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떠오르는 CEO (27) 아판티투자관리유한공사 판쥔 이사장

문화를 파는 베이징 테마 식당의 선두 주자

중국은 너른 영토만큼 지역별로 대표하는 맛도 가지가지다. 동부는 시고 서부는 맵고 남쪽은 달고 북부는 짜다는‘둥쏸시라난텐베이센(東酸西辣南甛北鹹)’이라는 말로도 구분하지만, 한족과 55개 소수민족으로 구성된 중국 음식은 표현 가능한 수준을 넘어선다. 중국지역 특색식당 중에는 단순히 먹을거리만 파는 것이 아니라 소수민족의 문화를 전파하는 식당도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에 소개된 베이징 신강문화 공연예술 연회식당인 아판티(阿凡提) 카니발 식당은 외국인에게 꽤 유명하다. 아판티를 모방한 식당들이 성행할 정도다. 아판티를 세운 아판티투자관리유한공사의 판쥔(范軍) 이사장을 만났다. 아판티 외 궁중 요리 전문점인 쟈징두(嘉靖都)의 사장이기도 한 그는 베이징의 테마 식당 대표 주자다. 베이징의 외국인 거주지역인 챠오양공원 부근의 쟈징두에서 만난 그는 편안한 인상이었다. 180cm가 넘는 키에 굵게 진 쌍꺼풀의 그는 한눈에도 전형적인 북경사람이었다. 인터뷰에는 아판티와 쟈징두의 최고 관리자인 하이중난 총경리도 동석했다. 자신의 이름에서 성을 뒤로 보내면 중국 지도자의 거처로 유명한 중국 정치의 심장부 ‘중난하이(中南海)’가 된다고 소개하는 하이중난 총경리도 웨이터로 시작해 월급쟁이 사장자리에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하이중난 총경리의 이력도 이력이지만 그를 알아본 판쥔 이사장의 용인술(用人術)도 대단하다 싶다.

판 이사장에게 신강 음식점을 열게 된 경위부터 물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열아홉 살부터 쿤룬호텔 상해 요리점에서 일했어요. 왕푸호텔로 옮겨 객실 파트에서도 일했죠. 그러다 1993년에 둥청취에 신강식당을 냈어요. 테이블 여섯 개로 시작했으니 동네 식당이나 마찬가지였죠. 베이징 사람인 제가 어떻게 신강 요리점을 내게 됐냐고요? 제 아내가 신강 위구르족이에요. 당시 베이징 동부지역에 신강 음식점이 거의 없다 보니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무슬림 아내와 외식할 때마다 식당 고르기가 어려웠어요. 아예 무슬림 식당을 내보자는 생각이 들었죠.”

개점 이듬해엔 ‘아판티식당’으로 이름을 바꿨다. 신장 위구르족 사람들은 지혜롭고 기지가 뛰어난 사람을 아판티라고 부른다. 맛도 좋았지만 신강 느낌이 물씬 나는 이 이름을 붙인 뒤 입소문을 타면서 손님이 들끓었다. 규모도 넓히고 맛을 파는 식당에서 문화공간으로 콘셉트를 바꾸었다. 공연을 겸한 테마 식당으로 바꾸면서 식당 이름도 ‘아판티 홈타운 뮤직레스토랑’으로 했다. 지역 문화를 소개하고 같이 즐긴다는 새로운 시도에 중국인뿐 아니라 외국인도 열광하기 시작했다.

“아판티에서 공연을 한 지 15년째예요. 저는 아판티 식당의 공연이 신강 현지보다 훨씬 다채롭다고 생각해요. 음식도 신강 위구르족 입맛을 그대로 살렸지요. 아판티는 공연에 신경을 많이 씁니다. 아판티를 찾는 사람들은 음식뿐만 아니라 공연에 끌려서 오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아판티에서 무술연기를 하는 사람은 신강의 무술전문학교를 졸업했고 악기 연주자도 신강의 최고 예술인들이지요. 신강의 예술인들은 타 지역에서 활동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 그렇다 보니 신강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전통적인 신강 공연을 보기가 쉽지 않아요. 아판티가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유는 공연내용을 끊임없이 새롭게 바꾸고 개발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공연을 본 손님들이 함께 테이블에 올라가 춤을 추기도

아판티의 공연은 단순히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관객의 참여를 유도한다. 신강 현지에서 보는 다른 공연과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아판티 고객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중국인들은 한족문화와 다른 신강문화를 접하며 이국적인 정취를 느낀다고 한다. 800㎡의 공간에서 350명이 동시에 식사할 수 있는 아판티에서는 다소 비좁은 듯한 긴 테이블에 일렬로 앉아 같이 식사를 하고, 식사 후에는 공연을 보고 함께 테이블에 올라가 춤을 추기도 한다. 위구르족 특유의 ‘정열과 참여’라는 문화특색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부분이다.

일반 관광객, 베이징 주재 외국인뿐만 아니라 중국 유명 연예인, 기업인, 국빈방문 외국 지도자의 방문이 끊이지 않으며 승승장구하던 아판티도 2003년 사스라는 악재 때문에 위기를 맞기도 했다. 판 이사장은 사스 이후 매출이 20% 줄었다며 매출 확대를 위해 서비스에 더욱 신경 쓴다고 말한다.

“새로운 문화공간을 만들고 싶어 2007년에는 챠오양공원 부근에 쟈징두를 냈어요. 아판티가 신강의 민중문화를 보여준다면 쟈징두는 중국 청조시대의 궁중문화를 그대로 재현했지요. 쟈징두를 찾은 고객은 궁중 요리를 먹으며 황제나 황후에게나 어울릴법한 서비스를 받습니다. 이 때문에 가족 고객뿐만 아니라 손님접대를 위한 비즈니스 고객도 많아요. 외국인 중에는 일본인과 한국인이 많은데 한국인보다는 일본인이 더 많이 찾습니다.”


쟈징두에는 청조시대를 재현하기 위해 상당히 고가로 보이는 골동품과 당시 가구, 그림 등이 곳곳에 장식되어 있었다. 전체적으로 청조 분위기를 풍기면서 방마다 각각의 테마를 부여한 점이 돋보였다. 쟈징두 직원들은 청조시대에나 들을 법한 고어를 사용한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면 방문 앞에서 요리가 나왔다고 정중히 인사한 후 요리의 유래를 설명해 준다. 음식과 연극적인 요소가 결합되다 보니 방문하는 손님도 마치 황제나 황후처럼 행동하게 된다는 것이 판 이사장의 설명이다.

“쟈징두는 무엇보다 서비스가 중요하기 때문에 직원을 뽑을 때 어떤 특기를 갖고 있는지 봅니다. 직원들에게 특기당 일정액의 기술비를 지급합니다. 급여도 다른 식당의 직원들보다 훨씬 높고요. 정기적인 중국 역사와 문화에 대한 교육도 합니다. 영어교육에도 신경 씁니다.”

아판티가 10여 년간 문전성시를 이루면서도 분점이나 프랜차이즈 경영을 하지 않는 이유가 궁금했다.

“분점을 열 경우 문화명소로서의 가치를 제대로 지켜 낼 수 있을까 의문이에요. 프랜차이즈를 하려면 표준화가 필수 아닙니까? 문화라는 가치를 표방한 식당으로서 표준화를 한다는 자체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쟈징두의 해외진출 의향이 있는지 물어보니 몇몇 사업자가 쟈징두의 해외 분점에 관심을 보이며 상담을 하고 갔다고 한다. 그는 베이징 올림픽이 끝나고 여건이 되면 30~40명의 주방장이 동시에 조리예술을 보여주는 식당에 대한 계획이 있다고 털어놨다.

늘 테마 식당 계획에 열중하는 그를 보니 사업가보다 예술가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공연감독을 해도 잘 어울렸을 것 같다고 하자, 그는 그런 얘기를 자주 듣는다며 빙그레 웃었다.
글쓴이 김명신님은 현재 KOTRA 베이징무역관 과장으로 재직 중이다. 이화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중국학을 전공했으며, 중국 런민(人民)대학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 2008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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