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희 롯데제과 마케팅실 신제품개발팀장

드림 카카오로 대박 터뜨린 호랑이 팀장

김승희 팀장은 인터뷰 내내 ‘고객의 눈높이’를 강조했다. “제과업계에서 살아남으려면 미각이 남달라야 할 것 같다”고 하자, 그는 “일반 소비자에 가장 가까운 입맛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고 한다.
다크 초콜릿 열풍이 불고 있다. 카카오 성분이 50%가 넘는 고함량 카카오 초콜릿. 초콜릿이 너무 달아서 먹지 않던 사람들도 ‘달콤 쌉싸름한’ 다크 초콜릿은 거부감 없이 찾는다. 카카오가 건강에 좋다는 말이 퍼지면서 건강보조식품처럼 다크 초콜릿을 찾는 사람도 늘고 있다.

드림 카카오는 2006년 7월에 처음 출시, 출시되자마자 경이적인 판매 성장률을 거듭하더니 지난 1월에는 한 달 매출액이 110억 원을 넘어섰다. 제과업계에서 1년에 하나 나올까 말까한 대박 상품으로, 롯데제과의 경우 자일리톨 껌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쉽게 손에 묻지 않도록 코팅막을 씌워 구슬처럼 만든 것이나, 플라스틱 원통 용기 속에 넣어 하나 둘 꺼내 먹기 좋게 만든 것도 히트 요인.

이 대박 상품의 산파는 김승희 마케팅실 신제품개발팀장(44세)으로, 첫 직장으로 롯데제과에 입사해 여태껏 한 길을 걸어왔다. 김 팀장은 한동안 인터뷰를 고사했다. “내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긴 했지만 여러 사람의 뒷받침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다”며 “혼자 빛나는 걸 원치 않는다”는 게 이유. “행운이 따랐다”는 말을 꼭 넣어주겠다는 약속을 하고 그를 만났다.

현재 드림 카카오는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물량을 대기 어려운 형편이라고 한다.

“카카오 함량 56%에 이어 72% 상품을 12월에 출시했는데, 56%보다 더 잘 나갑니다. 기존 초콜릿의 카카오 함량은 27~28% 정도라 56%도 모험이라고 봤거든요. 초콜릿 성수기인 9월쯤 72%를 내놓으려고 하다가 실험적으로 출시해 본 건데 반응이 이렇게 좋을 줄 몰랐어요. 80%대의 상품도 준비 중입니다.”

20년째 롯데제과에 몸담고 있는 김승희 팀장은 품질공정과, 구매팀 등을 거쳐 마케팅팀에 안착했다. 빙과 ‘주물러’, 비스킷 ‘빈츠’, 캔디 ‘애니 타임’, 캐러멜 ‘츄렛’ 등이 모두 그의 작품이다. 제과업계에서 쏟아내는 신제품 중 3년 이상 살아남는 제품은 5% 미만. 20개 중 하나 정도 살아남는 냉혹한 세계에서 그의 실적을 보면 경이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는 팀 내에서 ‘호랑이 팀장’으로 통한다. 사적인 자리에서는 부드럽지만 일에 있어서만큼은 엄하기로 소문나 있다. 프로젝트의 방향이 정해지면 무섭게 몰아붙인다. 신제품에 대한 생각으로 머릿속이 꽉 차있어 해외여행을 가거나 주말에 가족과 쇼핑을 나가도 발길은 언제나 과자 코너에 머문다고 한다. 어떤 제품들이 어떤 자리에 진열돼 있는지, 어떤 제품을 소비자들이 선택하고, 누가 어떤 이유로 그걸 고르는지 유심히 관찰하는 게 습관이 됐다. 드림 카카오 이전 다크 초콜릿은 일본, 스위스에서 수입된 제품들이 소개되어 있었다. 다크 초콜릿 시장이 커질 것이라고 일찌감치 점쳤고, 카카오 함량 61%짜리 ‘카카오 은혜’라는 제품을 출시한 적도 있지만 그때는 시장에서 외면당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어떻게 성공한 것일까? 김승희 팀장은 그때는 타깃 층을 잘못 선정한 것과 다크 초콜릿의 효능에 대한 홍보가 미흡했던 것을 패인으로 분석했다. 그리고 치밀한 시장 조사에 착수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어디를 타깃 층으로 하느냐는 것이었다.

“초콜릿의 어떤 효능을 부각시킬까가 관건이었습니다. 카카오는 비타민으로 말하자면 종합 비타민 같거든요. 성인병 예방, 순환기 계통에도 좋고, 항산화 기능이 있어서 노화 방지에도 도움이 되고, 식욕을 억제해 다이어트 효과도 있습니다. ‘자일리톨은 충치 예방’ 식으로 하나의 기능으로 모아지는 것도 아니고, 마케팅 포인트를 어디에 두어야 하느냐를 정하는 게 가장 어려웠습니다.”


초콜릿 주 소비층인 20대 여성에 맞춰 마케팅

시장조사 결과, 초콜릿의 주요 구매층은 20대 여성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기존 시장을 키우려면 ‘다이어트’ 기능, 안 먹던 사람들을 먹게 하려면 ‘성인병 예방 및 노화 방지’에 포인트를 두어야 했다.

“남녀 두 그룹으로 나누어서 조사를 했습니다. 초콜릿을 왜 먹느냐고 물었더니 여성들은 대답을 잘 못 하는 반면, 남성들은 카카오의 효능을 아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효능 때문에 먹는다는 사람은 별로 없었어요. 보통 배고플 때, 심심할 때 먹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와 먹는 상황이 일치하지 않는 거죠. 남자들한테 효능을 알려 준다고 해서 시장이 커지지 않을 거라고 판단했어요. 주 소비자이면서도 효능을 잘 모르는 사람들을 타깃으로 삼아야 눈에 띄게 시장이 커질 거라는 결론을 내렸죠. 그래서 20대 여성을 타깃 층으로 잡았습니다.”

‘다이어트’에 마케팅 키워드를 두고 본격 홍보를 시작했다. 일본의 아나운서 출신 연예인 구스타 에리코의 책 <초콜릿 다이어트>를 입수해 국내 출판사에 소개했다. 이 책은 개그맨 정선희 씨 번역으로 출간됐다. 책 출간과 함께 젊은 여성들의 입소문을 타고 다크 초콜릿이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는 인상이 뿌리내렸다. 포장 전면에 56%, 72% 식으로 수치를 큼지막하게 부각시킨 것도 효과가 있었다. 기존의 제과업체 표시대로 ‘조금 쓴맛’, ‘보통 쓴맛’, ‘매우 쓴맛’ 대신 카카오 함량을 숫자로 표현해 소비자들에게 객관성과 신뢰감을 주었다. 플라스틱 용기도 다크 초콜릿의 효능을 강조하는 데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다. 자일리톨과 비슷한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다크 초콜릿을 보면서 무의식적으로 기능성 껌 자일리톨의 이미지가 겹쳐 떠오르게 하는 효과.

초콜릿을 플라스틱 용기에 넣는 발상, 게다가 1000원짜리가 대세인 시장에서 3000원짜리를 출시해 공격적 마케팅을 편다는 건 당시로선 상당히 모험이었다. 김 팀장은 “오랫동안 마케팅 실장을 지내 제품통이 된 한수길 사장의 전폭적인 지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라고 말한다. 김승희 팀장은 인터뷰 내내 ‘고객의 눈높이’를 강조했다. “제과업계에서 살아남으려면 미각이 남달라야 할 것 같다”고 하자, 그는 “일반 소비자에 가장 가까운 입맛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고 한다. 그는 틈나는 대로 초등학교 앞을 어슬렁거리면서 시장을 읽는다. 초등학생들이 좋아하는 학교 앞 게임기, 책가방과 운동화에 그려진 캐릭터, 그들이 즐겨 먹는 군것질 거리 등을 눈여겨보면서 신제품 구상을 한다.

드림 카카오 열풍이 일자 경쟁업체에서 잇따라 유사 상품을 출시했지만 김승희 팀장은 “맛으로 승부할 자신이 있다”고 한다.

“고함량 카카오 초콜릿 완제품 전 단계인 ‘비터 초콜릿’을 직접 만들어 낼 수 있는 설비를 갖춘 회사는 국내에서 우리밖에 없습니다. 함량에 따라 적합한 맛을 융통성 있게 만들어 낼 수 있죠. 한국 소비자들의 입맛에 가장 잘 맞는 초콜릿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자부합니다.”

“드림 카카오로 내 드림(꿈)을 이루었다”고 하는 김승희 팀장. “내가 살아있는 동안 드림 카카오가 계속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한다.

사진 : 이창주
  • 2007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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