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쪽 일을 하기 전까지 전 제가 귀여운 모습이 있는 줄 몰랐고 내숭을 떨 줄도 몰랐어요. 저는 아직 백지와 같은 상태니까 충분히 다른 이미지들도 만들어 낼 수 있겠죠? 연기든 CF든 제대로 준비해서 조금씩 다른 모습들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도록 말이에요.">

서단비 - 제가 광고계 신데렐라라고요?

“이쪽 일을 하기 전까지 전 제가 귀여운 모습이 있는 줄 몰랐고 내숭을 떨 줄도 몰랐어요. 저는 아직 백지와 같은 상태니까 충분히 다른 이미지들도 만들어 낼 수 있겠죠? 연기든 CF든 제대로 준비해서 조금씩 다른 모습들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도록 말이에요.
청순하고 단아한 이미지의 젊은 여성이 극장 앞 매표소에 나타난다. “쇼를 하면 영화 티켓이 공짜!”라는 말에 능청스러운 얼굴로 막춤을 추기 시작한다. 코믹하고 엽기적인 댄스 ‘쇼’를 끝낸 여성은 언제 그랬냐는 듯 창구 직원에게 수줍게 두 손을 내민다. 그 모습을 보고 어안이 벙벙해진 사람들. 이미지의 급작스러운 반전과 대비가 시선을 끈 한 휴대전화 업체 광고 내용이다.

서단비는 이 광고 한 편으로 사람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겨 제 1회 대한민국 방송광고 페스티벌 뉴페이스상, 인기 모델상을 휩쓴 데 이어 2007년 한국광고주대회 광고주가 뽑은 좋은 모델상까지 수상하며 광고계의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12시간 동안 찍은 CF예요. 그중 2시간 반 정도는 논스톱으로 진행됐고요. 처음엔 신나서 놀았는데 나중엔 너무 힘들더라고요. 다리에 쥐도 나고, 추한 이미지도 많았어요. 촬영할 때는 오히려 너무 망가져서 춤을 추는 바람에 실제 광고 화면에는 상당 부분 편집되었던 걸요.”

“재미있는 춤을 춰보라”는 주문에 그저 춤을 췄을 뿐이라는 서단비는 오디션에서부터 철저히 ‘이미지 관리’하는 다른 모델들과 달리 적극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 성격도 털털하고 꾸밈없는 편이다. 외모만 보고 서단비가 ‘새침데기’라거나 ‘내숭과’일 거라 예상한다면 단단히 잘못 짚은 것. 그녀는 말하고 행동하는 데 있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당당하다. 뉴질랜드에서 대학을 다니다 불쑥 한국으로 돌아와 연예계 생활을 시작한 것도 순전히 자신의 의지에 의한 행동이었다.

“새로운 언어를 경험하고 싶어 고등학교 1학년 때 엄마, 동생과 함께 뉴질랜드로 갔죠. 아버지는 미국에서 신학공부를 하시고요. 그래서 한국에는 저 혼자 와야만 했어요. 휴학을 하고, 무작정 비행기에 몸을 실었지요.”

중학교 때, 카메라 테스트를 받아 보라거나 미술에 재능이 있으니 예고에 진학하라는 등 이쪽저쪽에서 다양한 권유를 받기도 했지만 그때는 어떤 쪽에도 관심이 없었다. 선생님들께 예쁨받는 모범생으로 공부에만 집중해 성적도 상위권이었다.

그런데 뉴질랜드에서 고등학교에 다닐 때, 미술 시간에 그린 그림으로 상을 타고, 대학에서 컴퓨터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하면서 자신에게 창의적이고 예능적인 자질이 있음을 발견했다. ‘배울 게 많을 것 같다’며 연예인이 되기로 결심하자마자, 아무 준비도 없이 가족도 없는 한국으로 향했다. 이제껏 모험보다는 안정되고 규칙적인 생활을 추구해 왔기에 스스로 생각해도 ‘의외의 행동’이었단다. 되거나, 안되거나. 연예인이 될 수 있는 확률은 그녀 말대로라면 딱 50%였고, 그렇다면 승부를 걸어 볼 만했다. 언제나 그녀의 의견을 존중해 주시는 부모님께서는 “네 삶이니 네가 알아서 하라”며 응원해 주셨다.

“아는 분의 소개로 지금의 소속사를 만나 운 좋게 바로 활동을 시작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노하우가 없다 보니 CF, 드라마 등 각종 오디션에서 수없이 떨어졌죠. 연기와 호흡에 대한 트레이닝을 받으면서 활동을 병행했어요.”


뉴질랜드 대학 재학 중 연예인 되고 싶어 무작정 한국행

처음엔 너무 수줍고 소극적인 모습으로 도리어 소속사의 걱정을 샀지만 MBC 드라마 <오버 더 레인보우>, 금호아시아나의 기업 광고와 걸프렌즈의 <입술만 깨물죠>, 환희의 등 CF와 뮤직비디오, 드라마를 넘나들며 자신의 끼를 조금씩 드러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CF를 해보고 싶어도 몸이 안 따라 주어 너무 어려웠어요. 이것저것 배우는 게 힘들었죠. 그런데 제 자신을 깨뜨리려고 노력하다 보니 차츰 성격이 변하더라고요. 연예인은 자신의 장단점을 잘 볼 수 있는 직업인 것 같아요.”

서단비가 생각하는 자신의 장점은 어떤 사람이든 편하게 대하는 것. 4년간 뉴질랜드에서 생활하면서 편안하고 자유로운 분위기에 익숙해진 덕분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면이 단점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알았단다. 격식과 예의를 차려야 할 곳에서 신중하게 행동하게 된 것은 연예인이 된 후 생긴 습관이다.


갑작스럽게 연예계에 발을 들이고, 또 광고 한 편으로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그녀는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 애초에 소망했던 것처럼 연예인이라는 직업을 통해 시시각각 다양한 경험을 하고 많은 것을 배우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공중파 방송의 요리 프로그램에 패널로 출연하고, DMB방송의 VJ로 활동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있어요. 제 안에 있는 것들을 하나씩 꺼내 놓을 수 있는 기회인 거죠. 쉼 없이 무언가 할 수 있어서 뿌듯하고 보람 있어요.”

광고를 통해 제법 얼굴이 알려지면서 영화, 드라마 등에서 러브콜도 많이 들어오고 있지만 아직은 서두르고 싶지 않은 마음이다. 생명력이 긴, 좋은 연예인이 되고 싶기 때문이다.

“광고 이미지가 너무 강했기 때문에 다음 작품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좋은 역할을 만나기 위해 기다리고 있어요. 제게 정말 잘 맞는 이미지를 찾으면 내년 정도에는 연기자의 모습을 선보일 수 있지 않을까요?”

신인인 자신의 능력에 걸맞는 작품을 기다리면서 그때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는 그녀는 사실 욕심 많은 완벽주의자다. 자신에게 보이는 섹시하고 도시적인 이미지와 귀엽고 발랄한 이미지 모두 놓치고 싶지 않단다. 자신의 실수를 절대 용납하지 못하는 면도 있다.

“어떻게 보면 참 피곤한 성격이에요. 열심히 해서 최대한의 결과를 얻어야 한다고 믿고 되든 안 되든 일단 많은 것을 시도해 보거든요. 그러다 과한 욕심은 절제해야 더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걸 알았어요. 그래서 요즘은 욕심조차 내려두고 있어요.”

신앙 생활과 독서를 통해 마음을 다스리고 있다는 그녀는 최근 《경청》을 읽고 타인의 말에 귀 기울이지 못하고 급한 성격대로 행동하는 자신의 모습을 반성했다고 한다. 앞으로는 경청하는 자세로 많이 듣는 사람이 되고 싶단다. 조금씩 스스로를 다듬어서 자신의 색깔을 찾아 나가는 것이 연기자로서의 1차 목표다. 내년에는 상해예술대학에 진학, 중국 진출도 염두에 두고 있는 그녀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감동을 주고 싶다고 한다.

“이쪽 일을 하기 전까지 전 제가 귀여운 모습이 있는 줄 몰랐고 내숭을 떨 줄도 몰랐어요. 저는 아직 백지와 같은 상태니까 충분히 다른 이미지들도 만들어 낼 수 있겠죠? 연기든 CF든 제대로 준비해서 조금씩 다른 모습들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도록 말이에요.”

사진 : 이창주
  • 2007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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