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품진로’ 개발한 진로연구소 주류연구팀

세계 주류품평회에서 대상 받은 우리 소주

한국에서 만든 소주 맛에 세계인이 반했다. 세계 3대 주류품평회 중 하나인 ‘몽드셀렉션’에서 ‘일품진로’가 대상을 받은 것. 지난 6월 2일 벨기에에서 열린 이 대회에서 심사위원들은 일품진로에 대해 “원더풀”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어 보였다.

일품진로를 만든 주류연구팀을 만나러 충북 청원에 있는 진로연구소를 찾아갔다. 개발의 주역은 정성훈 차장. 미국 일리노리 대학에서 미생물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받은 그는 첫 직장으로 진로연구소를 택해 16년째 외길을 걷고 있다. 연구소의 이수용 소장, 김동구 부장, 박상배 차장, 이원정 과장도 함께 만났다. 22년째 진로연구소에 몸담고 있는 이수용 소장은 진로연구소의 고(故) 김호영 고문을 잇는 소주 연구 분야의 대가로 꼽힌다. 연구원 다섯 명은 모두 석사 학위 이상 소지자들로 10년 이상 장기근속 중이다.

일품진로는 83년간 소주 제조에 주력해 온 진로의 노하우를 담은 역작으로, 2007년 4월 출시됐다. 이 소주는 무색무취의 일반 소주와 다르다. 옅은 브라운 빛에 위스키 향이 난다. 일반 소주와 위스키의 중간 맛이고, 알코올 도수도 이 둘의 중간인 30도다. 만들 때도 정통 소주 제조법에 위스키 제조 방법을 접목했다. 정성훈 차장의 설명.

“일품진로는 순쌀 100%를 원료로 빚은 증류원액을 참나무통에서 다년간 숙성해서 만듭니다. 7~12년 동안 숙성된 원액만 써요. 어떤 목통의 원액을 얼마 동안 숙성해서 어느 비율로 배합하느냐에 따라 맛에 미묘한 차이가 납니다. 목통을 불로 그을린 정도, 이전에 담았던 내용물 등에 따라 같은 증류원액의 맛이 완전히 달라지죠.”

일품진로를 만나는 건 쉽지 않다. 7년 이상 숙성된 원액의 양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한정수량만 생산할 수밖에 없다. 한 달 생산량은 3만 병 정도. 현대백화점(무역센터점, 천호점 등 일부), 신세계백화점(본점, 강남점), 홈플러스와 홈에버 등 대형마트 일부, 고급 일식 및 한정식집 등에서만 판매한다. 450ml 용량의 출고가는 7500원인데, 고급 음식점에서는 3만 원이 넘는다.

일품진로를 마셔 봤다. 연구팀은 와인잔에 따라 마시거나 얼음을 띄워 온더록으로 마실 것을 권했다. 술을 코에 대자 위스키 향이 풍겼다. 맛은 소주보다 위스키에 가까웠다. 뒷맛에 은은한 목통 향이 감돌았다. 마신 잔 쪽에는 끈끈하고 누르스름한 원액이 따라 흘렀다. 이수용 소장은 “일품진로는 우리의 전통 소주를 서양에 전파하는 교량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서양인 중에는 참이슬 같은 전통 소주를 낯설어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하지만 위스키 향이 나는 일품진로는 거부감 없이 마실 수 있죠. 이 맛에 빠져들면 전통 소주의 향도 차츰 익숙해질 겁니다. 언젠가는 우리의 전통 소주를 세계인이 마시게 될 거라고 기대합니다.”


개발 중이던 술 들고 가 회식하기도

이들은 밤낮으로 술을 끼고 산다. 낮에는 연구실에서 최적의 맛을 찾아 테이스팅하느라, 밤에는 술과 궁합이 맞는 음식을 찾느라 마신다. 테이스팅할 때는 주로 뱉어 내지만 목 넘김의 부드러움, 마신 후의 뒷느낌도 소주 맛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기 때문에 근무 중 마셔야 할 때도 많다. 정 차장은 “근무 중 술에 취하는 게 허락된 직업”이라고 말했다. 진지하게 테이스팅하다가 이거다 싶은 맛이 나오면 다 같이 술을 들고 회식자리로 간다고. 마시면서 즐겨 봐야 그 술의 진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연구원들은 술을 좋아해서 이 일을 하게 됐고, 연구하면서 술을 더 좋아하게 됐다고 입을 모았지만 이원정 과장은 술을 못 마신다. 10년 전에 탄생한 ‘참이슬’ 개발의 주역인 그는 소주 반 병만 마시면 시체처럼 뻗어 버린다고 한다. 그래서 맛 자체에 대해서는 그 누구보다 예리하단다.

박상배 차장은 주로 일본 수출용 술을 연구한다. “일본 사람을 우리 소주로 취하게 하는 게 임무”라고 소개하는 그는 “일본 사람은 단맛을 싫어하기 때문에 일본 수출용 소주는 우리나라보다 드라이하게 만든다”고 했다.

이 소장은 “술은 과학이 아니라 감성이고 문화”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어머니는 과학으로 음식을 만드는 게 아니잖아요. 감성과 감이잖아요. 술도 마찬가지입니다. 미묘한 양으로 맛이 확확 달라지는 원액의 배합은 과학으로 되지 않아요. 술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느낌과 직감으로 만들다가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많죠.”

분위기가 가라앉을 때는 김동구 부장이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한다고. 진로(眞露)의 진로(進路)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연구하는 이들은 환상의 팀워크를 자랑했다. 한국 소주의 세계화가 이들의 손에 달려 있다.

사진 : 문지민



◎ 증류식 소주와 희석식 소주

증류식 소주
주로 쌀을 원료로 효모 등을 넣고 발효해 만든 술을 증류하여 만든다. 한 번만 증류한 단식 증류이기 때문에 원료 자체의 향미감이 살아 있다. ‘일품진로’, ‘화요’, ‘안동소주’가 이에 속한다.

희석식 소주
같은 방법으로 만든 술을 여러 번 증류하여 만든 순도 높은 주정에 물을 희석하고, 감미료, 산미료 등을 섞어 만든다. 희석식 소주는 ‘화학 소주’가 아니다. 여러 번 증류하는 과정에서 순도 높은 주정만 남기 때문에 숙취를 일으키는 아세트알데히드, 메탄올 등의 성분이 거의 없다. ‘참이슬’, ‘처음처럼’ 등이 이에 속한다.



▣ 연구개발팀에게 물었습니다

① 일품진로 맛을 표현한다면?
② 어울리는 안주는?

이수용 소장
만 22년 근무
고 김호영 고문의 뒤를 잇는 주류 장인

① 세련된 전통미. 전통주이면서도 현대적인 느낌이 조화를 이룬다.
② 온더록으로. 주로 식사 후 입가심으로 TV를 보며 홀짝이는 걸 즐긴다.


김동구 부장
만 20년 근무
과실주 연구. 매실주와 포도주 개발

① 향보다 맛에서 진가가 나는 술. 맥주와 섞어 폭탄주로 마시면 또 다른 차원의 맛이 난다.
② 한우, 장어


정성훈 차장
만 15년 근무
‘일품진로’ 개발 주역

① 감칠맛. 입 안에서 휘감아 도는 숙성된 목통 향이 매력.
② 회. 특히 흰 살 생선


박상배 차장
만 19년 근무
일본 수출용 술 연구

① 듬직한 맛. 묵직하면서도 고리타분하지 않은 맛.
②보쌈


이원정 과장
만 13년 근무
‘참이슬’ 개발 주역

① 풍부한 향이 살아 있는 한국의 12년산 위스키.
② 대화가 안주. 온더록으로 마시면 다른 안주가 필요 없다.
  • 2008년 08월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보내기
  • 목록
  • 프린트
나도 한마디
이름      비밀번호  
스팸방지 [필수입력] 그림의 영문, 숫자를 입력하세요.
201912

201912

구독신청
낱권구매
전체기사

event2019.12

event
event 신청하기

더 볼만한 기사

10개더보기
상호 : ㈜조선뉴스프레스 / 등록번호 : 서울, 자00349 / 등록일자 : 2011년 7월 25일 / 제호 : 톱클래스 뉴스서비스 / 발행인 : ㈜조선뉴스프레스 이동한
편집인 : 이동한 / 발행소 : 서울시 마포구 상암산로 34, 13층(상암동, 디지털큐브빌딩) Tel : 02)724-6830 / 발행일자 : 2017년 3월 29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민희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5-서울마포-0073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4-81-59006
Copyright ⓒ topclas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조선뉴스프레스 | 광고안내 | 기사제보 | 독자센터 | 개인정보 취급방침 | 인터넷신문윤리강령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위원회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