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경식 천일염생명과학연구소장

세계에서 인정한 우리나라 천일염을 아시나요?

“사실은 소금만 잘 골라먹어도 건강을 지킬 수 있어요. 문제는 모든 소금에 미네랄이 함유된 게 아니라는 거죠. 정제염겲臼?등에는 미네랄이 없어요. 우리가 섭취하는 소금의 80%는 가공된 것인데, 대부분 정제염과 암염으로 만듭니다. 이왕 먹을 것 건강에 좋은 소금을 먹자는 것이죠. 그래서 전 세계적으로 천일염 바람이 부는 것입니다.”
현대인에게 발생하는 각종 질병의 원인이 미네랄 결핍 때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최근 선진국에서는 천일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천일염생명과학연구소장 함경식 교수(50세, 목포대)는 이런 현상을 두고 ‘소금 전쟁’이라고 표현했다.

그가 2003년에 세운 ‘천일염생명과학연구소’는 국내에서 유일하고 세계에서도 매우 드문 천일염 연구소다. 올해 3월 국회에서‘염관리법 개정안’이 통과돼 그동안 광물로 취급되어 오던 천일염이 식품으로 인정받으면서 그의 연구는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천년의 역사를 이어오며 흔히 ‘귀족소금’, ‘명품소금’으로 세계에 알려진 프랑스의 게랑드 천일염보다 우리 서해안 갯벌에서 나는 천일염에 칼슘, 마그네슘, 칼륨 등 천연 미네랄이 훨씬 많다는 사실을 밝혀낸 사람도 함 교수다. 서해안 천일염의 마그네슘 함량은 약 1%로 프랑스 게랑드 소금의 약 2.5배다. 서해안 함초밭의 천일염과 프랑스 게랑드 염전 천일염, 멕시코 천일염을 비교 연구해 보니 서해안 천일염이 칼슘은 1.4~2.7배, 칼륨은 3.6~13.5배, 마그네슘은 2.8~25. 5배로 월등히 많은 양이 함유되어 있었다.

“미네랄이 풍부한 천일염은 정제염과 달리 고혈압 등 성인병에 영향을 주지 않아요. 열을 가하면 항산화 능력이 생기는데, 천일염을 구우면 이산화탄소 같은 것이 날아가고 항산화력이 증가하지요. 대나무에 구우면 더 높아집니다.”

유명 백화점에서 값비싸게 팔려 나가는 외국산 유명 소금 40여 종을 분석해 보았더니 대부분 미네랄 성분은 거의 없고 염화나트륨 함량만 98% 이상이었다고 한다. 소금 연구를 위해 프랑스 게랑드 염전을 여러 차례 다녀왔는데,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이곳도 ‘소금과 건강’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게랑드 소금은 유럽의 내로라하는 유명 레스토랑 대부분에서 사용할 정도로 인기가 높습니다. 그런데 이 소금이 건강에도 좋은지는 과학적인 근거와 설득력이 약하지요. 요즘은 한국산 천일염을 강력한 경쟁자로 인식해 경계하고 있어요.”

지난해 중국 텐진과학기술대의 ‘중국소금연구소’ 세미나에 참여했을 때, 그가 소금과 건강의 연관관계에 대한 연구 결과를 내놓자 참석자들은 깜짝 놀랐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화학공학 분야 연구자들이 소금 생산량을 늘리는 법이나 소금 결정을 고르게 만드는 법을 주로 연구할 뿐, 건강과 관련해 연구해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대인은 인스턴트 위주의 식생활과 스트레스 때문에 마그네슘 결핍에 시달리고 있으면서도 그 사실을 모르죠. 얼마 전에는 일본의 한 야구선수가 마그네슘 결핍으로 사망하기도 했습니다.”

전라남도 신안군 증도면 증도 태평염전.
성인의 1일 마그네슘 권장량은 약 400mg. 그중 3분의 1은 소금으로 섭취할 수 있다.

“그동안 지나친 소금 섭취가 건강에 해롭다는 게 상식처럼 여겨졌지만 사실은 소금만 잘 골라먹어도 건강을 지킬 수 있어요. 문제는 모든 소금에 미네랄이 함유된 게 아니라는 거죠. 정제염ㆍ암염 등에는 미네랄이 없어요. 우리가 섭취하는 소금의 80%는 가공된 것인데, 대부분 정제염과 암염으로 만듭니다. 이왕 먹을 것 건강에 좋은 소금을 먹자는 것이죠. 그래서 전 세계적으로 천일염 바람이 부는 것입니다.”

그는 소금 연구를 위해 각 나라를 돌아다녔는데, 프랑스ㆍ독일ㆍ오스트리아ㆍ폴란드 등지에는 소금을 이용해 건강을 되찾는 소금치료센터나 소금요양원 등이 있다고 한다.

“탁월한 효능을 가진 우리나라의 천일염을 알리려면 문화와 접목시키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미지 메이킹이 중요하지요. 외국 친구들이 한국을 방문할 때면 서해안의 염전에 꼭 데리고 갑니다. 모두들 풍경이 너무 아름답다며 감탄하지요. 프랑스 와인이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친 데는 생산지마다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것도 한몫했지요. 염전도 그렇습니다. 이야기와 문화가 접목될 때 세계적인 관광지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프랑스 게랑드 지역처럼요. 게랑드는 주위 환경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면서, 전 세계에 자신들의 소금문화를 알리고 있어요.”


우리나라 염전을 외국인이 즐겨 찾는 명소로 만들어야

전라남도 신안군 증도에 위치한 소금박물관. 직접 염전에 들어가 천일염을 만드는 체험도 할 수 있다.
그의 바람처럼 우리나라 염전도 조금씩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문화재청은 지난해 신안 비금도 대동염전과 증도의 태평염전, 증도의 소금창고 등 세 곳을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천일염의 문화적 가치를 알리고 있는 국내 최초의 소금박물관은 현존하는 석조소금창고를 리모델링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염전은 전남 신안 지역에 몰려 있는데, 1945~50년에 조성되었다. 이 염전들은 그러나 1997년 수입자유화 이후 경쟁력을 잃었다. 게다가 서해안 천일염은 그동안 식품이 아닌 광물로 취급돼 왔다. 천일염의 염화나트륨(NaCl) 비중은 80%대. 나머지는 칼슘, 마그네슘, 칼륨 등 다양한 천연 미네랄로 이루어졌지만 미네랄이 어떤 좋은 역할을 하는지 모르던 시절이었다. 설상가상 염전에서 일하겠다는 젊은이들도 줄었다. 함 교수가 사양길을 걷고 있는 우리나라 염전을 살리기 위해 ‘천일염생명과학연구소’를 출범할 때 주변에서 다들 “미쳤다”고 했다. 그도 자신이 소금 연구자가 될 줄 몰랐다고 한다. 신안군 출신인 같은 대학 경제학과 김형모 교수가 그에게 소금을 연구해 보라고 계속 이야기하던 차에 2003년 7월, 《한국 소금에 미친 남자》의 저자 우에다 히데오 씨를 만난 것이 계기가 됐다.

“우에다 씨는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던 한국소금에 대한 애정이 깊었어요. 아내가 신안군 출신인 교포인데, 아내 고향을 찾았다 신안군의 소금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합니다.”

2003년 11월 1일 경제학과 김형모 교수 등 동료 교수 5명과 함께 ‘천일염생명과학연구소’를 발족했다. 처음부터 험난한 길이었다. 연구비를 지원 받기 위해 국가기관을 찾아가면 “폐염전하려는데 무슨 연구냐, 이상한 연구만 한다”는 소리를 들었고, 연구생들은 소금을 연구해서 취직이 되겠느냐며 나가겠다고 했다. 지난해 산업자원부에서 식품공학과 공동연구과제로 선정되면서 이제 연구비나 연구 인력이 어느 정도 풍족해진 상태. 그러나 그는 지금도 일주일에 사흘은 연구실에서 새우잠을 자며 연구한다고 한다. 신안군청에서 소금에 관한 특강을 할 때 강의가 끝나자 염부 한 사람이 그에게 다가오더니 손을 꼭 잡기도 했다. “이제까지는 내가 하는 일에 대해 자식들에게 떳떳하지 못했는데, 오늘은 자부심이 생기고 내 일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느꼈다”고 했다. 게랑드 염전도 처음에는 비슷한 처지였다고.

“현재 전 세계 소금의 생산량은 2억5천만 톤인데 그중 한국에서 30만 톤을 생산하고 있어요. 서해안은 세계 5대 갯벌 중 하나로 천일염을 생산하기에 천혜의 환경을 가지고 있지요. 일본에서는 우리나라 천일염에 대한 관심이 높아 일본의 요리 명장들이 우리 염전을 찾아올 정도입니다. 일본 NHK에서는 <서해안 천일염> 다큐멘터리를 제작했고, 중동지역에서도 우리 소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어요.”

그는 “우리가 얼마나 소중한 자원을 가지고 있는지 우리 스스로가 먼저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 김선아
  • 2008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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