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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인터뷰 | 일본 최고의 장인 (18) 스기야마 마모루(杉山衛) 긴자스시코(金座壽司幸) 사장

일본 최고의 스시 장인 초밥이 아닌 마음을 잡아 쥐어야 진정한 장인

일본의 대표적인 식문화 ‘스시’. 1885년 창업한 이래 4대에 걸쳐 120여 년 동안 스시만을 만들어 온 일가가 있다. 도쿄 식문화의 대표 격인 에도마에(江戶前)스시의 본산이라 할 수 있는 긴자스시코(金座壽司幸)의 4대 점주 스기야마 마모루(杉山衛ㆍ54세) 사장을 만났다. 그는 일본의 대표적인 스시 장인. 그를 빼놓고는 일본의 스시 문화를 논할 수 없다 할 정도로 대가로 인정받고 있지만 스시를 향한 그의 열정은 식을 줄 모른다.

명품점이 늘어선 긴자의 중심가를 지나 한 블록 뒷길에 자리한 4층 건물이 바로 긴자스시코 본점. 대나무와 석조로 장식한 현관은 유행을 선도하는 긴자의 노포(老鋪)답게 세련미와 단아함이 잘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1층, 2층이 카운터, 3층과 4층이 좌석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는 만나자마자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며 먼저 맛을 확인해 보란다. 카운터 위에 올려진 참치 한 관(貫)을 입에 넣었다. 부드럽고 아름다운 유선형의 스시는 입 안에서 형언할 수 없는 여운을 남기고 셔벗처럼 소리 없이 녹았다. 초밥은 쌀과 단촛물이 조화를 잘 이뤄 담백하면서 달콤한 맛이 생선과 잘 어울렸다. 그는 공부하는 스시 장인으로 유명하다. 에도마에 스시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연구를 거듭해 새로운 스시를 내놓고 있다. 샴페인에 맞는 스시. 와인에 어울리는 스시, 사케와 조화를 이루는 스시, 가을에 어울리는 스시 등등, 그는 항상 스시에서 테마와 드라마를 찾는다고 한다.

“전통과 역사를 지닌 점포라고 해서 오래된 것만 고집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전통을 지키기 위해서는 시대의 흐름을 읽고 끊임없이 도전해야 합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내온 것이 ‘표고버섯 스시’. 그의 표정에서 장인의 도전정신이 집약된 메뉴임을 알 수 있다. 신선한 표고버섯을 살짝 구워 정종과 장을 5대 1로 섞은 다시에 적신 다음 구워 말린다. 그다음 유자즙을 2~3방울 뿌리면 완성.

“이 메뉴는 80년의 역사를 지녔어요. 조부 때부터 연구해 온 것인데 개량을 거듭해서 겨우 완성한 겁니다”라고 말하는데, 먹어 보면 안다는 식으로 얼굴에 자신감이 가득하다. 밤하늘의 별만큼 많다는 일본의 스시집. 그중에서도 긴자는 고급스런 입을 가진 사람들을 단골로 확보하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 스시코처럼 한 좌석에 2만 엔이 넘는 고급 스시집은 더욱 그러하다.

“10년 동안 계속돼 온 메뉴는 40~50종류 중 하나, 20년 지속된 메뉴는 100개 중 1개 정도지요. 끊임없는 개발만이 고객의 입과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거든요.”

그의 가게에는 가격표가 없다. 점심 예산은 1만2000~1만5000엔, 저녁은 1만5000~2만5000엔 정도라고. 최고의 맛을 찾아 미식가들이 몰려드는 긴자인 만큼, 고객의 미각을 끊임없이 만족시켜야 하는 부담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바람을 읽어야 해요. 긴자 거리를 거니는 여성들의 향수 냄새에서도 취향의 변화를 읽을 수 있어야 해요.”

경영 능력을 평가 받아 지금은 여러 레스토랑의 경영 고문도 맡고 있는 그의 경영 감각은 학창 시절부터 싹튼 것이라 할 수 있다. 명문 사학 아오야마학원(靑山學院)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그는 어려서부터 영화와 술, 요리를 좋아했다고 한다.

“스시 장인이 될 생각은 털끝만큼도 없었다”는 그. 평범한 회사원을 꿈꾸며 유유자적하게 대학생활을 즐기고 있던 대학 2학년 때. 그의 인생이 급전환한 것은 후계자였던 형이 쓰러지면서였다.

“망설였지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벌어진 거라…. 할아버지께서 네 대에서 망해도 좋으니 맘대로 해보라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지요.”

사장의 아들이자 후계자였지만 청소하는 법부터 배우며 혹독한 수련을 거쳤다. 처음 1년 동안은 청소와 세탁을 맡았고, 2년째는 야채를 고르고 다듬는 법을 배웠다. 3년째에는 보조로서 겨우 생선 다듬는 작업이 허락됐다. 그 후 3년간 다마고야키(계란말이구이), 초밥 만드는 법 등을 배우고 6년째 되어서야 겨우 생선 자르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개량을 거듭하면서도 그가 반드시 고수하는 것은 에도마에 스시. 일본의 스시가 지금의 형태로 발달한 것은 16세기 말~17세기 초 에도 막부가 시작될 때다. 도쿄만에서 잡은 생선을 사용한 스시를 에도마에(江戶前)라 부른 데서 유래한다.그는 “멋있고 폼이 나야 합니다. 깔끔하고 세련돼야 하며, 스시의 곡선이 부드럽고 센스가 있어야 합니다”라고 에도마에 스시에 관한 자신의 스시 미학을 설파한다.


재료 준비에서 맛이 결정돼

스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재료로, 생선의 질과 선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스시를 만들기 전 생선의 비릿한 냄새를 없애기 위해 식초로 씻어 내기도 하고, 유자즙이나 레몬즙도 이용한다.

“세세하고 자잘한 준비과정에서 나타나는 감각이 스시의 맛을 결정한다고 할 수 있어요.”

그는 후진 양성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요리인의 사제회를 주최해 후배 요리인의 후견인이 되기도 하고, 요리학교에서 교육을 하기도 한다. 그의 후진 양성은 한국에까지 이른다. 최근에는 한국 모 대형 호텔의 일식 레스토랑 스시 장인 여러 명을 1년 가까이 지도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 일류 호텔의 스시를 ‘1.5류’라고 혹평하기도 한다.

“생선의 길이가 들쭉날쭉하고 폭이 제멋대로여서 멋이 없어요. 게다가 밥알이 너덜너덜 따로 놉니다. 그래서는 스시라 할 수 없지요. 스시를 손으로 쥐어 만든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마음으로 만들어야 알알이 떨어져 있던 밥알이 찰싹 달라붙습니다.”

그의 가게에는 외국인도 많이 찾는다. 한번 이곳을 찾는 고객은 대부분 단골이 돼 선대 때부터 내려오는 고객이 전체의 70%라고 한다. 스시 몇 점에 2만 엔을 가볍게 넘기는데도 그의 스시에 빠져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객의 얼굴을 보면 그의 식성, 취향, 성격까지 알 수 있어요. ‘이분은 생선을 크게 썰어야겠구나’, ‘이분은 기름기 적은 담백한 것으로 드려야겠구나’ 한분 한분의 마음까지 읽어 서브할 때 고객은 스시의 매력에 빠져들게 되지요.”

일본에서 스시는 일반적으로 니기리스시를 뜻하는데, ‘니기리’는 ‘잡아 쥔다’는 말. 그는 “생선과 초밥이 아니라 고객의 마음을 잡아 쥔다는 생각으로 임할 때 비로소 스시 장인이라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에게 멋있고 맛있게 스시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을 물었다.

“먹고 싶은 대로 드시면 돼요. 격식 차리지 말고 편안하게…, 그게 최고지요. 그런데 진한 향수나 흡연은 금물입니다. 섬세하고 예민한 스시의 제 맛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그는 와인 광이기도 하다. 20년 전부터 와인과 스시의 융합을 공부해 온 그는 이제 웬만한 소믈리에는 명함을 내밀기 민망할 정도의 수준급이 됐다.

연구회 회원들이 모여 저녁 11시즈음부터 테이스팅하는 와인이 한 달에 100종류에 가깝다고 한다. 와인과 스시를 조화시키려는 그의 열정은 점포 이곳저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카운터의 턱과 테이블의 높이를 와인잔이 꼭 들어갈 수 있는 높이로 조절하고, 와인 색깔이 죽지 않도록 카운터의 색깔을 연황색 천연 목으로 다시 짰을 정도.

“이 모든 투자는 감동의 ‘니기리’를 위한 준비지요. ‘한 줌의 감동’을 전하기 위해 시간과 정열을 아끼지 않는 장인이라면 그게 바로 일류 장인 아닐까요?”
글쓴이 염동호님은 경희대를 졸업하고 일본 호세이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NHK 국제방송국, 닛케이 라디오 캐스터로 활동 중이며《아시아의 금융위기와 시스템 개혁》(일본서적·편저)을 썼다.
  • 2007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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