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월드 미니홈피, 네이버 블로그 기획한 이람

사이버 공간에 ‘나만의 방’ 만든 개인 커뮤니티 기획자

“한국인이 태어나면 당연히
한국인이면 누구나 태어남과 동시에
갖게 되는 것을
주민등록번호를 갖듯,
제가 기획한 블로그의 도메인 주소를
꿈꾼답니다.”
1994년 PC통신이란 이름으로 한국에 상륙한 후 우리 생활을 거의 지배하다시피 하는 인터넷. 명암이 교차하지만 그 막대한 영향력은 이제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가 됐다. 특히 미니홈피와 블로그란 이름의 온라인 개인 커뮤니티는 1인 미디어로 자리 잡고 있다.

이 길을 닦은 이가 커뮤니티 기획자 이람(35ㆍ네이버 이사)이다. 그녀는 1400만 개에 달하는 ‘네이버 블로그’와 한국인 두 명 중 한 명이 가지고 있다는 ‘싸이월드 미니홈피’, 인터넷 산업이 낳은 최고의 수익모델이라는 ‘도토리’를 탄생시킨 주인공이다. 온라인 개인 커뮤니티를 양분하고 있는 네이버 블로그와 싸이월드 미니홈피 모두 그녀의 작품인 셈이다. ‘대한민국 네티즌은 좋든 싫든 그녀의 기획대로 살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그 이람을 만났다. 자그마한 체구에 웃는 모습이 특히 예쁜, 조막만 한 얼굴, 짧은 커트머리의 그녀는 명랑만화에서 방금 튀어나온 듯한 외모였다. 대학에서는 컴퓨터와 무관한 사회복지를 공부한 그녀가 어떻게 인터넷 세상에 뛰어들어 1인 미디어 기획자가 됐을까?

“대학 때 성적은 굉장히 나빴어요. 학생운동에 적당히 참여하고, 열심히 놀았지요. 그랬더니 성적이…(하하하).”

그는 졸업 후 성공회 ‘나눔의 집’을 거쳐 문화비평 계간지인 <오늘예감>에서 일했다.

“세 달에 한 번씩 책을 냈는데 적성에도 맞고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그런데 한 달 월급이 10만원이었어요. 생활을 해결하기 힘들었지요.”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동아일보에서 DB입력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는데, 이것이 인생을 바꾸어 놓으리라곤 그녀도 알지 못했다.

“제 앞자리에 ‘마이다스 동아일보(현 동아닷컴)’ 사장이 된 김태문 대표가 앉아 있었습니다. 보다시피 제가 밝고 명랑하잖아요. 열심히 인사했죠. 김 대표는 워낙 씩씩해 보이는 제가 직원인 줄 아셨나 봐요. 이메일 사용법 가르쳐 드리고, PC통신이며, 웹이며 이런저런 얘기를 해 드렸죠. 속으로 ‘얘 뭔가 아는 애구나’라는 생각을 하셨나 봐요. 정식으로 동아닷컴에서 일하겠느냐는 제의를 받았죠. 안정적으로 돈을 벌면서 <오늘예감> 일도 할 수 있겠다 싶어 바로 입사했어요.”

일이 너무 재미있어 열심히 했고, 이때 게시판 형태의 ‘클럽 마이다스’를 내놓았는데, 이게 그가 처음 기획한 커뮤니티였다. 1999년, 그녀는 싸이월드 창업자 형용준과 의기투합, 홍릉 KAIST 안 작은 동아리방에 둥지를 틀고 있던 벤처기업인 싸이월드로 자리를 옮겼다.

“형 대표가 뭘 만든다며 ‘남자들만 있어서 사이트가 후진 것 같으니 와서 세련되게 만들어 달라’는 거예요. 그때는 다른 신문사로 옮기기로 이미 결정한 상태라 안 된다고 했죠. 그랬더니 ‘안 와도 좋다’면서 ‘도봉산 등산이나 가자’는 거예요. 생각 없이 따라갔다 도봉산 꼭대기 암벽까지 올랐어요. 그런데 암벽 아래로 내려간 형 대표가 ‘우리와 같이 일하지 않으려면 계속 거기 있어’라고 위협하는 겁니다. 이런 열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뭘 해도 하겠다 싶어 OK했죠. 그래서 싸이월드에 합류하게 된 거예요.”

이때부터 그녀의 머릿속은 온통 싸이월드뿐이었다. 피플스퀘어란 이름으로 시작된 싸이월드는 온라인상에서 인맥을 만든 후 인맥의 파도타기를 하는 ‘사람 찾기 클럽’이었다.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연세대 동아리방들을 돌아다니며 학생들의 행동과 심리를 관찰하다 ‘사이버 상의 개인 공간’을 떠올리며 만들었다 한다.

“동아리방을 기웃거렸는데 방마다 분위기도, 학생들 성격도 다 다른 거예요. ‘학생들이 진짜 동아리 활동을 하려고 여기 모이는 걸까?’란 생각에 유심히 학생들을 관찰하고 그들과 열심히 수다를 떨었죠. 그들이 원하는 것은 언제든 편안하게 찾을 수 있는 공간인 것 같았어요. 그곳에서 모르는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친구가 되고, 내가 누구인지도 알리는 거지요. 인터넷 상에도 그런 동아리방 같은 것을 만들자는 생각에서 미니홈피라는 아이디어가 나왔어요.”

개인 공간에 일촌이라는 인맥을 접목한 싸이 미니홈피는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미니홈피 외형을 꾸미는 아바타와 아이템을 사는 선물가게, 세계 최초로 적용한 배경음악 등 그녀의 기획은 네티즌을 열광시켰다. 여기에 사이버머니인 도토리가 히트하면서 그녀는 커뮤니티 기획의 1인자 소리를 듣게 되었다.


팀원들 데리고 싸이월드에서 네이버로 옮겨 블로그 기획

그런데 벤처기업이었던 싸이월드가 SK커뮤니케이션즈로 합병되고, 모든 것이 달라졌다.

“싸이월드를 너무 사랑했기에 합병 후에도 남기로 했지요. 그때 제 나이 서른이었는데, SK에서 부장 직함을 주더군요. 싸이월드는 저 혼자 만든 게 아닌데, 저와 다른 팀원들의 처우나 상황이 너무 달라 곤혹스러웠어요. 그걸 그대로 보고 있을 순 없었죠.”

‘싸이월드가 성공한 것은 우리가 실력이 있었다기보다 운이 따라서 아니었을까?’라는 의문도 들었다. 그녀도 팀원들도 자신들의 실력을 다시 확인하고 싶었다. 그리고 2003년 결정을 내렸다. 그녀와 팀원 전체가 네이버로 옮기기로 한 것이다.

“처음에는 네이버 안에서 ‘우린 검색회사인데 왜 커뮤니티를 만드는 저 친구들이 왔을까’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우리는 실패를 용납할 수 없다는 의미로 ‘마피아’란 이름의 TF팀을 만들어 본격적인 블로그 기획을 시작했지요.”

그해 10월과 12월, 네이버 블로그와 네이버 카페가 세상에 나왔다. 그리고 2007년에는 ‘블로그 시즌2’가 나왔다. 몇 차례 진화를 거듭하며 블로그의 얼굴인 스킨과 타이틀, 각종 구성박스를 자유자재로 변경할 수 있는 ‘리모콘’, 복잡한 프로그램을 몰라도 웹디자이너처럼 글과 그림, 동영상, 레이아웃까지 편집하고 기획할 수 있는 스마트에디터 등으로 무장한 블로그시즌2는 블로그 점유율을 70%까지 끌어올리며 블로그 트렌드의 척도가 되고 있다. 역시 ‘이람’이란 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아직 그녀가 꿈꾸는 블로그는 완성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녀는 “더 자유롭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블로그를 만들 것”이라며 “설치형 블로그처럼 블로거가 원하는 자기만의 도메인을 가질 수 있고, 올블로그나 블로그코리아 같은 메타블로그 참여와 다음이나 야후 같은 네이버 외의 포털에서도 네이버 블로그를 볼 수 있는 서비스를 준비 중”이라고 했다.

블로그 시장은 포털이 운영하는 블로그와 설치형 전문 블로그까지 급속히 팽창하고 있다. 이람은 이것을 ‘기분 좋은 위기감’으로 표현했다.

“어떤 산업이든 시장이 커져야 진화된 상품이 계속 나오면서 경쟁력을 갖게 됩니다. 고객에 대한 경쟁이 더욱 치열해져 고객이 더 나은 상품과 서비스로 만족감을 높일 수 있게 되는 거지요. 저도 경쟁 가운데 계속 자극을 받아야 더 나은 기획을 내놓을 수 있어요. 이런 의미에서 ‘기분 좋은 위기감’이지요. 어떻게 하면 더 기발하고, 재미있고, 쉽게 만들지 항상 고민하게 되니까요.”

인터뷰 말미 그녀는 “페이스북이니 마이스페이스류의 웹은 한국에선 이미 수년 전에 지나간 유행일 만큼 한국의 웹만큼 빠르고 놀라운 기술을 선보이는 것은 없다”며 “한국의 웹은 서양 웹의 미래”라고 했다. 그리고 그의 꿈을 말했다.

“한국인이 태어나면 당연히 주민등록번호를 갖듯, 한국인이면 누구나 태어남과 동시에 제가 기획한 블로그의 도메인 주소를 갖게 되는 것을 꿈꾼답니다.”

사진 : 문지민
  • 2008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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