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학 교실| 이탈리아 뒤흔든 계명대 패션학부

리치몬트 대회 연속 대상 수상 조한나, 윤선영, 탁지인 씨

2005년 리치몬트 디자인 대회 대상 수상자 조한나 씨.
루이비통, 에스티 로더와 함께 세계 3대 명품 그룹으로 꼽히는 리치몬트그룹. 까르띠에, 피아제, 던힐, 몽블랑 등 17개 브랜드를 보유한 리치몬트그룹은 디자이너 양성을 위해 ‘크리에이티브 아카데미’를 설립했다. 이 아카데미는 매년 세계 500여 개 대학에서 추천을 받아 ‘보석, 시계, 액세서리 국제 디자인 경진대회’를 연다. 그중 우수작을 출품한 20명을 선발하여 1년간 디자이너 훈련을 시킨다. 이 경진대회에서 한국의 계명대 패션학부가 3년 연속 대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2005년 대회에서는 계명대 패션학부 4학년 조한나 씨가 대상을 받았다. 2003년 탁지인, 2004년 윤선영 양에 이어 세 번째다. 그녀는 리치몬트그룹으로부터 전액 장학금을 받아 크리에이티브 아카데미에서 ‘디자인 전문가 과정’을 공부하게 된다(탁지인, 윤선영 씨도 장학금으로 이 과정을 마쳤다).

대구 계명대 캠퍼스에서 만난 조한나 씨는 몸에 딱 달라붙는 청바지에 검정색 재킷, 레이스가 달린 흰 티셔츠를 받쳐 입고 검정과 흰색 비즈로 만든 목걸이에 귀걸이까지 갖추고 나타났다. 목걸이는 전날 밤 비즈를 꿰어 직접 만들었다고 한다. 액세서리 만들어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하는 게 취미라고. 공모전을 앞둔 2005년 여름방학 때 그는 크리에이티브 아카데미가 있는 이탈리아 밀라노까지 찾아갔다.

“명품 숍이 즐비한 밀라노 거리를 걷는데, 어쩐지 어색하고 기가 죽더라고요. ‘아니지. 내 활동무대가 될 곳인데…’라고 생각하며 어깨를 쫙 폈죠.”

그녀는 젊은이다운 패기와 꿈, 의욕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런 꿈을 활짝 피워 준 곳이 계명대였다. 처음에 그는 서울에 있는 미술대학에 진학할 생각이었다. 고 3 수능이 끝난 후 서울에 올라와 홍익대 앞에서 하숙을 하며 미술학원을 다녔다. 그러나 준비 기간이 짧아서인지 첫해 입시에서 실패했다. 재수를 하면서 방향을 틀어 계명대 패션학부를 지원했다. 계명대의 ‘섬유·패션산업특화 국제 전문인력 양성 프로그램’(FISEP)이 마음을 잡아끌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되는 게 목표가 됐다. 그 목표를 현실화하기 위해 그녀는 하나하나 준비단계를 밟았다. FISEP 장학생이 되기 위해 철저히 성적을 관리한 덕에 2학년 때 이 과정에 들어갈 수 있었다. 다른 수업이 끝난 후 저녁 때 진행되는 FISEP 과정을 따라가기 위해 잠을 줄여 가며 공부에 매달렸다. 원어민에게 영어를 배우고, 제2 외국어로 일본어를 익혔다. 당장 실무에 투입되어도 독자적으로 업무를 진행할 수 있을 정도로 패션산업 전반에 관한 교육을 받았고 호주 어학연수, 해외 현장학습 등도 다녀왔다. 그녀가 2차 관문인 ‘영어 인터뷰’에서 무난히 통과한 것도 FISEP 교육 덕분이었다고 한다.

FISEP뿐만 아니라 계명대 패션학부의 교육 프로그램은 철저히 실무 위주다. 이 학교에서는 ‘시장과 동떨어진, 작품만을 위한 디자인’은 배우지 않는다. 교육 프로그램은 당장 실무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학생들은 시장을 분석해 새로운 브랜드나 상품을 기획하고, 그들이 만든 상품으로 ‘신규 브랜드 제안전’을 열어 직접 판매도 한다. 학생들이 의류업체나 섬유업체에 현장학습을 나가고, 그곳 CEO와 디자이너들이 특강을 오는 등 긴밀한 산학협동이 이루어지는 것도 특징. 덕분에 요즘 같은 취업난에도 계명대 패션학부 졸업생은 취업률이 90%를 넘는다고 한다.


‘지방대’란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조한나 씨가 대상을 수상한 귀걸이, 목걸이, 반지 디자인.
계명대 패션학부의 교수진은 오랜 실무 경험을 쌓은 전문가로 이루어져 있다. 탁지인, 윤선영, 조한나 씨를 지도해 ‘크리에이티브 아카데미’로 보낸 김문영 교수 역시 이탈리아 유학 후 텍스타일 회사 기획실장, 대기업 연구소 등에서 근무하다 계명대 교수진에 합류했다.

김 교수는 “지방대에 부임한 후 수도권 사람들의 우월의식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한다. 그는 “지방대에서 뭘 배웠겠는가” 하는 편견을 뛰어넘고 싶었다고 한다. 학생들을 크리에이티브 아카데미 경진대회에 내보낸 것도 “우리 학생들의 실력을 세계에서 먼저 인정하도록 하겠다”는 의욕 때문이었다.

크리에이티브 아카데미 공모전은 보통 대학 졸업 후 실무경험이 있는 사람들 위주로 선발하는데, 계명대 출신은 4학년 때 선발돼 최연소 학생이 됐다. 학교에서 배운 게 워낙 실무 위주라, 그곳에 간 학생들이 “우리가 배운 것과 다를 게 없다”는 말을 한다고 한다.

탁지인 씨는 크리에이티브 아카데미 졸업 후 홍콩에 본사가 있는 리치몬트의 브랜드 ‘상하이 탕’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이 아카데미의 같은 해 졸업생 20명 중 리치몬트그룹 디자이너로 채용된 사람은 세 명뿐이었는데, 그중에 탁지인 씨가 선발된 것이다. 김 교수는 “지인이는 디자이너로서 고집만 내세우지 않고 마케팅 부서와 협조가 잘되고 있어 회사가 대단히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무대에 도전하는 제자 조한나 씨(오른쪽)와 스승 김문영 교수.
2004년 수상자 윤선영 씨는 현재 이탈리아에서 인턴 중이다. 2005년 수상자 조한나 씨는 ‘빛나는 동양’이란 컨셉트로 리치몬트의 브랜드 ‘피아제’를 위한 귀걸이, 반지, 목걸이 디자인을 출품했다. 태극과 단청, 떨잠과 노리개 등 우리나라 전통 문양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것이 특징. 동양적인 색감과 패턴, 자연주의로 회귀하려는 분위기, 과거와 현재, 동서양이 혼합되는 최근의 디자인 경향 등을 접목시켜 당장 상품으로 개발해도 손색없는 디자인이었다. 디자인 컨셉트에 맞춰 포트폴리오에 들어가는 로고나 봉투, 스티커까지 따로 디자인하고, 빨강과 파랑 한지로 포장해 보냈다고 한다.

조 씨의 작품은 삶의 절정기를 표현하고 싶은 30대 여성을 타깃으로, 순금과 다이아몬드를 주로 사용하는 피아제 보석 디자인의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훌륭하게 살렸다는 평을 받았다.
조한나 씨는 대학 입학 때 꿈꿨던 미래 구상을 하나하나 실천에 옮기고 있다. 국제 디자인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고, 이탈리아로 유학 가게 됐으니, 그다음 그의 꿈은 뭘까?

“우선 20명 입학생 중 1등을 할 거예요. 그리고 피아제의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요. 디자이너로 경력을 쌓은 후에 내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요.”

동양인이 리치몬트의 대표 브랜드 디자이너가 된 예는 별로 없다고 한다. 여러 나라 말에 능통해야 할 뿐 아니라 디자이너 자신이 명품 이미지와 어울려야 하는 등 조건이 워낙 까다롭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기회가 왔을 때 움켜잡기 위해 철저하게 준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 2006년 01월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보내기
  • 목록
  • 프린트
나도 한마디
이름      비밀번호  
스팸방지 [필수입력] 그림의 영문, 숫자를 입력하세요.

더 볼만한 기사

10개더보기
상호 : ㈜조선뉴스프레스 / 등록번호 : 서울, 자00349 / 등록일자 : 2011년 7월 25일 / 제호 : 톱클래스 뉴스서비스 / 발행인 : ㈜조선뉴스프레스 이동한
편집인 : 이동한 / 발행소 : 서울시 마포구 상암산로 34, 13층(상암동, 디지털큐브빌딩) Tel : 02)724-6875(독자팀) / 발행일자 : 2017년 3월 29일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민희 / 통신판매신고번호 : 2015-서울마포-0073호 / 사업자등록번호 : 104-81-59006
Copyright ⓒ topclas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조선뉴스프레스 | 광고안내 | 기사제보 | 독자센터 | 개인정보 취급방침 | 인터넷신문윤리강령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위원회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