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 활용한 친환경 가구로 국제 가구전시회에서 상 받은 한세대 학생들

지난 1월 말 독일에서 반가운 소식이 날아들었다. 쾰른에서 열린 ‘국제가구전시회’의 대학생 및 젊은 디자이너들을 대상으로 한 디자인 시상식에서 한국 대학생 팀이 최고상인 ‘베스트 커뮤니케이션 어워드’를 수상한 것이다. 자랑스러운 주인공은 한세대 디자인학부 공간환경디자인학과 2학년 김도현·오수훈·박루디아, 3학년 이유진, 대학원생 김해련 등 5명이다.

쾰른 국제가구전시회는 밀라노와 더불어 세계 양대 가구 전시회로 꼽히는데, 특히 규모 면에서는 세계 최고다. 총 전시면적만 30만㎡에 달하며 모두 14개의 별도 홀로 꾸며지는데, 이 가운데 1번 홀이 대학생 및 영 디자이너들의 전시 공간이다.

엄격한 선발 과정을 통해 참가한 각국 50여 개 대학의 대학생들과 전 세계에서 모인 영 디자이너들이 저마다 창의와 도전을 뽐낸 이 홀에서 우리 젊은이들이 당당히 최고 상의 영예를 안은 것이다. 귀국할 때를 기다려 경기도 군포 한세대 교정에서 이들을 만났다. 지도교수인 강승모 교수의 연구실에 모인 다섯 명의 젊은이들은 아직 수상의 기쁨이 가시지 않은 듯 상기된 표정이었다.

학생들이 이번에 출품한 작품의 제목은 ‘Uncovering city, and designing from scratch’였다. 이를테면 ‘혼란과 무질서의 도시에서 매일 쏟아져 나오는 쓰레기들을 재활용해 새로운 아름다움을 창출해 보자’는 컨셉트였다. 이를 위해 학생들이 선택한 재료는 현수막과 옥외 광고판에 쓰이는 파나플렉스 비닐 소재. 하루에도 수백, 수천 개씩 우리 주위에서 쏟아져 나오는 도시의 폐기물들로, 이것들을 이리저리 자르고 덧붙인 뒤 기존 가구에 덧입혀 새로운 조형적 아름다움을 만들어 보자는 시도였다.

그런데 가구를 비행기로 수송하자니 비용이 엄청났고, 배 편으로 보내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 결국 현장에서 부딪혀 보기로 하고, 한국에서는 현수막과 파나플렉스만 잔뜩 들고 쾰른으로 출발했다. 현지에서 이케아 의자와 공구 일체를 산 후 전시장 한쪽에서 작품을 만드는 고생이 시작됐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수시로 ‘야작’(야간작업을 뜻하는 학생들의 은어)을 했던 것이 밑천이 돼서 현지에서 재료를 조달해 가며 작품을 만드는 과정이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고 씩씩하게 말했다.

현수막의 커다란 한글 글자와 번쩍거리는 비닐 소재를 뒤집어쓴 이들의 요란한 의자들은, 흑백 모노톤으로 세련된 미를 추구하는 다른 디자이너들의 가구들 사이에서 단박에 눈에 띄었다. 어찌 보면 촌스러워 보일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관람객들은 “특이하다” “신기하다”며 발길을 떼지 않았다. 한글이 낯선 외국인들만 이런 느낌을 가진 게 아니었다.

“현수막 글자들이 오죽 커요? 그런데 이 글자들을 이리저리 잘라 덧붙이고 배열하니까 조형적으로 색다른 맛이 나더라고요.”


현수막으로 장바구니 만들어 나눠주기도

학생들은 스스로 작업한 결과에 새삼 놀라워했다. 열혈 한국 대학생들이 그저 전시품만 나열해 놓고 오는 관람객을 그냥 맞았을 리 없다. 이왕 유럽 현지에 온 거 한국을 제대로 한번 소개해 보자고 의기투합, 색다른 이벤트를 꾸몄다. 현지에서 재봉틀을 급히 구해 한국에서부터 싸들고 온 현수막으로 장바구니를 드르륵 박아 원하는 사람에게 나눠 주었다. ‘환경을 보호하는 재활용 장바구니’로서뿐 아니라 ‘조형미가 물씬 풍기는 세련된 장바구니’로 인기가 대단해 관람객이 줄서서 받아갈 정도였다.

한국에서 가져온 폐기된 컴퓨터의 한글 자판으로는 다양한 소품을 만들어 나눠 주었다. 한글 자판 뒤에 자석을 붙여 냉장고 부착용 액세서리를 만든다든가, 한글 자판에 고무줄을 대 헤어밴드를 만드는 식이었다.

색다른 선물을 받아든 외국인들은 “이게 무슨 뜻이냐” “어떻게 발음하느냐”며 한글에 대해 부쩍 호기심을 보였다. 학생들이 “이건 뷔페 레스토랑 선전이고요, 이건 장의사 광고예요” 하고 뜻까지 일러주면 다들 재미있어하며 좋아했다. 전시회 폐막 전날 시상식은 이들에게 그야말로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

“사회자가 어색한 발음으로 ‘한세대’를 호명하는 순간 ‘드디어 해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눈물이 막 쏟아졌다”고 팀의 맏언니 김해련 양이 말했다. 일동은 만세를 부르고 소리를 지른 후 곧이어 강승모 지도교수에게 달려갔다.

“늘 엄격하고 무섭기만 한 교수님이었기에 이때다 싶어 그냥 확 안겨 버렸어요. 교수님도 가슴을 활짝 열어 안아 주셨는데, 시상이 끝나고 흥분이 가라앉자 ‘다음부턴 그러지 마라’고 하시데요. 하하” 김도현 군의 이야기다.

강승모 교수는 “친환경적인 컨셉트와 한국적인 이미지를 보여줬던 것이 심사위원들에게 어필했던 것 같다”고 수상 이유를 분석했다. 그런데 한세대가 이처럼 큰 상을 받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2년 전 교육인적자원부로부터 디자인 분야 유일의 특성화 사업단으로 선정된 이후 친환경 중심 디자인 교육과 국제화 시도를 꾸준히 해왔기 때문이다.

그 밑바탕이 되는 것이 한세대가 자랑하는 ‘게미(GEMI, Green Education in Meta-Design Innovation의 약자) 프로젝트’이다. 여러 디자인 분야 중에서도 친환경 디자인에 올인하겠다는 대학 측의 의지를 보여준다. 강승모 교수는 “예전에 디자인이라고 하면 더 새로운 것, 예쁜 것만을 추구해서 계속해서 버리고 새것을 만드는 과정의 반복이었다. 하지만 새로운 세기의 디자인은 자연과 같이 가는 친환경 디자인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강승모 교수 연구실의 오디오는 국회에서 버린 것을 고물상에서 5만 원에 사온 것이라고 한다.

유럽인들을 놀라게 한 한세대 학생들.
사진 왼쪽부터 오수훈, 박루디아, 김해련, 이유진, 김도현 씨.
앞으로도 친환경 디자인 교육에 전력을 다하겠다는 강 교수. 그 첫 가시적 성과가 이번 쾰른 전시회 수상이지만, 그의 꼼꼼함과 제자들의 열정을 볼 때 또 다른 수상 소식이 들려올 날도 머지않은 것 같다.

사진 : 이창주
  • 2007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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