이 일취월장했던 것. “수학을 전공하며 자연스럽게 익힌 수학적 논리력 덕분에 컴퓨터를 쉽게 배운 것 같다”고 한다.

“수학이 실은 ‘이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고도의 논리 게임이죠. 프로그램 개발 역시 논리적 사고에서 출발합니다. 경영도 마찬가지입니다. 통계를 산출하고 마케팅 전략을 짜는 데도 수학적 논리가 상당히 도움이 됐습니다.”

1992년, 스무 살 김장중은 친구 한 명과 ‘한글 21세기’라는 한글워드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그리고 다음해, 다른 친구 3명을 합류시켜 이스트소프트를 탄생시킨다.

“겁이 없었죠. 세상을 알았으면 절대 시작 안했습니다. 우여곡절의 출발점에 선 거죠.”

첫 번째 우여곡절은 법인 설립 다음해에 찾아왔다. 프로그램 개발 실력만 믿고 뭉쳤던 5명의 대학생들은 각자의 길로 흩어졌다.

“대학생들이 한글워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언론에 오르내렸지만, 정작 우리 워드를 사겠다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가진 돈은 다 떨어졌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우리 그만하자’ ‘공부나 더 하자’ ‘군대 간다’며 흩어졌어요. 저 혼자 남았죠. 떠나는 친구들한테 ‘나중에 맘 바뀌면 언제든지 합류하라’고 했어요.”

알툴즈에 포함된 각 프로그램을 나타내는 아이콘. 왼쪽부터 알집, 알FTP, 알씨, 알툴바, 알약.
1996년, 흩어졌던 친구들이 졸업을 앞두고 다시 모였지만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난 ‘한글 21세기’ 워드는 포기해야 했다. 대기업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주면서 간신히 회사를 연명했다. 그러다 1997년 외환위기를 맞아 회사 사정은 다시 어려워졌다. 재합류했던 친구 중 한 명만 빼고 모두 떠났다.

“돈이 없어 카드 7개로 돌려막기하며 회사를 유지한 적도 있고, 딱 한 달이지만 무급휴가란 이름으로 회사 운영을 멈춘 적도 있지만 힘들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어요. 그런데 저와 함께 먹고 자던 친구와 직원이 ‘이제 내 갈 길을 가겠다’고 할 땐 정말 힘들더군요. 조금만 더 참자고 잡을 수도 없는 상황이었죠.”

하지만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

“제2의 창업이라는 결심으로 1998년에는 8명의 직원을 새로 뽑았어요. 이때 들어온 사람들이 ‘알툴즈’와 ‘카발온라인’ 등 지금의 이스트소프트를 만든 주역들이죠.”


우연히 만든 알집, 미국산 프로그램 퇴출시키다

1999년, 이스트소프트를 대한민국 IT산업의 신데렐라로 만든 ‘알집’을 내놓았다.

“알집은 우연의 산물입니다. 당시만 해도 ‘윈집’이란 미국의 압축 프로그램이 시장을 점령하고 있었는데 사용법도 어렵고 모두 영어로 되어 있었지요. 그런데 지금은 이사가 된 민영환 씨가 직원이 외부에서 받은 압축파일을 ‘윈집’으로도 풀지 못하는 것을 보고 이런저런 프로그램을 연습 삼아 만들었어요. 원래 민 이사 혼자 사용하던 프로그램이었죠.”

회의 중인 김장중 대표(가운데).
민영환 씨의 컴퓨터 속에 잠자고 있던 알집.

“우연히 민 이사의 컴퓨터 화면을 보다 알 모양의 귀여운 아이콘을 발견했어요. 뭐냐고 물었더니 자기가 개발한 것인데, 아직 이름이 없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이름이나 짓자고 했습니다. 민 이사의 ID가 ‘alsdream’이었는데, ‘als’에 압축파일을 뜻하는 ‘zip’를 붙여 ‘알집’이 탄생한 겁니다.”

김 대표는 알집을 각 포털과 PC통신을 통해 무료 배포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단숨에 ‘윈집’을 제치고 압축 프로그램 1위가 됐다. 알집에 이어 포토뷰 프로그램인 알씨, 서버와 사용자 간 파일을 주고받을 수 있는 알FTP가 연이어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며 점유율 1위에 오른다. 김 대표는 아예 ‘알 시리즈’를 만들기로 했다. 그것이 알집ㆍ알약ㆍ알맵ㆍ알FTPㆍ알패스 등을 묶은 ‘알툴즈’다. 알툴즈는 무료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을 무료로 나눠 주면서 어떻게 수익을 내는지 물었다.

“저나 직원 모두 개발자예요. 개발자들 마음은 정말 단순합니다. 내가 만든 소프트웨어를 다른 사람이 쓰는 것만 봐도 심장이 뛰고 흐뭇하죠. 그런데 그런 사람이 한 명이 아니라 100만 명, 1000만 명이면 얼마나 신나겠어요. 그렇게 해서 무료 배포가 시작됐어요.”

사용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자연스럽게 수익모델도 생겼다.

“사용자가 1000만 명을 넘어서자 기업들이 광고와 제휴를 제안하더군요. 그러면서 수익이 생겼습니다. 저희 프로그램은 개인에게는 무료로 나눠 주지만 기업에는 유료 서비스를 했어요. 물론 이 수익만으로는 회사 운영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찾은 새 수익원이 게임입니다. ‘알툴즈’와 달리 게임은 수익을 위해 전략적으로 기획ㆍ개발한 아이템입니다. 이래서 세상에 나온 게 ‘카발온라인’이에요.”

카발온라인 역시 2005년 첫 출시 후 연평균 185%의 성장을 거듭하며 160억 원의 연매출을 올리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그는 게임에서 올린 수익을 투자해 또 다른 역작을 세상에 내놓는다. 출시 1년도 안 돼 국내 컴퓨터 백신시장의 철옹성 안철수연구소의 ‘V3’를 무너뜨리며 백신시장 점유율 1위에 오른 ‘알약’이 바로 그것이다. 김 대표는 “알약이 이렇게 뜨거운 반응을 보일지 몰랐다”고 했다.

“알약은 2004년부터 개발했는데, 제가 중간에 ‘크지도 않은 시장을 두고 한국회사끼리 싸우지는 말아야 한다’는 생각에 개발을 막았던 상품입니다. 개발진은 난리가 났죠. 개발진의 열정에 제가 졌습니다. 지난해 12월 첫 서비스를 할 때는 500만 명 정도가 사용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금방 1000만 명이 되더군요. 얼마 전 통계를 보니 1330만 명을 넘었더군요(하하하).”

알약 때문에 사람들은 이스트소프트를 안철수연구소와 대결구도로 보는데, 김 대표는 “패자가 생길 수밖에 없는 ‘대결’보다는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경쟁’으로 봐 줬으면 좋겠다”고 한다.

“우리가 나타나기 전 백신시장은 경쟁체제가 아니었어요. 우리의 알약이 나오면서 비로소 경쟁체제가 됐지요. 소비자들에게는 더 좋은 상황이 된 것입니다. 소비자로부터 선택받기 위해 우리도 안철수연구소도 더 나은 성능, 더 편하고 쉽게 쓸 수 있는 제품을 내놓을 테니까요. 알약이란 존재는 두 기업 모두에게 신선한 자극이 됩니다.”

김 대표는 “소프트웨어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어야 효용 있는 도구가 되는 것”이라며 “더 쉽고, 더 편한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는 멀지 않은 미래에 이스트소프트의 ‘알툴즈’가 MS의 윈도즈처럼 수억 명에 달하는 전 세계 컴퓨터 사용자들이 모두 애용하는 소프트웨어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믿음을 내비쳤다.

사진 : 이창재
  • 2008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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