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떠오르는 CEO (30) 자오 푸 ‘10월 마미’ 동사장

트렌드 앞서 읽으며 패션 임부복 시장 개척

올 상반기 중국의 히트 상품 가운데 눈길을 끄는 것이 있다. 출간 3개월 만에 100만 권이 팔린 베스트셀러 《마윈, 창업을 논하다》라는 책이다. 이 책은 ‘창업의 대부’이자 중국 최대 B2B 사이트인 알리바바(alibaba.com.cn)의 마윈 총재가 CCTV 창업 인기 프로그램에서 젊은이들에게 창업에 대해 코치한 내용을 담고 있다. 창업 열풍에 푹 빠진 중국인에게 마윈의 창업 경험과 경영 철학이 큰 반향을 일으킨 것. 최근 만난 중국 최대 임부복 대표기업 ‘10월 마미’의 CEO 자오 푸 동사장도 젊은이들 사이에 마윈 못지않은 선망의 대상이다.

중국 언론 매체들은 그를 ‘남과는 다른 길, 굳이 험한 길을 택하는 CEO’라고 평가한다. 그가 창업한 지 10년 후 유행하기 시작한 ‘따뚜즈 징지(‘불룩 튀어나온 배’라는 뜻으로 ‘임산부 경제’를 의미)’는 그의 예리한 통찰력을 보여준다.

자오 동사장은 대학 졸업 후 환경영향평가연구원에서 일을 시작했다. 국영기업 연구원은 안정적인 직업이라는 측면에서 ‘황금 밥그릇(金飯碗)’에 비유된다. 그런데 그는 입사한 지 1년 반 만에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회사를 박차고 나와 창업한다.

“연구원도 괜찮은 직업이에요. 그런데 10년 후, 20년 후의 모습을 생각하니 너무나 판에 박힌 모습이 떠오르더군요. 그래서 고생하더라도 새로운 길을 개척해 제 미래를 만들어 보고 싶었습니다.”

창업을 결심한 그는 ‘수의약품과 실험교재기기’를 업종으로 선택한다. 창업 초기부터 승승장구해 동종 업계보다 10% 이상 높은 매출을 올렸다고 한다. 그는 5~6년 후 우연한 기회에 임부복과 연을 맺는다. 광저우에서 일본에 임부복을 수출하는 친구의 주선으로 임부복 샘플 품질검사를 맡은 것이다. 남은 샘플을 주위 임산부들에게 나눠 줬는데, 그 임산부들이 임부복을 더 구할 수 없겠냐며 연락을 해 왔단다. 당시 임부복은 영유아 제품 판매대에서 같이 판매할 정도로 시장이 형성되지 않았을뿐더러, 인지도 있는 브랜드는 한두 개에 불과했다. 여성복 브랜드가 8000~1만 개 정도인 것과 비교하면, 임부복은 시장 진입 문턱은 없었지만, 남들이 눈여겨보지 않는 거친 광야 같은 곳이었다. 그는 시장을 면밀히 관찰하고 민첩하게 행동에 옮긴다. 1997년 항저우에 16㎡(5평) 남짓한 크기의 1호점을 개점했는데, 당시 시장 반응은 놀랍도록 뜨거웠다.

“불경기였는데도 주말에는 줄 서서 들어와야 할 정도로 손님들로 북적거렸죠. TV 창업 인터뷰 방송이 나간 후에는 2주간 거의 3만 통의 문의전화가 왔어요.”

초기에는 OEM 형태로 대중적인 임부복을 만들었지만 중소업체가 난립하는 것을 보고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야겠다고 판단, 브랜드 임부복을 론칭한다. 대만의 디자이너를 초빙해 신세대 예비 엄마를 위한 패션 임부복 ‘10월 마미’를 출시한 것. 빠링허우(80後, 80년대 이후 생) 예비 엄마는 여유 있는 환경에서 자란 독생 자녀로 디자인은 물론이고, 품질과 브랜드를 중시한다.‘10월 마미’는 출시하자마자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16㎡(5평) 남짓한 매장에서 사업을 시작한 지 10년이 지난 오늘날 ‘10월 마미’는 450평 규모의 마케팅 디자인센터와 1500여 평 규모의 생산 창고 물류기지를 보유한 회사로 성장했다. 연매출액 1억 위안(한화 160억 원)을 훌쩍 넘어선 임부복 1위 브랜드로 등극하며, ‘2008년 중국 내 투자가치가 가장 큰 100대 기업’에 선정됐다. 전국에 130여 개 직영점과 260여 개의 가맹점을 보유했고, 올해는 80여 개의 직영점을 늘릴 계획이다. 2004년에는 제2의 창업을 준비하며 본사를 저장성 항저우에서 상하이로 옮겼다.

“저장성 상인은 중국의 유태인이라고 불리지만 대기업으로 키운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상술에 밝아 이재에는 능하지만, 포부와 담력이 부족한 거죠. 그런데 산둥성은 예로부터 걸출한 장수를 배출한 곳으로 유명하고, 하이얼, 하이센스와 같은 대기업을 만들어 냈습니다. 산둥 사람들의 충직함이 큰 기업을 일궈 낸 데 반해, 저장성 상인의 정명(精明)함은 오히려 자기를 속박하는 덫이 된 거죠. 그래서 본부를 상하이로 이전하기로 결심했습니다.”

항저우는 강남의 수향(水鄕)으로 중국의 전통적인 고도(古都)인 데 반해 상하이는 19세기 개항 후 조계지 문화를 겪으면서 중국적인 것과 서양적인 것이 뒤섞여 개방적이면서도 다양한 문화를 형성한다.

“‘10월 마미’도 상하이 문화처럼 동양인의 방식에 뿌리를 두면서 서양의 패션 감각을 도입하려고 합니다. 앞으로 아시아 패션을 선도할 상하이에서 할 일이 더 많아지겠죠.”



신세대 예비 엄마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마케팅

요즘 중국 내 경영환경이 악화되면서 가장 큰 위기에 몰린 업종이 방직업이다. 위기에 대처하는 그의 방식에서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경쟁이 치열해지고 리스크가 커질수록 수동적으로 방어하기보다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적극 공략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그가 말하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란 바로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 하지 않는 것을 찾아내어 민첩하게 실행하는 것이다. 그의 일터는 마치 ‘아이디어 실험실’처럼 ‘업계 최초’라는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2007년 대만 유명 연예인‘샤오 S’를 홍보대사로 영입해 스타 마케팅을 펼칠 때도, 과연 모양새가 나올까 의아해하는‘임부복 패션쇼’를 개최할 때도 주변에서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결과는 대성공. 트렌드를 앞서 읽는 그를 혜안으로 회사를 성공으로 이끈 것이다.

직원들 사진으로 만든 액자 앞에서.
“비켜라, 10월 마미 나가신다!”라는 제목의 유쾌 발랄한 애니메이션 광고는 당당한 신세대 예비 엄마의 일상을 익살스럽게 묘사하고 있다. ‘10월 마미’ 브랜드 홍보송을 유행가처럼 만들어 애니메이션 동영상과 함께 지하철 광고를 하고 있으며, 휴대전화 컬러링도 만들었다. 주 고객층인 신세대 예비 엄마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사무실 벽에 예술 작품처럼 보이는 액자가 눈에 띄었다. 직원 한 명 한 명의 사진을 모아 놓은 것으로, 직원들이 생일선물로 준 것이라 한다. 그 사장에 그 직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매주 개발팀 회의 시간에 최근 유행하는 새로운 정보를 공유하며 배웁니다. 해외에 나갈 때마다 새로운 것을 주의 깊게 관찰하며 쇼핑도 즐깁니다.”

젊은 소비층에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는 그는 삶과 일의 경계 없이 언제, 어디서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한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시장 경쟁, 예상을 뛰어넘는 새로운 비즈니스 환경이 두렵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은 누구나 안정적인 것, 편안한 것, 확인된 것을 좋아하죠. 그런데 인생은 마치 흘러가는 강과 같아서 어느 순간 큰 바다로 합쳐집니다. 강이 흘러가며 수많은 바위와 물, 생명체와 만나는 것처럼, 한곳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흘러가며 새로운 것을 접해야 살아 나갈 수 있지요. 성공하는 사람은 그 수많은 낯선 과정을 참고 견디며 자신의 마음을 빼앗기지 않는 견인불발(堅忍不拔)의 품성이 필요합니다.”
글쓴이 김윤희님은 현재 KOTRA 상하이무역관 과장으로 재직 중이다°
이화여자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통번역 석사를 전공했으며、 중국 푸단(復旦)대학에서 박사 과정 중이다° 《상하이-놀라운 번영을 이끄는 중국의 심장》을 썼다°
  • 2008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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