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터카페 1호 ‘몬드리안’ 김홍국 대표, 물 전문가 황주성 씨

나를 그냥 물로 보지 마! 물도 꼼꼼히 골라먹는 시대

‘사 먹는 물’ 시장이 해마다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시장 규모는 3900억 원 수준. 업계 관계자들은 올해 매출 규모를 이보다 훨씬 많은 4500억 원 수준으로 전망하고 있다. 생수를 수입하는 업체만 해도 40여 개, 국내 제조업체도 70여 개에 달한다.

이 중 특히 마케팅 전쟁을 벌이는 것이 기능성 물과 수입 생수들. 일부 백화점과 서울 강남의 대형 마트에서는 수입 생수만 따로 모아 파는 코너가 마련되어 있고, 몇몇 호텔들은 레스토랑 안에 ‘워터 리스트’를 비치해 음료처럼 물을 골라먹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물맛을 감별해 준다는 뜻으로, 와인 소믈리에에 빗대어 ‘워터 소믈리에’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는가 하면, 최근에는 물만 전문적으로 파는 ‘워터카페’도 선보였다.

서울 선릉역 인근에서 국내 최초의 워터카페 ‘몬드리안’을 운영하고 있는 김홍국 대표는 “꾸준히 매출이 오르고 있다”며 “물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높은지 실감하고 있다”고 전한다. 패션그룹인 신원에서 10년간 MD로 일하다 독립, 지금은 패션 사업체와 워터카페 운영을 겸하고 있는 김 대표는 그동안 업무차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과 일본 시장에 자주 드나들며 물 시장의 확대를 예감했다고 한다.

“유럽에 이어 3~4년 전부터는 일본에도 워터카페들이 심심치 않게 생겨나는 것을 관심 있게 지켜봤어요. 호기심에 몇 번 들어가 보기도 했는데, 꽤 많은 사람들이 카페에서 물을 주문해 마시고 있어 놀랐죠. 좀 생소한 풍경이었지만, ‘우리나라에도 곧 이 문화가 들어오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생각만 하고 있던 참에 우연히 기회가 왔고 시장이 어느 정도 형성되었다고 판단해 석 달 전 카페를 열었습니다.”

와인에도 관심이 많아 3년 전, 와인 소믈리에 자격증을 취득한 그는 예민한 감각으로 물맛도 감별해 낸다. “무색무취인 물도 미묘한 차이가 있어 어느 정도 구분이 가능하다’는 것. 그의 설명에 따르면, 물은 크게 알칼리 수, 미네랄 수, 탄산수, 빙하수, 일반 생수 등 네 가지로 나뉘는데, 물의 비중이 높은 빙하수는 일반 생수와 비교해 입에 머무는 느낌이 묵직하고, 미네랄 수는 철분 함량이 높아 약간 미끌거린다고 한다. 반면, 알칼리수와 일반 생수는 비슷한 점이 많아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고.

그가 펼쳐 보이는 메뉴판에는 각종 생수들의 특징이 설명돼 있었다. 가격은 3000원부터 1만2000원까지, 여느 카페의 음료 주문판과 다르지 않다. 이미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은 에비앙, 볼빅, 피지, 페리에를 비롯, 아폴리나리스, 휘슬러, 상황버섯으로 만든 활인차, 라벤더ㆍ민트ㆍ캐머마일 등 허브 원액을 생수에 농축해 만든 상수허브워터 등이 비교적 저렴한(?) 3000~5000원 대 생수들. 여기에 프랑스산 ‘이드록시다즈’(7000원), 국내 생산인 ‘함평 미네랄 워터’(8000원)와 ‘시에나 워터’(6000원), 독일산 ‘노르데나우’(1만2000원) 등의 기능성 물을 갖추고 있다.

향이 강한 ‘상수허브워터’와 캐나다산 빙하수인 ‘휘슬러’를 섞어 마시는 워터 칵테일(4000~7000원)도 인기 메뉴. 김 대표는 “젊은 층은 향이 있는 허브워터를 좋아하는 반면, 중장년층은 철분과 마그네슘이 많이 함유된 기능성 물을 많이 찾는다”고 귀띔한다. 그가 개인적으로 즐기는 물은 아직 본격적인 시판에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곧 선보일 강서천연수. 그는 “국내 업체가 북한에서 개발한 세계 유일의 천연 탄산수로 톡 쏘는 맛이 일품”이라며, “속이 더부룩하거나 느끼한 음식을 먹을 때, 콜라나 사이다를 대신할 수 있는 건강에 좋은 물”이라고 소개했다.

물 전문가로, 물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던 그는 “진짜 전문가는 따로 있다”며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그에게 워터카페를 제안한 황주성 씨였다. 황씨는 트랜스 지방 퇴출 운동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는 시민단체 노트랜스 클럽의 대표. 몬드리안 인근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그는 “이미 몸 안에 들어 온 트랜스 지방을 어떻게 할 것인지, 트랜스 지방 때문에 쌓인 독소들을 효과적으로 배출하는 방법은 무엇인지를 공부하다 좋은 물이 대안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며, 물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를 들려주었다.

“물만 잘 마셔도 보약이 필요 없어요. 우리 몸에서 물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다 아는 사실 아닙니까. 물 공부를 해보니 물이라고 해서 다 같은 물이 아니더군요. 물마다 특성과 효능이 다 달라 그것만 잘 골라먹어도 건강을 충분히 지킬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천연 탄산수는 소화 기능을 도와주고, 전남 함평에서 뽑아 올린 천지영천수나 독일의 노르데나우는 ‘기적의 물’이라 불릴 정도로 우리 몸에 좋은 성분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요. 이제 물은 단순히 갈증을 해소하고, 수분을 보충하는 용도가 아니라 일종의 건강식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시민단체 노트랜스 클럽 대표 황주성 씨.
그는 “좋은 물과 그렇지 않은 물은 목 넘김에서 차이가 있다”고 한다. 좋은 물은 한 번에 부드럽게 넘어가는 반면, 좋지 않은 물은 목에 걸린다는 것. 물맛은 경도에 따라 달라지며, 경도가 높을수록 미끄럽고 부드러운 맛을 낸다는 사실도 일러 주었다. 좋은 물을 찾아내고, 연구하기 위해 카이스트 출신들로 구성된 물 연구소 ‘워터클리닉’도 운영하고 있다.

‘워터카페’는 그가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상표등록까지 마친 것. 국내 1호 워터카페인 ‘몬드리안’도 그가 먼저 김 대표에게 제안해 이루어졌다. 평소 몬드리안의 감각적인 인테리어를 눈여겨본 그가 김 대표에게 워터카페를 설명했고,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지만 물 시장에 대한 확신 하나로 의기투합한 것. 현재 외국산 생수를 수입하는 국내 9개 업체가 노트랜스 클럽에 회원사로 가입, 그가 워터카페 물 공급의 총판격을 맡고 있다.

“우리나라 물 시장은 해마다 10%씩 성장하고 있습니다. 1조 원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죠. CJ의 ‘울릉미네워터’를 시작으로 다른 대기업들도 이 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고요. 비싼 돈을 지불하고라도 깨끗한 물, 몸에 좋은 물을 먹으려는 사람들은 점점 많아질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앞으로 기능성 물 시장은 더욱 커질 것입니다. 특히 우리나라 물은 퀄리티 면에서 세계적인 수준이기 때문에 용기 디자인에 좀 더 신경을 쓰고, 브랜드화하려는 노력만 한다면 생수의 대명사인 에비앙이나 볼빅처럼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요즘은 건강에 좋은 기능성 물뿐만 아니라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바르는 물’까지 출시되었다는 황씨. 그는 “아토피가 생긴 부위에 스프레이처럼 뿌리는 물과 남성 성기능 장애에 도움을 주는 물, 여성청결제 등도 최근 개발되었다”며, “물 시장은 그야말로 블루오션”이라고 덧붙였다.

물을 물로 볼 수 없는 시대. 건강식품으로, 패션 소품으로 변신한 데서 그치지 않고 워터카페, 물맛 감별사 등 새로운 시장까지 만들어 낸 물의 진화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그 추이를 지켜보는 일은 참 흥미로울 것 같다.

사진 : 김선아
  • 2008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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