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원시스템 박남규 대표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제치고 최고로 평가 받는 디지털 제품 만드는 기업

지하철을 타면 앉거나 서있는 사람들이 귀에 이어폰을 꽂고 손으로 무언가 만지작거리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들의 눈과 귀를 매료한 것은 5~6년 전부터 10~30대의 학생들과 직장인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은 디지털 디바이스(디지털기기) MP3P(MP3플레이어)와 PMP다. 1997년 한국의 ‘새한정보시스템’이 세계 최초로 MP3P를 개발한 이후, 2000년대 초 휴대전화와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디지털디바이스로 자리매김한 MP3P와 PMP. 덕분에 많은 기업들이 이 분야에 뛰어들어 세계시장점유율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2000년 중반에 들어서며 시장은 급변한다. 애플과 삼성 등이 본격적으로 이 사업에 뛰어들면서 벤처기업과 중소기업에 의해 형성된 MP3P시장이 다국적기업과 대기업 중심으로 재편된 것. 기술력으로 버티던 기업들이 시장에서 사라지는 환경에서 오히려 강한 기업으로 살아남은 곳이 있다. 코원시스템. 부침이 심한 업계에서 이 기업은 1995년 설립 후 13년 연속 흑자를 이루고 있다. 코원이 내놓은 새로운 디지털 컨버전스 제품들이 최근 세계 각국의 디지털기기 사용자들로부터 ‘최고’로 꼽히며 기염을 토하고 있다. 코원의 힘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서울 역삼동 사옥에서 만난 박남규 코원시스템 대표는 “우리는 기본에 충실했다”고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은 비결을 한마디로 요약했다.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찾아서 충족시켜주는 것이 그에게는 기본이었다.

1995년 LG전자 영상미디어연구소를 퇴직한 후 코원을 세운 그는 자신을 ‘벤처1.5세대’라고 표현했다.

위 | 지난해 30만 대 팔린 D2.
아래 | ‘CW-200’ 높이 8.3cm, 폭 3.5cm, 두께 1.6cm
“대학시절 인텔이나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같은 기업이 기술 하나로 세계 최고 기업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너무 부러웠습니다. 그땐 ‘벤처’라는 말도 없던 시절이었는데, ‘나도 (기술로 승부하는) 저런 기업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죠.”

친구(정재욱 현 코원아메리카 법인장)와 둘이 포이동에서 시작한 코원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MP3 파일을 컴퓨터에서 재생할 수 있는 음악 재생 소프트웨어인 ‘제트오디오’ 덕분이었다. ‘제트오디오’는 1990년대 중반 음악 재생 소프트웨어시장에서 독주하고 있던 미국 ‘윈 엠프’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음악 재생 소프트웨어시장을 양강 체제로 바꾸어 놓는다. 그는 제트오디오에서 축적된 음질을 바탕으로 MP3P 시장에 도전했다. ‘iAUDIO’라는 브랜드로 시작한 MP3P는 대성공을 거뒀다.

“‘CW-200’이라는 제품으로 시장을 두드렸습니다. 당시만 해도 MP3P가 지금처럼 작지도, 예쁘지도 않았습니다. ‘CW-200’은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크기와 디자인이었습니다. 버튼 몇 개를 간단히 조작해 여러 기능을 활용할 수 있는 ‘올인원 시스템’이었죠. ‘CW-200’은 당시 디지털기기 전문가들과 소비자들로부터 MP3P분야 최고로 평가 받던 소니를 능가한 제품이라는 평을 듣기도 했습니다. 정말 제품이 없어서 못 팔았습니다.”


MP3P에 PMP, DMB와 전자사전을 합한 디지털 컨버전스 제품 내놓아

위 | iAUDIO F1.
아래 | COWON A3.
코원시스템의 제품들은 세상에 없던 기능이나 디자인을 실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파격적인 시도가 어떤 때는 시장의 반응을 얻지 못하기도 했지만, 시행착오까지도 하나씩 역량으로 축적되었다. 보통 MP3P 업계에서는 연간 10만 대 정도 판매하면 베스트셀러 제품으로 불린다. 그런데 2006년 12월 내놓은 ‘COWON D2’는 지난해 30만 대를 팔아 치우며 베스트셀러를 넘어 MP3P의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었다는 평을 듣고 있다.

“MP3P에 PMP의 영상표시장치, DMB기능과 터치스크린, 전자사전까지 다양한 기기들의 장점을 한데 모아 만든 디지털 컨버전스(디지털 융합제품) 제품이지요. 이 제품을 내놓자마자 시장의 반응이 폭발적이었습니다. 그 후 경쟁사들도 비슷한 상품을 내놓기 시작하더군요.”

‘D2’는 최근 미국의 디지털 오디오 전문 사이트 ‘댑리뷰’에서 전 세계 리뷰어를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투표에서 31.5%의 지지를 받아 MS의 ‘Zune80(25.5%)’, 애플의 ‘아이팟 터치(12.7%)’를 제치며 ‘2007년 최고의 디지털오디오 제품’에 뽑혔다. 또 PMP ‘COWON Q5’는 독일의 IT기기 테스트 전문지인 가 최우수 품질의 제품에 수여하는 ‘Very Good’상을 받았고, MP3P ‘iAUDIO 7’은 폴란드의 IT 전문지 의 품질 테스트에서 1위를 차지하며 ‘Best Buy’ 제품으로 선정됐다. 신흥시장인 인도에서도 선전 중. 인도의 경제방송 ‘CNBC’는 2007년 최고의 PMP로 ‘COWON D2’와 ‘COWON A2’를 나란히 선정했다. 코원시스템의 제품은 스스로 음질을 조정할 수 있는 게 특징.

“사람마다 좋아하는 음질이 각기 다릅니다. 어떤 이는 고음을, 어떤 이는 저음을, 또 어떤 이는 균형 잡힌 음색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누구든 쉽게 음질을 조정해서 들을 수 있도록 한 게 우리 제품의 특징이지요. 기계조작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점이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게 한 것 같습니다.”

두 명으로 시작한 작은 벤처회사는 외환위기와 벤처거품의 붕괴를 이겨 내고 연매출 1000억 원대를 바라보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빠르게 성장한 기업의 수장으로서 그의 경영철학이 궁금했다. ‘신속 정확하게 판단하자’, ‘열정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자’라고 그는 말한다.

“경영자는 신속 정확한 판단을 해야 합니다. 그 후 구성원들로부터 일에 대한 열정을 이끌어내야지요. 물론 쉽지 않은 이야기죠. 이게 쉽게 된다면 성공하지 않은 기업이 있겠습니까?”

그는 구성원들의 열정을 이끌어 내기 위해 무던히 애쓰는 CEO다. 직원 개개인에게 업무에 대한 독립성과 권한을 최대한 부여해 성취욕을 끌어내고, 이익을 나누는 데 인색하지 않다. 코원의 한 직원은 “이익이 생기면 무조건 성과급으로 보상하는 게 우리 회사의 원칙”이라며 “직원 입장에서 회사가 (수익 면에서) 선순환 구조에 안정적으로 접어들면 더 많은 혜택이 올 것이라 믿기에 더 열정적으로 일하게 된다”고 했다.

박 대표의 목표는 두 가지다. “직원들이 훗날 퇴직하더라도 우리 회사에 다닌 것을 후회하지 않고, 좋은 기억을 가지는 것”과 “소비자들이 즐거워하면서 행복을 느끼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너무나 원론적인 대답. 그 기본에 충실했던 게 그의 성공비결 아닐까?

사진 : 김선아


코원시스템은…
코원은?
MP3P, PMP, 내비게이션 등의 기기와 제트오디오, 온라인게임 등을 서비스하는 디지털디바이스 및 콘텐츠 서비스 기업.
회사 규모?
직원 약 180명, 연구 인력은 총 직원의 30% 수준, 매출액 약 950억 원.

코원시스템 박남규 대표의 기업 경영 원칙
수익은 직원들과 나눈다
회사의 성장이 직원들에게 혜택으로 돌아가게 한다. 그래야 더욱 열정적으로 일하게 되고, 그만큼 회사에 보탬이 된다.
구성원에게 최대한 독립성과 권한을 부여한다
권한과 위임이 잘 이루어진 기업이어야 효율성과 성과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빠르고 정확하게 판단한다
빠르고 정확한 판단은 경영자의 몫, 잘못된 판단에 올인하는 게 망하는 지름길이다.
경영자는 언제나 구성원의 열정을 이끌어 내야 한다
구성원의 열정만큼 기업을 성장시키는 동력은 없다.
직원들과 자유로운 소통을 해야 한다
인트라넷과 이메일을 통해 구성원 누구도 사장과 자유로운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다.
소비자가 즐거워하고 행복해하는 제품을 만든다
  • 2008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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