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전쟁하는 사람들| “사람이 닭요리 먹고 AI에 감염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어”

김재홍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질병연구부장

글의 주인공 김재홍님은 서울대 수의학과 졸업 후 동 대학원에서 석겧迷?학위를 받았다. 1981년 농촌진흥청 가축위생연구소 계역과 연구관으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으며, 국립수의과학검역원 방역과장, 조류질병과장을 거쳐 올해 1월부터 질병연구부장으로 있다. 현재 대한수의학회 회장과 한국가금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국내에 아직 발생하지도 않은 조류 인플루엔자(Avian Influenza·이하 AI)에 대한 국내 언론사의 보도가 지나치게 과장됐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최근 박재완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주관한 AI 관련 공청회에서는 “방송사와 신문사 등 언론들이 동남아와 중국 일부 지역에서 발생한 AI에 대한 예방 차원의 보도를 하면서 자료화면(사진)으로 1918년에 창궐한 스페인 지역의 피해 사례를 보여 줘 국민들 사이에 공포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 때문에 국내 가금 농장이나 치킨 관련 업체들이 실제 AI가 발생했던 2003년 당시보다 훨씬 큰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공청회 발제자 중 한 사람으로 나선 김재홍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질병연구부장도 “언론이 외신 자료를 여과 없이 반복해서 보여주면 국민들은 AI가 마치 국내에 이미 발생한 것처럼 착각하여 불안에 떨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은 가축 및 축산식품에 대해 위생관리와 검사를 실시하는 농림부 산하 검역기관이다.

공청회가 끝난 후 요즘 가장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김재홍 부장을 만났다. 그는 “닭고기를 먹어도 되느냐는 질문만은 사양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나라는 AI 비(非)발생국입니다. 닭고기를 먹어도 되는지, 어떻게 먹어야 AI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는지 등의 논의는 AI가 발생했다는 전제하에 나올 수 있는 문제들이지요. 지금은 해외에서 발생한 AI 바이러스가 국내에 유입되지 않도록 철저히 차단하는 문제를 가지고 논의해야 할 때라고 봅니다.”

우리나라에 오는 철새는 이동 경로상 AI 바이러스를 감염시킬 가능성이 희박하다. AI 발생국을 거쳐 오는 철새가 없기 때문이다.
국내에 AI가 발생한 것은 2003년 12월부터 2004년 3월까지로, 그 당시에도 인명 피해는 전혀 없었다. 또 정부의 철저한 방역 작업으로 단시일 내에 근절되었다. 김 부장은 “AI가 근절된 이후 6개월 동안 발생하지 않으면 비발생국 지위를 획득하는데, 우리 언론이 그 부분을 빠뜨린 채 해외 사례만 강조 보도해 국민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AI 발생 지역은 중국,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4개국이다. 언론은 이들 지역의 피해 사례를 지난 9월부터 현재까지 생중계하듯 세세히 보도하고 있다. 김 부장은 바이러스 유입 차단 차원에서 보도하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마치 국내에서도 똑같은 피해가 일어날 수 있는 것처럼 분위기를 유도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들 국가는 가금류 사육 체계가 우리와 달라 비교 대상 국가로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동남아시아는 우리나라처럼 양계 관리 시스템이 과학화되어 있지 않습니다. 시골 소농가에서 마당에 풀어 놓고 키우는 수준이지요. 또 AI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 수준도 아주 낮습니다. 키우던 닭이 병들었다고 직접 잡아서 내장을 확인하는 사람도 있어요. AI로 인한 이 지역의 인명 피해는 닭을 먹어서 감염된 것이 아닙니다. 병든 닭을 해체하던 손을 입에 대거나 투계장(鬪鷄場)에서 상처 입은 손을 입으로 빨다가 감염되는 경우가 많아요. 피해자들의 신분이 시골 농가 사람이거나 투계장 사람인 것만 봐도 쉽게 짐작할 수 있죠. 검역이나 보고 체계가 후진성을 면치 못한 국가이다 보니 그걸 닭고기를 먹고서 감염된 것으로 오인하는 겁니다.”

김재홍 부장은 “사람이 닭 요리를 먹고 감염된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 아직까지 단 한 건도 보고된바 가 없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국내 도축장의 경우 정부가 HACCP(식품 위해요소 중점관리제도)를 통해 철저히 검사받도록 되어 있어 문제가 있는 닭이 시장에 유통될 수 없다고 한다. 달걀도 마찬가지다. 닭들이 AI에 감염되면 하루 이틀 만에 죽을 정도로 고통스러운 질병이기 때문에 산란을 할 수 없어 과학적으로 ‘AI에 감염된 달걀’은 있을 수 없다는 얘기다.

지난 11월 4일 박재완 한나라당 의원의 주관으로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있었던 조류 인플루엔자 공청회.
김 부장은 “섣부른 지식 가지고 국내에서 유통되는 가금류의 안전성 문제에 대해 비전문가들이 왈가왈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나라에는 인플루엔자 전문 연구원이 많지 않습니다. 국민들에게 보다 정확한 정보를 주기 위해서는 이 분야 전문가가 있어야 해요. 특히 전문지식이 없는 분들은 언론과의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국민들을 안심시키기보다는 오히려 혼란스럽게 할 소지가 많거든요.”

김 부장은 철새 문제에 대해서도 지나치게 걱정 어린 보도는 자제해 줄 것을 당부했다. AI 바이러스는 철새들이 전염시키는 부분이 없지 않으나, 지금 우리나라를 찾는 철새들의 경우 이동 경로가 AI 발생지역과 무관하다는 것이다. 그는 “이동 경로를 이탈하거나 길을 잃어 AI 발생지역에 들렀다 오는, 아주 예외적인 철새가 있지 않고서는 철새들 역시 안전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설사 바이러스에 감염된 철새라도 사람에게 직접 전염시킨 사례는 단 한 차례도 보고된 적이 없다고 한다. 철새들은 사람이 접근하면 도망가 버려서 사람과 철새가 접촉할 일이 극히 드물기 때문이라는 것. 철새 배설물에 의한 전염 가능성도 마찬가지다. 배설물을 밟은 사람이 양계업자인 경우 닭에 전염시킬 수 있지만 사람에게는 피해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주장 역시 김재홍 부장의 충고처럼 AI가 국내에 발생했을 때를 가정한 대비책일 뿐 현재 상황은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AI 안전지대다. ■
  • 2005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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