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예헌 IBW 대표

황신혜, 박정수를 사업가로 만든 마이더스의 손

‘현대판 봉이 김선달’이 있다. 자기 자본 하나 들이지 않고 순전히 아이디어만 갖고 연 매출 수십억을 올리는 사람이다.

IBW 윤예헌 대표(46세)는 연예인 브랜드 업계에서 마이더스의 손으로 불린다. 론칭하는 브랜드마다 승승장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봄 탤런트 박정수 씨의 이름을 내건 ‘수안애(秀安愛)’ 속옷은 GS홈쇼핑 방영 첫날 전량 매진 기록을 세운 데 이어 지금까지 판매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04년 출시돼 연예인 브랜드의 맏언니 격으로 불리는 황신혜의 ‘엘리프리’도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저희 회사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곳이에요. 가진 거라곤 무형의 자산인 브랜드 파워가 전부죠.”

이를 테면 이런 식이다. 컨셉트에 맞는 제품이 결정되면 홍보 효과를 위해 스타의 이름을 내세우고, 해당업체에 생산을 맡긴다. 판매는 전량 홈쇼핑을 통해 이뤄지니까 매장이 필요 없고, 재고를 걱정할 필요도 없다. 이익은 IBW와 개인 브랜드를 가진 스타, 홈쇼핑 업체가 판매량에 따라 나눠 갖는다. 윤예헌 대표는 “제가 하는 일이 복덕방 점주예요”라며 껄껄 웃었다.

그러나 그건 그의 지나친 겸손이다. 수많은 연예인 사업가가 명멸하는 요즘, 드물게 롱런을 이어가는 데는 남다른 비결이 있다. 바로 철저한 시장조사를 바탕으로 체계적인 마케팅 전략을 구사했기에 가능했다.

2003년 회사 설립 후 첫 프로젝트인 황신혜 브랜드 ‘엘리프리’가 나오기까지도 치밀한 사전 준비가 있었다. 우선, 홈쇼핑의 주요 고객인 20~30대 여성에게 어필할 수 있는 연예인을 찾기 위해 수백만 명의 고객 데이터를 넘겨받아 일일이 분석했다. 그 결과 황신혜 씨가 가장 적합하며, 속옷 아이템이 무난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IBW는 곧장 황신혜의 이미지 구축에 들어갔다. IBW의 자회사인 출판 부문을 통해 황신혜 씨의 몸매 관리법을 담은 비디오와 책을 제작, 시장에 내놓았다. 40대라는 나이가 무색한 황신혜 씨의 몸매, 피부, 패션 감각을 보면서 소비자들로 하여금 ‘따라 하고 싶다’는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목적이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그리고 2004년 9월 현대홈쇼핑을 통한 첫 방송에서 무려 4억 원어치가 팔렸다. 한 세트에 15만 9000원으로 홈쇼핑 제품치고는 만만치 않은 가격임에도 1시간 방송에 3000개 가까이 팔린 것이다.

박정수 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40~50대 중년 여성들이 가장 닮고 싶어하는 연예인 1위.’ 겉만 번지르르한 박제 미인이 아니라 마음까지 풍요로운 건강 미인임을 부각시키기 위해 ‘박정수의 이너뷰티’라는 자전 에세이집을 먼저 시장에 내놓았다. 브랜드명도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주기 위해 ‘수안애’라고 지었다. 첫 제품은 화장품을 출시하기로 돼있었다. 그러나 제품의 질이 생각만큼 따라주지 않았다. 윤 대표는 과감히 엎었다.

“이미지가 한번 망가지면 복구하기 힘든 게 이 사업이거든요. 대충 넘어가자는 마음속 유혹도 있었지만, 멀리 보고 손해를 감수했습니다.”

수안애 브랜드의 첫 제품은 기능성 속옷이었다. 이 아이템은 박정수 씨가 직접 아이디어를 냈다. 중년이 되면 군살이 붙어 보정용 속옷이 절실한데, 너무 딱딱해서 불편했던 스스로의 경험이 계기가 됐다. 기능성 속옷은 일반 속옷에 보정 기능을 살짝 덧입힌 것으로, 군살을 감추고 싶어하는 40~50대 여성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수안애나 엘리프리 모두 홈쇼핑에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는 점이 특히 의미 있다. 연예인 브랜드는 반짝하기는 쉽지만 1년 이상 지속적으로 인기몰이를 하는 것은 쉽지 않다. 두 브랜드 모두 1회 방송에 2억~3억 원 매출을 꾸준히 올리며 홈쇼핑에서 장수하고 있다.

모두 품질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한 일이다. 실제로 윤 대표가 가장 신경 쓰는 분야도 제품의 품질이다.

“아무리 연예인을 동경한다 해도 제품이 기대만큼 따라주지 않는다면 한 번은 사도 두 번 이상 구매로 연결되지는 않을 겁니다. 생산 업체에 대한 철저한 관리 감독은 필수죠.”

자신의 이름을 내건 박정수, 황신혜 씨의 열성도 대단하다. 황신혜 씨는 속옷 디자인에 직접 나서고, 해외여행 때마다 다양한 디자인의 속옷을 트렁크 가득 사서 온다. 박정수 씨는 바쁜 스케줄에도 중국에 있는 속옷 공장을 직접 방문해 공정을 꼼꼼히 챙겨 보기도 했다. 이들은 브랜드의 일정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이름만 달랑 빌려준 일부 연예인들과는 다른 처지다.

브랜드의 성공 과정을 살펴보면, 하나부터 열까지 윤예헌 대표의 꼼꼼한 기획력이 묻어난다. 그러고 보니 윤 대표의 첫인상은 통 큰 사업가라기보다 연구실을 지키는 샌님 형에 가깝다.

사실 그는 몇 년 전만 해도 평범한 월급쟁이였다. 대학 졸업 후 20년 가까이 금융회사를 시작으로, 증권·통신·석유회사 등을 다녔다. 재무가 전공 분야였지만, 인사·관리·영업 등의 일도 했다. 창업 직전에는 한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경리 일을 잠깐 봐줬다. 그런데 들여다보니까 이게 황금 노다지였다.

“연예인 관련 사업은 일단 홍보 과정이 생략된다는 게 큰 장점이죠. 이미지와 제품을 잘 결합시키면 뭔가 되겠다 싶었습니다.”

그의 말대로 스타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은 대단했다.

“엘리프리 본격 출시에 앞서 황신혜 씨가 피트니스 비디오를 낼 때 표지에 물방울무늬 비키니를 입은 사진이 들어갔어요. 이걸 보고 ‘그 수영복 어디서 살 수 있느냐’는 문의가 빗발쳤죠.”

하지만 따로 찍어놓은 물량이 없어 눈뜨고 들어오는 주문을 놓쳐야 했다. 올여름 더 고급화된 ‘엘리프리 블랙라벨’ 시리즈를 내놓으면서 IBW는 속옷 주문 시 사은품으로 이 물방울무늬 비키니를 제공했다.

“방송이 시작되기 무섭게 주문 전화가 폭주해 아주 폭발적으로 팔려 나갔죠. 하하.”


IBW는 지금까지 성공 노하우를 바탕으로 이번엔 10대를 겨냥한 브랜드 출시를 준비 중이다. 이름도 벌써 ‘9TEENSONO’라고 지어 놓았다. 문제는 연예인 섭외.

“10대 연예인 몸값이 천문학적으로 비싸서 계산이 안 나온다”는 게 윤 대표의 고민. 그는 “이전과는 좀 다른 방향으로 접근 중”이라며 “올가을에는 첫 제품이 나올 것 같다”고 했다. 내년 초에는 또 다른 연예인 브랜드를 론칭할 예정이다.

그는 연예인 브랜드 사업의 시장 규모는 무궁무진하다고 보고 있다. 이를테면, 미국 가수 제니퍼 로페즈의 토털 패션 브랜드는 전 세계를 상대로 엄청난 돈을 거둬들인다.

“국내 스타라고 그러지 못할 이유가 없죠. 한류 바람을 타고 동남아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통하는 스타 브랜드를 키우고 싶은 것이 제 꿈입니다.”

사진 : 이창주
  • 2006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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