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학 교실| 대한민국 증권가의 전설적인 투자가들

목포 세발낙지 장기철, 압구정동 미꾸라지 윤강로, 시골 의사 박경철, 투자의 신화 강방천…

존 템플턴, 짐 로저, 워런 버핏 등 외국 유명 투자가들의 성공담은 거의 모든 주식 관련 서적에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국내 투자가들의 이름이 거론되는 경우는 좀처럼 본 적이 없다. 우리나라엔 귀감을 삼을 만한 투자가가 존재하지 않아서일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국내 증권계에서도 ‘전설적 인물’로 불리는 기라성 같은 투자가들이 많았다. ‘목포 세발낙지’ 장기철, ‘압구정동 미꾸라지’ 윤강로, ‘시골의사’ 박경철, ‘일반인 투자의 신화’ 강방천 등등. 이들은 한국 유가증권 시장의 1세대 스타 투자가로 불린다. 이들이 전설이 되고, ‘1세대’라는 닉네임이 붙은 것은 요즘 주식시장이 한두 사람의 스타를 만들기엔 너무 다양하고 규모가 커진 탓이다. 어쨌든 2000년대 초까지 한국 유가증권 시장이 이들 ‘전설적인 투자가’들의 앞마당이나 다름없었다.

우선 스타 중의 스타로 꼽히는 인물이 ‘목포 세발낙지’ 장기철이다. 그는 절제미의 진수를 보여 준 사람이다. 아무리 큰 손해가 나도 ‘손절매’ 원칙을 끝까지 고수했다. 대표적인 경우가 5년 전 모 벤처기업 투자 사례였다. 그 회사의 2대 주주로 상당량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어 투자금액이 만만치 않았다.

그 주식은 한때 거센 상승곡선을 그리기도 했지만, 하락세로 유턴하더니 이내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800원에 사들인 주식이 600원까지 떨어지자 미련 없이 절반을 손절매했고, 400원까지 떨어지자 나머지 주식을 처분했다. 자신이 세운 ‘25%, 50%’ 원칙을 철저히 지킨 것이다. 재상승을 기대할 만한 종목이었지만, 그는 초인적인 자제력을 발휘하며 원칙을 지켰다. 결국 그 주식은 100원까지 폭락했고, 그의 판단은 적중했다.

장기철의 최고 전성기는 1990년대 초 대신증권 목포지점에서 주식영업을 담당하던 시절이다. 워낙 투자자들의 돈을 잘 불려 줘서 그의 이름 앞에는 늘 ‘주식의 황제’라는 별명이 붙어 다녔다. 선물시장에서 맹활약을 펼친 1998년에는 “대한민국 선물거래의 30%를 목포 세발낙지가 쥐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 모르지만, 성과금으로 회사에서 한 번에 30억 원이나 받은 걸 보면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이 거액의 ‘상여금 사건’으로 그의 명성은 전국 증권가에 퍼졌고, ‘목포 세발낙지’란 별명도 이때 얻었다. 1999년 대신증권을 떠나 지금은 개인 투자에 전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목포 세발낙지’는 일반 투자자를 상대하는 부서에서 일했기 때문에 이름이 널리 알려진 반면, 서울은행 주식운용본부에 근무한 ‘압구정동 미꾸라지’ 윤강로는 상대적으로 신분이 덜 노출된 인물이다. 게다가 움직이는 금액이 워낙 커서 한 사람이 움직이는 게 아니라는 말이 떠돌기도 한다.

윤강로는 2004년 ‘한국선물’을 인수하고 투자설명회를 개최하면서 처음으로 대중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투자설명회에는 전국에서 몰려든 주식 마니아들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윤강로는 선물시장에서 8,000만 원으로 1,300억 원까지 불린 것으로 유명하다. 수익률 16만%로 <기네스북>에 오를 만한 수치다. ‘압구정동 미꾸라지’란 별명은 일반 주식시장보다 리스크가 큰 선물시장에서 용케 위험을 피해 다닌다고 해서 붙여졌다.

그의 투자 원칙은 ‘독수리처럼 큰 것을 먹으려 하지 말고, 비둘기처럼 작은 것이라도 많이 먹어라’는 것으로 요약된다. 주식 앞에서 체면 같은 것은 벗어 버리고, 솔직한 투자를 하라는 뜻이다. 그는 2004년 투자설명회에서 자신이 모은 1,300억 원도 8년 동안 차곡차곡 쌓아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두 번째 투자 원칙은 ‘정보’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 것. 특별한 정보에 목말라 하는 다른 투자자들과 다르다. 경제뉴스에 나온 내용들, 증권사 시황자료, 국제 주식시장 추세, 이것이 그가 가진 전 재산이었다. 그야말로 시장의 흐름에 따라 정석대로 투자한 셈이다.

물론 그가 큰돈을 번 데에는 특별한 여건이 있었다. 서울은행에 근무하던 1990년대 중반 3개월간 미국 선물거래소 연수를 다녀온 적이 있는데, 그때 선물에 눈을 떴다. 이듬해 우리나라에도 본격적인 선물시장이 열렸고, 그때 ‘압구정동 미꾸라지’는 이미 선물 전문가가 되어 있었다.

개인투자가로 승승장구하던 윤강로는 2004년 ‘한국선물’을 인수하여 자신의 이니셜을 딴 ‘KR선물’로 바꾸어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KR선물은 개업 4개월 만에 15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는 등 선물업계 ‘빅4’로 평가받고 있다.

혹자는 ‘목포 세발낙지’나 ‘압구정동 미꾸라지’ 모두 금융권에서 일했기 때문에 성공한 것이라고 말한다. 금융계 종사자들이 유가증권 거래에 유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들의 노력과 직관력은 놀라울 정도다. 두 사람은 ‘절제 투자’와 ‘정석 투자’로 투자 원칙은 각각 달랐지만, 자신의 원칙을 끝까지 고수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금융권과 무관한 일반 투자자 중 ‘시골의사’ 박경철이 유명하다. ‘시골 의사’란 닉네임은 1998년 ‘씽크풀’이란 사이트에 ‘시골 의사’란 필명으로 주식 관련 글을 올릴 때부터 따라다닌 것이다. 그 사이트에서 네티즌들의 절대적인 호응을 얻었고, 그게 계기가 돼서 MBN(매일경제TV) <고수 대 고수> 프로그램에 고정출연했고, <시골 의사의 다시 쓰는 기술적 분석>이란 프로그램을 직접 진행했다.

그는 시골(경북 안동)에서 친구들과 ‘신세계 병원’을 꾸려 가고 있다. 10여 년 전 아는 사람의 권유로 500만 원어치 주식을 샀다가 실패한 것이 주식에 ‘미친’ 원인이었다. 생돈을 날린 억울함 때문에 매일 밤낮으로 주식 공부에 매달렸고, 나중에는 ‘각도론’이란 이론까지 만들 만큼 고수의 경지에 올랐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시골 의사’는 미국과 일본의 주식 관련 서적을 수천 권 독파했다고 한다. ‘주식이론’만큼은 그를 따를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게 주식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박경철은 안정적인 종목을 골라 ‘장기투자’ 전법을 주로 사용해서 한국의 ‘워런 버핏’이라 불린다. 그는 투자설명회 때마다 “장기이동평균선 기준으로 괴리가 큰 종목과 절대 망하지 않을 종목에 전 재산을 쏟아 부은 후 몇 년 기다리면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다”는 말을 빼놓지 않는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주식 투자에 부적합한 인간형은 죽어도 주식으로 돈을 벌지 못한다. 한국인들 중 85%는 주식 투자에 부적합한 인간형”이라고 비수 같은 말을 한다.


일반 투자자 중 강방천도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그는 “사람에겐 돈 버는 때가 따로 있다”는 선인들의 입담을 고스란히 실현시킨 사람이다. 그는 서른아홉 살이던 1998년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주식 세계에 뛰어들어 종자돈 1억 원으로 1년 만에 53억 원을 벌었다. 수익률은 무려 5,300%.

그의 주식 투자 방식은 ‘기업 전망이 좋은 회사에 투자하라’는 것이 전부다. 그는 삼척동자도 알 만한 방법으로 투자했다. 앞으로 우리나라 경제가 어떻게 돌아갈 것인지 스스로 판단한 후, 큰 흐름을 탈 만한 기업 주식을 사서 오를 때까지 기다리는 싱거운 전법이다. 인터넷 쇼핑 시대가 열릴 무렵에 택배산업이 발달할 것으로 판단해 대표적인 택배회사인 (주)한진 주식 42억 원어치를 사들인 후, 1년 만에 100억 원에 판 것이 강방천의 대표적인 투자 사례다. ■
  • 2006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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